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무당이 작두 말고 라인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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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니들
작품등록일 :
2024.08.20 22:31
최근연재일 :
2024.09.04 22:41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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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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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끝과 끝은 통한다(2)

DUMMY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방금까지 다른 요원 모두 그 사건에 대해 얘기했고 그 사건의 주인공은...


“다들 알고 있는 눈치네요. 알다시피 박철 요원이고... 가능자를 3명 찾았습니다.”


3명?


모두의 시선이 다시 조교에게로 향했다.

.

그 시선은 놀라움이 가득했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거나 입을 벌리며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박철까지는 다들 예상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건 예상 못 했다.

심지어 강민혁조차 상상하지 못한 숫자였다.


어제까지 수신기에 업데이트된 건 정건우 회장 1명 아니었던가.


그러면 마지막 날에 추가로 2명을 더 찾았다는 의미인데.


3일 만에 3명의 가능자를 찾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제아무리 발로 뛰어도 안 된다.


지금껏 선배들 사이에서도 그 수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강민혁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기껏해야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빼앗긴 요원. 그래서 분노했다.

자신의 1등을 가로챈 거라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압도적 차이였다.

자신이라고 해도 3일 동안 3명의 가능자를 찾을 수 없었을 거다.


한 명은 정건우 회장인데 대체 나머지 두 명은 누구란 말인가.


“한 명은 김보혁 국회의원, 그리고 한 명은 내부에서 찾았습니다.”


김보혁 국회의원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차해린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휙 돌린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다. 적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째려보는 눈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입꼬리는 올라가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뜻이다.


사실 김보혁 국회의원은 안내데스크에 줄을 서서 있던 인물 중 하나였다.


마치 정건우 회장처럼 가짜 무당 역할을 마치자마자 감동 받았는지 그는 차해린 이름 대신 내 이름을 적고 갔다.


차해린의 시선을 마주하며 미안하다는 의미로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그러자 그녀는 알았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강당 안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내부? 내부는 누구야?”


“우리 중에 가능자가 있다는 말 아닐까요?”


“설마... 가능자가 요원이라고요?”


“아, 가능자 있는 거 알았으면 여기서 계속 있을 걸 그랬어요.”


“그러니까요. 그럼 밤새우지 않았어도 됐는데! 도대체 우리 중 누굴까요.”


“아마 박철 요원 아닐까요. 가능자를 세 명이나 찾았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진짜. 내부잖아요.”


내부라는 건 어쩌면 조금은 추상적인 단어였다.


그런 탓에 사람들은 내부의 인물을 요원으로 한정 지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몇몇은 나를 가능자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넓게 봐야 한다는 걸.


내부라는 건 넓게 봐야 한다.

시야를 조금 더 확장하면 보인다.


요원, 그리고 앞에 있는 사람까지.

모두 내부에 있는 사람이다.


바로 우리 앞에, 가능자가 있다.

앞에 선 가능자인 그녀는 미소를 머금고 있다.


“나머지 요원들은 보고서 제출하세요. 기한은 점심시간 끝나고 오후 1시까지입니다. 수신기 통해서 올리시고요.”


말이 끝나자 마이크를 넘겨받은 남자가 긴장한 채로 단상 위에 올라온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이번 13기 파견 요원 교육 총책임을 맡은 한수미 조교님이시자 이능국 이사님이 미션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강민혁은 다시 한번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제 있었던 일이 다시 떠오른 탓이다.


쓸모없는 요원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감히 누구에게 말대꾸를 한 건지 뼈저리게 알았다.


이능국 요원은 워낙 베일에 싸여 있다 보니 한수미가 조교이자 이능국 이사여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지 않은 한 알기 어려웠다.


‘카이오 그룹에도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니.’


이능국을 조사해달라고 카이오 그룹에 부탁했지만 윗 선까지는 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기에 윗선은 차차 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과거를 후회했다. 대략적으로 이능국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그는 후회하는 눈빛으로 다시 한번 강당을 쳐다보지만 단 한 번도 조교와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조교는 한군데만 바라보고 있었다.


**


공식 일정이 끝나자마자 차해린은 웃으면서 말했다.


“뭔가 뺏긴 기분은 살면서 처음이네요. 뭐, 처음에는 기분이 잠깐 나빴지만 3명이나 찾으셨다니 인정해요.”


“국회의원 건은 미안하게 됐습니다. 미션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미안해하지 마세요. 조교님 말처럼 끝날 때까지 잘 안 알아본 제 탓이죠. 대신 밥 한 번 사세요.”


“그럼요.”


“오늘 점심 괜찮으세요? 보고서 제출하고요.”


“오늘요? 좋아요.”


대답에 밝게 웃음 짓는 차해린이다.


“안 그래도 1등 기념으로 동기들한테 밥 사려고 했거든요. 그 저번에 말한 순대국밥집에서요.”


“뭐예요? 저만 사주는 거 아니에요?”


예상치 못했는지 그녀가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같이 먹으면 좋잖아요. 언제 또 동기끼리 모일지도 모르니까. 1등 턱도 내고요.”


“아... 그렇긴 하죠. 대신 다음에는 저랑 같이 밥 먹어요. 아무래도 눈앞에서 뺏긴 게 기분 나빠서 밥이라도 얻어먹어야겠어요.”


그리고 옆에 있던 국밥집 아들 홍성구에게도 넌지시 얘기를 꺼냈다.


“오늘 동기들이랑 같이 순대국밥집 가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입소 후 처음으로 화색을 띠는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저희 순대국밥집요? 그럼요!!!”


나는 웃으면서 다시 저쪽 구석에 멍하니 서 있는 강민혁에게 다가갔다.


