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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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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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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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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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전

DUMMY


가르시아 영주성에 루와 일행이 도착한 시간은 부엉이가 울음을 한창 울어대는 늦은 밤이었다.


조용하리라 예상한 영주성은 늦은 밤임에도 분주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긴장감이 흐르는 영주성의 분위기는 루와 일행에게도 전달되었다.


성에 도착하자 수비대장인 피터가 루를 맞이했다.


“밤늦게 미안합니다. 루 단장!”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카론 영지에서 영지전을 선포했소이다!”


“영지전이요?”


루의 물음에 피터가 다급히 안으로 일행을 안내하며 말했다.


“자세한 건 영주님과 함께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피터를 따라 영주성 내부의 대회의실로 들어갔다.


이미 그 곳에는 함께 몬스터 토벌을 나갔던 2명의 용병대장과 서너 명의 용병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고, 가르시아 영지의 기사들이 앉아 있었다.


루가 들어가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용병들은 루를 보며 일어섰다.


동료이자 강자에 대한 예우였다.


영지의 기사들만이 아직은 루에 대해 모르는지 눈인사만을 해왔을 뿐이었다.


잠시 후, 루가 들어왔던 문이 열리며 가르시아 영주가 들어왔다.


바퀴달린 의자를 타고 들어온 영주는 눈 끝이 사나운 맹수의 눈이었다.


다만 몸이 불편해서인지, 다른 이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포식자의 느낌보다는 은퇴한 맹수의 느낌이랄까?


현 프롬페 왕국의 먼 혈족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루는 영주의 눈빛이 죽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권력에서 밀려 난 건가?’


루가 바라본 가르시아 영주는 치열한 싸움에서 패배해 허탈함을 품에 안고 사는 그런 느낌이었다.


루가 영주를 관찰하고 있을 때, 들어오는 가르시아 영주와 눈이 마주쳤다.


상대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연륜이 느껴지는 눈길이었다.


다시 좌중으로 시선을 돌린 영주가 입을 열었다.


“늦은 밤 모여서 고맙다. 나는 가르시아 자작! 이곳 가르시아의 영주이다. 그쪽이 용병단들이겠군? 늦었지만 이번 몬스터 토벌에 참여해 높은 성과를 내 준 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특히 오우거를 잡았다고 들었다. 그 용력에 치하를 함과 동시에 또 다른 의뢰를 하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


“...”


영주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큰 바다에서 헤엄치던 물고기가 작은 연못에 들어와 그 유려한 유영을 뽐내 듯 좌중을 압도하며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총관!”


뒤에 따라 들어와 서 있던 중년의 총관이 앞으로 나서며 큰 주머니 하나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이번 몬스터 토벌에서 세운 공에 따른 보상이다. 물론 오우거와 오크의 사체 부산물을 처리한 금액은 별도로 산정하여 지급할 것이다. 이 보상금은 그대 용병들이 알아서 나누도록 하라!”


용병단장 중 제일 먼저 와서 앞 쪽 자리에 앉아 있던 웨일러 용병단의 단장이 대표로 인사를 하며 주머니를 챙겼다.


“그리고... 마크 경! 경이 설명하도록 하지!”


영주는 자신의 우측에 앉아 있던 기사를 지목하며 설명을 요청했다.


기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설명을 시작했다.


“가르시아 영지의 기사 마크입니다. 오늘 오후 늦게 카론 영지에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영지전을 선포 한다는 내용이며 사유는 저희 영지에서 밀어 낸 몬스터들의 침입으로 영지의 재산상 피해가 커 이를 복구하기 위함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상입니다.”


마크가 자리에 앉았다.


짧고 간결한 마크의 설명에 용병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몬스터를 밀어냈다고? 카론 영지가 어디지?”


“산맥 넘으면 나오는 곳일걸!”


“양 영지의 절반은 산맥이 막고 있고 남쪽은 평야로 마주보고 있는 곳이네... 그런데 우리가 몬스터를?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오히려 오크 부락도 섬멸하고, 더욱이 오우거까지 잡아서 피해를 줄여주면 줄여준 셈인데... 이 무슨 억지인가?”


루는 이곳이 처음인지라 그런 제반 사항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에 조용히 용병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조용히 용병들의 웅성거림을 듣고 있던 가르시아 자작이 손을 들자 용병들의 웅성거림이 멈추었다.


“그대들이 몬스터를 밀어 낸 것이 아님을 아네. 물론 카론 남작도 알지!”


영주의 말에 용병들이 움찔했다.


자신들이 영지전의 미끼가 된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네. 다들 느꼈겠지만, 이는 영지전을 위한 명분일 뿐이네. 그들이 이런 얼토당토않은 명분을 들이밀며 영지전을 건 이유는 따로 있네.”


“...”


“...”


“얼마 전 네옴 산 중턱에서 철광산이 발견되었네. 문제는 이곳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데에 있었지. 나는 적당한 지분만 나눠받고 독점할 생각은 없었는데 카론 남작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야.”


