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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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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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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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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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의뢰 (3)

DUMMY



루는 등 뒤의 검으로 손을 뻗으며 입구를 쳐다보았다.


뚜벅뚜벅!


커다란 배낭을 메고 짙은 갈색의 로브를 입은 노인이 걸어 나왔다.


눈매는 매서웠고, 턱의 수염은 길게 가슴까지 자라있었다.


얼굴의 피부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주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목소리는 의외로 노인보다는 장년에 가까운 목소리였기에 이 사람이 말한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


루는 말없이 노인을 쳐다보며 승부를 가늠해 보았다.


‘짙은 마나의 향기! 하지만... 승부의 가늠이 안 된다?’


자신의 기감을 펼쳐보았지만 그의 전투력을 상정할 아무런 정보도 파악할 수 없었다.


다만 노인이 가진 마나의 향이 짙으며 결코 나쁜 향은 아니라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허! 젊은 사람이 대단한 기도를 가졌군. 그런데 어떻게 결계를 소리 없이 뚫었지? 혹시 마법을 아나?”


루는 노인에게 적의가 없음을 느꼈다.


검에 가져간 손을 내리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허락 없이 결계를 뚫고 와 미안합니다. 나는 루! 루 용병단의 단장이며, 의뢰를 받아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노인은 루의 대응이 마음에 들었던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앞전에 온 놈들과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근본이 있는 젊음이구만.”


“앞전에 온 이들은 어찌되었습니까?”


루는 그들이 살아 있음을 기감을 통해 알았지만 다시 한 번 노인의 의중을 알기위해 물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몬스터 타령을 하며 결계 안에서 혼몽에 빠져 허우적 거리 길래 저 안에 가두어 두었지. 밥도 제때 줬으니 조금 불편했던 것 빼고는 잘들 있네.”


루는 노인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진 않았다.


자신의 기감에 걸린 사람의 수도 얼추 맞고...


“제가 받은 의뢰는 이곳에 몬스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앞서온 이들의 구조로 변경되겠군요. 혹시 제가 그들을 구조해 가도 되겠습니까?”


루는 마법사와 싸우기 싫었다.


하지만 일반인과 사고 자체가 다르다는 마법사가 사람을 해하려 한다거나 몹쓸 짓을 해 놓은 상태라면 어렵더라도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으로 물었다.


“맘대로 하게나. 어차피 내가 떠날 때까지 내 위치를 알리기 싫었기에 가둬 둔거지 다른 목적이 있던 건 아니었으니.”


“그렇군요. 그런데 떠나신다고 하셨습니까?”


노인은 더 이상 대답을 미루며 대신 질문을 해왔다.


“내 질문에는 대답을 안 하는구먼. 그럼 불공평하지!”


루는 질문이라는 말에 대화를 상기했다.


“네? 어떤...아! 결계 말씀이군요.”


“그렇다네. 자네의 마나를 보니 자연을 보는 듯하군. 대단해! 하지만 마법사의 마나와는 다른 걸 보면 검사인 듯한데... 어찌 결계를 뚫고 왔나?”


“결이 보여서 결을 검으로 자르고 들어왔습니다.”


루는 솔직히 말했다.


“뭐라? 결이... 보인다고?”


노인은 너무 놀라 수염까지 바르르 떨며 소리쳤다.


루는 깜짝 놀라 뭘 잘못한 건가 싶어 조심스레 물어다.


“뭐가 잘 못된 겁니까? 조금 집중해서 보니 결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걸 자르면 공간이 나오겠구나 싶어 그랬는데...”


노인은 허탈한 웃음과 함께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보이면 마법이겠는가? 자네... 참으로 특이하구먼. 흐음...”


노인은 표정을 수습하며 루를 관심 있게 쳐다보았다.


상대의 시선이 뜨거워진 듯 해 루는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어디를 가신다고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기간 이곳에서 연구를 하던 나일세. 나무향이 참 좋은 곳이어서 이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몇 년 전부터 벌목을 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이 동굴 앞까지 오지 뭔가.”


“아! 그래서...이 들을...”


