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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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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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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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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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영지전 (3)

DUMMY


웨일러는 천천히 걸어오는 기사가 무척 거슬렸다.


대기사 전투는 예를 갖춘 기사의 문화였다.


말을 타고 나오며, 서로의 주장이 정의임을 선포한 후 상대의 준비가 끝나면 결투에 돌입한다.


용병 또한 이 순간만큼은 기사 대우를 받으며 존중 받는다.


하지만, 지금 마주친 기사는 껄렁한 걸음걸이에 어깨에 검을 올린 채 짝다리를 집고 서 있다.


서로의 이름을 말할 생각도, 들을 생각도 없다는 듯 웨일러 자신의 뒤를 훑어보며 혼잣말을 했다.


“너 다음이려나?”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번들거리는 눈빛을 쏘아대며 말했다.


“빨리 끝내자! 보고픈 사람이 있거든. 크흐흐흐!”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어깨에 얹은 검을 내려 허리어림에 멈추었다.


순간 기세가 변했다.


껄렁했던 모습은 사라졌고, 전장을 배회하는 죽음의 사자 느낌이었다.


거대한 낫을 들고 살아있는 자를 베어 죽음으로 인도하는 죽음의 사자!


꿀꺽!


잠시 상대의 기세에 놀라 움찔했던 웨일러는 정신을 차렸다.


비록 예는 몰랐지만 상대의 무위는 경계해야만 했다.


아니 위험하다는 경종이 전장에서 다져진 자신의 본능을 계속해서 울려대고 있었다.


웨일러는 선공을 택했다.


기다렸다가는 공격 한번 못 해보고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타다닥! 부웅!


까앙!


돌진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무거운 중검을 내리쳤다.


상대는 가볍게 검을 들어 올려 막았다.


그그그그극!


검과 검이 버티다 서로의 검날을 긁으며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타앗!”


기합과 함께 빠른 발을 이용해 측면으로 돌기 위해 웨일러가 하체에 힘을 주는 순간이었다.


쉬이익!


스걱!


상대의 검에서 검은 오러가 치솟았다.


귀로 들리는 소리, 눈으로 보이는 검의 궤적! 모든 것이 뒤늦게 인지되었다.


일격!


웨일러의 인지보다 빠른 검격이 지나갔다.


‘이게 무슨 검술?’


묻고 싶었다.


도대체 이런 빠른 검이 무엇이냐고...


하지만 목구멍이 꽉 막힌 것 마냥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목 부근에서 폭발하듯 피가 솟구치는 게 느껴졌고, 시선이 기울었다.


웨일러가 마지막으로 본 세상이었다.


“헉! 저런...”


“단장님?”


가르시아 진영에서 터져 나온 탄성이었다.


아무런 대화도 없이 무작정 결투가 시작되었다.


웨일러가 크게 움직여 검을 내려친 걸 봤다.


그 다음 동작을 예상하며 검격이 오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상대의 검에서 검은 오러가 언뜻 보이더니 웨일러의 목에서 피 분수가 터지며 목이 분리되었다.


대기사 결투에서도 죽는 사람은 나온다.


치열한 결투 과정을 거친 후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가깝다.


하지만, 웨일러는 일격에 목이 분리되어 죽었다.


일반적이지 않았으며 잔인했다.


전쟁 자체가 잔인한 것이지만 대기사 결투에서 나온 장면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붉은 피가 터져 나오며 땅을 적시자 모두 말을 잃었다.


승자인 카론 영지 측에서 함성조차 잊고 있었으니...


평원에 침묵이 흘렀고, 오직 루의 눈빛만 반짝였다.


‘흑암의 술? ...’


스승님이 대륙의 강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였다.


‘루야! 세상에 나가거든 조심해야 할 상대가 몇 있단다. 그 중에 검은 오러를 사용하며 죽음의 기운을 가진 이들을 만난다면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흑암의 술이라는 술법을 이용해 강해진 자들이란다.’


‘흑암의 술이요?’


‘그래! 흑암의 술은 자연의 마나를 역행하는 기운을 체내에 쌓는단다. 죽음의 사기라 부르는 것인데 어둡고 음습하다. 사람과 동물, 몬스터의 사체에서 뽑아 내지! 이들의 장점은 성장이 빠르다는 것이다...’


스승님 말씀이 기억 저편에서 올라오며, 마치 어제 들은 것처럼 선명해졌다.


‘그래서, 죽은 사람의 기운처럼 느껴졌구나! 찜찜했던 것 역시 자연의 마나를 역행하는 기운이라 그랬던 거야...’


생각을 마친 루는 가르시아 자작을 쳐다보았다.


웨일러가 일격에 죽는 걸 본 가르시아 자작은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대기사 결투에서 지기도 했지만, 과정이 문제였다.


일격이라니!


