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무당이 작두 말고 라인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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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니들
작품등록일 :
2024.08.20 22:31
최근연재일 :
2024.09.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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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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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합격

DUMMY

팀장이 복도로 나간 사이, 전략실 직원들은 회의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철 대리... 어떻게 생각해요?”


한 직원이 주위를 살피더니 동료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이건 누가 뭐래도 험담의 판을 깐 셈이다.


“조금 말을 막 하긴 하죠.”

“근데 또 틀린 말은 아니고.”

“재밌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 재밌는 게 상식 밖이어서 말이지만요.”


직원 한 마디에 다들 말을 하나씩 얹는다.


“거침없다고 할까? 저번에는 재무팀장 들이받았던 거 기억하죠?”

“아 그때 진짜 무서웠는데... 경찰 부를뻔 했잖아요.”

“그때 진짜 재무팀장 실세인줄 알았는데...곧 나가리 된 거 기억하죠?”

“승진 공고보다 박철 대리 촉을 믿는 게 더 빠르다니까.”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우리 막내한테 너무 못되게 굴어. 방금도 꼭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더라니까. 그치 막내야?”

한 귀로 흘려듣던 막내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으쓱하며 웃어 보였다.


곧 그들의 화제가 전환됐다.


“이번에 박철 대리 파견... 갈까요?”

“그래도 아직 대리급인데?”

“윗분들이 엄청 좋아하잖아요. 올릴걸요?”

“뭐... 좋겠네요.”


결론이었다.

아무리 못마땅해도 어쩌겠는가. 윗분들이 예뻐하는 직원을 대놓고 까기는 위험이 컸다.


“얼른 마무리하고 퇴근하죠.”


현실을 깨달았는지 내뱉고 싶은 말을 아끼며 직원들은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뒤이어 문이 열리고 팀장이 들어왔다.


“어이! 다들 오늘 우산 챙겨라.”

“...네? 우산이요?”


해가 쨍쨍한 하늘이었다.


**


퇴근길, 비가 내리는 거리를 지나갔다.


이 동네는 배수가 잘 안된다. 비가 오기만 하면 발목까지 비가 차오르는게 일상이었다.


손꼽히는 낙후 지역.

바로 우리 집이 위치한 동네다.


문 앞에 도착한 발걸음이 멈췄다.


항상 여기서 잠시 망설이고는 한다.


아침과 저녁의 괴리를 적응하기 위해서다.


아침에는 이능국의 세련된 엘리트 집단과 어울린다. 같은 공간에서 그들과 밥을 먹고 함께 일을 한다.


그래도 알고 있다.

절대로 그들과 나는 동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자라온 환경과 배경 그리고 생활 습관까지 나와는 한참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저녁에는 여기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컴컴한 거리를 노숙자들과 수상한 사람들과 함께 걷는다.


이건 직장에서 아무도 모르는 내 진짜 모습이다. 퇴근 후 어두운 밤, 내 모습.


집에 도착해서는 내 능력을 모두 끈다.

민감한 감각이며 별이 보이는 능력이며 다 차단한다.


말 그대로 OFF 상태.


끼익-


삐걱거리는 현관문을 열자 쿰쿰한 냄새와 함께 조그만 단칸방을 마주한다.


거실에는 여느 때처럼 어머니가 누워계신다.그 옆에는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계신다. 다행이었다.


아주머니는 엄마의 말동무이자 옆집에 사셔서 자주 찾아오시는 반가운 인물이다.


“어머, 철이 왔니?”

“안녕하세요. 다녀왔습니다.”


날 보자 어머니는 누워서 앙상한 손을 흔든다. 오늘은 상태가 좋아 보이신다.


아주머니와 대화하면 두통이 사라진다고 하시더니 정말인가보다.


“철이야, 밥은?”

“이제 먹으려고요.”

“잘 됐다. 아줌마가 반찬 몇 개 갖고 왔는데 같이 먹자.”


어느새 저녁상이 차려지고 세 명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먹어봐 철아, 멸치볶음이 기가 막혀.”

재촉하는 눈빛에 젓가락으로 천천히 멸치볶음을 집는다.


역시나...

맛이 더럽게 없다!


민감한 감각을 껐는데도 이 정도면 정말 맛이 없는 거다.


혀에 최대한 닿지 않고 알약 삼키듯이 삼킨 후 물을 들이켰다.


“어때? 맛있지?”


기대에 찬 면전에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얘는! 눈치가 없어서! 어떻게 사회생활 하나 모르겠어. 내가 꼭 물어봐야겠니.”


호호 웃으며 익살스럽게 쳐다보는 아주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엄지를 날렸다.


“미역 줄기도 먹어봐. 콩자반도.”


조금 나아진 내 태도에 숙자 아주머니는 신이 났다.


이것저것 먹이고 싶어 안달이 난 듯이 계속 반찬을 권유했다.


맛은 없었다. 정말.

그치만 맛이 없으면 어떠냐.

이렇게 챙겨주는데 감사한 거지.


“오늘은 머리 별로 안 아팠어. 숙자랑 같이 수다 떨었더니.”


밥을 먹는 도중 엄마가 입을 뗐다.


“다행이네요. 아주머니랑 같이 얘기하면 재밌어서 그런가 봐요.”


“얘는. 내 얘기 이렇게 잘 들어주는 사람 어디 가서 찾니. 오히려 내가 좋지.”


“어머니가 잘 들어주시긴 하죠.”


내가 피식 웃자 아주머니도 따라 웃었다.


어머니는 통증 때문에 말하는 것조차 힘겨워해서 주로 듣기만 하는 사실을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너네 엄마랑 수다 떨면 얼마나 재밌는지 시간 가는 줄 몰라.”

“오늘은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했어요?”

