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군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글가물치
작품등록일 :
2024.08.19 20:37
최근연재일 :
2024.09.17 15:2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842
추천수 :
61
글자수 :
173,137

작성
24.09.03 15:20
조회
69
추천
2
글자
12쪽

비적들!

DUMMY


라딘이 건넨 물을 마시는 피터 대장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핼쑥했으며, 옷은 먼지가 묻은 채 굳어 있었다.


타고 온 말이 아니라면 거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그 모습만큼이나 얼굴 표정 역시 큰일이 난 듯해 보였다.


곧 숨넘어갈 것 같은 호흡이 진정되자, 피터가 급하게 외쳤다.


“큰일입니다. 비적떼가 영지를 점령했습니다.”


“영지를? 점령했다고?...”


“아니...영지를 점령한 건 아니고, 외곽의 마을 하나를 몰살 시켰고, 그 근처 마을을 점령한 채 단장을 찾습니다.”


“나를 찾는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나를...”


순간 루의 머릿속에 가르시아 영지로 가던 길에 만난 비적떼가 스쳤다.


“설마...?”


“동생을 죽인 원수라며 하루가 늦으면 한명씩 마을 주민을 죽인다고... 저를 비롯해 열 명의 병사들이 단장을 찾기 위해 출발했는데, 삼일 만에 찾은 겁니다.”


“이런...”


“어찌하시겠습니까? 영주님은 단장의 뜻에 따르라는 말씀만 하셔서...”


루는 피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짐을 챙겼다.


“뭘 물어봐? 얼른 정리하고 가르시아 영지로 간다.”


루 용병단은 서둘러 오던 길을 되돌아 가르시아 영지로 빠르게 달려갔다.


***


루와 일행은 비적떼가 점령했다는 쾨른 마을로 향했다.


비적떼의 협박은 대단한 말이라는 칭찬을 듣던 슈마저 기절 직전까지 몰아붙이며 달리게 했다.


히이이잉!


슈가 애절한 목소리의 울음을 냈다.


“헉! 헉!”


말만큼이나 힘들었던 일정이었다.


일행은 뒤쳐졌으며, 슈를 다그쳐 질주한 루는 며칠전 보았단 피터의 모습을 재연해 내며 쾨른 마을 인근에 도착했다.


가르시아 영지병과 기사들이 비적때와 대치 중인 진지에 도착한 것이다.


“루 단장님이 오셨다!”


경비병의 외침에 진지 안에서 기사들이 달려 나왔다.


부상 회복 중인 마크를 대신해 현장을 지휘하던 케플러가 루를 알아보곤 인사를 해왔다.


“어서오십시오. 루 단장! 다른 일행은?”


“뒤에 오고 있어. 상황은 어떤가?”


루의 물음에 케플러는 고개를 저었다.


“안 좋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케플러의 안내로 지휘 막사로 들어 온 루는 케플러가 전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다시 물었다.


“상황은?”


“영지 경계에 있던 베르긴 마을은 몰살! 정면의 쾨른 마을은 비적떼가 점령한 상태입니다. 전체 마을 영지민은 사백여명인데, 오늘 낮까지 여덟명이 죽었습니다.”


“하루에 한명! 이 말인가?”


케플러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네...”


“저 놈들 비적이 맞아? 저렇게 큰 집단이 있네?”


루는 진지를 통과하며 기감을 흘렸다.


거리가 좀 있어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마나를 다루는 사람만 이십 명이 넘어 보였다.


케플러는 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얼추 보이는 수만 오십이 넘습니다. 아마 칠팔십명 사이가 아닐까 보고 있습니다. 아마...”


“아마?”


“남쪽에서 제일 큰 비적단인 소벤 비적단인 것 같습니다.”


“소벤 비적단? 비적단이 이름이 있는 건 처음보는데?”


“네. 규모도 규모이고, 무력이 강해 어지간한 왕국 기사단이 아니면 막기 힘들다고 소문난 놈들입니다. 주로 대도시를 메뚜기 떼처럼 휩쓸고 사라지는 놈들이라던데...”


