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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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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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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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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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의 끝과 또 다른 시작

DUMMY



둘째 날의 전투 양상은 첫날과 달랐다.


흑암의 술 병력과 다른 용병들이 넓게 포진해서 달려들었다.


전 날 루는 통곡의 벽이었다.


그 누구도 루를 지나쳐 뒤로 넘어가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자이슨 대공은 회의를 통해 넓게 퍼진 진형을 통해 루를 넘어 성벽으로의 접근을 명령했다.


루 역시 진형을 정비했다.


중앙은 루와 라딘의 호위 부대가 맡았다.


좌측은 로빈 용병단을 비롯한 일백의 용병단이 담당했고, 우측은 조든의 장창 부대와 일백의 영지병이 나섰다.


그리고, 조든의 곁에는 네이란이 서 있었다.


밀려오는 적을 가늠했을 때, 수는 비슷했다. 다만 적들은 용병과 흑암의 술 병력이 섞여 있어 질적으로 밀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네이란이 검을 뽑자 환하게 빛나는 오러가 흘러 나왔다.


“엇?”


전방에 제일 먼저 뛰어든 용병 한 명이 오러 빛에 놀라 헛숨을 뱉었을 때, 네이란이 검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 들었다.


우웅! 부웅! 콰아아앙!


떨어지는 진각으로 땅을 흔들고, 검이 땅을 치며 흔들림을 키웠다.


중심을 잃은 근처의 적들은 네이란의 손과 발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네이란의 엄청난 무위에 놀란 조든이 숨도 멈추고 이 장면을 쳐다보았다.


“조든!”


네이란의 부름에 퍼뜩 정신을 차린 조든이 부대에 명령했다.


“모두 전진! 네이란 님을 지원한다.”


네이란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적들은 주춤 거리기 시작했다.


장창 부대와 영지병은 네이란의 뒤에서 쓰러진 적들을 포획하거나 전투 불능으로 만들며 전선을 유지했다.


네이란은 또 다른 벽이었다.




로빈 용병단은 더럽게 싸우기로 유명한 용병단이었다.


용병은 용병이 담당하기로 한 건지 대부분의 용병들은 로빈 용병단 쪽으로 진격해 왔다.


“모두 전술약을 풀어라!”


바람을 확인한 로빈 단장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로빈 용병단은 품에서 포장된 하얀 가루를 꺼내 바람에 날려 살포했다.


하얀 구름처럼 날아간 가루가 적들에게 닿을 때 쯤 천으로 입과 코를 가린 로빈 용병대가 적진을 향해 뛰어 들었다.


“이게...뭐냐? 눈이 쓰라려!”


“에취! 눈이 안 떠진다...”


“로빈 용병대다. 모두 뒤로 물러나!”


전열의 아우성이 후위로 전달되기 시작했고, 잠시 머뭇거린 용병들은 로빈 용병단과 루가 고용한 용병들에 의해 쓰러지기 시작했다.


양쪽에서 손쉽게 승기를 잡으며 적들의 진격을 막자 가운데로 몰린 흑암의 술 병력은 당황했다.


자칫 잘못하면 포위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된 흑암의 술은 별다른 공격도 못 해보고 후퇴를 외치기 시작했다.


“후퇴한다! 후퇴한다!”


백여 명의 흑암의 술 병력은 루를 제대로 건드려 보지도 못한 채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첫째 날의 전투가 피를 흘려가며 패한 전투라면, 둘째 날의 전투는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기만 한 채 후퇴한 전투였다.


콰아앙!


임시 막사의 테이블이 격하게 흔들렸다.


자이슨 대공은 지휘부를 모아 놓고 벌겋게 달아 오른 얼굴로 질책을 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기껏 준비된 용병은 기침만 하다 쳐 맞고 돌아오고, 한쪽은 일방적으로 당하고... 당신들은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자이슨 대공은 화를 주체하기 힘든지 말을 이어가질 못했다.


콰앙! 콰앙!


“어떻게 할 거냐고? 응? 이대로 물러설 거야?”


자이슨 대공은 목이 찢어 질 듯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검은 로브의 남자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머레이! 그토록 자신하더니 이게 무슨 일인가?”


“...!”


머레이는 말없이 이만 갈 뿐이었다.


“말을 하라고! 말을!”


자이슨 대공의 성화에 결국 입을 열어 한마디를 남겼다.


“알프 님이 오시길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머레이가 알프라는 이름을 언급하자 자이슨 대공의 표정이 급하게 변했다.


“알프 님을?”


고개를 끄덕이는 사내를 보며 자이슨 대공은 흥분을 가라 앉혔다.


“결국...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자이슨 대공은 십여 년의 기간 동안 금화는 불렸지만 사람은 곁에 둘 수 없었다.


