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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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물치
작품등록일 :
2024.08.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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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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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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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DUMMY


루와 다리얀은 그 이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는 다리얀의 학식과 살아오며 얻은 연륜에 놀랐고, 다리얀은 루의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놀랐다.


루는 세상의 불공정함을 인정할 줄 알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원했다.


“정말 어려운 일이군요. 영주님이 그리는 세상은...”


“저는 모자람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가 원하는 세상이 모든 이가 원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할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


루가 말을 멈추며 다리얀의 두 눈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적어도 제가 시작하면 또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더 나은 세상이 올 수 있다고는 믿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거기에 다른 이의 힘을 보태고, 또 다른 이의 힘을 보태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말이다.


다리얀은 말없이 한동안 루를 쳐다보았다.


루가 궁금증 어린 시선으로 다리얀을 쳐다보길 한참!


마침내 다리얀이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며 경건한 울림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남은 인생을 걸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다음날 임시 천막을 사용한 지휘부에는 핵심 인사들이 모였고, 그 자리에서 루는 다리얀을 총사로 임명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업무의 전권을 맡긴 것이다.


다리얀은 제일 먼저 조직체계를 다듬었다.


용병 출신 칼스를 대외 정보 및 업무 담당으로 임명했다.


더불어 쾨른 마을 출신의 에덤을 비롯한 몇 명을 칼스와 함께 조직화 하여 상단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더불어 웨일러 용병단 해체 후 개별적으로 움직이다 이번 이주에 전격적으로 루에게 의탁한 전 용병들을 에덤과 함께 하여 상단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했다.


피터를 영지 치안 책임자로 선정하였으며, 마크 경으로 하여금 기사를 뽑고 키울 수 있는 권한을 내 주며 기사단을 만들 수 있는 토대를 쌓도록 했다.


이동 중 선별한 각 분야의 담당관들을 그대로 유지하며, 우선적으로 지도를 만들고 주거 지역과 상업지역, 그리고 병영 등의 구역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확하게 구역을 설정하고 계획적으로 도시를 건설한다. 지도 제작을 맡은 이들이 이를 끝내기 전까지 건설 부분 장인들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건설 자재를 산에서 확보한다.”


정확한 지시는 조금의 혼란도 없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이는 효율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영지민은 기본적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군사 훈련을 받는다. 다만 그 역량에 따라 훈련의 양을 조절한다. 아울러 영지병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니 영지민이 지원할 수 있도록 전달하라!”


영지병을 충원하고 모든 영지민이 유사시에 한 손을 도울 수 있는 구조로 체계를 잡아갔다.


마치 준비된 사람처럼 다리얀은 정리를 내 나갔다.


덕분에 영지민들은 정신없이 몸을 움직여야 했고, 천막에서 쪽잠을 자며 생활했지만 더 나은 생활에 대한 기대를 져 버리지 않고 희망찬 내일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렀다.


***


끼이익!


새로 만든 문이 아직은 뻑뻑한지 자그마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등에 비친 해로 인해 실내에는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


“어서오시....아이고, 영주님!”


입구 반대편 바에서 손님을 맞이하려던 칼스가 벌떡 일어나며 루를 맞이했다.


“영주는 무슨...그냥 루라고 부르라니깐...”


오랜만에 봤는데도 호칭 하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루를 보며 칼스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하긴 영주라는 호칭이 좀 우습긴 하죠? 그러니깐 저번 회의 때 나온 것처럼 전하라고...”


“됐어. 그건 더 웃겨!”


루가 칼스의 말을 끊으며 바에 고정된 의자에 걸터앉았다.


칼스가 빙그레 웃으며 루를 쳐다보았다.


3년이 지났건만 루의 관심은 변함이 없었다.


스스로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기 위한 수련, 그리고 이 땅을 함께 찾아와 가꾸는 영지민!


이 두가지 이외에는 관심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치기어린 모습의 청년에서 조금 더 완숙하고 멋진 어른이 된 모습이었다.


키도 조금 더 컸을까? 30대로 접어든 것으로 아는데 가능한 걸까?


아니면 흐르는 세월에 자신의 허리가 굽은 것일까?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상념이 머리를 휘젓는 칼스였다.


그때, 루가 칼스를 상념에서 데리고 나왔다.


“요즘별일 없지? 한 육 개월 만인가?”


“이곳 포레 마을 이주식 때 뵈었으니 딱 그 정도 일겁니다.”


