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 커뮤니티의 흑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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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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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익명이라는 것은 때때로 사람의 마음에 그어진 선을 지워버리고는 한다.


고작해야 이름이 가려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이야기들을 꺼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각국을 대표하는 S급 헌터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S급 헌터들 역시 온갖 이야기들을 꺼내고는 했으니까 말이다.


오늘도 커뮤니티에서는 익명이라는 탈을 쓰고서 다양한 게시글들이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오늘따라 커피가 진하게 잘 나왔네.”


그리고 나는 현재 커피를 마시면서, 그런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윽-.


손가락을 움직여 스크롤을 내리면 무수한 게시글들이 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게시판에 올라와있는 게시글들 중에는 상당히 인상깊은 글들도 여럿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 내 눈앞을 가득채우고 있는 화려한 게시글 라인업들처럼 말이다.



- 나 신창인데 [3] (망원동불주먹)


-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해? [11] (ronaldo_7)


- 오늘도.꽃이.예쁘네요.^^ (마산사나이 최두식)


-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위해 중국이 생각해낸 획기적인 방법 [3] (xkingx)


- 점심.만들어.머것어요 ^ O ^ [1] (swordmaster)



나는 오늘도 선명한 자기주장으로 가득차있는 게시글들을 바라보았다.


최두식한테 글쓰는법을 배웠는지 의심되는 천시예의 게시글부터 시작해서, 애국심에 미쳐있는 게시글, 댓글 하나도 안달리는데 묵묵히 적어나가는 게시글 등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단연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용자명 ‘망원동불주먹’이 작성한 글이었다.


게시글의 제목은 ‘나 신창인데’.


적어도 게시글의 제목만 봐서는 무게감따위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게 누구 닉네임이더라.”


잠시동안 해당 게시글의 제목을 보며 고민하던 나는, 이내 게시글의 내용을 확인해보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툭-.


손가락을 움직여 화면을 터치하자 해당 게시글의 내용이 눈앞에 출력되는 모습이었다.



[ 제목 ] 나 신창인데


[ 작성자 ] 망원동불주먹


[ 이용자 정보 ] 주선호(29) / S급 / 신창


이중 게이트 현상 내가 직접 보고왔다


게이트 공략 한번도 못해봤을것 같은 이상한 박사 논문 들고와서 반박하던데


직접 보지도 못한 인간들이 이중게이트의 존재여부에 대해서 운운하는게 맞는건가?


[ 댓글 3개 ]


[ 공지사항 / 수정 / 삭제 ]



해당 게시글의 작성자 닉네임은 ‘망원동불주먹’.


그 정체는 신창 주선호 본인이었다.


“이게 진짜 주선호였네.”


게시글의 내용으로 추정해보건데 누군가와 특정 현상에 대해 한참동안 논쟁을 벌였던 모양이었다.


익명 커뮤니티의 특성상 타인과의 논쟁은 자주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다만 아무리 신창이라고 해도 논쟁에서 지는 것만큼은 참기 어려웠던 것일까.


그는 구태여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까지 제 권위를 내세우려는 것으로 보였다.


“다들 커뮤니티 들어와서 하나씩 추해져가는구나. 망원동불주먹이 뭐야, 망원동불주먹이.”


나는 주선호의 닉네임을 보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TV에서나 보던 내 우상들이 점점 초라해져가는 모습은 마주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최두식이나 천시예도 그렇지만, 커뮤니티에서 마주한 주선호의 모습 역시 상당한 충격이었다.


커뮤니티와 현실, 양쪽 다 품격을 갖추고 지내는 것은 역시 나밖에 없는 것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해당 게시글의 댓글창을 확인해보았다.


“······.”


그러자 한층 더 웃음이 터져나오는 댓글의 내용을 마주할 수 있었다.



[ 댓글 3개 ]


frz0777 : S급들만 모여있다고 죄다 자기 정체가 신창이래


frz0777 : 농담아니고 일주일동안 신창만 5명은 본거같은데?


ronaldo_7 : 작성자가 신창이면 나는 검성이겠네 ㅋㅋ



작성자명 ‘망원동불주먹’이 작성한 글에는, 안타깝게도 그의 정체를 부정하는 댓글들이 달려있었던 것이다.


전세계의 모든 헌터들을 통틀어서 정점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에 올라있는 인물이 바로 신창 주선호였다.


유명한 이름인만큼 그를 사칭한 이들도 제법 있는 모양이었다.


