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 커뮤니티의 흑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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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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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DUMMY

역 근처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카페.


나는 현재 그곳에서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무장한 누군가와 마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눈가를 가린 선글라스 위로 가로지르는 빛바랜 머리카락.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듯 턱을 가리고 있는 새하얀 마스크.


해당 패션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대한민국의 S급 헌터들 중 하나인 검귀(劍鬼) 천시예였다.


셀레스티아 길드의 S급 헌터가 멘토인 나를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지난번에 말이야······.”


천시예는 주변을 힐끔거리며 카라멜 마끼아또를 한모금 들이켰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는 기색은 여전했다.


차가운 커피를 마신 천시예는 나에게 이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물어오는 모습이었다.


“오지후와 둘이 게이트에 들어가서 문제가 생겼다면서?”


“이중 게이트에 대해서 물어보는 거야?”


“응, 그거 말이야. 지금 그거때문에 헌터학계가 한바탕 뒤집혔다던데?”


천시예가 커피를 마시던 나를 향해 던진 질문.


그것은 이전에 오지후와 경험했던 ‘이중 게이트 현상’에 대한 것이었다.


학회에서 몇차례 가능성에 대한 주장이 나온 적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나온 적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해당 현상을 촬영한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빼도박도 못할 증거가 생겼으니 학자들 사이에서도 수많은 논쟁이 터져나왔을 터.


그 덕분에 해당 영상을 게시하고 있는 내 유튜브 채널에서도 화끈한 반응들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이중 게이트를 영상으로 찍어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말이야. 나같은 S급 유튜버가 처음으로 한 건 벌인 셈이지.”


“S급 유튜버··· 그렇게 이야기하기엔 구독자가 엄청 높은 편은 아니지않아?”


“유튜버가 아닌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구독자 숫자만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가치가 있는거야.”


반쯤은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또 반쯤은 진심이 담겨있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지금 천시예의 눈앞에 앉아있는 C급 헌터만 하더라도, 등급을 넘어서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신창 주선호가 ‘형제’라고 불렀던 사람이 누구던가.


그게 바로 나다.


검귀가 천시예가 가르침을 받고 있는 멘토가 누구던가.


그것도 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등급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헌터인 셈이었다.


‘솔직히 다 필요없고 그냥 S급 헌터나 하고 싶다.’


물론 마음같아서는 그런거 다 내다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S급 헌터가 되고 싶은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내가 이중 게이트에서의 일을 이야기하면, 천시예는 한손으로 턱을 괴면서 흥미롭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차가운 커피를 내려놓은 천시예가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듣자하니 게이트에서 데스나이트가 나왔다고 하던데, 오지후 혼자서는 데스나이트를 잡기 어려웠겠네?”


“······.”


“이번에 게이트에 같이 들어갔다면서. 직접 손을 거들어주고 나온거야?”


천시예가 나에게 던진 또 다른 질문.


그것은 내가 게이트 안에서 직접 전투에 관여했느냐는 이야기였다.


천시예도 그렇고, 최두식도 그렇고.


저마다 S급 헌터의 탈을 쓰고 있는 내 실력에 대한 기대치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었다.


‘조금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고 가는게 맞겠지.’


게이트 내부에서 일어났던 일은, 어찌보면 내 활약상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나는 게이트 너머에서 있었던 자그마한 활약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아무리 오지후라도 준비없이 데스나이트를 상대하기는 힘들지.”


“그래서, 원거리 딜러인 오지후가 어떻게 데스나이트를 쓰러뜨린건데?”


“잠깐 나서서 데스나이트의 움직임을 멈춰줬을 뿐이야. 그 뒤에는 오지후가 알아서 처리한거지.”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나에게 [강력경고]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도움은 커녕 오지후와 함께 험한 꼴을 당했을테니 말이다.


오지후의 화력이 부족했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냉정한 판단과 맞물린 상황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셈이었다.


“그렇구나. 오지후가 안에서 애를 먹은 표정이 나름 볼만했겠네.”


다만, 눈앞의 천시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천시예는 당황한 오지후의 얼굴이 눈에 보인다는 듯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검귀와 파천궁의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닌 모양이었다.


오지후가 골탕먹었다는 사실에 저리도 좋아하는걸 보니 말이다.


“그렇게 좋아할 것까지야 있나?”


“그 사람, 엄청나게 성가신 성격이거든.”


“오지후가 그 정도야?”


“헌터계에서는 나름 유명할거야. 아저씨도 걔 별로 안좋아해.”


성가신 성격.


그런 이야기를 듣자, 언젠가 보았던 ‘망원동불주먹’의 댓글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상당히 고약한 내용의 게시글에 ‘너 오지후냐?’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던가.


헌터들 사이에서 오지후의 이미지가 어떤 느낌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파천궁에 대한 악명이 자자하네.”


“그런 사람이거든. 당신도 자주 만나다보면 나름 골치아픈 일을 겪을지도 몰라.”


그 이후에는 파천궁 오지후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흘러나왔다.


그가 S급 헌터들 사이에서 악명을 얻게 된 계기라던가.