잠시 멍한 가르시아 자작을 두고 루가 나아가며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루는 간단히 가르시아 자작에게 말을 건넨 후 말을 천천히 몰았다.


“루 단장?...”


가르시아 자작의 뒤늦은 반응에 고개를 돌려 돌아 본 루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단장을 잃은 웨일러 용병단이나 챙겨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이는 가르시아 자작을 뒤로 하며, 루 용병단 일행과 눈을 마주쳤다.


별 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조든과 쌍둥이를 일별하고, 루는 다시 천천히 중앙으로 나아갔다.


상대의 얼굴 표정은 환하게 밝았다.


드디어 함께 어울릴만한 상대를 찾았다는 기쁨의 얼굴이었다.


루는 슈에서 내려 다가갔다.


음습한 기파에 슈가 노출되는 게 싫었다.


“빨랑 빨랑 오라구! 널 보기 위해 저 놈도 빨리 처리했는데 이리 천천히 오면 섭섭하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는 말투였다.


루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마치 다음 상대를 빨리 불러내기 위해 목을 쳐 버렸단 이야기 아닌가?


웨일러 단장과 특별한 교류는 없었지만 사람 목숨을 대하는 상대의 기본자세가 마음에 안 들었다.


“흑암의 술! 맞나?”


말투가 곱게 나갈 리 없다.


직선적인 질문에 상대가 당황했다.


“흑암의 술을 알아? 어떻게?”


“내가 배움이 좀 깊어! 그나저나 네 동료들!...”


루는 카론 영지 방향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다 흑암의 술이야?”


“뭐? 크하하하. 흑암의 술을 알면서 그런 질문을 해? 이 놈 뭐야? 크하하하”


“...”


“어설프게 아는 것 같아 한 가지만 말 해주지. 흑암의 술은 아무에게나 전승되지 않는다. 저런 무지렁이들이야 나를 보고 붙은 놈들이지. 감히 흑암의 술을 배울 자격을 가질 수 없지!”


루는 다행이라는 듯 피식 웃으며 검을 들었다.


“다행이네. 너 한 놈만 패면 된다는 말이네.”


루의 기세가 돌변했다.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루야! 흑암의 술을 익힌 자를 만나거든 절대 방심하지 말고 전력을 다 해야 한다.’


‘이유가 있습니까? 스승님?’


‘어둠의 마나를 다루는 이들이다.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이기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단다. 전력으로 빠르게 제압하는 것만이 답이란다.’


인간이길 포기한 종자들!


사기를 흡수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자들!


스승이 평가한 흑암의 술 이었다.


돌변한 루의 기세에 움찔한 상대는 검을 고쳐 잡았다.


더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우웅!


상대의 검에서 검은 오러가 피어올랐다.


반면 루의 검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검은 오러가 어두운 밤을 불러 오듯 주변을 잠식하며 달려들었다.


죽음의 사자가 입을 벌리며 다가오는 소름 돋는 느낌이 든다.


환청일지 모르지만 낫이 갈리는 소리마저 들리는 듯 했다.


사아악!


눈앞까지 적의 검이 다가올 때 루가 움직였다.


우측으로 반보!


검은 오러가 빈 공간을 갈랐다.


놈은 하체를 이용해 허리를 둘리며 검을 횡베기로 전환했다.


까아아아앙!


이전까지의 대기사 결투에서 나올 수 없던 거대한 검의 울림이 평원을 채웠다.


너무도 손쉽게 자신의 일격과 이격이 막히자 놈은 기가 막혔다.


반면, 루는 처음 부딪힌 흑암의 술에 놀라움을 느꼈다.


‘사기가 섞인 오러가 내부를 두드리는구나. 확실히 일반적 오러와는 다르네. 이 점은 조심해야겠어!’


흑암의 술을 몸으로 느낀 루는 횡베기를 막은 검을 비틀어 올리며 검을 떼어 냈다.


동시에 힘찬 진각으로 지면을 밀며 강한 일격을 날렸다.


콰아아앙!


빠른 동작으로 만들어진 검격이라고는 믿기 힘든 힘이 깃든 내려치기였다.


검은 오러가 뭉쳐지며 루의 검을 막았다.


루가 놈의 얼굴을 슬쩍 보자, 놈의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사기의 침범으로 인해 첫 격돌부터 상대가 움찔거려야 정상인데, 루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빠르게 검을 회수한 루는 검극을 놈의 가슴 방향으로 세워 찌르기에 들어갔다.


상대가 검면으로 찌르기를 막자 빠르게 다가 선 루는 무릎으로 놈의 복부를 노렸다.


단순한 무릎차기가 아닌 듯 놈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며 손으로 막았다.


분명 무릎 공격인데 예리한 검이 들어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좀 더 당황한 놈에게 루는 쉴 새 없이 공격을 퍼 부었다.


