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무당이 작두 말고 라인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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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니들
작품등록일 :
2024.08.20 22:31
최근연재일 :
2024.09.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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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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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 방울 소리

DUMMY

주어진 시간을 3일.


빠듯하다고 여겼는지 사람들이 식사를 그만두고 황급히 식당을 나서는 모습이다.


대부분 당황하면 그 자리를 나가기 마련인데 지금의 모습이 딱 그랬다.


내게는 3일이면 충분했다.

바쁘게 일어설 필요가 없었다.


주변을 바라보며 숟가락을 다시 들었다.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고요가 찾아왔다.


‘이제야 분위기가 조용하네.’


쳐다보니 조용한 식당 가운데 남아있는 사람은 나 말고 두 명이 더 있었다.


아까 음미하던 남자 한 명, 먹성을 보니 몸집이 꽤 다부져 보였다.


마찬가지로 반찬을 입에 가득 담은 채 우걱거리고 있었다.


문 쪽 여자 한 명.


긴 생머리를 가진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도도하게 젓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그녀도 나처럼 계획이 있는 걸까.

아니면 진작에 포기한 걸까.


아무래도 좋았다.

저들은 재밌으니까.

남들과는 달라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재밌는 게 좋았다.


어머니가 후유증으로 감각이 무뎌지시다보니 집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더 재미를 찾아다녔다.


집 밖에서는 언제나 재미있는 걸 찾아다녔더니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재미를 찾아다닐수록 내 민감한 감각은 더 발전했으니 내게는 좋은 일이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차례로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동시에 그들을 향해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이마에 별도 보이지 않는다. 잘 보일 필요도 없다. 아직은 이름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흥미로운 인물들을 머릿속에 담아둔다.


그들에게 다시 눈길을 한 번 주고 다시 식사를 천천히 마무리했다.


밥도 먹었겠다. 사람도 없어서 조용하겠다. 나른해진 오후.


혹시나 남아있는 재밌는 사람이 더 있을까 싶어 강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다.

조용한 고요 속에 차단했던 내 감각을 활짝 열었다.


아니, 있었다!

누군가 다녀갔다.

외부인의 체취가 느껴졌다. 그녀는...


그 체취는 본사 임원실 25층에서 나는 미세한 방향제와 향수가 섞여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조교라는 걸.


내가 오기 전 강당을 지나갔다. 불과 몇 분 전이다.


아마 마주쳤다면 그녀의 이마에 별이 보였을 거다. 임원실에서 왔다면 이 교육과정에서 가장 높은 사람일 테니까.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지금도 여기 강당을 쳐다보고 있다.


단상 너머 한 곳에 내 시선이 향했다. 저기에 나를 바라보고 있는 눈.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저기 저 숨겨진 폐쇄회로를 통해 우리의 교육 과정을 지켜보겠지.


별이 달린 자는 내가 무얼 할 것인지 궁금할 거다. 그 궁금함이 저 렌즈를 통해 내게 그대로 느껴졌다.


그녀가 낸 미션, 가능자를 찾아라.

하지만 나는 가능자를 찾지 않을 거다.


**


“저 요원.”


다리를 꼬고 화면을 바라보는 여성이 턱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진행위원들은 그 턱짓을 바로 이해하고 급하게 화면을 확대했다.


“카메라 있는 걸 알고 있는 듯하네요.”


렌즈를 넘어 느껴지는 그의 눈빛에 한수미는 재밌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머지는?”

“다 나갔습니다. 아니면 근처에서 가능자를 찾기 위해 연락 중이고요.”


“뻔하네요.”

턱을 괸 여성의 눈을 가늘게 뜬다.


“뭐, 그래도 혹시나 가능자를 찾을지도 모르죠. 이번 기수는 똘똘해 보이던데요.”


심기가 불편한 여자의 기분을 풀기 위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남자였다.


남자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번 교육을 맡은 진행위원이었다.


강당을 지나 숨겨진 회의실, 오전에 연설하던 선배 기수를 포함한 자들이 그곳에 모두 앉아 있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교육을 진행하는 일, 그리고 파견 요원들을 채점하는 일.


이 점수를 바탕으로 일주일 뒤에 요원들은 각 계층으로 파견을 갈 것이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연예 그리고 기타까지.


매번 교육과정에서 가능자들을 찾는 미션을 냈다.


아마 지금쯤 요원들은 가능자들을 찾느라 자신의 인맥과 발품을 모두 동원할 거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이건 솔직히 던져보는 거였다.

어느 누가 단시간에 가능자를 찾을 수 있을까.


그 과정과 노력을 보는 거였다.

가능자를 찾으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위에서 특별 요구가 있었으니까.