네옴 산은 루가 오우거를 잡았던 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는데, 그 산 남쪽으로는 평야가 펼쳐지며 두 영지가 마주 보고 있는 그런 지형이었다.


“결국 몬스터는 핑계이고, 철광산을 갖고 싶다는 게 목적이었군요.”


웨일러 단장이 입을 열었다.


“그렇지!”


“그럼 저희를 영지전을 위한 용병으로 의뢰를 하고 싶다는 말씀이십니까?”


“물론이네. 자네들은 이미 몬스터 토벌로 그 실력을 입증하지 않았나. 더구나 오우거 슬레이어까지 있는데 당연히 의뢰를 해야지!”


가르시아 자작은 용병들을 두루 쳐다보며 말하다 마지막 말을 마치고는 루를 쳐다보며 물었다.


“나는 더 이상 내 것을 허무하게 빼앗기고 싶지는 않네. 어떤가? 함께 할 텐가?”


***


회의는 끝났다.


웨일러 용병대는 영지전에 참여를 결정했고, 그 외의 용병대는 설립이 최근이었는지 단원들의 의견을 묻겠다며 결정을 미루었다.


지금 안에서는 웨일러 용병대가 계약을 진행 중이었다.


복도에서 계약을 위해 잠시 기다리고 있을 때, 기사 마크가 다가와 물었다.


“루 단장님? 영주님이 잠시 뵙자고 하십니다.”


오우거 슬레이어라는 것을 알아서 일까?


다른 용병을 대함과는 다른 어투였다.


“그러지요!”


마크를 따라 나선 루는 곧 접견실로 보이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방에는 가르시아 영주가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루가 들어온 인기척을 내자 가르시아 영주는 찻잔을 내려놓고 자신 앞의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우거 슬레이어가 이리도 젊어서 아까도 그렇지만 깜짝 놀랐네. 이리 와서 앉게나.”


루는 영주가 가리킨 소파에 앉았다.


그곳에는 이미 영주의 차와 함께 나온 건지 차 한 잔이 김을 모락모락 내며 준비되어 있었다.


“마시게! 싸구려는 아닐세.”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며 찻잔을 든 루는 향을 음미하고, 가볍게 찻잔을 기울여 차 맛을 느꼈다.


“대륙 동쪽에서 난다는 엘프의 꽃잎을 우려낸 차군요. 덕분에 좋은 차를 마십니다.”


“...”


루의 말에 가르시아 영주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


루 역시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없이 영주를 응시하자 영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점점 궁금증이 더해지는 사람이군. 그 나이에 오우거를 잡을 무력에... 어지간한 왕국의 고위 귀족이 아니면 향도 맡기 힘든 차를 구별할 줄 안다라...”


“스승께서 즐기시던 차입니다. 저도 몇 번 맛을 보았을 뿐입니다.”


영주는 얼굴을 찡그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점점? 이제는 그대에 이어 그대의 스승까지 궁금해지는 군! 사람이 맞기는 한 건지 궁금할 따름이네.”


영주의 말에 루가 가볍게 대답했다.


“검에 찔리면 죽을 테니 분명 사람 맞습니다.”


“허허허! 그래. 그나저나 이번 영지전 의뢰를 받아주어 고맙군!”


“굳이 안해야 할 이유를 못 찾았을 뿐입니다. 공세라면 고민을 했겠지만 가르시아 영지는 막아야 하는 입장이니 선택이 쉬웠습니다.”


“공세였다면 고민 했을 거다?”


영주는 루의 의견이 궁금했다.


“명분을 좀 더 주의 깊게 봤겠지요. 영지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영주의 욕심만이 가득한 영지전이라면 더 고민했을 겁니다.”


“오호... 그렇구만. 그런 성향이었어.”


영주는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루의 말을 경청했다.


“조금 더 제 판단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을 할 뿐입니다. 어쨌든 소수지만 제 단원들 목숨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니요...”


“옳은 생각이야. 언제나 자신의 판단이 옳다는 생각은 좋지 못하지. 계속 고민하고 궁리해야만 하지.”


“스승님도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영주였다.


“자네보다는 자네 스승이란 분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하는군. 무술만 가르치기도 힘든 게 제자이거늘... 대단한 분이야.”


루는 스승님에 대한 호의적인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이 영지가 좋네!”


느닷없는 영주의 말에 루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자신의 영지인데 좋아야 하는 거 아닌가?


“왕국 설립 때 벌어진 내전에서 온 가족을 잃었네. 그리고 내 두 다리도!”


영주의 시선이 무릎 밑의 허공을 잠시 스쳤다.


“다행히 지금의 왕께서 왕국의 주인이 되며 공을 인정받아 이 영지를 받았지. 수도로부터 가장 먼 영지를 말일세. 하하하”


공은 인정받았지만 효용성을 잃은 그를 멀리 내 친 것이다.


“처음에는 분노로 이를 갈았지. 내 가족과 온 재산을 다 부은 결과가 겨우 이것이었나 싶었네. 하지만 여기 영지민들과 부대끼다 보니 그런 생각이 쓸모없다는 걸 느끼게 되더군. 루 단장이라고 했나?”


