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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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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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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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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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전 (2)

DUMMY


기사의 눈빛이 장난감을 찾은 아이처럼 빛났다.


루는 끈적끈적한 상대의 눈빛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몸에 기파가 발생했고, 그 기파는 조용히 기사를 향하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아도 루의 감정이, 호흡이 기파를 한 곳으로 몰아 버린 것이다.


그러자 상대 기사도 기파를 흘리기 시작했다.


루의 기파와 상대 기사의 기파가 부딪히자 루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상대의 기파가 처음 겪는 음습하고 기분 나쁜 기파였던 것이다.


‘마치 죽은 자를 대하는 느낌인데?’


생소한 기파를 접한 루는 기파만으로는 상대의 격을 가늠해 내기가 힘들었다.


더 이상의 기파를 쏟아 낸다면 다른 이들도 느낄 수 있기에 조용히 기파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대 역시 루를 응시하며 기파를 거두기 시작했다.


상대 기사는 흥미롭다는 듯 루를 의식적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 외의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다.


의례적인 영주의 회담이 끝나고 진지로 돌아오는 길에 루는 마크에게 물었다.


“아까 그 기사를 아나?”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기사 말입니까? 카론 영지의 대표기사인 롤랭입니다. 오러 나이트의 완숙한 경지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루는 마크의 설명에 보충을 요구했다.


“다른 한명은?”


마크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처음 보는 자였습니다. 아무래도 가까운 영지다 보니 교류가 없지는 않은데 처음 보는 것이 용병 쪽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용병이라?....”


마크 역시 처음 보는 자라니 정보를 얻기에는 틀린 모양이다.


루는 그 음습하고 기분 나쁜 기파가 마음에 걸렸지만 딱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자 기억으로만 남긴 후 대회전 준비에 들어갔다.


다음날,


가르시아 영지 깃발을 선두로 세운 영지군이 가랑 평원으로 진입했다.


선두에는 가르시아 영주가 탄 마차를 두 필의 말이 끌었다.


그 뒤로 다섯의 영지 기사가, 그리고 그 좌우로 용병단의 단장들이 자리를 잡았다.


가장 많은 인원의 병사들은 맨 앞줄만이 제대로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영지의 최소 방어 병력인 이십 여명을 제외한 영지병 칠십여명은 완전 무장으로 전장을 향했다.


그리고 그 뒤, 사백여명은 검과 창, 그리고 방패로 무장은 했으나 멀리서 봐도 갑옷의 통일성이나 질이 바로 앞의 영지병과 비교할 수 없이 떨어져 있었다.


다만 영지를 지키겠다는 기세마저 낮은 건 아니었기에 흉흉한 전장의 기운을 유지해 주었다.


가르시아 영주가 영지 관리를 잘 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한 시간 정도를 걸어 가랑 평원의 농지 옆 너른 공터에 자리를 잡고 상대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등장하는 카론 영지는 병사의 수는 비슷했지만, 전열에 도열한 채 다가오는 기사와 용병단장의 수가 달랐다.


거의 두 배는 됨직한 수였다.


“제대로 준비했군요. 용병들의 수가 엄청납니다.”


기사 마크가 상대를 가늠해 보며 가르시아 자작에게 보고했다.


“기사는 알고 있듯 열 명입니다. 다만 용병단장의 수가 스물에 가까운 듯합니다.”


“영악한 놈! 여기저기 손도 많이 벌렸겠구먼!”


하지만 카론 영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르시아 영지의 절대적 열세는 아니었다.


용병대는 기사와 다르게 질적 차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상대는 루의 존재를 모른다.


무려 오우거 슬레이어가 탄생 했음에도 가르시아 자작의 정보 통제로 이 소문은 가르시아 영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오우거의 사체를 팔 때에도 상단에 비밀엄수 조항을 계약서에 넣을 정도였다.


기간은 영지전 개시 전까지!


루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르시아 영지의 비밀병기가 된 셈이었다.


루 또한 이를 당연히 받아들였다.


미리 계획한 것도 아니고, 오우거를 잡아 돌아 온 날 영지전이 선포 되었다.


조금만 생각이 있다면 루의 존재를 감추는 것이야 말로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서로를 가늠하며 양측의 영지군이 진열을 정비했다.


잠시 후, 카론 진영에서 백기를 등에 꽂은 전령이 튀어 나왔다.


빠르게 가르시아 진영 앞에 다다른 전령은 크게 외쳤다.


전령을 뽑는 기준이 목청의 크기 인 듯, 쩌렁쩌렁 울리는 전령의 목소리였다.


“가르시아 영주의 욕심이 하늘에 닿아 있어, 이를 겪는 가르시아 영지민과 주변 영지의 원성이 지상에서도 들리어 온다. 이에 나 카론 데 아르망 남작은 국왕이 하사한 권한을 사용하여 가르시아 영지를 구원하여 영지민과 주변 영지의 평화를 이끄는 영지전을 신청한다. 이에 대응할 자 나오라!”


