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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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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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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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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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적들! (2)

DUMMY



도끼를 어깨에 올린 모습으로 걸어 나오는 비적은 대륙 누가 봐도 착한 놈은 아니겠다 싶은 얼굴이었다.


자잘한 상처가 얼굴에 가득하며, 거칠게 기른 수염은 관리가 안 되어 삐죽빼죽했다.


하물며 옷은 언제 빨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다만,


눈빛만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막장인생에서도 마지막 자리가 비적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


뺏고 겁탈하고 죽이는 것을 즐긴다.


오직 그 하나의 즐거움을 위해 내일을 기다리는 자들이 비적이다.


광기! 그 자체의 눈이었다.


비틀어진 광기의 눈에 호선이 그려졌다.


“퉤! 그쪽! 칼질 좀 한다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마라! 싱겁게 한 번에 죽으면 재미없잖아?”


비적은 능글거리는 말투로 루를 자극했다.


“좋은 말이다!”


루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루에게서 여유가 느껴지자 사내가 루의 손목을 한 번 쳐다보았다.


착용여부를 확인하려는 눈짓에 루가 손목을 흔들며 말했다.


“잘 착용했으니 걱정마라!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자!”


손목을 보고 안심한 비적은 여유를 찾으며 대답했다.


“크크크, 그러자! 유언도 못 들어주는데 궁금한 건 풀고 가야지. 뭔데?”


“너희 대장, 동생과 우애가 깊은가? 이렇게 복수를 하겠다고 설칠 정도로?”


“푸하하하! 우애는 무슨! 사고나 치고 다니는 동생놈 죽어서 속이 시원하다던데?...”


놈은 별 소릴 다 듣겠다는 투로 대답했다.


루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왜 이런 짓을 하는 건데?”


“재밌잖아.”


“재미?”


루가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물었다.


“겨울 준비도 해야 하니 적당한 곳도 털어야 했고... 거기에 검 좀 쓰는 놈 같으니 잡아다 놀면 재미있잖아. 아! 너는 재미없을 수도 있구나. 하하하”


루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럼 영지민은? 나만 부르면 되지! 영지민은 왜 죽여?”


비적은 별 희안한 소리를 다 듣겠다는 얼굴로 답했다.


“왜 살려? 우리 왔다고 넙쭉 엎드려 식량이랑 받치면 재미없잖아. 죽이고 뺏는 맛이 없어! 너도 마찬가지야. 냅다 죽이면 재미없잖아. 너는 장난감인거지. 크헤헤헤”


“...”


루는 아무 말 없이 비적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고 있었다.


재미라니! 사람 목숨을 재미와 바꾸다니...


개새끼들이네!


“왜 네 놈 가지고 논다니 욱 하냐? 크하하! 그 새끼 성격 있네. 이거 살려서 가지고 놀아야 되나?... 살고 싶으면 내게 잘 보이던지...”


건방을 떨며 여유를 부리는 비적을 쳐다보던 루는 등 뒤의 검을 꺼내며 답했다.


“다 죽이기엔 좀 많다 싶었는데... 그런데 귀찮더라도 해야겠네!... 간다!”


“뭐라....엇?”


콰앙!


말이 끝남과 동시에 루가 달려들었다.


비적은 도끼를 급히 들며 루의 검을 막았는데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쾅! 쾅! 쾅!


루는 연격으로 도끼를 때렸다.


사람이 목표가 아닌 순수하게 도끼를 부수려는 의도로 보일 정도였다.


“무슨 힘이...”


연신 뒤로 물러나던 놈은 크게 도끼를 휘둘렀다.


공간이 확보되면 바로 뛰어들어 역공 할 생각으로 한 행동이었다.


콰앙! 퍼억!


루는 도끼를 피하는 대신 횡으로 들어오는 도끼를 위에서 내려치며 궤도를 바꿔버렸다.


땅에 박힌 도끼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일보 전진!


도끼의 궤적 안쪽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비적이 팔꿈치를 접으며 도끼를 당겨 루를 타격하려 하였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지 임기웅변이 훌륭했다.


예기가 번뜩이는 도끼날이 루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맹수의 아가리에서나 나올 법한 투기가 도끼를 타고 전달되었다.


빙글!


부웅!


오른발을 축으로 빙글 돌아 도끼의 타격점을 비켰다.


짧은 궤적을 힘껏 당겨 친 타격이 빗나가자 도끼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비적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타닥! 스윽!


