S급 헌터 커뮤니티의 흑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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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DUMMY

산산조각난 채로 흩뿌려진 얼음조각.


서서히 희미해져가는 배리어.


그리고 그 너머에서 선글라스를 들어올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천시예.


잠시동안 내려앉아있던 어색한 침묵은, 이내 천시예의 짧은 사과로 끝을 맺었다.


“미안해. 힘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자신이 놓친 공격에 대한 미약한 부채감이라도 떠안고 있었던 것일까.


천시예는 당황한 얼굴로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무, 물론 같은 S급 헌터니까 내가 막아주지 않더라도 무사했겠지만······.”


“······.”


“그래도 정체를 들키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대신 막아준건데, 그런식으로 파편을 놓칠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해!”


나는 천시예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반응은 자신이 나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서 나오는 반응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내 정체가 노출될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에서 기인한 반응처럼 보였다.


천시예는 내가 S급 헌터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당황한 얼굴의 천둥 길드원들이 나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천시예는 내 정체를 비밀로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런 방식으로 내 정체가 드러나는 일을 바라지는 않았을 터였다.


‘설마, 내가 어쩔 수 없이 힘을 드러냈다고 생각하고 있는건가?’


어쩌면 파편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준 [긴급보호]조차도, 내가 숨기고 있는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지원계 헌터의 방어막처럼 생기지 않았던가.


직접 체감해본 바로는 내구력도 상당히 괜찮은 것처럼 보였다.


고작해야 하루에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여벌목숨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정체를 숨겨주겠다는 약속을 어기려는건 절대 아니야.”


나는 거듭해서 단순한 실수임을 주장하는 천시예를 바라보았다.


눈앞의 헌터를 놀려먹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겠지만, 그보다는 후속조치를 하는게 우선이었다.


“알고 있어. 다만 다른 헌터들이 돌아오기 전에 이야기를 좀 맞춰둬야겠지.”


“어······?”


나는 아직까지 정신을 못차리는 천시예에게 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이야기를 전했다.


“방금 전에 그건 네가 보호해준걸로 하자. 그걸로 괜찮지?”


“내가 지켜준걸로 하자고?”


“적어도 나같은 유튜버가 나서는 것보다는, S급 헌터가 나섰다고 하는 편이 더 신뢰도가 있겠지. 안 그래?”


내가 지금 벌어진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 꺼낸 아이디어.


그것은 작전에 참여한 헌터들로 하여금, 천시예가 나를 보호해준 것처럼 위장하자는 이야기였다.


그런 방식으로 내 정체가 S급 헌터같은게 아니라, 평범한 유튜버인 것처럼 이야기를 덮고 가려는 것이다.


이른바 거짓말의 거짓말을 하는 셈이었다.


거짓말이 두 번 겹치니 사실이 되었지만, 어쨌든 사실이니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았다.


죄책감을 느끼는건 천시예 하나로 충분한 것이다.


“소모성 아이템이든 비장의 스킬이든 어느쪽이든 상관없어. 적당히 그럴싸한 이야기면 괜찮아.”


“······알았어. 아저씨가 오면 그렇게 이야기할게.”


천시예와의 합의는 이걸로 끝이었다.


다른 헌터들이 다가오면 천시예가 적당한 이야기로 둘러댈테니 말이다.


그렇게 나와 천시예가 입을 맞춰놓고서 잠시 후.


“막내야! 어디 다친데는 없냐?”


발악 패턴을 보이던 언데드를 쓰러뜨린 최두식이 동료들과 함께 돌아왔다.


그는 S급 헌터인 천시예를 앞에 두고서도, 어디 다친 곳이 없는지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고 강해져도 최두식의 눈에는 여전히 아이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런 최두식의 이야기에 천시예는 말끔한 손을 내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괜찮아. 애초에 여기 있는 유튜버가 랭킹 8위로 꼽은 사람인데, 고작해야 그런걸로 다칠리가 있겠어?”


“그러냐? 그거 다행이구만. 그런데 방금 전에 그건 뭐였던거냐?”