“그래?...나를 찾는다고 하던데?”


“가랑 평원을 지나며 자신들의 동료를 죽인 자를 데려오라는 것이 요청사항이었습니다.”


“나 맞네!”


케플러는 루의 인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오실 때 잡아 온 비적들이 저놈들과 한패였나 봅니다.”


“내가 벌린 일이니... 나가 보자고!”


케플러는 나가려는 루를 만류했다.


“잠시 쉬며 체력을 회복하고 나가시죠?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요...?”


“그 사이에 또 영지민이 다치면 어쩌려고? 나는 괜찮아!”


루를 케플러의 만류에도 진지를 걸어 나갔다.


백여 명의 비적 집단이라니...


어지간한 영지의 영지병이 백여 명 수준인 걸 감안하면 비적은 영지에서 단독으로 처리하기 버거운 집단이다.


‘참 힘없는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구나...’


루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 중 하나였다.


누구나 노력한다고 좋은 결과를 얻는 일은 불가능하다.


노력은 기본이고 그 외에 또 다른 요인이 붙어야만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스스로 결정하고 끌어 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루였다.


하지만 또 다른 요인을 자신에게 이롭게 하기 위해 남을 핍박하고 위협하며, 심지어 죽이면서까지 이끌어 오는 짓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루는 비적과 같은 이들은 경멸했다.


그래서 검을 눈앞에 들이밀면 다 죽였다.


도망친 놈들 역시 남김없이 잡아 폐인을 만들고, 영지에 넘겨버렸다.


살려둘 가치가 없는 이들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쓰레기 같은 놈들이 열심히 살아보려는 이들의 목숨 줄을 붙잡고 복수를 운운하고 있다!


화가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은 루였다.


진지를 관통해 앞으로 나아가자 나무 방책을 두른 마을이 보였다.


입구 양쪽 낮은 망루에 비적으로 보이는 이들이 두 명씩 이쪽을 경계하며 서 있었다.


루는 한걸음 나서며 곁의 케플러에게 당부했다.


“조금 후에 우리 용병단 오면 전해줘! 상황 보며 알아서 움직여보라고...”


“네! 루 단장!”


루가 케플러와 함께 정면으로 나서자, 망루에서 한 비적이 소리쳤다.


“넌 뭐야?”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간 루가 소리쳤다.


“대장 나오라고 해!”


“그니깐 넌 뭐냐고?”


“네 동료 반으로 가른 사람이야. 얼른 대장이나 불러!”


“이 새끼가... 거기 가만히 있어라! 대장님! 대장님!...”


망루를 지키던 놈이 빠르게 사라졌다.


얼마 후,


중년의 사내가 망루에 나타났다.


눈매가 쳐지고 눈 밑이 검어 계속 쳐다보면 우울증이 생길만큼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두운 사내였다.


“네가 내 동생을 죽인 놈이냐?”


목소리는 동굴 속에 갇힌 사람처럼 울려 퍼져 나왔는데 마나를 실어 보낼 줄 아는 자였다.


“네 동생인지는 모르겠고, 말 타고 다니던 쓰레기들 청소는 한 번 했지.”


“... 쓰레기라...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모르겠다만 그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단순한 복수심인지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로 잡혀 있는 영지민들이었다.


“그래. 너 따위에게 협박을 듣는 건 귀에게 미안한 일이다만, 어쨌든 내가 왔으니 영지민들은 풀어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나다. 닥치고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라!”


루는 비적 대장의 말에 움찔할 정도로 화가 났지만 다시 한 번 꾹 참았다.


“그래. 그러지!”


“너를 제외한 모든 영지병사는 눈에 안 보이는 곳까지 물러난다. 누구라도 눈에 보이는 순간 영지민 한 명은 죽는다!”


“그리고?”


“너는 이걸 손에 차고 우리와 전투를 벌인다. 손에서 떼는 순간 영지민 하나가 죽는다.”


