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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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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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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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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땅으로!

DUMMY



루의 이주 계획은 진통을 겪었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영지를 버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차라리 왕도에 연락하여 외교적인 방법으로 정당성을 부여 받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칼스가 가지고 온 소식은 루의 이주 계획을 확정 짓도록 만들었다.


“왕도에서 기사단을 포함 한 대군이 출발했다고 합니다.”


자기 왕국의 영토를 남에게 떼어주지 못해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루는 행정관과 조든 등 사용가능한 모든 인력을 동원하여 이주를 함께 할 영지민을 추리기 시작했다.


이 소식은 쾨른 마을에도 전해졌다.


“지금까지 가꾼 땅을 버리고 이주를 하자니요? 이주를 하면 당장 무엇을 먹고 살 것이며, 갔는데 이 보다 더 척박한 땅이어서 농사나 사냥이 불가능하면 어찌합니까? 신임 영주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마을 회관에 모인 주민 한명이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 목소리가 컸나 싶어 상석에 소식을 전하기 위해 온 조든이라는 사람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눈을 감고 있었을 뿐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이에 힘을 얻은 그는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의견을 내었다.


“왕국의 인정을 못 받아 이주를 한다는데, 그렇게 이주하면 어디의 인정을 받습니까? 인정을 못 받으면 결국 산적이나 화전민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주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 사내가 일어났다.


“나는 루 영주님을 따라 갈 거다.”


“에덤?”


“나는 그날 영주님이 비적에 둘러싸여 피 흘리는 걸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이다. 우리를 위해 안 흘려도 되는 피를 흘린 분이다.”


“그건...”


에덤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천만에! 듣기로는 영주님은 이 마을을 처음 온 것이라고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을 위해 피를 흘린다? 오직 자신의 책임감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에뎀! 그것과 이주는 별개이네...”


“아니, 나는 같다고 생각한다. 영지를 지키는 것보다 영지민을 지키겠다고 생각하신 것부터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모두 자이슨 대공의 악명을 듣지 못했는가? 나는 루 님의 영지민이 되겠다.”


에덤은 이주 준비를 하겠다면 마을 회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절반이 조금 안 되는 이들이 에덤의 뒤를 이었다.


쾨른 마을과 같은 상황은 영지 전체에서 일어났다.


육천 명이 조금 안 되는 가르시아 영지에서 이주를 희망하는 이가 이천 오백여 명이나 되었다.


루는 대대적으로 영주성에 보관 중이던 곡식을 풀었다.


이주를 하던 안 하던 공정하게 양을 정해 영지민 전체에게 나누어 주었다.


또한 남기를 희망하는 행정관과 병사들에게는 몇 달 분의 녹봉을 미리 챙겨 주었다.


새로운 영주가 올 동안의 공백을 염려해서였다.


한참 정신없이 이주 계획을 점검하고 있을 때, 한 동안 자리를 비웠던 네이란이 돌아 왔다.


“둘러보고 왔어? 생각보다 빨리 왔네?”


“슈 덕분이지요. 이 놈...더 빨라진 것 같습니다?”


“잘 먹였어! 그나저나 어때?”


“대략 걸어서 이동한다면 세달 안쪽 정도의 거리입니다. 문제는 도착 직전에 나오는 큰 강을 건너는 것과 마지막 관문인 협곡을 넘어야 하는데 길이 좁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안쪽은 어때?”


“사방이 큰 산으로 막혀 입구만 막으면 천혜의 요새나 다름없습니다. 안쪽 땅도 넓습니다. 다만...”


“다만? 왜?”


“몬스터들이 터를 잡고 있더군요.”


“스승님이 그럴 거라고 했잖아. 다 잡던지 몰아내던지 해야지!”


“네! 강을 건넌 후 협곡 통과하는 시간이 걸릴 테니 그때 해야겠군요!”


“스승님은 별말씀 안 하시겠지?”


네이란은 보일 듯 말 듯 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주인님이 공자님에게 필요할 땅이라고 예전부터 언급하신 곳입니다. 별 말씀 없으실 겁니다.”


“내게 땅이 필요할 거라는 건 어찌 아셨을까?”


“그러게요. 저도 가끔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마치...”


“마치?”


“미래를 보시는 분처럼 말씀하실 때도 있고요...”


“하하하! 그게 무슨.... 네이란도 농담을 다 하는군!”