“이번 미션에서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려요.”


정중한 태도에도 강민혁은 눈을 치켜떴다.


“뭐 사과하면 다인가?”


“오늘 점심 제가 사고 싶은데 같이 가실래요?”


“뭐, 얼마나 대단한 걸 사려는지 봅시다. 보통 가지고는 가만두지...”

“순대국밥입니다.”


“뭐, 순대국밥? 하...”


김빠진 목소리로 순대국밥을 되뇌었다.


그는 기껏 순대국밥으로 퉁치려는 상대의 심보가 괘씸했다.


‘감히 나에게 이런 수모를 겪게 하고 오마카세도 아니고 순대국밥으로 때우다니.’


어림없었다.


조금이라도 그의 의도를 빗나가게 하고 싶어 강민혁은 허공에 대고 냅다 소리쳤다.


“여기! 1등이 오늘 점심 순대국밥 쏩니다! 같이 드실분!!!”


내 의도대로 강민혁은 확성기 역할을 해주었다.


그 소리를 듣고 동기들은 환호성을 치며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차해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렇게 쪼잔해서 어떻게 요원 생활을 하려고...”



**


이능국 근처 골목,


최고 순대국밥에는 손님이 바글바글 모였다.


처음에는 국밥집 아주머니는 문 앞에 몰려든 손님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 나도 단단히 났겠다 싶어 표정이 굳어졌다.


“엄마! 내 동기들이야.”


무리 중 아들의 얼굴이 보이자 그제야 안심했다. 시무룩하게 이능국에 들어간 아들은 어느새 표정이 밝아 보였다. 다행이었다.


안 그래도 국밥집 사장님은 아들이 이능국에 요원교육을 받는데 잘 지내나 걱정하고 있었다.


장사가 잘 안되도 아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아등바등 세월이 흘렀다. 홀어머니로 부끄럽지 않게 키우려고 최대한 애를 썼다.


그렇게 키운 아들이 마침내 이능국에 행정직이 됐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날, 동네 사람들을 모아 대접하며 동네방네 자랑했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아들이 요원으로 합격했다고 한다. 장사가 안되어서 고민이 많은 시기에 몇 안 되는 기쁨이었다.


요원이라니.

이능국은알려진 게 없어 잘은 모르지만 이능국 요원이 대단하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정작 아들은 기뻐 보이지 않았다.


사정을 들어보니 정원 외로 뽑힌 거라고 했다. 이번 기수가 사람을 많이 뽑았는데 티오가 남아 들어간 거란다.


요원 교육 중 반은 탈락하니까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정원 외는 그동안 뽑히지 않았고 뽑힐 수도 없다고 자조했다.


“그래도 모르는 거지.”


“아냐. 나 그냥 이능국에서 일하고 밤에는 여기 가게 일 돕는 게 좋아.”


굳은 표정의 아들은 손님 없이 텅 빈 가게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떨어질 것 같아서 기타로 적었어. 뭐 일단 교육받고 올게. 교육받으면 좋아. 요원이 안 되어도 요원들이랑 소통할 수 있고 승진도 보장된다고 했어. 아마 일주일 동안은 연락하기 힘들 거야.”


그래서 아들을 기다렸다.


파리 날리는 식당에서 우두커니 앉아서.


그런데 아직 일주일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이 나타났다. 무리를 우르르 거느리고.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의 아들이 입을 열었다.

“엄마, 내 동기들이야.”


그리고 옆에 한 청년이 꾸벅 인사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아드님 동기입니다. 아드님이 여기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연락도 없이 방문하게 됬는데 혹시 지금 식사 될까요? 70명 정도에요.”


“그럼요. 어서 와요.”


간만에 몰린 손님에다가 아들의 동기들이라고 한다. 이보다 기쁜 일이 있을까.


환하게 웃으며 국밥집 아주머니는 이들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보는 손님과 아들에 신이 났다.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으니 가게가 가득 찼다. 리포트를 아직 제출하지 못한 인원 빼고는 전부 모인 탓이다.


주방은 순식간에 분주해졌다. 갑자기 늘어난 인원 탓에 갑자기 정신이 없었다.


그걸 눈치채고 국밥집 아들 홍성구는 일손을 도우려 주방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둘이 애쓰고 있을 때,


“사장님, 저도 여기서 도와도 될까요?”


고개를 돌리니 아까 인사한 아들 친구였다.


‘박철이라고 했나?’


선한 첫인상이었는데 고맙게도 먼저 물어본다.


보통 때 같으면 당연히 거절했겠지만 지금은 둘이 하기에 벅찬 양이었다.


“아이고, 그럼 조금만 부탁해요. 여기 그릇에 육수만 퍼줄 수 있어요?”


“그럼요. 제가 갑자기 가자고 한 거거든요. 저도 주방일 좀 했었는데 알려주세요.”


친근하게 물어오자 조금 불편하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럼 여기 간만 맞는지 보고 그릇에 국만 퍼주면 돼요. 하다 힘들면 자리에 앉아 있어요. ”


“그럼요. 다른 것도 시키세요.”


아무리 봐도 마음에 드는 청년이었다.


**


나는 주방에서 육수가 끓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한 번 맛을 볼까.’


순대국밥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눈앞에 있는 육수의 맛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능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감각을 모두 닫은 터라 감각도 민감하지 않았다. 대충 맛만 있으면 오케이였다.


순대국밥은 맛없을 수가 없으니까.


어쩌면 이능국 근처에 단골 맛집을 하나 뚫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순자 아주머니의 반찬들이 먹기 힘들 때는 포장해가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숟가락을 들어 맛을 보았다.


이건...


국물에서 순자 아주머니의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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