이들이 다가오기 전까지 국왕의 세작들이 늘 곁에서 감시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자신의 무력 없이 전쟁을 일으켰으니...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기분이었다.


***


레딘은 레인저들을 인솔하며 어둠의 평원을 기어가고 있었다.


조금 전 가랑 관문으로 돌아 온 레딘 이었지만, 루는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레딘! 고생했다. 쉬게 해 주고 싶지만 오늘 야습을 해야만 해! 함께 가도록 하자!”


루의 말에 장비만 정비 한 채 가랑 평원으로 나오게 된 레딘은 곁의 라딘과 조든에게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이동을 지시했다.


레딘의 장점인 눈은 밤에 더욱 빛났다.


남들이 못 보는 곳까지 봤으며, 남들이 보는 곳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라딘은 함께 온 부대원들과 함께 레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조든 역시 라딘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무기는 천으로 감싸 반사 빛을 최대한 막았다.


특이한 점은 조든과 병사 몇은 무기 대신 불룩한 가죽주머니를 어깨와 등에 매고 있었다.


평원이기에 기다시피 이동한 이들은 레딘의 불화살 신호를 기다렸다.


두두두두!


루를 태운 슈가 단독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들리는 슈의 말발굽 소리를 들은 레딘은 벌떡 일어나 화살에 불을 붙였고, 서너 발을 연달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옆에서 전해주는 불화살을 연달아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화살은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카론 영지군 진지의 천막들에 정확히 꽂혔다.


“적이다!”


“야습이다”


“천막에 불이 붙었다.”


“저쪽이다! 저쪽에서 불화살이 날라 온다! 빨리 가서 잡아!”


“무슨 일이냐?”


자이슨 대공이 막사를 젖히며 밖으로 나오며 물었다.


“적이 불화살을 날리고 있습니다. 몇 군데 막사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런... 야습인가? 불을 끄고...”


자이슨 대공이 명령을 전하려 할 때, 진지의 좌우에서 큰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 침략군을 물리쳐라!”


“우리 영지를 침략한 놈들이다. 사정 봐주지 말고 다 죽여라!”


“우와아아아!”


양쪽에서 들리는 함성에 이어 말발굽 소리가 진영의 정면에서 들려왔다.


거대한 할버드를 든 루가 나타난 것이다.


루를 태운 슈는 거침없이 적의 진영을 돌파했다.


거대한 헬버드 칼리바인은 루에 의해 사정없이 좌우로 휘둘러졌다.


콰앙!


쾅! 빠직!


쿠웅!


쾅!


루는 적 진지의 가운데를 돌파했고, 지나간 자리에는 쓰러진 막사와 함께 여파에 휩쓸려 쓰러진 병사들이 즐비했다.


진지를 관통한 루는 다시 돌아 다시 한 번 진지를 헤집고 돌아갔다.


콰앙!


쾅! 빠직!


쿠웅!


쾅!


그리고는 뒤도 안 돌아 보며 가랑 관문으로 달려가 버렸다.


자이슨 대공군 진지는 엉망이 되었다.


막사는 쓰러지고, 불이 붙은 천막엔 병사들이 붙어 물을 뿌리며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불화살을 쏜 적을 찾기 위해 급히 달려 나갔던 기사들은 사라진 가르시아 군이 남긴 흔적만 손에 든 채 돌아왔다.


좌우에서 크게 소리치던 적들은 소리만 지른 채 별다른 전투도 없이 사라졌다.


자이슨 대공은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들이 꿈인가 싶었다.


‘이게... 무슨...’


“대공님! 대공님!”


한 병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대공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인가?”


괜시리 불안한 마음에 자신의 위치를 알린 자이슨 대공은 병사의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식량에만 기름을 부었습니다. 불이 붙었는데 진화가 안 됩니다.”


“뭐라고?”


좌우에서 소리를 지르며 자이슨 대공군의 눈과 귀를 돌리고, 조든과 병사 몇몇이 깊숙이 침투하여 보급품에 기름을 부어 태워 버렸다.


자이슨 대공의 시야에 하늘 높이 솟구친 불길이 보였다.


그리고 식량이 타는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할!”


압도적일 거라 여기었던 전쟁이 꼬이는 순간이었다.


***


식량이 바닥난 자이슨 대공군은 진영을 한참 뒤로 물리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보급을 비적에게 탈취를 당했기에 물러서는 기간 동안은 굶주린 배를 달래가며 퇴각을 해야 할 판국이었다.


자이슨 대공은 말을 돌리며 이를 갈았다.


“이렇게 간다만... 다시 올 것이다. 가자!”


뿌옇게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자이슨 대공군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가랑 관문의 성벽위에서 레딘이 외쳤다.


“적들이 퇴각합니다.”


“적들이 퇴각한다. 영지를 지켰다!”