‘frz0777’이나 ‘ronaldo_7’이 그의 정체를 듣고서 비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이번에도 신창을 사칭하는 누군가가 나타난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신창의 정체를 의심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들을 비웃었다.


“진짜 신창이라는걸 알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지는데.”


특히나 상대가 진짜 신창이라면, 자기는 검성이라고 주장하는 ‘ronaldo_7’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다.


영국의 검성은 한국의 신창에 버금가는 강자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S급 헌터, 검성— 아서 테브란트.


그는 내 마음속의 헌터 랭킹 2위를 차지할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적어도 인지도 면에서는 신창에게 꿇리지 않는 인물인 것이다.


나는 신창의 정체를 부정하며, 검성을 운운하는 ronaldo_7의 정체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기에 그의 정체를 확인해보기 위해, 게시판에 있는 ronaldo_7의 게시글에 들어가보았다.



[ 제목 ]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해?


[ 작성자 ] ronaldo_7


[ 이용자 정보 ] 아서 테브란트(24) / S급 / 검성


사실 이건 질문이 아니야


정답은 이미 정해져있거든


‘RONALDO 7’.


[ 댓글 11개 ]


[ 공지사항 / 수정 / 삭제 ]




게시글에 들어간 나는 곧장 작성자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러자 게시글의 상단에 적혀있는 익숙한 누군가의 이름이 보였다.


아서 테브란트(24).


그 이름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숙이며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얘도 진짜 검성이네.”


이용자명 ronaldo_7의 정체는 정말로 검성이었던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검성의 실체를 마주한 나는, 또 한차례 S급 헌터에 대한 인식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느꼈다.


밖에서는 멀쩡해보이던 녀석들이 왜 커뮤니티만 들어오면 기행을 보이는 것인가.


나로서는 안타까움을 금치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후우-.


무너져내린 지식의 요람을 마주하던 나는 한숨을 내쉬며 게시글 작성버튼을 클릭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건전한 게시글을 올려서 커뮤니티의 질을 높이는 수밖에.”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역시 나부터 나서서 유익하고 좋은 글을 쓰는 수밖에 없을 터였다.


나는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환기할 목적으로 교양있는 게시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타닥, 타다닥-.


게시판에 업로드할 게시글의 제목은 ‘냉정하게 판단한 헌터 랭킹 TOP5’.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던 야심작의 진화 버전이었다.


1위인 신창 주선호를 시작으로 5위인 뇌제 알렉스까지의 이름이 적혀있는 리스트인 것이다.


내가 허공에 나타난 키보드를 두드려 게시글을 작성하고 나면, 머지않아 귓가에 익숙한 알림이 울리는 모습이었다.


띠링-.


귓가에 울린 알림소리에 나는 곧장 댓글창을 확인했다.


“뭐야. 벌써 댓글이 달렸나?”


갱신된 댓글창의 모습을 확인하자 나는 게시글에 달린 댓글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마산사나이 최두식 : 최두식헌터님.이름이.빠졌네요.^^



해당 댓글을 보기 무섭게 나는 곧바로 커뮤니티를 종료했다.


참고로 불사기사 최두식의 헌터 랭킹은 11위였다.




* * * * * *




헌터의 본질은 무엇인가.


누구에게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돌아올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이트 너머의 괴물들과 맞서 싸우는 것이 헌터의 본질이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서, 하루종일 커뮤니티나 하고 있는건 헌터 본연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현재 인적이 드문 공터에 나와있었다.


제 한몸 지키기 위한 헌터로서의 단련을 위함이었다.


“슬슬 경매장에 소모품이 많이 올라오는구나.”


그리고 그런 내 눈앞에는 커뮤니티의 [경매장] 메뉴가 띄워져있는 상황이었다.


[경매장]에 올라온 아이템들 중에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기 위함이었다.


정확히는 적당한 가격에 올라온 소모성 아이템들을 매입할 생각이었다.


“적당히 양심적인 가격에 올라온 물건들 위주로 사들여야겠네.”


내가 가지고 있는 S급 장비, <오르타의 은총(S)>은 소모성 아이템의 효과를 증폭시켜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투보조 목적의 소모성 아이템을 구매해서, 그 효율을 증폭시켜 호신용으로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어디보자. <파이어볼 스크롤(C)>··· <윈드커터 스크롤(C)>··· 대부분 등급이 C급인가.”


나는 경매장에서 소모성 아이템을 검색해 적당한 가격대의 물건을 찾아보았다.


