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 커뮤니티의 흑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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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별
작품등록일 :
2024.08.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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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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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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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6화

DUMMY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하는 법이다.


그 상대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류라면 더욱 그러했다.


헌터 사회가 시작된 이후, 전세계의 S급 헌터들은 각국의 정부가 두려워하는 대상이 되었다.


현재의 사회시스템이 그들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가.


그 사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경계해왔다는 이야기였다.


주선호나 이지성같은 위험분자들이 꽤나 많은 시선을 받는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나는 수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그들의 계획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나와있었다.


“38번··· 정확히 이쯤에 있으려나.”


더스트 길드의 사옥 앞에 위치한 지하철역.


그곳에서 나는 눈앞에 놓여있던 커다란 물품보관함을 바라보았다.


그림자사냥꾼, 이지성.


때때로 정부의 눈조차 속일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그가 이곳에 숨겨놓은 물건을 찾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38번 물품보관함.


나는 이지성에게 들은 번호를 찾아 시선을 움직였다.


이미 열쇠는 그가 일러둔 장소에서 챙겨온 상황.


그러니 해당하는 물품보관함을 찾아 물건을 회수하기만 하면 끝이었다.


“여깄네. 38번.”


구석에 있던 38번 보관함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이지성이 나에게 메세지를 통해 이야기했던 공간이었다.


철컥. 끼이이익-.


내가 열쇠를 넣고 열어젖히면, 그곳에는 커다란 종이봉투 하나가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이지성이 나에게 부탁했던 물건이 이 종이봉투였던 모양이었다.


“······.”


부스럭, 부스럭.


주변의 시선을 피해 종이봉투를 열어보자, 그 안에는 비어있는 종이와 인주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봉투의 한구석에 조그맣게 메모지 한장이 놓여있는 모습이었다.


이지성이 나에게 보낸 메모였다.


“뭐라고 적어놓은거야?”


아무래도 길드장과의 만남에 앞서, 내가 전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적어놓은 모양이었다.


나는 이지성이 적어놓은 메모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스윽.


내 시선이 향하는 곳에 조악한 필체로 적은 글자들이 적혀있었다.


- 길드장한테 서약서를 받아서 38번 보관함에 넣어줘 : )


- 협회의 감사 선임 관련 이야기도 이미 어느 정도 전달해놨어.


- 적당히 타이르면 우리 요구를 들어줄거야.


- 고마워. 형제.


나는 이지성이 적어놓은 메모를 위에서부터 쭉 읽어나갔다.


그리고는 그에 대한 감상을 가볍게 입밖으로 늘어놓았다.


“······글씨를 왜 이렇게 못쓰지?”


그림자사냥꾼, 이지성.


그는 엄청난 악필이었던 것이다.


다만, 이지성이나 주선호가 어떤 일을 꾸미고 있는지는 대강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들이 원하는 계획을 위해 협회쪽부터 내부정리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를 위해 만나야하는 인원들 중 하나가 더스트 길드의 길드장이었고 말이다.


“더스트 길드··· 오지후와의 촬영 이후에 오랜만에 찾아가는 건가.”


더스트 길드에 입장하기 위한 명분 자체는 이미 내 나름대로 준비해둔 상황이었다.


오늘은 유튜버에 대한 촬영허가를 발판으로 삼아, 오지후와 오지아의 영상을 간단하게 촬영할 생각이었다.


오지아와는 이미 컨텐츠 촬영이 약속되어있는만큼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 뒤에는 이지성이 언질을 전해둔 길드장을 찾아가서, 본격적으로 ‘비밀결사’에서 원하는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목에 걸려있는 카메라의 무게가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졌다.


“후··· 정신차리자.”


구독자 71만 3천명 유튜버의 품격을 지키며, 비밀결사의 목적을 무사히 완수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선호가 나에게 밝히지 않은 모임의 활동을 분석한다.


그것이 오늘의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S급 헌터유튜버 ‘헌잘알’.


난생 처음으로 만나는 5대길드 길드장과의 미팅 시간이었다.




* * * * * *




더스트 길드에서 진행한 오지후 남매와의 컨텐츠 촬영은 순식간에 끝을 맺었다.


새로운 S급 헌터와의 인터뷰와 더불어, 그들의 훈련 장면을 영상에 담은 것이다.


요즘 오지아의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유튜브에 올린다면 못해도 중박을 칠만한 영상이 나올게 분명했다.


그렇게 그들과의 만남이 끝난 이후에는, 나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더스트 길드의 최상층에 위치한 휴식공간.


그곳이 오늘 나와 더스트 길드장이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였다.