“하하하! 그렇지요? 아무튼 이주만 남았군요. 준비는 다 되신 겁니까?”


“거의! 칼스에게 부탁한 용병들만 오면 출발할 수 있어.”


“용병을 외뢰하셨습니까?”


“남는 병사들을 대체할 호위 용병들이 필요해서... 영지민들은 노숙도 익숙하지 않을 테니 여러모로 손이 필요해 보였거든...”


“그렇군요. 잘 하셨습니다. 금화는 모자라지 않으십니까?”


루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가르시아 자작이 남긴 금화가 많기도 했고... 스승님이 주신 보석들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어.”


“오! 알뜰히 지내셨군요. 잘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팍팍 쓸려고. 이주 후에 잘 산다는 말을 듣게 하고 싶어서...”


“공자님! 그곳이 어떤 땅인지는 알고 계십니까?”


네이란은 루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어떤 땅? 모르겠는데...”


“수천 년 전 사라진 마법 왕국의 중심지라고 추측하시더군요.”


“누가? 스승님이? 마법 왕국?”


루는 손목에 찬 팔찌를 슬쩍 펴다보며 물었다.


“네! 누가 압니까? 수천 년 전 던전이라도 발견할지요...”


작아지는 네이란의 목소리에 루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수천 년? 던전? 꿈 깨시고 이주 계획이나 다시 들여다 봐줘! 던전은 무슨... 자! 이주 계획서!”


“네! 공자님!”


그리고 일주일 후, 가르시아 영지를 뒤로하고 이천 오백여 명의 영지민이 마차에 짐을 싣고 이주의 첫발을 내딛었다.


***


“도주를 한다고? 영지민을 데리고?”


카론 영주성에 머물던 자이슨 대공은 병사의 보고에 놀라움을 표했다.


“어디로? 아니 영지민이 그걸 따라 움직인다고?”


병사는 정찰병이 올린 보고를 다시 상기하며 상세 설명을 시작했다.


“전체가 움직이는 건 아닙니다. 약 이천여 명의 영지민이 함께 서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합니다.”


“허... 이런 미친...”


자이슨 대공은 곁에 있는 중년의 사내의 눈치를 보며 당황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알프 경까지 모셔왔는데... 어찌 이런...”


알프 경이라 불린 중년의 사내는 보고 중인 병사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어디로 가는지 파악이 되었나?”


병사는 준비된 약식 지도를 펼치며 설명했다.


“가르시아 영지는 저희 프롬페 왕국의 서쪽 국경선을 마주 보고 있습니다. 서쪽은 조든 왕국이 멸망하며 몇몇 영지만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여 명맥을 잇고 있는데...이 경계를 따라 이동 하고 있습니다.”


“경계를 따라 이동 중이라... 이곳으로 계속 가면 중부 내륙인데...그 쪽에는?”


“나브라 산맥이 나옵니다. 산맥 아래쪽은 카일 왕국이 나오니 못 갈 것이고... 위쪽으로는 산맥이 계속 이어져 있습니다.”


“얼마나 갔지?”


“출발한 지 한 달 정도 된 듯합니다. 지금쯤은 국경을 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허...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는 게야?”


노기를 띈 자이슨 대공의 물음에 병사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이런 식으로 도주를 할 거라곤 생각을 못해서...죄송합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게야? 일을 어찌 이렇게...”


“자이슨 대공님! 진정하시지요. 나라도 뒤를 살펴 볼 생각은 못 했을 겁니다!”


자이슨 대공이 분을 속으로 삼키며 물을 마셨다.


“루라고 했나? 사람 참 귀찮게 만드는구먼...”


알프가 일어나며 말을 건네자 자이슨 대공이 놀라 일어서며 물었다.


“어디를 가시려고...”


“빠른 말이나 좀 준비해 주십시오. 애들하고 함께 움직이겠습니다.”


“그들을 쫓을 생각입니까?”


자이슨 대공이 물었다.


“루만 잡으면 영지민이야 다시 데려오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저대로 두면 뒤가 계속 찜찜할 듯합니다!”


자이슨 대공 역시 루를 쫓겠다는 알프의 말에 감사를 표했다.


“고맙소이다. 알프 경! 너희는 뭐하느냐? 어서 말들을 준비하고 출발에 차질 없도록 모든 지원을 하게!”


“네. 대공님!”


“못난 제자들이 어질러 놓은 상황,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공국 설립에 차질 없도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프는 문을 나서며 말했다.