의지를 넘어 가능자를 찾는 사람을 데려오라는 윗선의 의도대로 요원들을 평가해야 했다.


정확한 평가내용은 알 수 없다.

자신들이 보는 것만 기록할 뿐.


윗선에서만 알고 있는 비밀이라고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을 꺼려서 다들 어리둥절했다.


그치만 한수미 조교,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번 기수에서 뽑히는 자가 이능국의 존폐를 논하게 되겠다고.


그런데 이번에도 대부분 식당에서 허둥대다가 나가는 꼴을 목격했다.


예전과 별 다를 것이 없는 사람들, 똑같은 행동들.


실망스러웠다.


한수미는 혀를 찼다.

특별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


내 눈을 사로잡을 사람.

어디 있을까.


“저기 저 요원.”


화면 속 한 요원은 텅 빈 강당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명상을 하는 걸까.

아니면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걸까.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식당에서 나가지 않아 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그녀는 화면 너머로 봤던 눈의 생기를 다시 보고 싶었다.

눈을 뜨길 바라며 모니터를 자세히 보니...


“드르렁...”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세상에...”

믿을 수 없었다.


긴급상황에서 참으로 태평한 낮잠이었다.


다른 요원들은 지금 일초가 아까워 발에 땀이 나게 뛰고 있겠지.


“조교님, 주의 주고 올까요?”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는 어린놈이 당황스러웠는지 옆에서 진행요원인 중년 남성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됐어요. 봅시다. 자고 나서 뭘 하는지.”

그녀는 일어서려는 남자를 제지했다.


이제는 바닥에 대놓고 누워서 잔다.


이럴 경우는 둘 중 하나였다.


진짜 자신이 있던지,

아니면 일찌감치 포기했던지.


갑작스러운 상황이 주어지면 대부분 당황하기 마련이다.


방금 여기 모인 13기 요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치만 당황하지 않는다는 건 요원으로서 꼭 필요한 자질이다.


요원이 되고 난 후에는 당황스러운 일이 많으니까.


그때마다 당황을 내비쳐서는 안 된다. 감정을 숨길 줄 알아야 진정한 요원이었다.


자신이 요원이었을 때 있었던 수많은 사고를 생각하며 조교는 피식 웃었다.


이제는 산전수전을 겪은 탓에 왠만한 일에서는 당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저 까마득한 후배가 자신을 당황하게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당황스러움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웃음이 났다.

뭘 어떻게 하려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15분 정도 흘렀을까.


개운하다는 듯이 기지개를 켜고 드디어 남자가 일어났다.


“일어났네요. 저 요원.”


그녀의 말에 옆에서 바쁘게 무언가를 쓰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다 향했다.


“일어나서 지나가네요. 따라갈까요?”


남자가 따라가겠느냐고 묻는 건 감시카메라로 뒤쫓는 걸 의미했다.


“네. 그래보죠. 할 수 있는 만큼.”


그녀는 대답하며 모니터 속 시계를 쳐다보았다.


뒤에 일정들이 있었지만 이 정도 짬을 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네. 조교님, 현재 복도입니다.”


기계 앞에 앉아 모니터 속 남자의 동선을 따라가며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엘레베이터로 올라갑니다. 1층으로 향합니다.”


“1층이라...”


바깥에 나가려는 걸까.


게으름을 부리다가 남들처럼 가능자들이나 찾는 건 재미없는 일이다.


“정문 밖으로 나가면 더 이상 추적하지 마세요.”


“네 조교님.”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괜한 시간낭비였던 걸까.


1분 1초를 효율적으로 보내는 한수미는 자신이 과연 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1층 지납니다. 정문쪽으로 가서... 아니, 안내데스크로 가는데요?”


“안내데스크?”


정문 밖으로 나갔다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이러면 또 말이 달라진다.


“그래. 역시 내 감은 틀리지 않았어. 새롭네. 뭘 하려고 할까.”


다시 생기를 되찾은 조교는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그때, 뒷모습만 보이던 남자가 휙 뒤를 돌았다.


카메라 렌즈를 마주하고 화면 넘어 똑똑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남자의 시선과 마주쳤다.


마치 자신이 미소를 짓는 걸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입으로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인물, 크게 키워봐요.”


화면 속 남자의 입 모양이 확대되고,


“재밌을 겁니다?”

그녀가 마지막 입 모양을 따라 읽었다.


“방금 맞죠? 저 요원이 한 말?”


마치 뮤직비디오 티저처럼, 드라마 예고편처럼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말이었다.


카메라를 향해서. 우리를 향해서.

재미있을 겁니다.


