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무당이 작두 말고 라인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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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니들
작품등록일 :
2024.08.2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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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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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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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1.위기를 기회로(1)

DUMMY

점심 후 강당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여 있었다.


처음 보는 그들은 자기들끼리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 모습에서조차 분위기가 남달랐다.


그동안 이능국에서 요원 관리를 맡아온 나는 보자마자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11기와 12기, 선배 요원들이다.


나는 그들과 눈을 마주치고 나자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러자 조용한 분위기에서 그들 역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뿐, 더 이상의 대화는 하지 않았다.


많은 인원 탓에 강당 안은 혼란이 가득했다. 특히 동기들은 새로운 무리를 마주하자 경계하기도 했고 못 본 척 염탐하기도 했다.


동기 중 적극적인 인원이 먼저 연락처를 교환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지켜보았다.


모이는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운영진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은 역시나 보고있는 것이다.

이 과정조차 그들에게는 요원들을 평가하는 항목이겠지.


그리고 한참이 지나자 마침내 운영진이 나타났다. 단상 위가 아니라 뒷문으로 말이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를 멀리서부터 들으면서 이미 나는 문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 예상대로 뒷문이 열리고 한수미 조교와 중년 남성을 포함한 몇몇 운영진이 들어왔지만 아직 이들의 존재를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선배들이랑 얘기 안 하네요?”

홀로 인사를 하는 내 앞에 서서 그녀는 물었다.


그냥 물어보는 걸까.

아니면 의도가 담긴 걸까.

상관없다.


조교는 내 생각을 보고 싶은 거다.

나는 내 생각대로 말하기로 했다.


“인사는 했습니다. 하지만 미션이 주어지고 나서 다시 얘기하려고요.”


“왜요? 선배라는 걸 아는 눈치인데 전화번호라도 교환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미션의 조건에 따라 경쟁자가 될 수도 있고 협력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음... 그러겠네요. 선배라고 해서 항상 같은 편은 아니니까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되물었다.


“동기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동기까지도 배척할지 묻는 뜻이다.

어떤 의도로 답할지 궁금하다는 눈빛이다.


“마찬가지입니다. 동기라고 해서 무조건 믿기에는 어렵습니다. 아직 짧은 시간 동안 본 거여서 제 판단은 주관적이고요.”


“그럼 배신하는 동기들은 쳐낼 건가요?”


이번에도 의도가 있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직 배신도, 아무런 결과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내 패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내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아뇨. 넓게 보면 그들도 요원이고,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가치를 쉽게 쳐내지 않을 겁니다.”


“배신자한테까지 그러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저를 등지면 힘들어진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곧 그들도 알게 되겠죠. 저에게 붙는 게 이득이라는 것을. 그래서 다시 제 편으로 만들 겁니다.”


“패기는 좋네요. 제 편으로 만든다라... 이번 미션도 잘 해보세요. 편을 만들 좋은 기회가 될 테니.”


무언가 새로운 미션을 들고 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평소와는 다른 걸 준비했다는 건데.


어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훨씬 인상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어쩐지 재미있다는 표정까지 눈에 보였다.


서로 오가는 대화에 운영진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점점 우리의 대화에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귀와 눈이 쏠리는 찰나, 그녀는 더 이상의 관심을 받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까딱이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그렇게 한수미를 맨 앞으로 그들은 넓은 강당을 지나 줄지어 걸어갔다. 이제는 그들의 존재를 눈치챈 모두가 단상 위를 쳐다보았다.


수석 직급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중년 남성이 마이크를 집었다.


- 13기 파견 요원 여러분, 지금 이 자리에는 여러분의 선배인 11기와 12기 선배 요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주위를 둘러봤다. 우리도 그랬지만 선배들도 이 자리가 어색한 모양이다. 교육도 마치지 않은 후배들과 모인 건 처음일 테다.


-이번 미션은 예전 교육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능자들의 신상 명세를 외우는 것 대신에 선배와 후배가 다 함께 이능자총회 경호와 지원을 할 겁니다.


공식적인 발표로 장내가 술렁였다.


-선배들은 이미 알겠지만 이능자총회는 1년에 한 번 있습니다. 이번에는 원래 11기와 12기가 담당하는데 13기 여러분도 함께 합니다. 장소는 지하 1층 바로 이곳, 내일 오후 3시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수신기를 통해 공지사항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이상입니다.


그의 발언에 웅성이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선배들 구역 또한 시끄러워졌다.