“······왔나?”


끼이익-.


약속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나는 소파에 앉아있는 거대한 체구의 남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A급 헌터. 철권(鐵拳) 강석구.


더스트 길드의 길드장이자 특유의 카리스마로 유명한 헌터였다.


지금의 더스트 길드를 일으켜세운 살아있는 전설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길드장의 뒤에는, 양복차림의 외팔이 남자 하나가 서있는 모습이었다.


더스트 길드의 A급 헌터 중 하나, 속검(贖劍) 오종철.


늘 길드장인 강석구와 함께 다니는 보디가드였다.


“시간에 정확히 맞춰왔군. 맞은편에 앉지. 아무래도 할말이 길어보이는데.”


강석구는 맞은편에 놓여있는 의자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런 강석구의 뒤에 있는 보디가드의 경우에는, 나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오는 모습이었다.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강석구의 이야기대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신유호라고 합니다.”


“이지성이 사람을 보내겠다더니, 설마하니 유튜버를 보내올줄이야.”


“길드장님.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은데, 뒤에 계신 분은······.”


“신경쓰지마. 입이 무거운 녀석이야. 내가 이 녀석한테 숨길 수 있는 비밀은 없다고 보면 될거다.”


강석구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가에 담배 한개비를 무는 모습이었다.


외팔이 검객과 카리스마 길드장.


두 콤비의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헌터계에서 유명한 편이었다.


비록 한쪽 팔이 잘린 오종철은 지금은 헌터를 은퇴하고 강석구의 호위 일을 하고있지만 말이다.


오종철은 사전에 진행된 이야기를 알고 있었는지, 나를 압박하는 듯한 시선을 계속해서 보내오는 중이었다.


최약체 헌터인 내 입장에서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시선이 아닐 수 없었다.


“자네에 대해서는 방금 전에 보고받았어. ‘헌잘알’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라고 하던데.”


그런 오종철을 뒤에 세워둔 채, 강석구는 나를 향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운영하는 채널명, ‘헌잘알’.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강석구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는 모습이었다.


“뭐, 재밌는 영상도 올리긴 하는데, 결국 우리 헌터들 팔아서 먹고 사는 녀석이더만.”


“······예?”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이야기에, 나는 강석구를 향해 의문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석구 길드장.


그가 나를 향해 지나치게 적대적인 표현을 서슴치 않고 꺼내온 까닭이었다.


평소부터 헌터 유튜버들을 안좋게 보고 있었던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대화에 앞서 기선을 제압하려고 드는 것인가.


내가 그에게 보내는 의아함의 시선속에서, 강석구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지성 그놈도 나를 어지간히 우습게 본 모양이야. 중요한 대화라더니 고작해야 유튜버 따위한테 이런 이야기를 맡기고.”


“강석구 길드장님. 제가 오늘 직접 이 자리에 나온건, 이번 이야기가 무척이나 중요하기에······.”


“허, 참. 대형길드들한테 기생해서 벌어먹고 사는 주제에 입은 살았군.”


까득-.


나는 강석구의 이야기를 듣고서 입꼬리를 한층 더 틀어올렸다.


겉으로 새나가지 않은 감정을 억누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는 몰라도 상당히 사람을 기분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허나, 상대는 비밀결사에 필요한 일을 처리해야하는 인물이었다.


가능하면 서로 좋게 끝내는게 낫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나는 애써 속을 억누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예. 더스트 길드같은 대형 길드들에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래. 제 주제라도 알고 있으니까 좀 낫군.”


씨익-.


나를 바라보던 강석구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이제서야 내 반응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이지성이 나한테 전하라고 한말이 있겠지. 들어줄테니까 계속 이야기해봐.”


담배를 태우며 나를 바라보던 강석구가 나를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거대 길드를 이끄는 A급 헌터 길드장.


그리고 길드의 떡고물을 받아먹고 사는 유튜버.


길드의 관계자들에게 굽신거리며 다니는건 나같은 유튜버에게 있어서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다.


다만 강석구는 그중에서도 유독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면이 있었다.


나는 강석구의 시선을 묵묵히 받아내면서도,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이건 나 자신을 위해서도 한번쯤 필요한 절차였으니까 말이다.


“이지성씨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는 이미 들으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 녀석한테 이미 들었지. 말도 안되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말이야.”


“그에 대해서 오늘 서약서를 적고 지장을 찍어주셨으면 합니다.”


스윽-.


나는 눈앞의 강석구를 향해 종이와 인주를 내밀었다.


