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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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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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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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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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수레바퀴! (2)

DUMMY


가르시아 자작이 영지를 떠난 며칠 후, 루는 상처가 나아지자 수련을 시작했다.


손목의 아티팩트는 그대로였지만 루는 수련을 쉬지 않았다.


가볍게 뜀박질로 시작한 루의 수련은 점점 용병단원들조차 혀를 내 두를 정도로 강도가 거세어졌다.


하루 종일 뜀박질이 가능해지자, 모래를 넣은 배낭을 짊어지고 뛰었다.


그리고 기절직전까지 뛰었다.


함께 수련을 시작했던, 라딘과 레딘이 토악질을 해 대며 쫒았지만 루의 뜀박질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조든 역시 루의 체력에 혀를 내 두를 때, 루는 무게를 늘렸다.


강한 하체로 힘껏 딛는 발은 연무장에 발자국을 남길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무게를 다 내려놓고 빠르게 뛰기만 했다.


무겁게, 가볍게, 그리고 느리고 길게, 또는 강하고 빠르게.


완급을 조절하며 뛰는 루였다.


가르시아 자작이 영지를 떠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루는 수련 방법을 바꾸었다.


쾌속을 자랑하던 검술을 느리게 시전하기 시작했다.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속도보다 검의 움직임은 느렸다.


하체의 움직임은 공중에 멈춘 듯 앞으로 나아갔고, 그에 맞춰 미세한 허리의 회전 운동이 시작되었다.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보일 정도로 느린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검을 뻗어 검극이 전방을 향했고,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하체가 고정되고, 검극이 루가 원하는 방향에 도달했을 때, 루의 온 몸의 근육은 부풀어 있었으며 옷은 땀에 흠뻑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을 정도였다.


함께 출발한 거북이가 더 빠르게 연무장 끝에 도달할 정도로 느린 검격이었다.


“후우!”


호흡을 수습한 루가 자세를 바로했다.


온 몸의 근육이 울어댔다.


땀이 눈을 가렸으며,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움직임을 거부하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며 그늘로 들어간 루는 몸을 가볍게 튕겨주며 몸을 풀어주었다.


그늘에는 루를 따라하다 기절 직전에 구함 받은 조든과 쌍둥이가 눈만 껌벅 거리며 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괴물!”


“사람이 아니야!”


“인정!”


루는 몸을 풀며 셋을 보며 말했다.


“다 할 수 있는 거야. 나는 어릴 때부터 해 왔기에 빠르게 적응한 거고...”


“허...! 어릴 때부터 이런 수련을 했다고요?”


조든은 기가 막힌다는 듯 물었다.


“응! 식이 몸에 익었다 싶으면 스승님이 시키신 방법이지. 이러면 근육의 쓰임에 대한 게 금방 익숙해지더라고.”


“허... 말도 안 됩니다.”


조든의 고갯짓에 쌍둥이도 따라 저었다.


“손목 아티팩트는 여전한 겁니까?”


조든이 걱정을 담아 물었다.


루는 자신의 손목을 힐끗 본 후 조든에게 답했다.


“여전히 방법을 모르겠어. 좀 더 지켜보다 안 되겠다 싶으면 스승님 찾아봬야지.”


“스승님은 방법이 있으실까요?”


조든은 루의 스승이 마법사가 아님을 알기에 물은 것이다.


“조든이 스승님을 몰라서 그래. 아마 대수롭지 않게 해결하실걸? 안되면 손목을 자르시겠지 뭐!”


“네? 뭐라고요?”


“검수는 오른손만 있음 되지 않겠느냐? 이러시며 검으로 쓰윽!”


“정...정말루요?”


쌍둥이가 끔찍한 상상이 되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농담이지! 그럴 리가 있겠어? 하하하”


“아...전 또...어?... 칼스?”


라딘이 대화 중 놀라며 문 쪽으로 아는 체를 하자 루가 몸을 돌렸다.


“루단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칼스? 여긴 어쩐일이야? 잘 지냈나?”


칼스는 의수를 흔들며 인사를 해 왔다.


“하하하. 올해가 지부장 마지막 해였습니다. 이제 은퇴해야지요. 그 전에 휴가 겸... 쌍둥이 녀석들도 볼 겸 들렸습니다. 루 용병단이 하도 유명해져서 나중에는 못 볼까봐요...”


“별 말을... 아무튼 반가워! 아! 이쪽은 새로운 단원인 조든이야!”


조든이 얼른 앞으로 나서며 인사했다.


“라딘과 레딘에게 들었습니다. 양아버지와 같은 분이라고... 처음 뵙습니다. 조든이라고 합니다.”


칼스는 조든의 깍듯한 인사에 흐뭇한 표정으로 답했다.