천시예의 상태를 확인한 최두식은 나와 천시예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물어왔다.


정확히는 나를 감싼 배리어에 대한 질문이었다.


천시예가 놓친 파편을 배리어로 막아냈으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자 천시예는 한쪽 눈을 깜빡이며 최두식을 향해 이야기했다.


“어쩌다 실수로 하나를 놓쳐버려서, 어쩔 수 없이 아이템을 하나 사용했어.”


“막내야. 평소에 수행을 게을리한 모양이구나! 우리 막내정도 되는 헌터가 그걸 놓치다니.”


“······그러게 말이야.”


돌아가는 흐름을 눈치챈 최두식 역시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천시예의 말에 맞장구쳤다.


툭, 툭-.


최두식의 두터운 팔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하마터면 우리 유튜버 분이 위험에 처할뻔했구만!”


최두식은 걱정하지 말라는 시선으로 나에게 윙크를 날렸다.


자기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의미였다.


나는 그런 최두식과 마주한 채 멋쩍은 웃음을 짓는 수밖에 없었다.


“저로서는 천운이었죠. 그 유명한 검귀 옆에 붙어있어서 다행입니다.”


“이거, 유튜버도 참 위험한 직업이겠어. 자네도 이런 상황 한두번 겪어본건 아닐거 아니야?”


“조회수 얻으려면 뭔들 못하겠습니까. 그래도 불사기사의 전투를 촬영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뭐, 영광이랄 것까지야. 나도 자네같은 유명한 채널에 나가서 기분이 좋거든. 하하하-!”


주고받는 눈빛속에서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고갔다.


그리고 그런 흐름속에 휘말린 천둥 길드의 길드원들 역시, 최두식의 장단에 맞춰 웃어보이는 모습이었다.


“100만 구독자 찍으면 한 번 인터뷰하러 오겠습니다.”


“100만 유튜버! 그거 부럽군! 나보다 더 잘벌게 되는거 아닌가 모르겠어!”


피비린내와 그을음으로 가득찬 게이트의 너머.


아무 일도 없었던 날의, 평온한 하루가 또 다시 지나갔다.




* * * * * *




불사기사 최두식의 토벌 작전으로부터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최두식의 토벌 영상을 최대한 멋지게 편집했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낸 영상을 인터넷에 업로드했다.


‘헌잘알’ 채널의 컨텐츠 중에서도 가장 핫한 컨텐츠.


S급 헌터 분석영상이 업로드 된 것이다.


그런 내 분석영상이 업로드된 직후, 최두식은 곧바로 나에게 연락을 전해왔다.


커뮤니티 내부의 1:1 대화기능을 통한 연락이었다.



- 마산사나이 최두식 : 자네가.올린 영상.잘봤네.^^


- 마산사나이 최두식 : 무척이나.깔끔하게.잘나왔더군,,,


- 마산사나이 최두식 : 그런데.자네.저번에보니까


- 마산사나이 최두식 : 배리어 사용하는.반응속도가.예사롭지않던데


- 마산사나이 최두식 : 언제.한번.대련해볼.생각없나?^^~



최두식의 커뮤니티 이용자 닉네임, ‘마산사나이 최두식’의 이름으로 전해져온 메세지의 내용.


그것은 영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언제 한 번 나와 대련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일전에 벌어진 사고에서 내 모습을 감명깊게 본 모양이었다.


하지만 커뮤니티 관리자인 내가 어떻게 그와 대련같은걸 한단 말인가.


하위등급 헌터인 내가 최두식과 할 수 있는 대련이라고는, 커뮤니티 내부에서 키보드 배틀을 벌이는 것밖에 없었다.


“내가? S급 헌터랑 대련을? 말도 안되는 소리지.”


불사기사 최두식에게 한대맞고 쓰러지지나 않으면 다행인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최두식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을 선택했다.



- 거품판독기 : 죄송합니다 제가 몸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 거품판독기 : 가급적이면 직접 전투를 벌이는건 삼가하고 있습니다


- 마산사나이 최두식 : 그거.참.안타깝구만.