솔직히 말하면 실력은 형편없다던가.


천시예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에게 꺼내왔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끝나며 슬슬 커피잔의 얼음이 녹아갈 즈음에는, 언제나와 같은 주제로 되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아, 맞아. 그런데 말이야.”


“······.”


“다음 영상은 언제 올라오는거야? 헌터 랭킹이랑 관련된 영상말이야.”


S급 헌터 랭킹 TOP 10.


천시예가 그토록 기다리는 영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평소같았으면 그냥 웃고 넘겼겠지만, 오늘만큼은 다른 대응을 보일 차례였다.


스윽-.


나는 유튜브 페이지가 띄워져있는 스마트폰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


“여기 나오기 전에 업로드한거야.”


천시예의 기대감 가득한 시선이 향하는 스마트폰의 화면.


그곳에는 그녀가 그토록 고대하던 헌터 랭킹 영상이 띄워져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카페에 나오기 전, 유튜브에 업로드한 새로운 랭킹 영상이었다.


이번 영상에는 천시예의 랭킹이 무려 6위에 랭크되어있었다.


그동안의 성장세를 감안해 내가 새롭게 매긴 헌터 랭킹이었다.


새로 업로드된 영상에 천시예가 침을 삼키면, 나는 그녀에게만 들리도록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집에 돌아가면 좋아요 버튼 누르고서 다시 봐라.”


끄덕-.


천시예의 고개가 조용히 움직였다.




* * * * * *




카페에서의 시간이 끝나고서 몇시간 후.


나는 선글라스를 착용한 천시예와 함께 번화가 한복판을 걸었다.


분명 헌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을, 어쩌다보니 백화점 쇼핑에까지 끌려가게 되었던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조금이라도 마음의 빚을 덜어낼겸 선물을 사준다더니, 막상 들어가고나선 본인이 사고 싶은 것만 구경하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금 천시예의 손에 들려있는 쇼핑백이었다.


S급 헌터라 신체 능력치가 높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법 무게가 나가는걸 깃털마냥 잘도 들고다니는 모습이었다.


“선물은 마음에 들어?”


그렇다고 해서 내가 천시예에게 아무것도 받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내 손목에는 이천만원짜리 명품시계가 채워져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름이 너무 길어서 제대로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상당히 비싼 시계라고 들은 물건이었다.


이만한 고급시계를 선물받은건 처음이었기에, 내 입장에선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는 물건이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야. 고맙다.”


“조언 받은거에 비하면 별거 아니긴 하겠지만, 그래도 만족했다니 다행이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모습이었다.


평소에 내색은 잘 안해도 나름대로 상당한 부채감을 안고 있던 모양이었다.


천시예도 사실 주선호 못지않게 내 포인트를 받아먹은 인물이었으니까 말이다.


시계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진 않아도, 조금은 부담감을 덜어내고 싶었을 터였다.


“너무 부담갖지마라. 헌터생활 하다보면 언젠가는 다 갚겠지.”


“······혹시 사채업자 행세하려는건 아니지?”


“나처럼 자비로운 사채업자가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나는 실없는 농담을 던지면서, 손목에 찬 고급시계를 바라보았다.


커뮤니티를 개설하고서 S급 헌터들과 어울리게 된 이후, 점차 터무니없는 물건들과 엮이게 되는 기분이다.


지금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오르타의 은총(S)>이나,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S급 헌터들과 지내다보니 나 자신도 S급이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능력치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물론 당연히 갚을 생각이야. 나는 빚지고는 못사는 성격······ 아.”


그렇게 내가 천시예와 빚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가던 도중.


나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던 천시예의 입이 갑작스럽게 다물어졌다.


번화가의 한복판은 여전히 소란스러운 채였지만, 왠지 모르게 이 장소가 조용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갑작스러운 천시예의 변화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천시예의 눈동자는 무언가를 발견하고서 크게 떨리는 모습이었다.


“······.”


침묵에 젖은 눈동자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나는 맞은편에서 왠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남자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심한 듯한 얼굴로 번화가 한복판을 걸어가는 시선.


허나 그런 걸음걸이에서는 이상하리만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발걸음은 어딘가 세속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나. 그리고 천시예.


무심한 눈동자가 두 사람을 차례대로 바라보고서 지나쳐갔다.


“저희 매장 새로 오픈했습니다!”


“거기, 길 막지 마세요!”


소란스러운 번화가 한복판.


그 속에서 범상치 않은 걸음을 내딛은 채 나아가던 남자는, 머지않아 번화가의 골목길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터벅. 터벅.


기이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던 남자가 골목길로 사라진 이후.


나는 그제서야 자신이 누구를 마주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주선호.”


—S급 헌터, 신창 주선호.


이상하리만치 인지가 뒤틀린 탓에 판단이 늦어졌지만, 방금 지나간 사람은 틀림없이 신창 본인이었다.


얼마전에 나와 채팅으로 메세지를 주고받았던 주선호가 번화가를 지나쳐간 것이다.


내가 그런 주선호에 대해 뒤늦게 깨닫고 나면, 그제서야 내 옆자리에 있던 천시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안. 나 먼저 돌아가볼게.”