“네! 영주님!”


“이곳을 지켜주게. 부탁하네!”


그렇게 영주와의 독대가 마무리되었다.


***


대륙이 대전란의 시기로 접어들며 영지전의 전투 양상은 그 이전과 달랐다.


왕국 간의 전쟁이 심해지며 병력의 손실을 최소화 하는 쪽으로 진행되었다.


영지전이 격해져 병력이 파탄 날 경우 승냥이와 같은 외적이 바로 침략해 들어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영지전은 대기사 결투를 이용해 승자와 패자를 정하게 되는데...


물론 전력이 비슷할 경우의 이야기였다.


따라서, 가르시아 자작은 최선을 다했다.


가산을 풀어 용병을 최대한 추가로 모집했으며, 수확 철임에도 불구하고 영지민을 다독이며 병사의 수를 늘렸다.


보름 안쪽의 결과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공을 들여 대회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오백여명의 병사, 일백의 용병들, 그리고 기사 다섯!


준비할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을 맞춘 가르시아 자작은 대회전을 위해 가랑 평원으로 향했다.


일주일의 행군 이후 가랑 평원에 도착한 가르시아 군은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마침 카론 영지군도 반대편 평원에 도착하여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다음 날 평원 정중앙에 막사가 세워지며, 양측의 영주들이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함께 가시겠는가? 루 단장!”


가르시아 자작은 루와 함께 하길 청했다.


“그러시지요. 함께 하겠습니다.”


영지전 선포 시 회합의 인원은 영주를 포함 두 명의 수행기사라고 표시 되어 있었다.


가르시아 영주는 기사 마크와 루를 대동하여 중앙으로 말을 타고 나아갔다.


카론 영지군 진영에서도 세 필의 말이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곡식이 영근 지역을 피해 자리를 잡은 중앙의 막사는 꽤 넓은 공터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양측의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중앙의 분위기는 영지전이라기보다는 외교의 장이었다.


예상과 다른 평온한 분위기에 짐짓 당황한 루였다.


‘왕국 간의 전쟁이 아니라 그런가?’


의외의 평온한 분위기를 먼저 내비친 것은 카론 영주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가르시아 자작님!”


카론 남작의 인사에 가르시아 자작 역시 정중하게 이를 받았다.


“오랜만이군. 카론 남작! 재작년 건국절 때 수도에서 보곤 처음이지?”


“네. 자작님! 몸은 좀 어떠하십니까?”


누가 봐도 건강을 걱정하는 어투였고, 표정이었다.


영지전을 빙자한 군사훈련이 목적이 아닌 걸까 의심될 정도의 친밀함이었다.


가르시아 자작은 무릎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가끔 있지도 않은 통증이 느껴진다네. 자네와 함께 말을 달리던 기억도 나곤 하지... 그런데...”


가르시아 자작이 물었다.


“왜 이러는 건가? 진정 광산의 지분 때문인가?”


“... 그것이...”


이후로 의미 없는 몇 마디가 더 오갔다.


카론 남작 역시 자신의 욕심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미로 말을 던졌으나 정확한 이유는 말할 수 없는 듯 했다.


외교적 수사에 익숙하지 않은 루는 곧 대화에 흥미를 잃었다.


들어도 알 수 없는 의미를 굳이 찾고자 하지 않았다.


대신 카론 남작과 함께 온 기사들을 보았다.


풀플레이트 갑옷을 차려입은 기사가 눈에 띄였다.


하지만,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편한 로브를 위에 걸친 기사였다.


가벼운 레더 갑옷을 안쪽에 입고 로브를 걸친 듯한 흉곽이었다.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나이?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기사는 크게 표정이 없는 나른한 얼굴로 서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자꾸 눈이 갔다.


강함이 느껴지지도, 투기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마치 들판을 산책 나온 사람의 모습 같았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루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리고, 루와 기사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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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운명의 수레바퀴! +2 24.09.06 67 0 14쪽
19 비적들! (3) 24.09.05 69 0 13쪽
18 비적들! (2) 24.09.04 70 1 11쪽
17 비적들! 24.09.03 70 2 12쪽
16 인연을 이어가다. 24.09.02 78 3 12쪽
15 영지전 (3) 24.09.01 78 3 12쪽
14 영지전 (2) 24.08.31 89 3 12쪽
» 영지전 24.08.30 91 3 13쪽
12 새로운 동료 24.08.29 97 3 12쪽
11 두번째 의뢰 (4) 24.08.28 104 3 12쪽
10 두번째 의뢰 (3) 24.08.27 101 3 12쪽
9 두번째 의뢰 (2) 24.08.26 105 3 12쪽
8 두번째 의뢰 24.08.25 120 4 12쪽
7 마법사 24.08.24 126 4 12쪽
6 첫 의뢰 (3) 24.08.23 121 3 12쪽
5 첫 의뢰 (2) 24.08.22 139 4 12쪽
4 첫 의뢰 24.08.21 164 3 12쪽
3 세상으로!(3) 24.08.20 17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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