“알지요. 이미 용병들 사이에서는 귀계의 창이라고 소문이 자자한걸요. 반가워요. 칼스라고 합니다.”


“...?”


루를 포함한 모두의 표정이 뭔 말인가 싶어 하자 칼스가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이런.... 수련만 하고 계시다고 안내하는 병사가 말은 하더니... 바깥소식은 전혀 모르시는군요.”


“딱히 중요한 게 아니면 우리에게까지 오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의뢰 중일뿐이니깐...”


루가 설명했다.


“허허! 인근 용병들 입을 타고 전해지는 얘기들입니다. 루 단장은 창검의 사신, 조든은 귀계의 창으로 유명해졌습니다.”


“...”

“...”


“저희는요?”


라딘이 물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너희가 무슨 활약을 했는지...그럼 답이 나오겠지?”


칼스가 너희가 양심은 있긴 한거냐는 표정으로 답했다.


“... 약초의 신?”


빠악!


“아얏!”


“좀 더 배우고 정진해라. 유명세는 네가 원한다고 불리는 게 아니란다. 이놈들아!”


레딘의 기어들어가는 의문문에 뒤통수를 갈긴 칼스가 루를 보며 말했다.


“오랫만에 뵙는데 연무장에서 이럴게 아니라 식당으로 가시지요!”


***


식당으로 들어 선 일행은 모처럼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쌍둥이의 재연으로 시작된 조든과의 만남, 몬스터 사냥, 영지전, 그리고 비적떼와의 전투까지...


칼스는 감탄사를 몇 번이고 내 뱉으며 중요한 순간마다 루를 보며 그게 가능한 일이냐는 눈빛을 보냈다.


최근 수련까지의 일을 모두 말하느라 입이 마른 라딘이 물로 목을 축일 때 칼스가 루에게 말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용병 패를 받으러 오실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빠르게 유명해 지실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많이 유명한가? 우리 용병단이?”


루가 궁금해 물었다.


“유명하다 뿐입니까? 쾨른 마을에서는 전쟁의 신이 나타났다는 소문도 있고, 영지전에 참여한 병사들 입을 타고 가르시아 영지 내에서는 영웅으로 불리고 있지요.”


“그래봐야 이쪽에서 조그마한 명성일 뿐이지.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루는 그렇구나 정도로 받아들이며 말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


루가 고개를 들며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영지의 수호신이며, 영지민을 위해 목숨을 내 건 영웅입니다. 이미 남쪽으로는 꽤 많은 영지를 넘어 다른 왕국에도 그 소문이 퍼져 나갔지요. 대전란의 시대입니다. 그런 영웅담은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법입니다.”


“그런가?”


루는 이 역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현재의 자신은 용병이고 의뢰를 수행 중이다. 소문이 나쁘게 난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이 지나면 또 잊히는 게 소문이다.


칼스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프롬페 왕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응?”


“왕도 지부에서 사람이 왔는데, 또 다시 내전이 벌어질 거라고 합니다.”


“내전이? 이전 내전이 끝난 지 십년 정도라던데 또?”


“이미 왕도에서는 군사적 충돌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아무튼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찾아뵈었습니다.”


“일부러 온 거였군?”


칼스는 진중한 얼굴 표정으로 말했다.


“루 용병단은 이제 단순한 용병단이 아닙니다. 영지민을 수호하는 상징적인 용병단이 되었지요. 그리고 그 명성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분명 있기 마련입니다. 쌍둥이를 생각해서라도 이 부분을 말씀드리고자 왔습니다.”


칼스는 은퇴한 용병이었지만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에 능했다.


헤이로스 영지와 같은 큰 영지의 지부장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능력이지만 정치적 감각까지 가지고 있는 점은 놀라웠다.


그날 늦은 저녁까지 칼스는 프롬페 왕국 내전에 대해 상세한 정보와 나름의 분석을 루에게 말해주고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 후,


왕도로 가르시아 자작과 함께 떠났던 케플러 경과 마일스 경이 심한 부상을 안은 채 돌아왔다.


***


피터의 안내로 급하게 접견실을 찾은 루는 당황한 표정의 마크를 제일 먼저 볼 수 있었다.


실내는 소란스러웠다.


“빨리 지혈부터 해!”


“마일스 경이 위급하다. 일단 지혈하고 약초를 준비해와.”


“케플러 경! 정신 차리십시오! 케플러 경!”


치료사들의 외침이 고풍스러운 접견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루는 멍한 표정의 마크를 찾아 물었다.


“무슨 일이지?”


마크는 루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케플러와 마일스가 거의 말에 매달려 돌아왔습니다.”


“다른 이들은? 가르시아 자작님은?”


