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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니들
작품등록일 :
2024.08.2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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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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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끝과 끝은 통한다(3)

DUMMY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고 한다.


맛을 보자 주방이 불행으로 덮인 이유를 알겠다.


홍성우에게는 몰려오는 불행이 보였다.

요원을 포기할 정도로.


‘힘 써야 하는 가게 내부 수리를 임시로 했다라... 남편 없는 홀어머니겠고...빠듯한 살림이네.’


카운터 앞에 놓인 가족사진에서는 아버지 대신 여동생과 셋이 찍은 사진이 놓여있다.


그 밑에는 대출서류와 대부업체, 캐피탈 명함들이 보이지 않게 모아져 있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버렸을 대출 광고 전단지다.


이로써 그가 실질적인 가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손님이 없는 가게에 홀어머니와 여동생까지 보살펴야 하는 생활이 그려졌다.


녹록지 않은 삶이다


‘그래서 아마 기타 직렬을 선택했겠지... 요원을 포기하고 가족을 돌보려는 심산이겠고.’


나는 추측했다.


사진 속 동생은 고등학생 나이로 보인다. 지금쯤 그는 여동생을 대학을 보내기 위해 애쓸 거다.


동생은 대학에 가지 않고 집안일을 돕겠다고 해서 속이 상했을 게 뻔했다.


하지만 난 보았다.


조금의 희망이 생긴다면 누구보다 의욕 넘치게 일할 그의 눈빛을.


저번에 식당에서 본 그는 상당히 의욕적이었다. 밥 한 숟갈 먹을 때마다 탐구하는 눈빛이 인상 깊었다.


‘한 번 도와줘 볼까?’


식당과 주방을 찬찬히 살펴보니 청결하다.

의외였다.


내 맘에 드는 곳 찾기는 여간 쉽지 않은데 이곳은 꽤 괜찮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저녁마다 매일같이 닦고 청소하기 때문이겠지.


주방이라면 자고로 이래야 한다.


이능국 근처에 맛있다는 맛집들을 가봤지만 그때마다 실망했었다.


민감한 후각과 시각으로 본 위생 상태는 엉망이어서 감각을 아예 끌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는 밥맛이 떨어져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으니.


나보고 맨날 입이 짧다고 하던 직원들이 생각난다. 입이 짧은 게 아니라 감각이 예민한 탓인데 말이다.


이능국에서 점심을 대충 먹고 나면 오후시간 내내 배가 고프다.


그렇게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집에 도착하면...


‘순자 아주머니의 음식이 기다리지.’


결론을 내렸다. 여길 살려야한다!

내가 굶주리지 않으려면.


청결을 갖췄으니 맛만 있으면 된다.

맛을 바꾸기는 쉽다.


청결은 바꾸기 어렵다.

주인장 성격까지 바꿔야하는 큰 문제다.

게다가 난 순대국밥을 좋아한다.


이능국 근처에 깨끗한 단골집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벌써 흥미가 생긴다.


‘한 번 바꿔볼까?’


먼저 미각과 후각을 확장시킨다.


후으읍-


공기를 들이쉬고 미뢰 하나하나를 굴린다. 그리고 아까 맛보았던 육수를 탐색한다.


‘이상하다.’


재료만 봤을 때는 분명 좋은 재료들이다.

정성 들여 오래 끓인 사골 육수, 신선한 순대와 야채.


문제는 육수에서 알 수 없는 비린내가 난다.

게다가 순대에서도 잡내가 났다.

다대기도 색이 곱지 못하다.


재료가 좋다면 문제는 양념이다.


분석을 마치자 주방에서 나의 손길이 바빠진다.


사장 아주머니와 아들 요원이 정신없는 틈새를 노려 주방 찬장을 열었다.


각종 양념이 보이고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무언가를 넣고 빼고 다졌다.


소금 한 톨, 간장 한 방울까지 내 완벽한 미각을 벗어날 수 없는 치밀한 계량이었다.


그렇게 완벽한 양념이 완성되었다.


분석부터 완성까지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끝과 끝은 통한다.

최악의 맛이 최상의 맛으로 변할 수 있는 거다.


다만 양념을 젓고 있을 무렵, 몸이 흔들리는 탓에 주머니에 방울이 울렸다.


딸랑딸랑-


소리가 나자 바쁜 사장님이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방울 소리가... 어? 그냥 푸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뭐예요?”


“제가 방금 만든 건데 육수에 넣어봤어요. 이게 더 낫더라고요. 한 번 맛 좀 봐주세요.”


만든 양념을 한스푼 넣은 국밥을 건넨다.