비적 대장은 팔찌 같은 것을 높이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게 뭔데?”


사내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답했다.


“귀한 물건이지. 차보면 알아. 하기 싫으면 되돌아가면 된다.”


“아악!”


마치 짠 듯 사내의 뒤에서 영지민 여성의 고통 섞인 비명이 들려왔다.


그게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루는 뛰어들어 다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영지민이 그 사이에 죽을 수도 있겠지만 빠르게 처리하면 절반 이상은 살지 않을까?


루가 잠시 고민하자 비적 대장이 말했다.


“검 좀 쓰나보지? 와서 막 난도질 하고 싶고 막 그래?”


표정이 읽혔나 싶어 루가 움찔했다.


“크하하하. 화가 나? 화가 나지? 그래도 움직이지 마!”


놈은 턱짓으로 마을 입구를 가리켰다.


마을입구의 두꺼운 나무문이 열리며 이십여 명의 비적들이 영지민 한명씩을 데리고 도열하기 시작했다.


“네 놈이 발을 떼는 순간 저기 보이는 영지민은 바로 목이 잘리는 거야. 댕강! 응? 댕강이라고!”


놈은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이 시간이 즐거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며 말을 이었다.


“안에 얼마든지 사람들이 있어. 발만 떼 봐 아주! 그냥 싹 다 머리에 구멍을 내서 죽여버릴테니깐!”


점점 살인에 대한 상상으로 흥분되는지 목소리에 열기가 담기기 시작했다.


미친놈이었다.


마을 입구로 나온 영지민들은 성한 사람이 없었다.


남자들은 맞았는지 이미 얼굴과 몸에 피딱지 없는 사람이 없었고, 여자들은 험한 일을 당했는지 옷이 찢어지고 머리가 산발한 이가 대부분이었다.


힘이 없는지 비틀거리면서도 비적에게 붙잡혀 앉지도 못하며 휘청거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음이 답답해지는 만큼 비적에 대한 분노가 커졌다.


그리고 그 한계치가 넘어가나 싶을 때 루의 마음이 차분해졌다.


루의 얼굴에서 미세한 표정마저 사라졌고, 팔짱을 끼며 비적 대장을 쳐다보았다.


루가 더 이상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이자, 비적 대장은 부하를 시켜 팔찌를 내 보내며 소리쳤다.


“자! 시작해 볼까? 빨리 병사들 물려! 눈에 보이는 순간 끝이야! 그리고 넌 지금 내가 보낸 팔찌를 손에 걸어라!”


루는 뒤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케플러에게 소리쳤다.


“뒤로 물러나!”


“루 단장!”


“나를 믿어! 물러나!”


루의 단호한 말에 케플러는 병사들을 데리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진지를 비우고 물러나는 기사와 병사들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마을 입구 빈 땅에는 루 만이 혼자 서 있었다.


진지를 빠져나가는 가르시아 영지 병사들을 보던 비적 하나가 빠르게 달려와 루에게 팔찌를 내 밀었다.


“차라!”


루는 비적의 손에 들린 팔지를 보았다.


‘아티팩트로군!’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팔찌는 손바닥 넓이의 넓은 면을 가지고 있었고, 수갑처럼 손목에 차는 형태였다.


넓은 면에는 괴이한 문양들이 어지럽게 각인되어 있었다.


비적에 손에서 팔찌를 낚아 챈 루는 스스로 왼 손목에 팔찌를 찼다.


낚아 챌 때에는 무게감을 거의 못 느꼈는데 손목에 차자마자 손목이 내려갈 정도로 무게감이 생겼다.


아니, 무게감보다 몸에 생긴 변화를 느꼈다고 해야 했다.


손목 부근의 마나로드를 막는 느낌이 들며, 몸을 순환하는 마나가 순식간에 멈추었다.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를 팔찌가 무겁다 느낀 것이다.