“모르겠습니다. 한 명이라도 깨어나 봐야 알 것 같은데...”


마크의 망연자실한 표정에 더 이상 질문을 못한 루는 치료사들의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도록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흐으음!”


케플러가 먼저 정신이 든 듯 신음을 내뱉었다.


“케플러! 케플러! 정신이 드나? 나 마크일세!”


“아...마크! 다행이 도착했군...”


“자작님은? 다른 일행은?”


급한 마음의 마크는 케플러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으윽!”


“아! 미안하네...케플러. 급한 마음에...”


마크는 놀라며 케플러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아니야... 자작님은... 돌아가셨네! 다른 이들도 모두...”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아! 루 단장...”


마크는 다시 케플러의 어깨를 잡으려다 루가 다가와 팔을 잡자 아차 하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케플러에게 물었다.


“하아... 이놈의 성격이 급해서... 아픈 사람에게... 아무튼 케플러 천천히 말 좀 해주게...”


루의 제지로 마크가 침착하게 묻자 케플러는 그간의 상황을 짧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전이 다시 벌어졌네. 귀족파가 들고 일어 난거지. 자작님은 탈출하려했지만 귀족파에 둘러싸여 결국... 돌아가셨네. 햄프리와 커크는 그 자리에서 죽었고, 마일스와 나만 겨우 탈출했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마크의 몸이 휘청였다.


가뜩이나 몸이 안 좋았던 마크 역시 케플러의 말에 심한 충격을 받았다.


“마크! 진정하게나!”


루가 뒤에서 휘청 이는 마크를 잡아 주었다.


마크는 몸을 떨며 이 상황이 꿈이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이런... 어찌 이런일이... 왕자들 간의 세력은 백중세가 아니었던가?”



마크는 정신을 차리며 케플러에게 물었다.


“3왕자 측이 외부 세력을 끌어 들였어! 검은... 오러를 쓰는... 놈들.... 전에 영지전 때의...여기... 자작님의 유언장이네! 마크... 받게!”


케플러의 말은 갈수록 느려졌고, 힘이 빠져 나갔다.


힘겹게 품에서 밀봉된 종이를 꺼내 마크에게 전달했다.


떨리는 마크의 손에 유언장이 넘어간 순간 케플러의 손이 툭 하며 떨어졌다.


“케플러? 케플러?”


마크가 유언장을 손에 쥔 채 케플러의 떨어진 손을 잡았다.


근처에 대기 중이던 치료사가 급하게 다가와 살펴보고 마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유언장 전달이 케플러의 마지막 임무가 되고 말았다.


마크는 쓰러지려는 몸을 가까스로 버티며 유언장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마크는 조용히 유언장을 루에게 내 밀었다.


왜? 라는 눈빛의 물음에 마크가 답했다.


“루 단장이 읽어 보셔야 할 듯합니다. 일단 보시지요!”


쇠약해진 탓인지, 이 상황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크의 손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마크가 건넨 종이를 편친 루는 가르시아 자작이 마지막으로 남긴 글을 볼 수 있었다.


'제발 이 글이 아무에게도 읽혀지지 않기를 바라며 쓴다. 하지만 결국 보게 되리라는걸 알기에 이렇게 글을 남긴다.


평생 곁을 지켜준 친구이자 나의 충실한 기사, 마크, 케플러, 마일스, 햄프리, 커크 고맙고 감사하다.


그대들이 있었기에............ 아마도 혼자 남겨질 마크가 걱정되지만, 그 또한 운명이라 믿는다........


영지는 루 단장에게 맡기고자 한다.


그의 능력과 영지민을 생각하는 마음을 믿기에 내린 결정이다.


비록 작은 영지이지만, 루, 그가 나를 대신해 가르시아 영지의 영지민을 지켜 주리라 믿는다.


.....................


선대로부터 물려 받은 가르시아 데 무어 프롬페의 이름으로 유언이 제대로 실행되길 희망한다.'


루가 영주가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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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운명의 수레바퀴! +2 24.09.06 6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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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비적들! (2) 24.09.04 70 1 11쪽
17 비적들! 24.09.03 7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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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영지전 (3) 24.09.01 79 3 12쪽
14 영지전 (2) 24.08.31 89 3 12쪽
13 영지전 24.08.30 91 3 13쪽
12 새로운 동료 24.08.29 97 3 12쪽
11 두번째 의뢰 (4) 24.08.28 104 3 12쪽
10 두번째 의뢰 (3) 24.08.27 101 3 12쪽
9 두번째 의뢰 (2) 24.08.26 105 3 12쪽
8 두번째 의뢰 24.08.25 120 4 12쪽
7 마법사 24.08.24 12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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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 의뢰 (2) 24.08.22 13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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