“그럽시다! 어서 마무리하고 와서 나의 즉위식에 축하를 해 주시오!”


알프는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지요!”


알프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날 오후 튼튼한 지구력을 지닌 전마들 이십여 필이 가랑 평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


우르르르! 쾅!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쳤다.


쏟아지던 비는 하늘에서 치는 번개가 무서운 듯 땅을 더욱 적셔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덜컹!


“마차 바퀴가 빠졌어! 이리 좀 와봐!”


“뒤에서 밀어! 더 기울어지면 마차가 넘어질 것 같아!”


질퍽해진 땅은 마차의 바퀴를 집어 삼켰다.


근처의 영지민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진흙으로 변한 땅은 쉽게 바퀴를 빼내어 주지 않았다.


“내가 할 테니 잠시 물러나도록!”


어느새 다가온 루가 마차의 뒤로 돌아가 사람들을 비키라 하고 있었다.


“어? 영주님?”


“아닙니다. 진흙 묻습니다. 저희가 할 테니 앞쪽으로 가시지요!”


영지민이 만류에도 루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하면 금방 할 일을 왜 머뭇거리겠나? 잠시만! 으아아악!”


루가 용을 쓰자 바퀴가 슬슬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덜컹!


덜 무른 땅으로 마차가 올라오는 소리가 나자 루가 옷에 묻은 흙을 털며 말했다.


“좀만 가면 야영할 곳이 나온다니 조금만 힘내도록 하게! 이미 용병들이 출발해서 야영지를 만들고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영주님! 여기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고 가십시오!”


“아니야! 이게 뭐 일이라고... 힘이 모자라는 일이 있거든 주변의 병사나 용병들에게 도움을 청하시게. 끙끙거리지 말고...”


루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행렬의 뒤로 향했다.


중간에서 마차가 움직이질 못하다 보니 뒤로 꽤나 긴 행렬이 멈춰선 상태였다.


“영주님!”


“영주님!”


지나갈 때 마다 영지민들이 루를 알아보곤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루는 가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행렬의 후미로 향했다.


호위 부대와 장창 부대가 번갈아 가며 후미에서 정찰을 수행 중이었다.


오늘 담당은 레딘이었다.


“오셨습니까?”


“별다른 일은 없지?”


레딘은 웃으며 말했다.


“네. 비 때문에 이동이 느려져 혹시 몰라 길게 정찰을 내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별 다른 점 없습니다.”


“그래! 혹시 모르니 주의 깊게 정찰하도록 해! 지금쯤은 우리가 이주한 것을 알았을 거야. 최대한 가는 곳을 비밀로 하는 게 유리할 테니 꼬리 밟히지 않도록 신경 써!”


“네! 알겠습니다. 정찰 거리를 좀 더 늘려 신중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래!”


“목적지까지는 얼마나 남았습니까?”


“이제 일주일 정도면 라프리스 강을 만날거야. 그리고 나면 지척이지. 산길을 넘어가야 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아마 한 달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아직 꽤 남았군요!”


“강만 건너면 후미 걱정은 안 해도 될 텐데... 그땐 또 미리 가서 몬스터들 사냥해야해. 바빠! 체력 관리도 잘 해두고...”


레딘은 루가 걱정해 주는 게 내심 기뻤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체력하면 저희 딘 형제들 아닙니까?”


루는 스스로를 딘 형제들이라 부르는 레딘의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영지민들은 쌍둥이 형제를 구분 못했다.


라딘과 레딘의 이름 대신 딘 형제들이라 뭉쳐 부르기 시작하며 생긴 별명이었는데, 레딘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 버렸다.


영지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로부터 부름을 받는 일 자체를 즐거워하고 있어 보였다.


“그래! 아무튼 끝까지 긴장은 놓지 말고...”


루는 마지막 당부를 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대장님!”


정찰 나간 레인저 대원 한명이 급하게 말을 몰며 다가왔다.


나쁜 소식임을 직감한 루가 이동을 멈추고 정찰병의 귀환을 기다렸다.


“헉! 헉! 아...영주님!”


“고생한다. 무슨 일이지?”


“약 이십여 기의 기마가 저희를 쫒아오고 있습니다. 거리는 하루거리입니다.”


“레딘! 영지민의 이동 속도를 올리라 하고 네이란과 조든을 불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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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영지전 24.08.30 10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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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두번째 의뢰 (2) 24.08.26 12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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