먼저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하는 천시예의 목소리.


툭-.


그와 동시에 천시예의 손이 쇼핑백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모습을 마주한 나는 당황한 채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잠깐만, 지금 어딜 가려고······!”


허나, 그런 내 목소리가 전해지는 것보다도 천시예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스윽-.


쇼핑백을 내려놓은 천시예는 어느새인가 인적이 없는 골목으로 사라져버린 모습이었다.


천시예가 사라진 자리.


그곳에는 주인을 잃어버린 쇼핑백들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


사라진 천시예를 바라보던 내 머릿속에 최두식의 이야기가 스쳐지나갔다.


나에게 신창과 검귀의 사이가 철천지원수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했던가.


그런 최두식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고 한다면, 눈앞에 있던 천시예가 신창을 보고 뛰쳐나간 것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이거 하나같이 비싼 물건들인데.’


나는 옆자리에 남겨진 쇼핑백들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천시예는 이 물건들보다 주선호를 뒤쫓는걸 중요하게 여긴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몇천만원짜리 물건들을 그냥 놓아두고 가는건 내 심기가 불편했다.


“일단 챙기자.”


차마 쇼핑백들을 버리고 갈 수 없었던 나는, 묵직한 쇼핑백들을 전부 챙겨들었다.


그리고는 사라진 천시예를 뒤쫓아 전속력으로 어두운 골목을 향해 달렸다.


타다다다닥-.


천시예보다 5배쯤 느린 발걸음이 달려나가며, 주선호와 천시예의 흔적을 찾아나섰다.


“하아, 하··· 대체 어디까지 간거야······?”


두 사람의 발걸음이 지나치게 빠른 탓에, 그들을 찾아내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편이었다.


깊숙한 골목길의 갈림길을 몇번이나 꺾어나갔을까.


걸음을 재촉하던 내 입가에서 거칠어진 호흡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을 즈음.


나는 모퉁이 너머에서 자신이 찾던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퉁이의 너머.


그곳에서 짙은 압박감을 풍긴 채로 대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직까지도 과거의 사고에 그렇게 집착하고 있는거냐.”


낙서가 그려진 벽면의 옆쪽.


그곳에서 낮게 깔린 주선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헌터계의 정점. 그리고 모든 S급 헌터들의 우상.


신창 주선호가 내뱉는 선명한 목소리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 짓을 벌여놓고서··· 모든게 고작 사고에 불과하다고 말하는거야······?”


그런 주선호의 맞은편에서는, 짙은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천시예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S급 헌터가 전력으로 이끌어낸 마력.


그러한 마력의 파동에서는 숨이 막힐듯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파직-.


공기를 짓누르는 마력이 맞닿는 경계선에서, 스파크가 튀어오르며 반투명한 경계가 드러났다.


랭킹 최상위권에 위치한 두 헌터의 대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한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 그날의 일은 단순한 사고였다.”


“······주선호!”


“설령 사고가 아니었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건 없을거야.”


귓가에 울려퍼지는 차가운 목소리.


그와 함께 서늘한 공기가 살갗에 선명하게 전해져왔다.


피부를 타고 기어오르는 살기.


S급 헌터, 신창(神槍)이 진심으로 발하는 살기가 터져나온 것이다.


주선호가 흘리는 살기에 접하기 무섭게, 나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살기를 마주했을 뿐인데도, 숨통이 조여진 채 서있는 듯한 감각.


전신에 수많은 창날이 겨누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쿠웅-.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살기에, 심장이 거친 고동을 퍼뜨렸다.


지금 이 순간의 생사여탈 전체가 주선호의 손아귀에 달려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주선호.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


그런 주선호에게 대항하기 위해, 천시예 역시 짙은 살기를 퍼뜨렸다.


대기를 타고 확산하는 살의.


두 초인의 기운이 뒤엉키며, 내 전신을 강하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근처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무지막지한 압박감이 전해져왔다.


육체의 생존본능이 나를 향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숨이 제대로 안쉬어져······!’


이대로 가다가는 죽는다.


그러한 경각심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미 두 사람 다 진작에 내 기척을 느꼈겠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나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친 헌터들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신경전을 벌여 나를 짓눌러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젠 진짜 모르겠다.’


살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만 했다.


그게 비록 정신나간 짓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입을 크게 벌려, 나오지 않는 공기를 억지로 터뜨렸다.


그런 내 목으로부터 새어나오는 목소리가 커다랗게 골목에 울려퍼졌다.


“······그만!”



- [강력경고]가 활성화됩니다.


- 오늘은 더 이상 [강력경고]를 활성화할 수 없습니다.



짧은 정적.


그와 동시에 [강력경고]에 적중당한 주선호의 동공이 커다랗게 변했다.


전신을 짓누르던 압력이 한순간에 거두어지고, 틀어막혀있던 호흡이 그제서야 터져나왔다.


후우-.


막혀있던 호흡을 몰아쉬듯이, 깊은 숨을 한번에 들이킨 이후.


“너는, 설마······.”


의문에 젖은 주선호의 눈동자가 나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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