비어있는 종이에 강석구가 직접 글씨를 적어 지장을 찍으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강석구에게 종이를 내민 이후.


콰앙!


강석구의 주먹이 테이블의 한구석을 일그러뜨렸다.


“나보고 지금 서약서를 적으라고? 구두로 확인받으면 끝날 이야기를 가지고 말이야?”


눈을 부릅 뜬 강석구의 시선이 나를 노려보았다.


내 이야기가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었을까.


살기어린 시선이 나를 짓눌러오기 시작했다.


‘역시 괜히 A급 헌터가 아닌건가.’


A급 헌터인 강석구의 기세는 상당히 무겁고 날카로웠다.


마주하고 있는 내 심장에도 조금은 부담이 갈 정도로 말이다.


허나, 나는 그런 강석구의 시선을 애써 참아내었다.


그리고 눈앞의 강석구를 향해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전했다.


“예. 이곳에서 작성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도 부탁을 받고 온 입장이라서.”


“지금 나보고 장난하자는 거냐? 딱봐도 나한테 약점 내놓으라고 요구하는거잖아.”


하-.


강석구가 연기를 내뱉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 반응을 보고서 나는 이지성이 그에게 무엇을 요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지성이 그에게 요구한 사항이 주선호의 ‘계획’과 관련된 모양이었다.


“이지성이 직접 찾아와도 못들어줄만한 이야기를 내가 너같은 기생충 따위한테 들으라고?”


정확히는 문서로 남겨서는 안되는 이야기를 이지성이 그에게 요구한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강석구가 저런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을테니까 말이다.


강석구의 목에서는 서서히 핏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 참. 길드장 자리에 오래 있으니까 별 이야기를 다 들어보겠네.”


“······.”


“그딴 무모한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됐지, 하다못해 서약서를 써서 유튜버한테 넘기라고!”


콰앙!


강석구의 주먹이 다시 한 번 테이블을 내리쳤다.


묵직한 주먹이 테이블의 한쪽 다리를 찌그러뜨리며, 이내 테이블 전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져버리는 모습이었다.


스르르륵-.


기울어진 테이블을 타고 인주와 종이가 바닥에 떨어져내렸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보던 강석구가 짜증이 뒤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지성 그놈, 내가 자기 말 안들으면 유튜버 통해서 서약서 방송에 내보내겠다는 이야기지?”


“강석구 길드장님.”


“지금보니까 이지성이 자기 대신 욕먹으라고 너같은 기생충을 보낸거네. 어? 안 그러냐?”


“저는 중요한 일이라서 제가 이지성씨를 대신해 직접 찾아온거라고 분명······.”


“등신같은 이야기는 집어치우자고. 너가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줄 안다고 그딴 소리를 지껄여?”


아무래도 내 이야기만 전해서는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았다.


이지성 본인도 자신의 이름을 팔아먹으라고 이야기했으니, 적당히 이름을 써먹는게 좋을 터였다.


나는 눈앞의 강석구를 향해 이지성의 이름을 열심히 팔아먹었다.


“이지성씨가 당신한테 부탁한 일입니다. 길드장님.”


“뭐?”


“······강석구 길드장님. 협회의 감사 선임에 대한 이야기도, 서약서에 대한 이야기도 전부 이지성씨가 전한 부탁입니다.”


“나보고 이지성이, 지금 뭐라고······?”


담배연기 너머로 비추어지는 눈동자가 나를 노려보았다.


어디 한 번 지껄여봐라, 하는 듯한 살기를 머금은 눈동자.


내가 무슨 말을 하던지 욕할 준비가 되어있는 흉흉한 시선이었다.


“헌터협회 감사 자리에 이지성이 꽂아달라는 사람 꽂아달란거? 그거 다 들어준다고 약속했잖아. 시키는대로 다 해주겠다는데 내가 이제 서약서까지 써야되냐?”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그를 보았다.


아무래도 이지성과 강석구 사이의 이야기가 제대로 맞춰지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딱봐도 주선호가 자기 사람으로 협회 내부를 장악하는 중인 것 같은데.’


주선호와 이지성이 자신들의 계획에 있어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행적이 어느 정도 제약당하고 있다는 것도 확실했다.


다만, 그 탓에 중요한 이야기마저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대화를 진행하는 나 역시 서서히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지경이었으니까 말이다.


“길드장님. 제 이야기를 듣고 서약서를 쓰라는게 아니라, 이지성씨의 이야기를······.”


“그놈의 이지성 이야기 좀 그만 지껄여!”


눈앞에서 갑작스럽게 빛이 번뜩인 직후.


콰아앙-!