다시 일보 전진!


루는 빠르게 검을 찔러 넣었다.


“으윽!”


오른발을 앞으로 쭉 뻗으며 찌른 루의 검은 비적의 목을 순식간에 뚫어 버렸다.


도끼로 방어를 못 할 정도의 빠른 검격을 맞은 비적은 단발마 비명을 지르며 절명했다.


도끼 무게에 의해 그대로 오른쪽으로 쓰러져 버렸다.


루는 검에 묻은 비적의 피를 털어냈다.


스슥!


마을을 점령한 비적들은 의외의 결과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동료를 죽였다는 용병대장 하나를 가지고 놀 듯 죽일 생각뿐이던 비적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검극을 땅에 닿을 정도로 내리며, 마을의 망루를 쳐다보며 외쳤다.


“설마 그만할 건 아니지?”


***


루가 비적 대장과 입씨름을 시작할 무렵 뒤로 물러 난 가르시아 영지군 진영에 루 용병단이 도착했다.


“케플러 경 아니십니까? 저희 단장님은?”


조든이 말에서 내리며 묻자 케플러가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그럼 단장님 혼자 저쪽에서 비적들을 상대하고 계신 겁니까?”


“영지민이 인질이 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었네... 그리고 루 단장이 자신을 믿으라며 우리의 후퇴를 명하기도 했고... 참, 그리고 그대들이 오면 알아서 움직이라는 말씀을 했소이다.”


케플러는 오해의 소지를 지우며 루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조든은 고개를 들어 마을 쪽 인근 지형을 살피며 물었다.


“마을과 주변의 대략적인 지형을 아십니까?”


조든은 케플러에게 물었다.


“마침 저 마을 출신 병사가 있으니 곧 불러 오겠소이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조든은 감사를 표하며 레딘을 바라보며 말했다.


“레딘! 아마도 저쪽으로 올라가면 마을이 보이는 위치가 나올 거야. 빨리 상황을 보고 와줘! 그동안 마을 정보를 얻고 있을게!‘


“네 형님!”


레딘은 조든이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갔다.


쾨른 마을 출신 병사로부터 정보를 얻은 조든은 레딘을 기다리며 다양한 작전을 구상하고 수정하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얼마 후, 멀리서 레딘이 뛰어오며 외쳤다.


“헉! 헉! 헉! 단장님이 위험합니다.”


“어떤 상황이야?”


조든은 레딘을 기다리지 못하고 뛰어가며 물었다.


“헉! 헉!... 마을 앞 공터에서 비적 다섯 명과 전투를 진행 중이십니다. 시체가 몇 있는 걸로 봤을 때, 이미 두세 번의 전투가 있었던 듯합니다.”


“...”


조든은 루의 엄청난 무력을 그나마 짐작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해가 안가는 표정의 조든을 보면 레딘이 아차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러를 사용 안하고 계셨습니다. 순수 체력과 검술로만 상대하고 계십니다.”


“이런... 놈들이 뭔가로 협박을 한 게로군... 어쩐다... 시간 싸움인데...”


조든은 구상한 여러 작전을 다 지웠다.


모든 전제는 루의 무력을 기준으로 세웠는데, 당장 루에게 금제가 걸린 상태라면 루를 지원하는 쪽으로 작전을 세워야 했다.


영지민의 목숨은 소중하다!


하지만, 루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조든이 내린 결론이었다.


“케플러 경! 도움이 필요합니다.”


조든은 케플러에게 자신의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부웅! 쌔애앵!


검과 화살이 동시에 덮쳐왔다.


채앵! 챙!


루가 손목에 찬 아티팩트로 검을 비켜내고, 검으로 화살을 쳐냈다.


“헉!헉!헉! 이놈...마나가 제한된 거 맞아?”


“아티팩트 고장 난 거 아냐? 이럴 수가 있나?”


검을 휘두른 비적은 옆의 비적에게 물었다.


놈은 도끼를 든 동료 한 명을, 이후에는 검과 창, 그리고 커다란 방패를 무기로 쓰는 동료와 전투를 치렀다.


모두 이길 수는 있다.


하지만 저 정도로 멀쩡할 수는 없다.


미약하지만 오러를 사용하는 동료들 아닌가?


혼자야 힘들겠지만 다섯 정도면 어지간한 영지의 대표기사도 혼쭐을 낼 수 있는 게 자신들이었다.


말이 안 되었다.