콰아앙! 채앵! 퍼벅! 까아앙!


강맹한 검격 뒤에, 검보다 날카로운 손날을 이용해 팔뚝을 노렸고, 도저히 공간이 없는데도 무릎차기가 올라왔다.


쉬지 않고 강맹한 검격이 이어졌다.


“와아! 단장님 검술과 체술이 대단합니다.”


눈이 좋은 레딘은 결투를 바로 앞에서 보는 듯 말을 이었다.


조든과 라딘 역시 레딘만큼은 아니지만 루의 전투에 매료되어 있었다.


“어떠한 힘의 낭비도 없다. 대단해. 그리고 화려한 검술을 쓰지도 않아. 그저 제국 기초검술 인 것 같은데...어찌 저런 위력이 나오는지...”


“하체를 그렇게 강조하시던 이유가 있군요. 한발 한발 움직일 때마다 땅이 울리는 느낌입니다.”


루 용병단은 단장의 무위에 기함을 토했다.


늘 대련하던 이가 저런 실전적 전투를 하는 이었다니!


대련 때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함 마저 들기 시작할 때였다.


부딪히는 순간만 잠시 반짝이던 루의 오러가 환하게 빛나며 커지기 시작했다.


몇 번의 부딪힘으로 루는 확신을 가졌다.


‘이 놈은 흑암의 술을 제대로 수련한 이가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배우다 말았거나 일부만 배웠거나...’


더 이상 흑암의 술을 체험하기 위해 집중할 의미를 못 가졌다.


놈에게서는 죽음의 사기가 느껴졌으나 위기의 순간 마다 흐르는 마나는 죽음의 사기가 아니었다.


죽음의 사기로 상대가 움찔 거릴 때, 기존의 힘을 이용해 제압하는 것이 놈의 전투 방법이었다.


웨일러 역시 처음 접하는 방법에 순간적으로 당했겠지...


루는 빠르게 결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러를 중첩 시킨 루의 검은 상대로 하여금 막대한 데미지가 축적되게 만들었다.


콰앙! 까앙! 콰앙!


자비 없는 루의 검격은 놈이 생각할 틈을 안 주었다.


체력적 완성도가 극에 달한 루는 지치지 않았다.


끊임없이 검격을 날렸고, 빈틈이 보이면 바로 주먹과 팔꿈치, 다리가 올라갔다.


퍼벅! 퍽! 콰앙! 스걱!


마침내 집중력이 흐려진 놈은 옆구리에 검을 허용했다.


얕지 않는 검격에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빠르게 달려 나간 루는 놈의 브레스트 갑옷의 아랫부분을 잡고 들어 올렸다.


“으윽! 무슨 놈의 힘이...잠시만...”


호리호리해 보이는 루가 보일 수 있는 힘이 아니었지만, 상대는 너무도 쉽게 들어 올려졌다.


다급한 놈이 잠시만이라 외쳤지만 루는 한마디만을 남겼다.


“잠시만? 미친놈!”


그리고 놈을 자신의 무릎을 세우며 내리찍어버렸다.


놈의 허리 부근을 무릎으로 받아버린 것이다.


빠악!


철제 브레스트 갑옷이 오러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그 안에는 내부가 진탕되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으윽... 네놈....”


상대는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기절했다.


아마 허리가 부러졌을 테지만 아무튼 죽이진 않았다.


시간이 있다면 깨워서 고문이라도 해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의뢰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었다.


“와아아! 루가 이겼다. 루! 루! 루!”


“단장님 만세! 루! 루! 루!”


평원에는 루의 이름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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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운명의 수레바퀴! (2) 24.09.07 67 1 12쪽
20 운명의 수레바퀴! +2 24.09.06 67 0 14쪽
19 비적들! (3) 24.09.05 69 0 13쪽
18 비적들! (2) 24.09.04 70 1 11쪽
17 비적들! 24.09.03 70 2 12쪽
16 인연을 이어가다. 24.09.02 78 3 12쪽
» 영지전 (3) 24.09.01 79 3 12쪽
14 영지전 (2) 24.08.31 89 3 12쪽
13 영지전 24.08.30 91 3 13쪽
12 새로운 동료 24.08.29 97 3 12쪽
11 두번째 의뢰 (4) 24.08.28 104 3 12쪽
10 두번째 의뢰 (3) 24.08.27 101 3 12쪽
9 두번째 의뢰 (2) 24.08.26 105 3 12쪽
8 두번째 의뢰 24.08.25 120 4 12쪽
7 마법사 24.08.24 126 4 12쪽
6 첫 의뢰 (3) 24.08.23 122 3 12쪽
5 첫 의뢰 (2) 24.08.22 139 4 12쪽
4 첫 의뢰 24.08.21 16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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