노인은 루 질문의 의도를 이해 한다는 듯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인데 내 집 지키자고 이들을 못 살게 굴 수는 없지. 다만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나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데. 워낙 오래 살다 보니 시간이 꽤 걸리더구먼. 그리고 오늘이 그날이었네.”


“그럼 사람들은...?”


“내가 가고 나면 자연스럽게 가둬진 공간이 해제 될 걸세. 그럼 집으로 가면 되겠지.”


루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하루만 지났으면 해결 될 일이었군요!”


노인은 루가 상황을 보는 담백함이 마음에 들었다.


“하하하! 앞뒤를 살피었는데도 해결이라는 단어를 쓰는 겐가?”


루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노인께서도 피해를 본거지요. 오래 살던 공간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으니요. 다친 사람도 없고 여기에 갇혀 있던 시간은 좀 아쉽겠지만... 그건 노인이 자리를 비켜 줌으로서 상쇄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노인은 루의 판단이 제법 그럴 듯하다 생각했는지 다시 물었다.


“제법 생각이 열려 있구먼 그래. 그럼 마법사에 대한 호기심이나 그런 건 없는가? 처음 보는 걸 텐데?”


루는 노인의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자랑하며 살겠죠. 마법사의 결계를 뚫은 것을요... 하하하”


노인은 눈매가 살짝 찌그러졌지만 루는 미처 웃느라 그것을 못 봤다.


노인은 어깨의 배낭을 한번 채더니 뒤로 돌며 말했다.


“그렇구만... 그럼 사람들 데리고 잘 돌아가도록 하게나. 나도 먼 길을 떠나야 하니 가 보겠네.”


루는 떠나는 노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노인은 마법을, 자신은 검을 수련하지만, 왠지 노인도 스승과 같은 격이 있다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조심히 살펴 가십시오.”


노인은 루의 정중한 인사에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루 라고 했던가?”


“네!”


“나는 가빙일세. 다음에 보세나.”


“네! 살펴 가십시오.”


루는 인사 후 사라지는 가빙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빙이 사라지고 얼마 후 동굴 앞의 마법 결계가 스스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나의 흐름이 달라진 것을 느낀 루가 조심스럽게 쌍둥이 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어? 단장님! 갑자기 어떻게?”


쌍둥이에게는 루가 불쑥 솟은 것처럼 나타나 보였다.


“동굴 안쪽에 그동안 의뢰로 왔던 이들이 모여 있다. 가서 그들을 구해 콜메드로 돌아가자!”


“네? 다들 살아있습니까?”


“단장님이 구하신 겁니까? 혼자서요?”


놀라는 목소리로 라딘과 레딘이 물었다.


“아니. 내가 구한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됐어!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 줄 테니 우선 가자고...”


루는 마법사와의 만남을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은 잡혀 있던 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루와 쌍둥이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걸어 들어가자 커다란 동공이 나왔다.


그 곳에 이십 여명의 사람들이 네모난 결계선 안에 모여 있었다.


어지러운 글자들로 구성된 선이었는데, 가빙이 가며 결계는 해제한 듯 선을 드나들어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비활성화된 선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곧이어 흔적이 사라졌다.


결계선 안에는 사람들을 위한 식탁과 화장실 등이 갖추어져 있었다.


갇혀 있었지만 최소한의 사람다움은 유지한 듯 했다.


라딘과 레딘이 사람들에게 다가가 잠든 이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탁!탁!


“이보시오? 이보시오?”


어깨를 흔들거나 뺨을 살짝 때리자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듯 눈을 떴다.


“어? 누구야? 새로 잡혀온 사람인가?”


“일어나시오. 여긴 당신들 외에는 아무도 없소!”


“헉! 귀신은?”


“귀신? 여기에 귀신이 있단 말이오?”


라딘이 고개를 쳐들며 주위를 둘러봤다.


“아 글쎄...”


그들이 잡혀 온 경과는 똑 같았다.


벌목장의 끝자락까지 다가왔고, 어느 지점을 통과한 순간 각기 다른 환상을 보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절벽의 가느다란 길에, 어떤 이는 높은 첨탑에, 또 다른 이는 성벽 끝에 서 있는 환상 등이었는데, 모두 거기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 있다 체력이 다해 떨어져 기절했다는 것이다.


