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무당이 작두 말고 라인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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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니들
작품등록일 :
2024.08.20 22:3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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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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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쇼타임

DUMMY

3일 중에 하루가 끝났다.


밤 10시가 넘자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하나둘 지하 1층으로 모였다.


아침에는 팔팔해 보였던 요원들은 각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쳐 보였다.


그들은 지하 1층에 들어서자 지쳐 쓰러져 잠을 자기 바빴다.


심지어 밤을 새우는지 자리에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애초에 별다른 조건 없이 3일 이내에 찾아오라는 공지 사항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됐다.


새벽이 되자 다시 채비하고 나서는 사람들이다.


지하 1층 숙소 쪽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보였고 식당 쪽에도 밥을 먹으며 나갈 준비를 했다.


조금 정신이 들었는지 각자 서로 어제 있었던 일을 떠들며 분주한 아침을 맞이했다.


“수신기 꼈는데 오늘은 별다른 공지 사항 없네요.”


“뭐 오늘도 가능자들 알아서 찾아오라는 거겠죠.”


“어제 찾으셨어요? 어휴 저 진짜 어제 부산까지 내려갔다 왔잖아요. 죽겠어요.”


“부산이요? 저는 어제 파주 갔거든요? 인터넷에서 가능자라고 입 터는 놈 아이피 추적해서 갔더니 구라더라고요. 웬 초딩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더라니까요?”


“후... 진짜 어디서 찾아야 할지 감도 안 와요.”


한숨을 푹푹 내쉬며 가능자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토로한다.


“그나저나 어제 안 들어온 사람도 있나 봐요. 인원이 줄은 거 같은데.”


“어제 옆자리 요원이랑 수신기로 얘기했거든요? 가능자 찾을 때까지 안 들어올 거래요.”


“제가 아는 요원도 3일 밤샌다던데. 기획재정부에서 한 명씩 접촉하다 보면 한 명은 가능자 걸릴 거라고요.”


“아니... 그런다고 가능자를 찾을 수 있대요?”


“몰라요. 애초에 3일 안에 찾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원래 가능자가 알던 거 아니면요.”


나는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청각을 열면 여기 지하 1층의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아직 여기 있는 사람 중에는 가능자를 찾은 이들이 없어 보인다.


이들이 하는 말만 믿는다면.


하지만 조금 더 감각을 열어보면 어떨까.

시각과 청각을 조금 더 확장시킨다.


저 멀리 식당 쪽 테이블이 보인다.


식탁에 앉아 계속해서 다른 요원들과 신세 한탄을 하는 남자.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션을 내는 것부터 이능국이 잘못했다는 둥, 요원 교육이랑 무슨 상관이 있냐는 둥 열변을 토하고 있다.


그렇지만 테이블 밑에 그의 발은 다르게 말하고 있다.


덜덜덜덜-


초조한 듯 발을 떠는 소리가 미세하고 규칙적으로 들린다.


입으로는 사람들과 맞장구를 치며 큰 소리를 내고 있지만 하반신까지 챙길 여유는 없다.


애초에 자신도 발을 떠는 걸 모르겠지.

누가 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겠고.


조금 더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대화하면서 눈동자의 미세한 흔들림과 목소리의 떨림.


일반적이지 않은 신호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


“찾았네. 저 사람은.”


나는 커피를 마시며 중얼거렸다.

식사하는 동안 관찰을 모두 마쳤다.


관찰 후 후식으로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담긴 잔을 입가로 가져간다.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위장에 안착한다.


“음...”


잠시 후 퍼지는 카페인을 받아들이며 맛있는 식사와 커피를 음미한다.


일주일 동안 여기에 머물면서 식사를 우아하게 즐기기로 했다.


나에게는 남아있는 2일의 미션 시간이 여유로웠기 때문이고 또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언제 또 먹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처럼 여유 있는 요원이 또 있을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사람들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떠날 준비를 마쳤다.


커피잔이 바닥을 보일 때쯤 사람들은 복도와 엘리베이터 쪽에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람들이 떠나면 나도 안내데스크 쪽으로 산책을 가볼까’


식당에서처럼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대화를 시작했다.


“미쳤어. 오늘도 또 찾아야 한다니.”


“이 짓을 내일까지 해야 한다고요?”


“선배들은 어떻게 이 교육을 다 받은 거죠? 전 그냥 지하에서만 앉아서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은 어디 갈 거에요?”


“전 축구장이요. 요즘 김승민 선수 폼이 좋잖아요. 가능자 아닐까 의심되서 만나보려고요.”


“아 김승민 선수 대박이잖아요. 전 주식시장 큰 손 만나려고 인터뷰 잡아놨어요. 가능자여야 할 텐데...”


어제 무작정 돌아다닌 게 힘들었나 보다.


둘째 날은 조금 더 체계적으로 계획을 짠 듯했다.