루가 팔찌를 착용하는 것을 멀리서 보던 비적 대장은 여유 있는 얼굴 표정으로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웃었다.


“어때? 쓸 만하지? 소드마스터라도 사로잡으면 쓸려고 사둔 건데 네가 첫 개시를 하는구나? 크하하하”


루는 팔을 빙빙 돌리며 몸을 움직여 보았다.


워낙 팔찌 표면에 적힌 문양이 많아 또 다른 효용이 있는지 확인 해 본 건데, 마나 순환을 막는 것 외에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팔찌 하나로 마나 순환을 막을 수 있는 아티팩트라니...


상상을 넘는 마법의 결과물이다.


다만, 가빙이 준 팔찌가 워낙 대단하였기에 감흥은 덜했다!


크게 당황하리라 생각한 루가 담담히 받아들이자 놀란 것은 비적 대장이었다.


“침착한 표정 지어봤자 네 놈은 이제 끝이다. 소드마스터도 그 팔찌를 차면 본연의 오러를 뿜어 낼 수 없다! 크하하하. 얘들아!”


“네!”


“네! 대장!”


“누가 나가서 저 놈을 잡아 오겠느냐?”


비적들은 서로가 나가 루를 잡아 오겠다고 고함을 질러댔다.


“제가 나가서 목을 베 오겠습니다.”


“화끈한 도끼는 제 몫입니다.”


“크하하하! 좋다. 약센! 네가 나가라. 팔 다리는 다 잘라도 좋다. 하지만 목은 남겨 와라. 그건 내꺼야!”


“크크크 네, 대장!”


비적들은 마치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 마냥 웃고 떠들며 처음으로 나가는 약센을 부러워했다.


마나가 제한된 기사는 제 아무리 뛰어나도 오러를 쓰는 상대를 이길 수 없다.


검을 잡는 모든 이가 아는 내용이며 이 틀을 벗어난 이는 있을 수 없다.


루 앞으로 지 몸통만한 도끼를 어깨에 짊어진 비적 한 놈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명의 군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4.09.12 30 0 -
31 새로운 시작 (2) NEW 13시간 전 19 0 12쪽
30 새로운 시작 24.09.16 27 0 13쪽
29 새로운 땅으로 ! (3) 24.09.15 31 0 14쪽
28 새로운 땅으로 ! (2) 24.09.14 36 1 13쪽
27 새로운 땅으로! 24.09.13 44 1 12쪽
26 전면전의 끝과 또 다른 시작 24.09.12 51 1 12쪽
25 전면전 (3) 24.09.11 44 1 12쪽
24 전면전 (2) 24.09.10 47 1 13쪽
23 전면전 24.09.09 54 1 14쪽
22 운명의 수레바퀴! (3) 24.09.08 60 1 14쪽
21 운명의 수레바퀴! (2) 24.09.07 67 1 12쪽
20 운명의 수레바퀴! +2 24.09.06 67 0 14쪽
19 비적들! (3) 24.09.05 69 0 13쪽
18 비적들! (2) 24.09.04 70 1 11쪽
» 비적들! 24.09.03 70 2 12쪽
16 인연을 이어가다. 24.09.02 78 3 12쪽
15 영지전 (3) 24.09.01 78 3 12쪽
14 영지전 (2) 24.08.31 89 3 12쪽
13 영지전 24.08.30 90 3 13쪽
12 새로운 동료 24.08.29 97 3 12쪽
11 두번째 의뢰 (4) 24.08.28 104 3 12쪽
10 두번째 의뢰 (3) 24.08.27 100 3 12쪽
9 두번째 의뢰 (2) 24.08.26 104 3 12쪽
8 두번째 의뢰 24.08.25 119 4 12쪽
7 마법사 24.08.24 126 4 12쪽
6 첫 의뢰 (3) 24.08.23 121 3 12쪽
5 첫 의뢰 (2) 24.08.22 139 4 12쪽
4 첫 의뢰 24.08.21 164 3 12쪽
3 세상으로!(3) 24.08.20 175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