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 커뮤니티의 흑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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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이전에 한 번 이중 게이트 현상에 대한 주선호의 커뮤니티 게시글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봤던 주선호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가 말하는 이중 게이트가 동반하는 핵심 현상은 하나였다.


내부에 존재하는 게이트 하나가 기존 게이트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


두가지 게이트가 연결되어 궁극적으로 병합된다는 이야기였다.


즉, 내부에 존재하는 게이트의 공략 난이도를 기준으로, 기존 게이트의 난이도가 조정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마주한 시스템 메세지가 가리키는 사실은 하나뿐이었다.



- [게이트 : 타락한 검의 영역]이 실체화됩니다.


- 판정 등급 : A+



기존에 있던 B급 게이트가 오염되어, A+급의 게이트로 난이도가 갱신된 것이다.


판정 등급 A랭크 오버, 즉 마경(魔景)이었다.


더 이상 해당 게이트에서 아이언 골렘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이, 찢어진 균열 너머에서 음산한 기운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확산해나가는 어둠.


무수한 어둠이 훑고 지나가는 땅에서는 풀 한포기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파스스스스-.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이 지평선 끝까지 뻗어나갔다.


균열에서 쏟아져나온 힘은 게이트의 풍경을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실시간으로 뒤바뀌는 하늘의 모습에, 당황한 얼굴의 오지후가 나와 최우현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당장 뒤돌아서 뛰어!”


“허, 헌터님··· 이게 대체······!”


“설명할 시간 없어! 마경자체가 탱커 없이는 어떻게 해볼만한 곳이 아니라고!”


그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최우현을 향해 험악한 얼굴로 일갈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오지후 혼자서 커버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이야기였다.


더 이상 우리를 쫓아오는건 아이언 골렘이 아니라, 그보다 더 빠르고 영악한 녀석들이 될테니 말이다.


오지후가 머뭇거리는 최우현을 노려보면, 최우현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달리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런 최우현을 따라서 게이트의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언데드 계열 몬스터가 나오는 게이트로 변화한 것 같은데······!”


오지후는 우리의 뒤를 지키듯이 바짝 붙어서는, 후방을 향해 화살을 겨누며 이야기했다.


언제 어디서 쫓아올지 모르는 몬스터의 습격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오지후의 걱정을 현실로 바꾸듯이, 이내 사방에서 녹슨 칼을 든 해골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흔들리는 뼈 소리를 내며 이쪽을 향해 뛰어오기 시작한 몬스터들.


마경에서 출현하는 언데드 계열 몬스터, 스켈레톤 워리어였다.


“—[심안].”


몬스터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오지후의 눈동자에 이채가 깃들었다.


뒤를 돌아본 채로 시위를 매긴 그는 곧바로 화살 몇발을 쏘아내었다.


피잉! 피이잉-!


오지후가 쏘아낸 화살이 마력을 머금은 채로 뻗어나갔다.


선명한 화살들이 파공음을 터뜨리며 날아갔고, 그 궤도에 있던 해골들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파삭-.


S급 헌터의 일격에 머리가 사라진 언데드들은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연속으로 화살을 쏘아낸 오지후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았다.


“보스나 엘리트급이 나오면 저 사람의 안전도 보장하기 어려워질거야.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벗어나라고 이야기해.”


“······.”


“정체를 숨기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서. 이런 곳에서 정체를 들켜서야 마음에 들지 않을거 아니야.”


오지후는 쫓아오는 몬스터들을 정리하면서도, 나를 향해 조용히 이야기를 전해오는 모습이었다.


그는 여전히 나와의 약속을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 역시도 촬영을 이어갈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기에, 조용히 오지후의 지시에 따를 뿐이었다.


마경에 들어온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위험에 머리를 들이밀었던 적은 없었다.


위험한 곳일수록 전적으로 헌터에게 맡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오지후의 요청에 응하며, 내달리고 있던 최우현을 향해 이야기를 전했다.


“후우··· 형, 아무래도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허억, 헉······.”


전력으로 질주하던 최우현이 애써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뜀박질과는 담을 쌓아두고 살아온 모양이다.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는 얼굴을 보건데, 이미 심박수가 극한에 도달한 것 같은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등급은 낮다지만 나도 역시 헌터는 헌터인 모양이었다.


최우현보다는 도망가는게 조금 더 여유롭게 느껴지고 있었다.