한순간 빠른 속도로 무언가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간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천천히 시선을 돌려보면, 찌그러진 테이블의 다리 하나가 벽에 처박혀있는 모습이 보였다.


강석구 길드장이 테이블의 다리를 뜯어 집어던진 것이다.


조준이 조금만 빗나갔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머릿속에서 끔찍한 상상이 스쳐지나갔다.


강석구의 태도가 슬슬 선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너 나 누군지 모르냐? 나 더스트의 강석구야.”


“······.”


“S급 헌터를 두명이나 데리고 있는 더스트 길드의 길드장이라고!”


그 끔찍한 상상과 함께 내 인내심 역시 조금씩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무례를 봐주는 것에도 정도가 있다.


유튜버와 길드 사이의 상하관계야 엄연히 존재하지만, 지금의 나는 평범한 유튜버같은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 내가 포인트를 풀기만 해도 헌터계의 판도가 뒤바뀔 것이다.


전세계를 구매하고도 남을 포인트가 나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앞에 두고서, 고작해야 A급 헌터따위가 면전에서 모욕을 주는 이 상황이, 나는 그리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언제까지고 길드한테 숙이면서 살려고 100만 유튜버가 되길 희망한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내가! 이지성이 내 머리통 날릴까봐 두려워서! 이지성이 해달라는건 전부 다 들어줘야 한다는거냐—!”


강석구의 날선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시끄럽고 정신사나우며 어수선하다.


그런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내 안에 잠들어있던 공포심이 찌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원래부터 이런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런데도 달아오른 머리가 이성적인 브레이크를 거두어들였다.


조금은 이상해진 머리와 함께 강석구를 바라보면,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선 강석구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 있는 내가, 더스트를 이렇게 만들어낸 강석구가, 이지성이 하라는대로—.”


나는 선을 한 번 넘으면 끝까지 달리는 사람이었다.


그게 이미 탈선해버린 열차라고 해도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어느새 일그러져버린 선을 바라보면서, 눈앞의 길드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입 좀 닥쳐봐. 시끄러우니까.”


“뭐?”



- [에너지 증폭]이 활성화됩니다.


- 오늘은 더 이상 [에너지 증폭]을 활성화할 수 없습니다.


- [강력경고]가 활성화됩니다.


- 오늘은 더 이상 [강력경고]를 활성화할 수 없습니다.



날카로운 시선이 그를 파고들었다.


그 직후, 내 눈앞에 서있던 두 사람의 눈동자에서 동시에 힘이 풀렸다.


죽음.


선명하게 비추어지는 패배의 풍경.


원초적인 종말을 직면한 이들이 스스로의 목을 붙잡았다.


“커, 커헉······!”


“······!”


순식간에 두려움에 젖은 눈동자 두 쌍이 나를 바라보았다.


오종철은 창백해진 얼굴로 벽에 기대어 섰으며, 강석구는 다리가 풀렸는지 소파에 주저앉았다.


털썩-.


힘이 풀린 채로 소파에 내려앉은 그는, 스스로의 목을 더듬으며 나를 힐끔거렸다.


스스로의 생존을 확인하기 위해 그 증거를 찾고 있는 것이다.


흐릿하게 떨리는 목소리.


공포에 젖은 눈동자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도망갈 곳을 찾았다.


“이, 이건······.”


무거운 분위기가 실내에 가라앉았다.


한순간에 생겨난 명확한 상하관계.


그 속에서 강석구는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를 찾아내었다.


사람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등급이 있다.


그리고 우리같은 헌터들은 조금 더 엄격하게 나누어진 등급을 가지고 있었다.


“허··· 허억······.”


A급 헌터.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 낙오자들을 조용하게 만드는데에는 고작 단 한번의 시선으로도 충분했다.


후욱, 후우-.


담배연기가 들어찬 방안에 거친 숨소리가 울려퍼졌다.


반복해서 울려퍼지는 거친 숨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이제서야 조용해진 헌터들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네.”


나는 헌터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모든 헌터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들어낸 자그마한 울타리 안에 설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이들이 이곳에 있었다.


그런 이들을 앞에 두고서, 나는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주선호도 나보고 형제라고 부르면서 내 눈치를 보고 다니는데, 우리 길드장님은 그런 기생충 눈치따위는 안봐도 돼서 참 좋으시겠어.”


“아, 으······.”


“자신감이 넘치는게 좋은거지. 그 덕분에 이렇게 사업도 성공했으니.”


스윽-.


나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종이와 인주를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그것들을 기울어진 테이블 끝에 다시금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강석구 길드장에게 필요한 선물들을 제자리에 올려놓은 이후.