이능자총회 준비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선배들도 예전부터 준비해오던 건데 갑자기 후배들이 끼어든다니. 그것도 당장 내일이다.


그런 탓에 대부분 아니꼬운 시선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마치 우리 잘못이라도 되는 양.


동기 요원들 또한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왜 갑자기 우리부터 바뀌는건데?!”


“우리가 이능자총회를 맡는다고요? 그 중요한 자리를?”


“설마... 우리한테는 그냥 안내나 시키겠죠.”


대화와 함께 다들 방금 들었던 말이 진짜인지 확인하고자 수신기를 낀다.


수신기의 공지 사항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 13기 요원인 우리는 혹시나 발생할 이능피해자 시위를 저지하는 데 힘쓴다.


- 12기 선배들은 이능자 총회 관리와 지원을 맡는다.


-11기 선배들은 혹시나 모를 이능자 유출을 방지한다.


‘이능자 유출이라...’


가장 중요한 일이자 이능국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다.


이능자가 되면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이능국으로 갈 수도 있고, 이능자협회로 갈 수도 있다.


나처럼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고 조용히 숨기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이능국과 이능자협회가 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거부할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사실 한 번 정하면 잘 바꾸지는 않는다.


둘 다 제시하는 조건도, 대우도 비슷하니까 굳이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게 이능자가 발현되자마자 바로 저점매수로 그들을 데려와야 하는 이능국의 일이다.


하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최근 들어 이능자협회가 공격적인 영입을 하고 있습니다. 보상과 조건 그리고 대우까지 파격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도 내일...! 총회를 엽니다. 우리랑 같은 시간에!


이능자협회가 우리랑 굳이 같은 시간에 총회를 연다니... 이건 이능국에 대한 선전포고다.


강당 안은 소란스러워졌다. 당연하다. 이곳은 마치 싸움판처럼 살기로 넘실거렸다.


남성도 흥분했는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마이크를 다잡고 눈에 힘을 주면서 소리친다.


-이번 미션의 목적은 최대한 우리 쪽 이능자들이 이능자협회로 갈아타는 걸 막는 겁니다!


강당 위 중년 남성은 주먹까지 흔들며 특히 마지막 문장을 강조했다.


이건 그의 의지이고 동시에 이능국의 의지다.


이능자협회가 이상했다.


평소에는 서로 암묵적인 공존 관계를 지속했는데 최근에 이능자들을 빼가고 있는 게 수상했다.


정부 쪽은 이능국이, 민간 쪽은 이능자협회가 담당하는 게 관례인데 그 룰을 깨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는다.


-13기 요원들이 할 일은 간단합니다. 현장을 미리 체험해 보는 거죠. 총회 때 있을 피해자모임 시위를 저지하는 겁니다.


피해자 모임, 그 단어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이능국에게는 피해자들은 단순히 저지해야 할 대상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내 안에 있는 위기의식이 무의식에 튀어나온다.


왜 이번 미션이 갑자기 변경되었을까.

왜 우리가 갑작스럽게 투입되었을까.


나 뿐만 아니라 이능국도 위기 의식을 느낀 거다.


이능국은 현재 비상사태다. 굳이 우리를 모은 건 이 비상사태를 이끌 사람을 찾으려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이번 미션을 기회로 만들 것이다.


나에게도, 이능국에게도 그리고 피해자에게도.


보여주면 된다. 내 능력을.


**


-13기는 피해자 시위 저지하는 법을 선배들에게 배우면 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수석은 말을 마치고 강당을 내려갔다. 한수미 조교는 멀찍이 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 그녀는 살포시 웃고 있었지만 수석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당연하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직 누가 가능자고 이능자인지 신상조차 모르는 애송이들을 굳이 합류시키겠다는 생각은 무모하다.


아무리 요원으로 뽑혔다고 해도 이렇게 몰아붙이다가는 탈이 날까 무서웠다.


물론 그중에 따라오는 인재가 있을 수도 있겠지.

그건 엄청난 예외다. 관리자로서 그는 요원 전체가 더 중요했다.


이래서는 요원들이 나가떨어지고 말 것이다.


‘예전에 들은 적이 있었던 것처럼...’


자신이 이능국에 입사하기도 전에 있었던 흉흉한 소문을 떠올렸다.


이능국이 세워지고 얼마 뒤 한 기수의 요원 전체가 사망했던 사건이다.