“허어억··· 허억······!”


서서히 흐트러져가는 호흡.


그리고 달아오르기 시작한 전신.


이미 진작에 촬영을 포기한 카메라를 움켜쥔 채, 나는 달려가는 최우현의 주변을 경계했다.


그렇게 나와 최우현이 빠르게 도망치고 있으면, 후방에서 몬스터들을 격퇴하던 오지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전방에 한마리! 곧 나올테니까 조심해!”


몬스터의 접근을 경고하는 목소리.


그 직후, 우리가 목표하는 방향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에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덜그럭. 덜그럭.


녹슨 무기를 쥐어든 채 우리를 기다리는 스켈레톤 워리어가 나타난 것이다.


“허억··· 유, 유호야······!”


전방에 나타난 몬스터를 확인한 최우현은 사색이 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도망가야하는 방향에 몬스터가 나타났으니 어찌할 바를 모르는 느낌이었다.


그는 헌터가 아니라 단순한 유튜버에 불과했으니, 이 상황 자체가 당혹스러울 것이 분명했다.


나는 도망치는 최우현을 바라보다가, 옆에 걸쳐맨 가방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오지후가 바쁜 상황이니만큼, 나도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만 했다.


‘소모성 아이템 증폭 효과가 있으면, 저 녀석을 상대로도 어느 정도는 통하겠지.’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가방에 있던 스크롤을 뭉텅이로 뽑아들었다.


대충 보아도 10장은 넘을 법한 숫자였다.


나는 손에 잡힌 스크롤을 붙잡아서는, 그것을 한번에 모두 찢어버렸다.


그리고는 도망치던 최우현을 향해 외쳤다.


“신경쓰지말고 계속 뛰어!”


파아아아앗-.


눈부신 빛무리가 나를 휘감으며, 막대한 중압감이 전신을 짓눌렀다.


스크롤에 담겨있던 마력이 일제히 풀려나온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확인한 최우현은 이를 악물고 앞을 향해 질주했다.


나는 질주하는 최우현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던 스켈레톤을 향해 손을 겨누었다.


자신을 휘감고 있는 마법을 쏘아내는 듯한 감각.


전신에 깃든 마력을 한곳에 겨누어, 그것들을 일거에 전부 쏟아부었다.


- 그어어어······!


나와 최우현을 보고 달려들던 스켈레톤 워리어를 향해 무수한 빛의 마법이 뻗어나갔다.


폭풍과 불꽃, 그리고 얼음과 칼날.


형형색색의 빛이 시야를 뒤덮으며 날아가더니, 우리를 가로막던 몬스터의 머리에 직격하는 모습이었다.


콰아아아앙-!


열개가 넘는 마법이 중첩되어 한점에서 터져나갔다.


아무리 낮은 등급의 마법이라고 해도, 증폭된 상태로 열개를 넘게 쏘아낸 공격이었다.


내 공격을 감당하지 못한 스켈레톤 워리어의 머리가 날아가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게 대체 얼마짜리 공격이지.’


얼마나 많은 현금이 있어야지, 방금 전의 공격을 쏘아낼 수 있는 것인가.


거기에 대해 생각하자 실소가 터져나왔다.


헌터로 각성해서 얻은 능력 자체보다도, 값비싼 스크롤을 무더기로 퍼부을 수 있는 이 상황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스크롤을 이용해 몬스터를 격퇴한 뒤에는, 나와 최우현의 다리가 계속해서 그 너머를 향해 나아갔다.


“허억, 허어억······.”


“하아, 하······.”


나와 최우현의 거친 숨소리가 나란히 울려퍼졌다.


거칠어진 호흡속에서 우리가 이동한 거리도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앞으로 가면, 게이트가 보이는 지점이 나올 터.


그 너머로 향하면 마경에서의 여정은 끝이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채로, 나와 최우현이 발걸음을 내딛고 있던 도중—.


쩌저저저적.


기이한 파열음과 함께 이변이 일어났다.



- 죽음의 기운이 내려앉으며 [엘리트 개체]가 등장합니다.


- [엘리트 : 데스나이트 비르칸]이 출현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의 경고 메세지가 갱신되었다.


엘리트 개체의 등장을 알리는 메세지.


조건이 충족되며 해당 필드에 새로운 엘리트 개체가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원거리 계열의 천적이라고 일컬어지는 ‘데스나이트’였다.