나는 눈앞의 길드장을 향해 친절한 얼굴로 이야기를 건넸다.


“강석구 길드장님. 자신있어요?”


“······.”


“나를 적으로 돌리고도 여기서 살아나갈 자신있냐고.”


브레이크를 망가뜨린 열차.


나는 그것을 선로의 끝을 향해 몰아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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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14 q평e평rq평
    작성일
    24.09.22 23:29
    No. 1

    스토리 자체는 재밋긴한데 s급이 80명언저리인데 한국에만 9명이나 잇는건 좀 이상하네용

    전세계인구가 80억이고 한국이 5천쪼금넘는데..

    찬성: 2 | 반대: 5

  • 작성자
    Lv.99 보라하늘달
    작성일
    24.09.22 23:32
    No. 2

    오오..허세에 넘어갈것인가.. 두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제르미스
    작성일
    24.09.22 23:33
    No. 3

    올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li****
    작성일
    24.09.22 23:36
    No. 4

    흠 길드장이 상대가 보낸 애를 수준파악도 제대로 안하고 설령 했다해서 하꼬 라고 파악했어도 뒷배 눈치를 봐서라도 길드장 할정도면 이렇게 대놓고 지랄거리는건 뭔가 노리는게 있어서 지랄거리는거가 되어야는게 좀더 정치꾼답지않나 싶지만 몸쓰는게 주가 되는 헌터 놈들이니 뭐 저정도 되는 힘에 통밥 쫌 굴릴 줄 안다고 된건가 보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7 하얀미아
    작성일
    24.09.22 23:49
    No. 5

    이쯤되면 얘 실력 보고 싶어서 일부러 일처리 엉망으로 해놓고 싸워라 한거 아님?ㅋㅋㅋㅋ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84 어둠마스터
    작성일
    24.09.22 23:51
    No. 6

    갑자기 급발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한글소설
    작성일
    24.09.22 23:53
    No. 7
  • 작성자
    Lv.89 네크로드
    작성일
    24.09.22 23:54
    No. 8

    분야에 따라서 세계 랭킹 100위 내에 들어가는 숫자가 좀 다른건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야구, 축구라면 최강 랭킹 100위 내에 한국인 한명 들어갈까 말까일테고...
    농구라면 한명도 없을 테고...양궁이나 롤, 스타 같은 종목이라면 100위내에 한국인이 과반수일테고 말이지요.
    80명에 10명 남짓 들어갈 종류의 종목이나 특성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성도 메타라는걸 탈 수도 있을테고 말이지요.

    찬성: 7 | 반대: 1

  • 작성자
    Lv.16 g2******..
    작성일
    24.09.23 00:37
    No. 9

    벌써부터 담화가 기대되네요..ㄷㄱㄷㄱ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99 노벨컬렉터
    작성일
    24.09.23 02:02
    No. 10

    잘보고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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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12 24.09.21 2,948 111 17쪽
34 34화 +19 24.09.20 3,574 134 15쪽
33 33화 +17 24.09.19 3,909 112 13쪽
32 32화 (수정) +13 24.09.18 4,556 116 18쪽
31 31화 +6 24.09.16 4,305 113 13쪽
30 30화 +10 24.09.15 4,446 128 14쪽
29 29화 +5 24.09.14 4,810 119 14쪽
28 28화 +5 24.09.13 5,044 129 16쪽
27 27화 +14 24.09.12 5,223 134 18쪽
26 26화 +9 24.09.11 5,278 135 16쪽
25 25화 +7 24.09.10 5,448 132 16쪽
24 24화 +13 24.09.09 5,572 144 15쪽
23 23화 +4 24.09.08 5,602 136 12쪽
22 22화 +8 24.09.07 5,687 154 17쪽
21 21화 +9 24.09.06 5,759 148 15쪽
20 20화 +10 24.09.05 5,832 137 15쪽
19 19화 +10 24.09.04 5,891 147 16쪽
18 18화 +7 24.09.03 6,088 125 16쪽
17 17화 +9 24.09.02 6,150 143 15쪽
16 16화 +4 24.09.01 6,252 141 13쪽
15 15화 +4 24.08.31 6,432 152 13쪽
14 14화 +10 24.08.30 6,702 129 13쪽
13 13화 +13 24.08.29 6,976 143 12쪽
12 12화 +12 24.08.28 7,276 152 13쪽
11 11화 +3 24.08.27 7,431 162 12쪽
10 10화 +5 24.08.26 7,625 177 14쪽
9 9화 +10 24.08.25 7,752 17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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