그 말을 마치고 전령을 말을 돌려 돌아갔다.


그리고, 곁에서 준비 중이던 기사 마크가 풀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채 전마를 타고 앞으로 나아갔다.


양 진영의 중간쯤 멈춰선 마크는 크게 소리쳤다.


“가르시아 영지의 기사 마크다! 카론 영지의 말에 동의 할 수 없으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나왔다. 나를 상대할 자 나오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대 진영에서 말을 탄 기사가 뛰쳐나왔다.


어제 본 롤랭이라는 카론 영지의 대표기사였다.


“나 롤랭이 그대를 맞아 우리의 말이 맞음을 증명할 것이다.”


이십 여 미터의 거리를 벌린 후 대화를 주고받은 둘은 랜스를 높이 쳐들며 상대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영지전의 대기사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첫 대기사 전투는 박빙이었다.


상대가 영지의 대표기사였음에도 마크는 밀리지 않았다.


가르시아 영지의 대표기사가 없는 이유는 다섯의 실력이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다섯을 대표할 만한 기사라고 서로 생각하지 않아 임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사의 질은 어느 영지와 비교하여도 낮지 않았다.


가르시아 자작과 왕국의 내전부터 함께 해온 경험 많은 기사들이기도 했으며, 특히나 가르시아 자작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이들이었다.


첫 랜스 격돌 이후 말에서 내린 둘은 첨예한 전투를 이어갔다.


대기사전의 초전!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결투였기에 마크와 롤랭은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제법 실전적인 검술을 구사하는구나! 아직 오러 나이트를 벗어나기에는 이르지만 검술에 녹아든 경험은 결코 낮지 않아!’


루는 둘의 검술을 멀리서 지켜보며 생각했다.


비슷한 검술의 수준과 오러라면 경험이 승리 요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경험마저 비슷하다면... 승리의 요인은?


예를 들면 운?


마크가 갑자기 휘청거렸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검술을 펼 친 둘의 발자국이 땅을 헤집어 놓았고, 파헤쳐진 땅 속에 박힌 돌을 마크는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며 펼쳐지던 마크와 롤랭의 결투는 의외로 싱거운 결말을 맞이했다.


넘어진 마크를 롤랭이 그대로 베어버린 것이다.


육중한 갑옷 위로 커다란 타격을 입은 마크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우와아! 카론 영지의 롤랭! 롤랭! 롤랭!”


카론 영지군의 함성이 평원을 뒤덮었다.


이 함성을 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 마냥 상대의 함성은 메아리가 되어 가르시아 영지군의 사기를 파먹었다.


“이런...마크가...”


가르시아 영지의 기사가 비슷한 실력이라고는 하지만, 그 중 마크가 제일 뛰어나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비록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결투였지만, 실상 마크가 롤랭을 압도하지도 못했다.


비슷한 수준의 기사가 나간다면 한 번의 승리로 기세가 오른 롤랭을 이기기 쉽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때 웨일러 단장이 나섰다.


“영주님 ! 제가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부탁하겠소. 웨일러 단장!”


브레스트 플레이트로 상체만을 가린 웨일러 단장은 가르시아 자작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이럇!”


말을 힘차게 차며 앞으로 나아간 웨일러 단장은 상대를 기다리는 롤랭 앞으로 나아가며 외쳤다.


“가르시아 영지로부터 영지수호를 의뢰 받은 웨일러 용병단의 단장 웨일러다. 롤랭 경의 검을 받아 가르시아 영지를 수호하겠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말에서 뛰어 내린 웨일러는 거침없이 투핸드소드를 휘둘렀다.


까앙! 깡! 까앙!


폭풍처럼 몰아치는 웨일러 단장의 검에 롤랭은 수비적으로 나왔다.


뒤로 물러서며 검면을 이용해 웨일러 단장의 무거운 검을 밀어내고 흘렸다.


라딘만큼이나 커다란 몸을 가진 웨일러 단장의 힘은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파괴적이었다.


루는 라딘을 보며 말했다.


“라딘! 잘 봐! 웨일러 단장의 일격, 일격을! 하체는 저렇게 써야 하는 거야. 무겁게 땅을 밟지만 가볍게 이동하잖아!”


“네... 그렇군요. 어마 무시한 하체 힘이네요.”


조든이 라딘을 툭 치며 용기를 주었다.


“힘은 라딘, 네가 더 좋아. 아직 요령을 몰라 이동이 느리고 무거울 뿐이지.”


“하하! 그렇죠? 형님?”


루는 조든과 라딘의 대화를 들으며 웨일러 단장의 결투를 지켜보았다.


실수만 없다면 웨일러 단장의 승리는 가능해 보였다.