내 얘기에 사장님과 홍성구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먼저 그녀가 미심쩍은 눈초리로 한 입 먹어본다.


‘혹시나 손님들에게 잘못 나갈까 봐 검증하는 자세도 합격이네...’


아무리 봐도 이 식당은 조금만 손보면 단골집으로 손색이 없었다. 청결과 주인장의 꼼꼼함이 마음에 들었다. 맛만 있으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시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아들! 이거 먹어봐! 빨리!”

“왜?”


연이어 수저가 그의 입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역시 같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우리 집 순대국밥이라고???”


“말도 안 돼... 이건... 내가 살면서 먹은 순대국밥, 아니 음식 중에 제일 맛있다!”


“세상에...엄마. 난 이거 매일 먹을 수도 있어.”


아들과 엄마의 감탄이 이어졌다.


그들의 눈빛에서 희망을 보았다.

두 사람의 감탄이 곧이어 나를 향했다.


“아니, 청년. 어디 요리 전공했어?”


“아뇨. 그냥 요리 좋아해서요. 재료가 워낙 좋으니까 양념만 더하면 어떨까 했어요.”


“사부, 양념장 레시피 좀 알려줘요.”


“사부라니... 같은 요원끼리 무슨.”


처음 듣는 말에 당황해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그도 만만치 않았다.


“사부 맞죠. 이런 맛을 내면 사부죠...엄마 이 요원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교육 때...!”


“양념장 레시피는 알려드릴게요. 그나저나 사람들 기다리니까 이제 서빙할까요?”


낯간지러운 말에 얼른 주의를 환기시켰다.


안 그래도 테이블에는 수십 명의 요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제야 다시 정신이 돌아온 둘은 주방일을 시작했다. 아까와 달리 주방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


식사가 준비되자 처음으로 밖에서 동기끼리 먹는 터라 시끌벅적 이야기가 오고 간다.


“여기에 원래 국밥집 있었나요? 이능국 다니면서도 몰랐어요.”


“그니까요. 여기 골목은 많이 왔었는데 순대국밥집이 있었네요.”

“아... 저 순대국밥 못 먹는데...”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면서 어느새 모든 테이블에 국밥이 다 놓였다.


“박철 요원. 고마워요!”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중 순대국밥을 못 먹는다는 요원은 먼저 빠르게 국물 한 숟갈을 떠먹었다.


순대는 손도 대지 않을 예정이지만 국물 마저도 이상하면 반찬만 먹겠다는 심산이다.


“우와...”


한 입 먹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이 나온다.


부드럽고 뜨끈한 국물이 오늘 아침에 있었던 힘든 보고서 작성을 다 잊게 만들어 준다.


‘어떻게 음식이 이럴 수가 있지?’


이게 순대국밥이면 대환영이다.


자신도 모르게 뚝배기 안에 있는 순대에게 눈길이 갔다. 평소 같았으면 쳐다도 보지 않았지만 어느새 순대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고 있었다.


“뭐에요? 순대국밥 못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먹어보세요! 이건 완전 달라요.”

“순대국밥이 뭐 거기서 거기... 어?”


한 숟갈을 뜬 사람들은 모두 말이 없어졌다.

왁자지껄하던 가게 안은 침묵에 휩싸였다.


모두 말없이 숟가락질하기 바빴다.


일손을 돕느라 매일 가게에서 허겁지겁 먹던 홍성구마저도 처음으로 맘 놓고 맛을 음미했다.


그는 항상 걱정이었다.


가게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건 눈에 훤히 보였다.


쌓인 대출금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걱정이었다. 요즘에는 제2금융권과 캐피탈까지 진지하게 알아보는 중이였다.


게다가 북적여야 하는 점심과 저녁 시간조차 손님이 없었다.


이런데 자기만 나 몰라라 하고 요원 교육을 받는 게 맞는 건가 고민했다.


요원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가능자를 찾거나 도움을 주면 저번 선배의 얘기처럼 연금이나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고서는 기본급도 건지기 힘들다.


요원 생활이 끝나면 이능국에서 승진 코스를 밟을 수 있다지만 그건 당장 다음달 이자를 갚아야 하는 자신에게 너무나 먼 일이었다.


자신은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입장이다.


철저하게 결과만 보는 게 이능국이 자신을 요원으로 뽑을 일은 없을 거다.


저번에 조교도 말하지 않았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목표를 이루려면.


그런데 자신은 수단도 방법도 아무것도 없다.


주변에는 눈 씻고서 찾아봐도 가능자 코빼기도 안 보인다. 다들 평범한 사람들뿐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가게를 돕고 말지.’


매일 저녁 재료를 다듬고 식당 청소를 돕는 여동생은 내년에 고3이다.