- 마산사나이 최두식 : 자네도.사연이.있겠지,,,,,


- 마산사나이 최두식 : 그럼.다음에.술한잔하지^^~



내가 정체를 숨기는 것에 적당한 이유를 대자, 최두식은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몸이 안좋아서 전투를 피하고 있다는 이유를 순순히 납득하고 넘어간 것이다.


만약 최두식이 내 말을 의심했다면 어쩔 수 없이 키보드 대련을 해야했을테니 나로서도 다행이었다.


“영상에 달린 댓글이나 확인해볼까.”


그렇게 최두식과의 대화를 스무스하게 넘긴 이후.


나는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최두식의 전투영상을 클릭했다.


단독으로 S급 헌터의 전투영상을 촬영해온 것에 대한 구독자들의 댓글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딸깍-.


내가 스크롤을 내려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최두식의 전투에 대한 긍정적인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최두식쯤 되면 대한민국 헌터의 원로정도 되는 까닭이었을까.


몇몇 헌터 채널에서 이모티콘으로 놀란 표정을 달아주는 모습이었다.


“S급 헌터 영상은 아무나 따오는게 아니지. 다들 부럽긴 한가보네.”


헌터 유튜브계의 원로정도 되는 내 입장에서는, 그들 역시 내 가르침을 받고 커나가는 병아리 채널들에 불과했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조그마한 도움을 베풀어주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터 유튜브계에 선순환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구독자 59만 5천명의 거대 채널에는 그만한 영향력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내 영상에 댓글을 달아준 유튜버들의 댓글을 상단에 고정했다.


혹시라도 이 고정댓글을 통해 해당 채널에 조금이라도 유입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가 후배 유튜버들에게 베풀어주는 일종의 끌어주기인 셈이었다.


“그래도 일찍보러왔으니까 형이 인심써서 최상단에 고정해준다.”


그렇게 몇몇 유튜버의 댓글을 고정해준 뒤에, 나는 스크롤을 내려 나머지 댓글들도 확인해보았다.


드륵, 드르륵-.


마우스 휠이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조금 더 직설적인 표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영상의 심연에 달려있는 댓글들을 하나씩 읽어보았다.


- @gdfgdhwrwe : 최두식 = 음주운전 범죄자. 두 번 다시 헌터생활 못하게 만들어야함.


비교적 최근에 최두식의 음주운전 사태가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심연 아래에는 음주운전과 관련된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추천도 제법 눌려있는걸 보니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 아래에 있는 댓글 역시 비슷한 양상이었다.


- @wtedgdfsd : 토벌작전도 술 마시고 들어간거 아닌가요


최두식의 음주운전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제아무리 S급 헌터여도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지탄까지는 피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S급 헌터에게 알콜이 어떻게 작용하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턱을 괴고서 최두식과 관련된 댓글들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이번 영상은 댓글을 막아놓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았다.


“이미지 관리하려면 아무래도 당분간 고생 좀 하셔야겠네.”


그렇게 내가 동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감상하던 도중.


지이잉-.


책상에 놓아두었던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내가 전화를 연결해 스피커 모드를 설정하면, 스마트폰의 스피커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유호야. 나다.”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목소리의 주인.


그것은 ‘헌터사전’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최우현이었다.


나는 그런 최우현을 향해 용건을 물어보았다.


“어, 형.”


- “유호야. 너 지금 뭐하고 있냐?”


“나야 유튜브 댓글 관리하는 중이지. 무슨 일인데 그래?”


- “그러냐? 너한테 하나 물어볼게 있어서 전화 걸었는데.”


지직-.


스마트폰 너머의 목소리가 끊기고서 잠시 후.


무언가를 확인하고 돌아온 것인지, 최우현이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 “너 대체 어떻게 천둥 길드에 촬영허가를 받아온거야?”


최우현이 나에게 꺼낸 질문.


그것은 내가 불사기사 최두식의 영상을 촬영해온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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