그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C급의 마법 스크롤들이었다.


마법 스크롤들은 단순히 찢어버리는 것만으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러한 편리성 탓에 스크롤 한장의 가격이 경악스러운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대부분 300포인트에서 500포인트 수준인건가··· 나쁘지 않은 가격이야.”


C급 스크롤들의 가격은 300~500포인트 사이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현금으로 볼때는 경악스러운 수준이었지만, 막상 포인트로 보니 크게 부담가는 금액은 아니었다.


300포인트면 3일간 출석체크를 하는 것만으로도 수급할 수 있는 포인트였다.


시장에 풀리더라도 그리 크게 지장이 없는 액수라는 이야기였다.


더군다나 내가 현금은 몰라도 포인트 하나만큼은 무한하게 복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돈복사 헌터인 내 입장에서 스크롤을 비축하는건 아무런 문제도 없는 일이었다.


“일단 물량이 적당히 남아있을 수준으로만 사둬야겠어.”


경매장에서 스크롤들의 가격을 확인한 나는, 이내 손가락을 움직여 소모성 아이템들을 구매했다.


툭. 투욱-.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포인트가 빠져나가며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시야의 한구석에서는 내 결제내역을 알리는 메세지가 줄줄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 <윈드커터 스크롤(C)>을 350포인트에 구매했습니다.


- <윈드커터 스크롤(C)>을 377포인트에 구매했습니다.


- <파이어볼 스크롤(C)>을 420포인트에 구매했습니다.


- <매직미사일 스크롤(D)>을 333포인트에 구매했습니다.


- <폭발형 마석(B)>을 511포인트에 구매했습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팔랑이는 스크롤이 눈앞에 한장씩 떨어져내렸다.


띠링-. 띠링-.


더군다나 반복적으로 울려퍼지는 알림음은 나로 하여금 FLEX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경매장에 나온 스크롤들을 양껏 쓸어담은 이후.


나는 내 앞에 수북하게 놓여있는 스크롤들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


<윈드커터 스크롤(C)>.


바람계열의 기초적인 공격마법들 중 하나가 담겨있는 스크롤이었다.


나는 그것을 손에 들어서는, 심호흡을 하며 스크롤의 끝을 붙잡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스크롤이었다.


일개 유튜버의 수익으로는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물건이었기에, 이런식으로 쌓아놓고 사용하게 될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좋아. 어디 한 번 써보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스크롤을 힘차게 찢었다.


찌이익-.


찢겨나간 스크롤이 빛의 입자로 변해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머지않아 시원한 바람이 나를 휘감는 모습이었다.


거칠게 흩날리는 머리카락.


나는 그 너머로 멀리 떨어져있던 바위를 노려보았다.


바위를 바라보며 그것을 겨냥한다고 생각하자, 나를 감싸던 바람이 빠르게 쏘아져나갔다.


휘잉! 카가가가각-!


바위가 갈려나가는 날카로운 소리.


무수한 돌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쩌저저적-.


그 직후 바위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수갈래로 쪼개졌다.


스크롤을 이용해 사용한 윈드커터가 단단한 바위 하나를 완전히 부숴버린 것이다.


나는 산산히 부서진 바위의 모습에 감탄에 젖은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기초마법치고는 위력이 말도 안되는데?”


고작해야 기초적인 마법으로 만들어냈다기엔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오르타의 은총(S)>.


소모성 아이템의 출력을 2배 증폭시키는 헌터 장비의 힘이 곁들여진 결과물이었다.


나는 처참하게 부서진 바위를 바라보다가, 다시금 바닥에 쌓여있는 스크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고작해야 C급 아이템을 사용했음에도 저런 수준인데, B급 아이템을 사용한다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보여줄 것인가.


지금 당장 다른 스크롤을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마법을 사용해볼까.”


내가 그런 생각으로 스크롤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려던 순간.


지이이이잉-.


갑작스럽게 내 스마트폰에 메세지가 하나 도착했다.


나는 바닥을 굴러다니는 스크롤을 향해 뻗던 손을 멈춰세웠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에게 날아온 메세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 천시예 : 내일 시간 괜찮아?


- 천시예 : 부탁할게 하나 있는데


구독자 60만 유튜버인 나에게 메세지를 보내온, 무척이나 친숙한 이름의 S급 헌터.


천시예로부터의 메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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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4 24.08.31 6,433 152 13쪽
» 14화 +10 24.08.30 6,703 1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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