해당 메세지를 들은 S급 헌터, 오지후의 입에서 경악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하필이면 데스나이트라고······?”


쿠우웅-.


나와 오지후의 시선이 동시에 맥동하는 균열을 바라보았다.


균열로부터 쏟아져나오는 진득한 기운이 바닥에 모여 덩어리를 빚어내었다.


어둠을 모아 응축시켜놓은 것과 같은 질척한 기운.


그것들이 한점으로 모여 뒤틀리더니, 머지않아 인간의 형상을 이룩하는 모습이었다.


- ······.


파스스스스-.


거두어지는 어둠속에서 붉은 안광이 번뜩였다.


칠흑의 갑주와 검은 칼날이 제 모습을 드러내었으며, 휘감은 어둠은 망토와도 같이 펄럭이는 모습이었다.


인간형 엘리트 개체, 데스나이트.


원거리 딜러에게 있어 공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아무리 재수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여기서 데스나이트가 나오냐!”


오지후는 이를 악문채로 눈앞의 데스나이트를 향해 화살을 겨누었다.


하필이면 파티원이 없는 상황에서, 데스나이트가 나타났다는 상황에 치를 떠는 오지후였다.


더군다나 데스나이트는 저 멀리 떨어져있는데도 불구하고, 나와 오지후를 선명하게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벅. 저벅.


앞으로 향하는 그 발걸음이 빠른 속도로 우리를 노려올거라는 이야기였다.


“—[관통화살].”


시위를 최대로 당긴 오지후가 자신의 화살중에서 가장 관통력이 높은 물건을 꺼내왔다.


데스나이트의 특성을 알고 있는 오지후였기에, 나름대로 최선의 수단이라 생각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허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큰 의미가 있어보이는 선택지는 아니었다.


데스나이트가 원거리 딜러에게 천적과도 같은 이유는, 녀석의 방어력이 단순히 높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도 고랭크의 인간형만이 보여줄 수 있는 테크닉에서 기인하는 문제였다.


적어도 1대1에서 원거리 딜러가 데스나이트를 꺾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발, 맞아라······.”


타다다다닥-.


지면을 박차고 질주하기 시작한 데스나이트를 겨눈 채, 오지후의 입이 긴장에 가득찬 이야기를 흘려내었다.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데스나이트를 노리고서는, 오지후의 손이 붙잡고 있던 시위를 놓았다.


피이잉-!


경쾌한 파공음과 함께 오지후의 [관통화살]이 데스나이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런 [관통화살]을 마주한 채, 데스나이트는 자신의 검을 들어올렸다.


- ······.


입가에서 진득한 어둠을 흘리던 데스나이트의 검이 휘둘러졌다.


카앙!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경쾌한 충돌음.


그와 동시에 오지후의 공격이 꺾인 채로 엇나갔다.


데스나이트의 검이 날아오는 화살을 쳐낸 것이다.


데스나이트가 원거리 딜러들의 공포로서 군림할 수 있는 이유.


무기를 기반으로 한 투사체 대응 능력이었다.


“아오, 그럼 그렇지······!”


오지후는 불만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다시금 화살을 겨누었다.


피잉! 피이잉-!


오지후의 화살이 연달아 쏘아져나갔지만, 데스나이트의 대응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앙! 캉!


빠르게 휘두르는 검으로 화살들을 모두 튕겨낸 채로, 오지후를 향해 곧바로 돌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을 쏘아내는 오지후만 배제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빠르게 머릿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둘이서 도망가봐야, 금방 데스나이트가 쫓아오겠지. 여기서 오지후만 놓아두고서 빠져나갈 수는 없어.’


지금의 상황은 오지후의 입장에서도 명백히 위험한 상황이다.


고민을 하는 순간조차도 데스나이트는 오지후의 화살을 튕겨내며 접근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카아앙-!


오지후가 광범위 폭격을 섞어서 공격하고 있었음에도, 데스나이트는 날아오는 파편들을 쳐내면서 돌진하는 중이었다.


전력으로 도망간다고 해서 그가 무사할지도 장담하기 어려웠으며, 혹여라도 오지후가 무사한 경우에는 내 입지가 위험했다.


오지후가 나를 S급 헌터라고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내가 그를 버리고 도망간 셈이었으니까 말이다.