그 일은 교육을 담당하는 일부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내려왔지만 대놓고 꺼내는 건 절대 금기다.


잊고 있었던 그 사건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부정적인 생각 따위 털어버리겠다는 듯이 남자는 고개를 빠르게 내저었다.


그리고 현실적인 고민을 떠올렸다.


이들이 만에 하나 다치거나 요원에 적합하지 않은 걸로 판명난다면 담당인 자신도 책임을 져야 한다.


시말서를 쓸 준비나 미리 해야겠다는 게 그가 내린 현실적인 결론이었다.


단상에서 내려온 그에게 누군가 말을 건넸다.


“담당자님! 질문이 있습니다.”


고개를 들자 이능국에서 모를 리 없는 얼굴이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엘리트로 소문난 강민혁 요원이었다.


“무슨 일이죠?”


“혹시나 선배들 역할로 참여하는게 가능합니까?”


수석은 속으로 기가 찼다.


이 요원은 처음부터 돋보이려는 전략을 짠 거다. 당연히 선배와 함께하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다.


피해자 시위를 막는 건 건물 밖에서 몸으로 맞서야 하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속된 말로 몸쓰는 일이다.


피해자라고 해도 그들도 어쨌든 이능자이다.

D급이라고, 부작용이 생겼다고 해서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자신도 예전에 시위대를 막고 나면 다음날까지 뻗었던 기억이 있다. 그들과 맞서면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이 아팠다.


처음에는 안된다고 하려고 했다.


정해진 룰을 바꾸는 건 위험한 일이다. 13기 모두 시위대 저지를 해야하는게 규칙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이번 미션은 정해진 규칙을 넘어섰다.

게다가 윗선에서 똘똘한 놈을 찾는다고 하니.


피해자 시위를 막는 것보다 더 좋은 기회를 잡는게 똘똘한 거니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


“그래요. 그럼. 대신 누군가는 시위대를 막아야 합니다. 다 갈 수는 없어요.”


허락을 받자 강민혁은 씨익 웃으며 대답한다.


“그럼요. 저만 갈 겁니다. 비밀로 하겠습니다.”


저 자신만만한 태도와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에 수석은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하겠다는 분위기를 풍겼으니까.


똘똘한 놈인 건 맞았지만 같은 동기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강민혁이 의기양양하게 돌아가자마자 한 사람이 또 찾아왔다.


머리가 지끈했다. 박철 요원이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요구를 하려고...


“뭡니까?”

아까보다 날카로운 어조였다.


“수석님, 안녕하십니까. 공지 잘 들었습니다. 제 이름은 박철입니다.”

“압니다. 이름.”


공손한 인사를 받고 아까보다는 부드러워진 태도의 수석이었지만 아직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공손한 태도 뒤에는 항상 무언가를 부탁하려는 태도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저희 기수가 피해자 시위대를 막는데 제한이나 조건이 있습니까?”

의외의 질문이었다. 요구가 아니었다.


“아무도 다치지만 않으면 됩니다. 총회를 여는 동안 방해가 돼서도 안되고요.”


“피해자를 위한 예비비를 써도 됩니까?”


그 말에 상대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예비비를 알고 있다니 제법이다.


주주총회에서 주총꾼들에게 몇 푼 돈을 쥐여주듯이 이능국도 예비비를 매년 따로 빼놓는다.


피해자들 시위에서 주동자들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을 쥐여주고 돌려보내는 게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다만, 문제는 한수미 조교는 그 사실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고싶다는 취지였다.


‘그래, 똘똘하니 쉽게 가겠다 이거지.’


어떻게 예비비가 있다는 걸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수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있습니다. 써도 되고요.”


이미 요원이 알고 있는 이상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먼저 입밖으로 꺼낸 건 박철 요원이다. 게다가 자신 또한 조용히 이 일이 끝나면 좋은 거였다.


“알겠습니다. 예비비 한도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는 예년과 다를 바 없이 시위대를 돈으로 달래면 되는 쉬운 일로 변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눈앞에 박철 요원의 머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처음에 조건과 제한부터 물어본다는 건 그가 무언가 무대를 꾸민다는 이야기로 들려왔다.


수석은 자꾸만 몰려오는 쓸데없는 불안감을 떨쳐내고자 강당을 빠르게 나섰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했다.


조건과 제한이 없는 돈이 생겼다.

너는 이 총회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이냐.


자리는 만들어졌다. 내 계획을 보여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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