“아, 입모양 잘 안 보여서...모르겠습니다.”

“재미? 뭐라고 하긴 했는데...설마요.”


주위 사람들이 갸우뚱하며 모니터를 다시 쳐다보지만 이미 그의 입은 닫혀있었다.


조교는 확신했다.

지금부터 재밌는 일이 벌어지겠구나.


저 남자가 어떻게 우리가 말하고 있는 걸 듣고 보는지 몰랐다.


하지만 우리를 보고 대놓고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라면 기대할 만했다.


다시 그는 카메라를 등지더니 안내데스크 담당자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 보였다.


뒷모습만 보여 자세히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조교님, 이제는 진짜 올라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그녀의 일정이 자꾸 밀리자 옆에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시간이 벌써?”


계속 보고 싶은 화면이다.

재밌는 건 지금부터일 텐데...

이 기회를 놓치다니.


국장과의 중요한 미팅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오늘 이 자리에 계속 있고만 싶었다.


“... 저 모니터, 녹화해서 보내세요.”

“네.”

“특이 사항도 모두 다 파악해서 보고서로도 올리고요.”

“알겠습니다.”

“이번에 기대가 되네요.”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여러 번 진행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좋은 요원이 나와야 할텐데... 윗선에서도 기대가 크니깐요.”


예년과는 다르게 윗선에서 특별히 좋은 요원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어떤 일을 대비하는 듯 보였기에 진행 요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철저히 준비했다.


“나머지 요원들이랑 진행은 알아서 맡길게요. 다들 이제 잘하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조교는 문밖을 나섰다.


**


그녀가 나간 후,

긴장된 분위기가 풀린 듯 화면을 앞에 두고 이야기가 오갔다.


“아까 조교님 봤어?”

“혹시 데려오라고 할까 봐 겁났다니까.”

“근데 입모양이 진짜 재미있어질 거라고 한거였어?”

“설마 그랬겠어?”

“...우연히 카메라 보고 그냥 내뱉은 말이겠지.”


아직도 그 남자는 안내데스크에 있었다.


“도대체 안내데스크에서 뭘 하는 걸까?”


“아 궁금해서 못 참겠다. 내가 몰래 올라가볼게.”

“그래. 뭐라고 하고 있는지 보고 와봐.”

“수신기로 알려줄게. 기다리고 있어.”


그중 한 명이 벌떡 일어나 안내데스크로 향했다.


나머지는 다들 수신기를 주섬주섬 챙겨 귀에 꽂았다.


그곳에 있는 모두들 화면 속 남자와 수신기의 음성에 집중하고 있었다.


잠시 뒤, 안내데스크에 드디어 올라간 직원이 등장하자 다들 숨을 죽이고 수신기의 볼륨을 높였다.


수신기에서는 안내데스크 직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그러니까 여기로 파견 오셨다는 거죠?”

“네, 제가 일주일간 여기 지하 1층 출입 담당자거든요. ”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

“박철입니다.”

“...박철... 네,”


무언가를 컴퓨터로 확인하는 직원이었다.

“지하 1층 권한 있으시네요.”

“네, 제가 대표거든요.”

“그러면 방문자들 오면 안내 드리면 될까요.”

“네, 지하 1층 방문자들 오시면 제게 먼저 알려주세요. 바로 위로 갈게요.”


그 광경을 모두 화면으로, 수신기로 사람들은 지켜보았다.


지켜본 모두 다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하!”


치밀했다.

그리고 뻔뻔했다.

지하 1층 대표라고 소개하는 것도 모자라

안내데스크까지 이용하다니.


여유를 부리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구조를 짰다.


이능력 가능자들이 이곳에 찾아오는 족족 그와 만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밖에서는 가능자들을 만나고 데려오기 위해 동동거리고 있겠지만 그럼 뭐 한단 말인가.


출입허가를 받으려면 안내데스크, 아니 저기 저 박철을 거쳐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는 제아무리 이능자여도 지하 1층의 관문을 뚫을 수는 없을 테니.


이능자들을 찾지 않고

찾아오게 만드는 능력.


범상치 않았다.


“하지만 찾아오게 만든다고 해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 광경을 지켜보던 누가 되물었다.


“가능자들이 애초에 데려온 요원 이름 대면 나가리죠.”


“그쵸. 다 헛수고죠. 근데 무슨 방울소리 안 들려요?”

“방울 소리요? 수신기 고장인가? 전 안나요.”

“가능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그게 관건이네요. 과연 가능한지... ”


그리고 화면에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다시 입을 벙긋거렸다. 모두 듣고 있었다는 듯이.


이번에는 모두가 수신기를 통해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가능하냐고요? 가능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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