“오빠가 꼭 대학 보내줄게. 넌 공부나 열심히 해.”


말은 했지만 대학 등록금이며 생활비며 당장 내야 할 월세까지 걱정이었다.


요원은 무슨. 이렇게 이능국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식당을 돕는 게 우리 가족한테 더 나을 거다.


동생 대학도 보내고 엄마도 얼른 쉬게 해야지.


그래서 식당에서 미션 공지사항을 봐도 남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미션 때 다른 요원들은 아는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가능자나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왔다.

반면에 자신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가능자를 찾아오세요?

차라리 밥을 먹는 게 낫지.


그는 공지를 보고도 식당에 앉아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다른 생각을 했다.


정말이지 여기 밥은 너무 맛있다고.


이 맛을 따라 할 수만 있다면 우리 가게를 살릴 수 있을 텐데...


음미하며 맛을 느꼈다. 사람을 사로잡는 맛이다.


자신도 식당을 살리려고 여러 시도를 했었다.

레시피도 보고 유투브도 보고 요리학원도 다니고 맛집도 찾을 만큼 다녀봤다.


그런데 꼭 뭔가 빠진 맛인 거다.

그게 뭔지 알 길이 없었다.


‘사로잡을 수 있는 맛이 필요해.’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블에 남은 건 자신을 포함해 세 명.


그중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싱긋 웃는다.


자신도 미소로 대답했다. 그때는 몰랐다. 자신에게 희망이 생길 줄은.


그런데 순대국밥을 먹고 나니 희망이 생긴다.


어쩌면 가게도 잘 되고, 요원까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대출도 갚고 동생도 대학에 갈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는 처음으로 맘 편히 순대국밥 한 그릇을 온전히 먹을 수 있었다. 배가 든든해지니 마음도 든든해졌다.


**


“조교님, 보고서도 다 확인했고 다음 일정 진행하겠습니다.”


점심 전에 수석이 보고했다.


조교가 손을 들었다. 잠시 생각하는 것이다.


“원래 오후 일정은 이능자 신상 명세 외우는 교육이었죠?”

“네.”


교육 초반에는 빡센 미션을 주고 나머지 기간에는 이론을 주입한다. 이게 매년 했던 요원 교육이었다.


남은 3일은 이론 중심이다. 가능자와 이능자 이 둘을 구분하고 한국에 있는 이능자들의 신상 명세를 외우는 것이다.


조교는 미소를 지었다.

무언가 다른 걸 꾸미는 듯 재밌다는 표정이다.


“이론 취소하고 한 번 다른 걸 해보죠.”

“...네?”

“이론은 밤새워서 자기들이 외울 수 있잖아요.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신상 명세는 수신기에 업로드 하는 걸로 하죠.”

“...하지만...”

“지금은 교육 말고 다른 걸 보고 싶네요.”


조교는 허공에서 무언가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제목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능자총회 협조문-11기,12기 요원 안내]


선배 기수가 그동안 해오던 일을 한 번 맡겨보겠다는 의도였다.


매년 있는 이능자총회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이능자들이 모이는 연중행사이니만큼 중요했다.


지금껏 이능국에서 교육을 마친 선배 요원들이 경호와 진행을 도맡았다.


신입 기수를 보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변은 안절부절했다.


“11기, 12기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왜 정해진 일정대로 안하시고...”


조교는 검지손가락을 하늘로 쳐들었다.


“이번에 높으신 분들이 사람을 찾으시잖아요.”


“네?”


“위에서 능력 있는 놈을 구해오래요.”


“그래도 신입 요원들은 이능자 총회에 투입되기에는 아직 무립니다.”


“보면 알겠죠. 끝과 끝은 통하니까요. 신입들이 오히려 더 잘할지 누가 알겠어요.”


“..하지만...”


“이능자 총회에서 선배들보다 뛰어난 요원이 있으면 능력이 보장된 거 아니겠어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대꾸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흥미가 묻어나왔다.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흥얼거린다.


평소 예민했던 그녀의 성격과는 정반대인 오늘 행동에 다들 얼굴에 의문이 가득했다.


그런 의문을 눈치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한수미는 입꼬리를 올렸다.


“찾아 보자구요. 능력 있는 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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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회장의 비밀(1) 24.08.27 143 6 15쪽
5 5. 쇼타임 24.08.26 144 6 11쪽
4 4. 방울 소리 24.08.23 149 6 13쪽
3 3. 공지 사항 24.08.22 157 6 15쪽
2 2. 합격 24.08.21 182 7 10쪽
1 1. 빛나는 별을 향해 +1 24.08.20 238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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