다리얀은 영토로 들어오는 절벽길이 시작되는 입구 에 전초기지 개념으로 마을을 세웠다.


오가는 상단의 물건을 인수인계하는 장소로 쓰이며, 각종 정보를 취합하고, 유사시에는 전위 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촌장으로 나온 칼스는 대외 업무를 총괄하며 마을에서 조그마한 여관 겸 펍을 운영하고 있었다.


“요새 바깥쪽 분위기는 어때?”


칼스가 건넨 물을 한 모금 마신 루가 물었다.


루를 보며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던 칼스의 표정이 이내 심각해 졌다.


“북부의 전란이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제국은 완전히 갈라져서 황권 다툼이 계속되고, 틈을 노린 주변 복속국들이 완전 독립을 외치며 전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시작이군! 자이슨 공국쪽은?”


루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예전 가르시아 영지였던 곳인데 근래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려 왔다.


“자이슨 대공이 지병으로 죽고 공왕 위를 넘겨받은 이가 까뮤라는 자입니다. 그런데 영지민을 거의 노예화해서 부리고 있다 합니다.”


“그 얘기는 들었어. 철광산과 무기 생산 쪽에만 집중한다며?...”


“네. 농업이나 목축 등의 기존 가르시아 영지의 산업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합니다. 공국민들은 굶주림과 과한 노동에 탈주를 시도하는데... 잡히면 바로 사형이라고 합니다.”


“미친 새끼들! 뭐하려는 수작이지?”


칼스는 목소리를 낮추며 루에게 정보를 전했다.


“전쟁 준비입니다. 이미 흑암의 술로 보이는 이들이 공국 왕성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합니다.”


루 역시 짐작한 바이다. 모든 생산업을 버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이슨 공국은 디딤돌 이상은 아니라는 말이었으니.


중요한 것은 어디가 목표냐는 건데.


“프롬페 왕국이겠지?”


“백의 백 확률입니다.”


루는 습관처럼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3년간 자신의 영토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유랑민을 선별적으로 받아 들였기에 인구수도 두 배 가까이 늘어 지금은 오천이 조금 넘는 주민들이 안쪽에서 생활하고 있다.


입구를 지나 나오는 초입 마을은 이미 계획된 주민 수를 채웠기에 중간의 거대한 밀밭을 두고 예전 도시 흔적이 있던 영토의 중앙 부근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있었다.


마음에 쓰이는 것은 3년 전 이주 때 남겨두고 온 가르시아 영지민들이었다.


그들의 고난이 루 자신의 탓은 아니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루의 고민을 눈치 챈 칼스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됩니다. 영주님! 지금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슬슬 주변에서 저희의 존재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더 힘을 키워 자체적인 힘이 넘칠 때면 모르지만...지금은 안 됩니다.”


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간 인연을 위해 현재의 내 식구를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알지! 나도 알지...휴! 자이슨 공국 쪽 생각하면 마음이 좀 그러네...”


“남겠다는 선택을 한 건 그들입니다. 어쩔 수 없지요. 지금으로서는...”


칼스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루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지! 갈게!”


칼스는 아쉽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벌써 가시려구요?”


“응! 가야지. 레딘이 화살촉 산다고 온다기에 같이 나온 거야. 중앙 도시를 건설 때문에 산맥 쪽 몬스터도 몰아내고 해야 해서 가 봐야해!”


“알겠습니다. 새로운 정보 들어오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루는 뒤돌아 입구로 나아가며 손을 흔들었다.


“그래. 부탁할게. 수고하라고!”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문이 뻑뻑한 느낌인지 루는 문을 몇 번을 여닫으며 칼스에게 소리쳤다.


“경첩에 기름 좀 발라. 뻑뻑해서 노인은 문도 못 열겠어.”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끼이익!


바람이 일 정도로 문을 여닫던 루가 나가기 위해 문을 활짝 열었을 때 문 앞에 로브를 깊게 눌러 쓴 사내이 서 있었다.


루가 깜짝 놀라 손잡이를 놓고 사내가 지나가도록 길을 터 주었다.


“미안하오! 문이 뻑뻑해서 손을 좀 본다는 게... 지나가시오!”


루를 스쳐 안으로 들어가던 사내는 갑자기 문고리를 잡더니 문을 여닫아 보기 시작했다.


끼이익! 끼이익!


옆에 있던 루는 당황스러웠다.


뭐지 하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사내가 로브를 벗으며 말했다.