‘어떻게든 여기서 오지후를 도와야만 한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그리고는 화살을 날리며 데스나이트를 견제하던 오지후를 바라보았다.


카앙! 카아앙-!


그는 튕겨나오는 화살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연사하는 중이었다.


뒤로 물러서며 사격하던 오지후는 후방을 힐끔거리더니, 머지않아 멈춰선 나를 보고서 이야기했다.


“뭐야, 설마 너 여기서······.”


나는 오지후의 이야기를 흘려들은 채로, 맹렬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다른 헌터의 지원을 받으면 늦는다.


그러니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야만 했다.


남들보다 부족한 무력을 가진 내가, 오지후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끼익-.


발걸음을 멈춰선 나를 따라서, 오지후 역시 긴장한 얼굴로 다리를 멈춰세웠다.


“오지후. 가장 강한 공격으로 준비해.”


“뭐······?”


“지금 쏘아낼 수 있는 공격중에서, 가장 강력한 한방으로 준비하라고.”


나는 멈춰선 오지후를 향해 한가지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는 멀리 떨어진 데스나이트를 바라보았다.


데스나이트는 분명 강력한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구력 자체가 높은 편은 아니다.


아무리 오지후의 공격을 튕겨낼 수 있다고 한들,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을 받아내고서까지 견딜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오지후는 화살을 시위에 건 채, 나를 향해 얼굴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화살을 튕겨내면 어쩌게?”


“내가 해결할테니까 믿고 움직여.”


“······.”


“지금 쏘면 무조건 맞을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테니까.”


나는 원거리 딜러로서의 오지후를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자료를 통해 그를 분석해왔으니까 말이다.


그는 다른 헌터와 비교해 단독전투에 강점을 가질 수 없는 유형이었다.


그 탓에 내가 그에게 71위라는 랭킹을 책정하기도 했고 말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화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왜곡화살]이 한방이라도 제대로 적중한다면 가능성이 있어.’


전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해도, 그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원거리 딜러중에 하나다.


그 공격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기회였다.


아무런 방해없이 자신의 화력을 온전히 때려박을 기회.


나는 그 기회를 만들어야만 했다.


“—[왜곡화살].”


시위를 당긴 오지후의 눈이 진지한 얼굴로 데스나이트를 노려보았다.


대상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오지후가 겨누고 있는 화살에는 막대한 마력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S급 헌터 파천궁이 전력으로 빚어낸 한발의 화살.


그것을 데스나이트에게 겨누고 있는 것이다.


- ······.


그가 강력한 일격을 준비하는 순간에도, 데스나이트는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고 있었다.


줄어들어가는 거리.


어느새 그 위협이 선명하게 살갗을 타고 느껴지는 거리에서, 오지후는 집중을 놓지 않은 채로 시위를 쥐고 있었다.


후우우우웅-.


데스나이트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그 속에서 긴장에 젖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금!”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 속에서, 오지후가 손에 쥐고 있던 시위를 놓았다.


선명한 빛이 반짝이는 것과 동시에, 나 역시 그 궤적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 [강력경고]가 활성화됩니다.


- 오늘은 더 이상 [강력경고]를 활성화할 수 없습니다.



내 시선이 데스나이트를 노려본 직후.


한순간, 데스나이트의 움직임이 완전히 멎었다.


그리고 오지후의 화살은 그런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꿰뚫었다.


날카롭게 파고든 화살촉.


그것을 중심으로 퍼져나오는 일련의 흐름이 공간을 뒤틀었다.


끼기기기긱-.


귓가를 어지럽히는 파열음.


데스나이트의 머리가 있는 공간이 일그러지며, 그 주변에 폭풍이 터져나오는 모습이었다.


- 그어어어어······!


콰앙! 콰아앙!


콰아아아아앙-!


왜곡된 공간에 순식간에 공기가 빨려들어가며, 강렬한 풍압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오지후가 전력으로 쏘아낸 [왜곡화살].


S급 헌터의 진심이 그 여파를 드러낸 것이다.


후우우우웅-.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만드는 강풍.


그 속에서 무너져가는 데스나이트의 형체가 나와 오지후의 눈에 비추어졌다.


산산히 부서져 바스라진 채로, 흩날리는 검은 파편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 [엘리트 : 데스나이트 비르칸]을 처치했습니다.



엘리트 개체, 데스나이트 비르칸.


그것이 C급 헌터의 조력으로 최후를 맞이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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