“아니, 엄청 용한 무당을 알아 왔는데 국회의원이랑 재벌들이 줄을 선대. 그 무당 말 한마디면 벌벌 떨고....”

“그런 사람들이 무당 말을 들어요?”

“말도 마. 그 높으신 양반들이 무당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듣는다니까.”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같이 보냈다.


세련된 아침보다 오히려 익숙하고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


“뉴스 틀까요?”


티비를 켜자 뉴스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오형수 사장은 이능력자들을....


실수였다.

하필이면 키자마자.

오형수.


화면 속 양복차림의 중년 남자는 행사장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동시에 어머니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셨다.


나는 능숙하게 어머니의 팔을 잡고 재빨리 약을 입에 넣었다.


이미 많이 해본 일이여서 능숙하다.

하지만 힘든 일이다.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본다는 건 능숙해질 뿐 절대 익숙해지지 않았다.


잠시 후 시간이 지나자 소리가 잦아들고 나 또한 눈을 감았다.


“아이고... 오늘은 상태가 좋았는데.”


옆에서 지켜본 숙자 아주머니가 놀라서 훌쩍거린다.


“저 사람 때문이죠. 뭐.”


혹시나 어머니가 들을세라 일부러 이름을 말하지 않고 티비를 가리켰다.


“...지금이라도 피해자 지원금을...”

“안 받아요. 아시잖아요.”


마저 들을 필요도 없었다. 숙자 아주머니는 다 좋은데 맨날 지원금 얘기를 꺼낸다.


D급 이하 이능력자인 우리 부모님이 생체실험 지원금 대상자였다.


낮은 등급의 이능력자들의 생체실험으로 더 나은 이능력자를 만든다는 과거 정부의 목표로 희생된 사람들이었다.


‘저 오형수 새끼 때문에...!’


그 당시 생체실험의 담당자였던 오형수는 잘 먹고 잘살고 있다.


그, 오형수가 이능력자가 되다니...


마음 속에서 천불이 끓는다.


내 목표는 오형수에게 같은 고통을 주는 거다. 우리 가족이 겪었던 고통을.


낮은 이능력으로 이용당했던 피해자들은 생체실험 대상이 되었고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실험 중 돌아가셨고 임신 중이던 어머니는 후유증으로 뇌가 손상되셨다.


어머니는 예전에 쾌활한 성격이라고 전해들었다.


지금은 뇌 부분 중 자극을 담당하는 쪽이 망가졌지만.


그래서인지 웃음이나 재미는 이 집안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순자 아주머니가 없었다면 이 집에서 웃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밖에 나가서 재미를 추구한다.


민감한 자극에 재미까지 더해지면 내게는 그 어떤 쾌락보다 황홀했다.


남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 피는데 중독되지만 나는 재미에 중독되었다.


이대로 재밌게 산다면 나쁘지 않은 삶이라고 자부했다.


정부를 속이는 것도 재밌다.


그게 바로 내가 이능력자임을 숨기는 이유다.


이능력자인 걸 알리고 싶지 않다.


첫째로 정부를 속이는 게 재밌으니까.


오늘 이능국 회의서도 뻔히 앞에 있는 나를 두고 이능력 가능자들을 찾아다니는 꼴이 재밌었다.


두 번째로는 나는 정부를 믿지 않는다.


정부가 이능력자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내 눈으로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지금도 보고 있고.


피해자이신 부모님과 지금도 이뤄지는 이능력자 감시와 회유...


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나 혼자 몰래 지금처럼 살고 싶다.


내 민감한 능력은 그냥 촉이 좋다는 걸로 퉁치면서 살고, 별이 보이는 능력은 그냥 내가 사회생활을 잘하는 거라고 넘기면 되는 일이다.


피해자 지원금?


그걸 왜 받는단 말인가.


지원금을 받는 순간 어머니와 내 신상은 이능국에 보고될 텐데.


이능국에서 날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일 거고, 앞으로 짤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지.


거기서 안 들키고 스릴 넘치게 사는 게 내가 바라는 바다.


오늘 오전 회의처럼 사람을 발가벗기게 만드는 가능자 대상에 내 이름은 절대 없을 거다. 앞으로도.


누구에게 별이 보이는지, 얼마나 민감한 능력을 갖췄는지 알게 되는 순간 사방에서 나를 이용하려고 할 테지.


이것이 내가 이능국에서 근무하는 이유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사실이다.


경험해보니 이능력자인 걸 숨기기에 이능국만 한 곳이 없다.


“철아, 전화 오는데?”


생각하던 도중, 숙자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다.


번호를 보니 익숙한 이능국이다.

전화를 받는다.


국장이 직접 전화가 왔다.

파견 요원 합격이라고 한다.


예상했지만 직접 들으니 기분이 좋다.


파견 요원이 된다는 건 엄청난 스펙이다.


이능국에서 임원이 되려면 거쳐야하는 필수 코스이자 찬란한 미래와 승진의 보장 수표, 그 파견요원에 한 발짝 다가섰다.


“네. 감사합니다.”


파견으로 어디를 갈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생각해둔 컨셉이 있다.


무당이다.


다들 내 촉이 무당 같다고 한다.

무당이 굳이 작두를 탈 필요가 있나?

나는 라인을 탈거다.

이능력자 라인.


이능력자들이 날 찾아오게 만들면 된다.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내 얘기를 귀 기울이게 만드는데 무당만한 직업이 없다.


전화를 끊고 숙자 아주머니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까 잘나간다는 무당, 그 얘기 좀 다시 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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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방울 소리 24.08.23 149 6 13쪽
3 3. 공지 사항 24.08.22 157 6 15쪽
» 2. 합격 24.08.21 183 7 10쪽
1 1. 빛나는 별을 향해 +1 24.08.20 238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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