“노인도 충분히 여닫을 수 있구먼!”


루는 자신에게 말하는 노인을 보며 오랜 시간 잊었던 이름을 떠 올렸다.


“어? 가...빙?”


가빙은 주름진 얼굴에 웃음을 얹으며 말했다.


“오랜만일세. 루!”


***


루는 가빙을 데리고 포레 마을을 출발했다.


이제는 관문이라 부르는 절벽 길을 따라 초입 마을로 향하며 루는 가빙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셨군요. 고향이 제국 위쪽 이셨군요. 먼 길을 다녀오셨네요!”


“그렇지! 다니는 곳마다 전쟁이더군. 폐허가 된 곳도 있고... 사람들 역시 지쳐 있더군! 먼 길보다는 그런 상황들을 눈으로 보고 다니는 게 더 힘들었다네.”


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동안 잠잠 하더니 다시 전란이 시작된다고 들었습니다. 살기 힘든 세상이지요.”


루는 가빙의 말이 더 이상 없자 가빙을 쳐다보았다.


가빙은 말을 멈추고 빤히 루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가빙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닐세! 몇 년 사이에 많이 성장 한 듯하여 그랬네. 가세...”


루는 제 말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가빙을 보며 몸을 쭉 펴 보았다.


“키가 정말 더 컸나? 보는 사람마다 그러네?”


루는 앞서 간 가빙을 바로 쫓았다.


***


네오랑 시는 이주민들이 관문을 넘어 제일 먼저 임시 천막을 친 자리에 만든 도시였다.


다리얀의 계획적 도시 설계와 장인들, 그리고 주민들의 노력으로 네오랑 시는 제법 번듯한 건물과 도로가 있었다.


“호오! 제법 잘 지었구먼!”


가빙의 감탄을 들은 루는 살짝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민들이 정말 열심히 공사에 참여해 주었지요! 아직도 부분적으로 계속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가빙은 탐구하는 자답게 도시 이곳저곳을 세심히 바라보았다.


“굉장히 방어적으로 건물들을 배치했군. 누군지 몰라도 군에 있던 사람이 계획한 모양이야!”


루는 가빙의 식견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다리얀 총사라고 예전 제국군에서 사령관까지 한 이가 있습니다. 이곳의 모든 것은 그가 다 주관하고 있다고 봐도 되지요.”


가빙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인복이 많구만. 이런 시골에 그런 인재가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다 자네 복일세...”


루와 가빙이 한참 대화를 이어가며 임시로 지어진 공관으로 들어갈 때 멀리서 네이란이 루를 보고 다가왔다.


“공자님! 애들은 어쩌고 오십니까?....어라?”


네이란이 말을 하다 말고 가빙을 보며 놀라 몸을 굳혔다.


루가 왜 그러나 싶어 가빙을 보았다.


표정이 굳은 가빙의 몸에 마나가 조용히 돌고 있는 게 느껴졌다.


영문을 알 수 없어 잠시 멈칫한 루를 두고 네이란이 가빙에게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오랫만이다. 책팡이! 여긴 어쩐일이냐?”


책팡이? 오랜만? 네이란의 알 수 없는 말에 루가 당황하며 가빙을 보았다.


“무식한 칼잡이 놈! 여전히 무례하고 무식하구나. 내 발로 내가 다니는데 네가 웬 시비냐?”


가빙이 평소의 지적인 이미지를 던지고 네이란의 정면에 맞서며 말을 내 뱉었다.


둘의 눈에서 화염이 솟아 불꽃이 튀는 느낌이 들 때 루가 가운데를 가르며 물었다.


“둘이 서로 아는 사이입니까?”


“아카데미 동문일세!”


“웬수덩어리입니다.”


루의 질문에 서로 다른 대답이 동시에 나왔다.


“와!... 대단한 인연이네요. 아카데미 동문인데 원수 관계라....와우!”


루의 감탄어린 말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둘의 눈싸움은 멈추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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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영지전 (3) 24.09.01 93 3 12쪽
14 영지전 (2) 24.08.31 106 3 12쪽
13 영지전 24.08.30 10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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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두번째 의뢰 (4) 24.08.28 121 3 12쪽
10 두번째 의뢰 (3) 24.08.27 121 3 12쪽
9 두번째 의뢰 (2) 24.08.26 123 3 12쪽
8 두번째 의뢰 24.08.25 139 4 12쪽
7 마법사 24.08.24 14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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