라딘이 외쳤고, 다른 호위 부대원이 이를 받아 성벽을 돌며 외쳐댔다.


“적들이 퇴각한다. 이겼다!”


“만세! 루 영주님 만세! 만세!”


“루!”


“루!”


“루!”


모든 가르시아 영지의 병력이 루를 외치기 시작했다.


루가 천천히 성벽을 올랐다.


루의 시야에 퇴각하며 일어나는 먼지구름을 보였다.


루는 뒤돌아 함성을 질러대는 병사들을 보며 외쳤다.


“이겼다! 모두가 함께 승리를 일구었다!”


“와아아아!”


“루!” “루!” “루!”


전면전으로 시작된 전쟁을 다시 한 번 승리했다.


***


루는 성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용병들에게 의뢰비를 지급한 후 돌려보냈으며, 징집된 영지병 역시 성으로 돌려보내 해산 시켰다.


기존의 영지병은 치안을 위해 영주성과 인근 마을에서 활동하도록 지시했다.


몸이 회복되지 않았기에 영주성에 남았던 기사 마크를 가랑 관문으로 불렀다.


마크가 도착하자 지휘관을 모았다.


막사에는 루를 중심으로 마크, 조든, 라딘, 레딘, 칼스가 앉아 있었고, 네이란은 역시나 루의 뒤에 시립해 있었다.


“다시 오겠지?”


루의 질문에 칼스가 의미를 깨닫고 바로 답했다.


“더 강한 전력을 만들어서 올 겁니다. 그때에는 왕국 기사단 내지는 그에 준하는 세력이 함께 올 가능성이 큽니다.”


“싸우면?”


루는 고개를 돌려 조든에게 물었다.


조든은 잠시 고민했다.


여러 상황을 대입해 보고 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투에서는 이기지만 영지전 자체는 집니다.”


“조금 더 자세히!”


“영주님과 뒤에 계신 네이란님이 계시니 두 분이 계시는 곳에서는 이길 겁니다. 하지만 두 분이 영지 전체를 방어하지 못합니다. 결국 전쟁은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영지를 지킬 수는 없다라...”


“네!”


조든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번 영지전을 승리할 수 있던 건 자이슨 대공 측의 방심과 미흡한 준비가 컸습니다. 왕국군이 참여하거나 기사단 하나만 내려와도 많은 피해가 있었을 겁니다.”


“다시 붙으면 많은 피해가 생기겠지?”


루는 알면서도 확인을 위해 재차 질문했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병력의 질은 우수합니다. 하지만 절대 병력의 수가 적습니다. 채울 수 없는 단점입니다. 예를 들어 자이슨 대공군 일부가 네옴산만 넘어 갔어도 이미 영주성은 함락되었을 겁니다. 다시 올 때에는 그럴 확률도 높고요!”


루는 고민했다.


가르시아 자작의 뜻은 영지민을 지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영지전을 통해 많은 수의 영지민이 다치거나 죽는 다면?


“몰래 가서 자이슨 대공 목을 따 버리면 어떨까요?”


고민하는 루를 보다 못한 라딘이 물었다.


“네가 갈거냐? 암살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설사 성공한다 해도 다른 이가 다른 명분으로 올 것이다.”


칼스는 고개를 저으며 의미 없다는 투로 답했다.


“그렇군요. 답답해서 한 번 여쭤봤습니다.”


라딘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루는 몸을 의자에 묻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피를 흘리며 전투를 했고, 밤에 땅을 기어다니며 얻어 낸 승리였다.


하지만 이는 잠시의 시간을 벌었을 뿐, 아무런 미래도 보장되지 않았다.


“왕국에서 인정한 귀족이 아니니 지킬 명분도 없는 건가?”


루는 테이블을 손가락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막사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테이블에 놓인 차에서 김이 사라질 때쯤 루가 손가락을 멈추었다.


“나와 함께 하길 원하는 영지민을 데리고 이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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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비적들! 24.09.03 69 2 12쪽
16 인연을 이어가다. 24.09.02 78 3 12쪽
15 영지전 (3) 24.09.01 78 3 12쪽
14 영지전 (2) 24.08.31 89 3 12쪽
13 영지전 24.08.30 90 3 13쪽
12 새로운 동료 24.08.29 96 3 12쪽
11 두번째 의뢰 (4) 24.08.28 104 3 12쪽
10 두번째 의뢰 (3) 24.08.27 100 3 12쪽
9 두번째 의뢰 (2) 24.08.26 104 3 12쪽
8 두번째 의뢰 24.08.25 119 4 12쪽
7 마법사 24.08.24 126 4 12쪽
6 첫 의뢰 (3) 24.08.23 121 3 12쪽
5 첫 의뢰 (2) 24.08.22 13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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