“지쳤어도 티를 안 내는 거겠지. 씨불! 그런 거지? 이 개새끼야!”


상황을 부정한 비적 한 명이 루에게 달려들었다.


타닥! 부웅!


제법 체계를 갖춘 검술을 배웠는지 도약이 매서웠다.


떨어지는 힘으로 검을 내리쳤다.


채앵!


루는 검을 미세하게 비틀어 상대의 검을 막았다.


자신을 장난감으로 불러들인 비적은 적당히 즐기다 죽일 생각이었는지 오러를 안 쓰고 덤벼왔다.


하지만 넷이 죽어나가자 나온 다섯의 비적은 각종 무기와 활을 사용해 루를 죽이기 위해 덤벼들었다.


제일 약해 보이는 놈도 아주 옅지만 오러를 검으로 밀어 낼 수 있는 놈이었고, 계속된 검격은 루의 몸에 충격을 쌓았다.


채앵! 채앵!


더 큰 문제는 스승이 하사한 검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제 아무리 명검이라도 오러를 계속 상대하다보면 부러진다.


루는 좀 더 집중했다.


오러의 결을 확인하기 위해 애썼고, 가장 약한 부위가 보이면 검을 맞대었으며, 중심을 벗어났다 판단되면 비켜 쳐냈다.


두, 세배는 힘든 전투가 시작되었다.


채앵! 채앵! 슈우욱!


검과 창을 쳐냈다.


화살이 날아오는 게 느껴지자 급하게 몸을 비틀었다.


부웅! 서걱!


아주 잠깐의 멈춤이었다.


화살을 피하기 위해 몸은 비튼 사이 창이 다시 찔러 들어왔고,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크헤헤! 찔렀다. 크헤헤헤!”


창을 든 놈이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웃을 시간에 더 찔러 이 새끼야!”


동료 비적의 응원에 놈은 웃는 낯으로 다시 창을 찔러댔다.


부웅! 슈우웅! 부웅


사방을 점한 위치에서 검과, 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휘리릭!


순수한 허벅지의 힘으로 몸을 띄운 루는 뒤로 서너 걸음을 물러났다.


비적을 상대하며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친 것이다.


루는 슬쩍 어깨를 살폈다.


가벼운 레더 브레스트 갑옷의 어깨 부분이 찢어지며 살갗이 함께 찢어져 있었다.


다행이라면 근육을 안 건드렸다는 정도?


루는 순간 웃음이 났다.


자신의 위대한 스승은 어떻게 모든 걸 다 아신 걸까?


어릴 때, 마나를 느끼고 오러를 접했다.


루의 모든 생각이 오러의 강함에 빠져 오러만을 생각한 시기가 있었다.


‘루야! 살다보면 네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곤 한단다. 만약 너는 오러를 쓸 수 없고, 상대는 쓸 수 있는 상황이다. 숫자도 너는 혼자다! 어찌할 테냐?’


‘도망가야죠! 제가 오러 수련 중일 때에는 슈도 제게 장난을 안 겁니다. 어찌 오러 없이 오러를 상대하겠습니까?’


‘...’


‘...하하!... 도망은 남자가 할 일이 아니죠! 그럼 뛰어난 검술로?’


‘...’


‘스승님의 마검 같은 걸로?’


‘...’


‘그..그럼 말빨로?...’


스승의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게 보였다.


‘스승님... 모르겠습니다.’


고개 숙인 루에게 스승의 단호한 말씀이 들려왔다.


‘체력과 살겠다는 의지, 두 개면 된다.’


그날 오후 나는 오러를 사용하면 하루가 늘어난다는 스승님의 폭탄 발언과 함께 뒷산의 오크 부락에 던져졌다.


무려 삼일을!


잠시 스승을 떠 올린 루의 웃음이 짖어졌다.


“미친 새끼네. 웃어? 죽음을 예감했냐?”


“아! 미친 놈 죽이면 꿈자리 더러운데...”


“꿈도 꾸냐? 신입이라 그런가? 신선하네...그 새끼...크헤헤헤!”


비적들은 물러난 루를 향해 조금씩 다가오며 떠들었다.


루는 검을 고쳐 잡았다.


“오크만도 못한 새끼들! 들어와! 싹 다 꿈도 못 꾸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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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두번째 의뢰 24.08.25 119 4 12쪽
7 마법사 24.08.24 12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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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첫 의뢰 (2) 24.08.22 13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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