‘환상 마법이란건가? 경지가 높을수록 높은 위치에 놓인 듯한 환상이라... 역시 마법은 신기해!’


루는 이들이 마법사에게 당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결계선이 활성화 되어 있는 동안에는 선 안에서 밖이 안 보였나보다.


그 누구도 가빙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뜨니 이 안이었고, 삼시세끼 밥이 제공되어 이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루는 가빙이 이기적이지만 악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이주를 준비할 동안 사람들을 구금한 것은 잘 못이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의 생명을 탐하지 않았고, 살 길을 열어 준 것은 그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루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십 여명의 사람들은 루와 쌍둥이에게 생명의 은인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었다.


“정말 고맙소! 이름을 얘기해 주면 꼭 이 생명의 은혜는 갚도록 하리다!”


“우리는 루 용병단이요! 같은 용병끼리 생명의 은인은 무슨! 적으로 만나면 뚝배기나 까지 맙시다. 흐하하하!”


라딘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편한 분위기 속에서 산을 내려 갈 수 있었다.


이십 여명의 사람들은 식사를 거르지는 않았다고 하나 체력들은 떨어져 있었다.


천천히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 가다보니, 날이 밝아 점심 전에 콜메드 성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 저 사람들은? 죽었다던 용병들이다! 처음에 사라졌던 경비병 조셉도 있네? 우와아아!”


경비병의 외침에 성문 입구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어찌들 이제야 돌아왔나? 다들 자네들이 죽은 줄 알았어.”


“우리도 죽는 줄 알았네. 여기 루 용병단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수도 있지.”


“루 용병단? 아! 당신들은 어제 온...”


“하루 만에 이 일을 해결했다고? 대단한데. 이름이 뭐라고?”


“루 용병단이래!”


“성주도 무서워 도망간 몬스터를 하루 만에 처리하고 사람들을 살려 데려 왔네. 대단한데...”


사람들의 칭송은 하늘을 떠나갈 듯 이어졌다.


루 용병단의 소문이 처음으로 퍼져나가는 순간이었다.


***


루와 쌍둥이는 콜메드에서의 극진한 칭송을 뒤로하고 바로 헤이로스 영지로 돌아왔다.


의뢰에 대한 마무리도 했어야 했지만, 그것보다는 칼스와 쌍둥이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정식 단원으로 할지 아니면 거기서 헤어져야 할지에 대해 칼스를 보고 판단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귀신이 정말 있었을까?”


“설마... 귀신이 어딨겠냐?”


라딘과 레딘은 사람들을 구했지만 정작 사람들을 가둔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 다는 상황이 찜찜했다.


동굴의 흔적은 사람이 살던 흔적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종적을 감추었고, 잡혀 간 사람들은 멀쩡히 돌아왔다.


표면적인 의뢰는 성공한 것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제거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결국 우리의 의뢰는 절반만 성공한 거 아닌가? 아니 절반도 아닌가?”


“왜?”


레딘의 물음에 라딘이 당연한 건 아니냐는 투로 답했다.


“의뢰는 사람들을 죽인 몬스터 토벌이었잖아. 우린 몬스터는 본 적도 없고, 그저 쓰러져 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나온 것뿐인데?”


“음...그러네?”


“그러니... 의뢰비를 받는 게 정당한 걸까?”


의뢰비를 말할 때 주춤거리며 루의 눈치를 보는 라딘이었다.


단장이 아무 말 안 하는데 의뢰비 운운하며 대화를 하는 게 앞서 나갔다 생각한 탓이었다.


루는 때가 덜 묻은 쌍둥이의 모습이 기꺼웠다.


아직 젊어서일 수도 있지만, 나름 자신의 기준으로 정직한 삶을 살고자 생각 한다는 것 자체가 요즘 같은 대전란의 시기에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 라딘 말도 일리가... 어?”


루는 말을 하다 멈추었다.


커다란 바위 위에 가빙이 앉아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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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두번째 의뢰 24.08.25 12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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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 의뢰 (2) 24.08.22 13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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