일 대 일의 대결에서는 대부분 상성이 존재한다.


무거운 무구를 갖추었지만 빠르고 섬세한 검격을 위주로 하는 롤랭이라는 기사!


분명 같은 검도를 걷던 마크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실력이지만 운도 실력!


승리를 했다는 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은 상대와의 상성이 안 좋았다.


기교를 버리고 힘으로 누르는 웨일러 단장의 검술은 롤랭으로 하여금 체력적 부담을 가져오게 만들었다.


하물며 웨일러 단장은 발이 빨랐다.


까앙! 깡! 까앙!


쉼 없이 몰아치는 웨일러 단장의 검격을 받던 롤랭이 뒤로 서너 걸음을 빠르게 물러났다.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자세를 최대한 낮추며 움직였지만 발이 빠른 웨일러 단장은 그보다 더 빠르게 달라붙었다.


“헛!”


이정도로 빠르게 압박을 할 거라 생각 못했던 롤랭은 웨일러 단장이 내려치는 검을 자신의 검으로 있는 힘껏 쳐 올렸다.


까아앙!


칭!


롤랭의 검이 부러졌다.


뒤로 빠지는 자세, 올리며 막는 검, 체력적 부담감이 겹쳤다.


계속된 무거운 검의 타격은 오러를 이용해 막았다지만 롤랭의 검에 막대한 부하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리고 웨일러의 마지막 일격은 하체를 최대한 빠르게 앞으로 내밀며 땅을 밟았고, 지면의 힘을 끌어올려 상체의 힘을 거기에 실어 보낸 검격이었다.


기존의 좌우를 돌며 내려친 검격보다 더 큰 힘이 담겨 있었다.


검이 부러진 롤랭은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부러진 검을 버리곤, 웨일러 단장의 투핸드 소드를 피하며 박투를 위해 접근했다.


하지만, 웨일러 단장도 용병생활로 전장을 돈지 십년이 넘은 이었다.


바로 롤랭의 뜻을 알아차리곤, 소드를 한 손으로 잡으며 거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별다른 대안이 없던 롤랭은 좌우로 빠르게 돌다 웨일러 단장의 반응이 잠시 멈칫한 사이 검격의 안쪽으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이는 상대를 검격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웨일러 단장의 허수였다.


롤랭이 검격 안으로 들어오자 웨일러 단장은 검을 뒤로 빼고 오른손을 이용해 롤랭의 어깨를 잡았다.


다른 이보다 반배는 큰 손으로 어깨를 잡은 웨일러 단장은 반대편 손에 들린 검을 놓고 왼손을 이용해 롤랭의 허벅지 안쪽을 잡고 들었다.


어깨와 허벅지 안쪽을 잡아들어 올린 웨일러는 롤랭을 그대로 땅으로 집어 던져 버렸다.


쿵!


먼지가 피어오르며 땅에 메다 꽂힌 롤랭은 몇 번의 경련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우와와아! 웨일러 단장이 이겼다. 만세!”


“대단한 박력이야! 멋지다. 웨일러!”


이번에는 가르시아 진영에서 평원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러댔다.


이로서 일 대 일!


승부의 추가 다시 중앙에서 멈추었다.


그때, 카론 영지군에서 레더 견갑만을 입은 기사가 천천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음습한 기파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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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전면전 (3) 24.09.11 44 1 12쪽
24 전면전 (2) 24.09.10 46 1 13쪽
23 전면전 24.09.09 54 1 14쪽
22 운명의 수레바퀴! (3) 24.09.08 60 1 14쪽
21 운명의 수레바퀴! (2) 24.09.07 67 1 12쪽
20 운명의 수레바퀴! +2 24.09.06 66 0 14쪽
19 비적들! (3) 24.09.05 68 0 13쪽
18 비적들! (2) 24.09.04 69 1 11쪽
17 비적들! 24.09.03 69 2 12쪽
16 인연을 이어가다. 24.09.02 77 3 12쪽
15 영지전 (3) 24.09.01 78 3 12쪽
» 영지전 (2) 24.08.31 89 3 12쪽
13 영지전 24.08.30 90 3 13쪽
12 새로운 동료 24.08.29 96 3 12쪽
11 두번째 의뢰 (4) 24.08.28 104 3 12쪽
10 두번째 의뢰 (3) 24.08.27 100 3 12쪽
9 두번째 의뢰 (2) 24.08.26 104 3 12쪽
8 두번째 의뢰 24.08.25 119 4 12쪽
7 마법사 24.08.24 125 4 12쪽
6 첫 의뢰 (3) 24.08.23 121 3 12쪽
5 첫 의뢰 (2) 24.08.22 138 4 12쪽
4 첫 의뢰 24.08.21 164 3 12쪽
3 세상으로!(3) 24.08.20 17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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