“우와... 대단하시네요. 인터뷰 어떻게 잡으셨어요?”


“이능국에서 나왔다고 하니까 다들 엄청 반기던데요? 자기가 가능자 후보에 들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가능성 있는 사람과 접촉하기 위해 이능국까지 팔아먹는 대담함까지.


인정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보통, 그 이상이었다. 뽑히고 뽑힌 인재들인 게 티가 났다.


미션이 주어진 지 하루 만에 각자 자기의 페이스대로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곳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3일 동안 밤을 새운다는 사람도 있고.


그 자체가 여기 요원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다.


체력과 두뇌 회전력 그리고 대담함과 집요함까지 이 미션 하나로 알 수 있다.


만약 내가 이능자가 아니었다면...


나도 다른 요원들처럼 했을 거다.

인터뷰를 잡고 유명 인사를 만나러 쏘다녔겠지.


아는 가능자가 없다면 발로 뛰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


내 머릿속에도 가능자들 리스트는 있었다.

전략팀 회의에서 추린 따끈따끈한 이번 연도 가능자 후보들.


그들의 신상명세와 특징까지 낱낱이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가능자 후보들을 모두 불러 모은다면 당장의 이목은 끌겠지만 그 이후는 글쎄...


이능국의 입장에서도 그들에게 후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게 좋지 않았다.


몰래 그들이 진짜 이능자로 변하는지 추적 관찰하는데 변수를 만들 필요는 없지.


가능자를 리스트까지도 필요 없다.

대화대로라면 오늘부터 슬슬 요원들이 가능자 후보들을 데려올 테니.


혹시 나처럼 가능자를 찾아오게 만드는 사람이 있었나 싶어 대화에 귀를 기울였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그럼 진짜 나밖에 없는 건가.

가능자들이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드는 건?


어쩐지 기대가 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도 자리를 뜨기로 했다.


손님이 오면 주인이 인사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므로.


가능자 후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커피잔을 내려놓고 모두가 떠난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무도 없는 지하 1층, 조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도착한 곳은 1층 안내데스크.


어제 안면을 터서 그런지 안내데스크 직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오셨어요? 요원님.”

“안녕하세요. 아직 없죠?”

“네. 지하 1층 방문객은 아직이요.”

“그럼 제가 여기 있어도 되죠? 지하 1층 손님 오면 받게요.”


내 말에 안내데스크 직원은 화색을 띠었다.

덕분에 자기 일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바쁘신 거 아니에요?”

“아뇨. 안 바빠요.”


바쁘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어차피 가능자들이 오지 않는 한 내가 딱히 할 일은 없었으니까.


“저 여기 있을 테니까 커피라도 드시고 오세요.”


얼굴을 보니 카페인이 필요해 보인다.


내 눈앞에 사람은 매일같이 하루에 2번 커피를 마시는 걸로 보인다.

아침에 한 번, 그리고 점심 먹고 한 번.


그런데 오늘은 지각을 간신히 면해 커피를 마시지 못한 모양이다.


내 제안에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는다.


“정말요? 안 그래도 커피가 너무 먹고 싶었거든요.”


“다녀오세요.”


“요원님 커피도 한 잔 사 올까요?”


“아뇨 전 이미 마셨어요.”


직원이 떠난 안내데스크에는 이제 나 혼자 앉아있다.


그런데 누군가 올라온다.

목적이 있는 발걸음이 들린다.


조용한 발걸음이지만 그 안에는 힘이 있다.


마치 그녀의 성격과 같이.

그리고 어제 맡았던 향까지.


다가오는 소리에 맞춰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여자를 실물로 처음 봤지만 알 수 있었다.


어제 나를 계속 주시했던 조교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조교의 시선은 한군데로 향했다.


바로 나였다.


이 넓은 1층에서 조교는 정확히 날 주시하며 멀리서 걸어오고 있었다.


쏘아보는 눈빛.

무언가를 원하는 게 있는 눈빛.


매서운 눈빛에 보통 사람이라면 응당 피하겠지만 나는 똑바로 마주했다.


샅샅이 훑는 느낌이었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평가하는 듯한 눈빛을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이미 그녀를 파악했으니까.

정당하게 나도 기회를 줘야지.


그 생각에 내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그 순간, 미소를 보고 당황했는지 그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걸 캐치했다.


재빨리 갈무리했지만 이미 긴 눈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했는지 더 빠르게 다가왔다.


“박철 요원, 맞죠?”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이름부터 말하는 조교에게 답했다.


“네, 한수미 조교님. 반갑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할 법도 한데 침착했다.


아까 한 번의 당황으로 그칠 모양인 듯했다.


그녀는 이어서 내게 질문을 했다.


“미션 잘 하고 있는 거 맞죠?”

“네.”

“음... 여유 있어 보여서 한 번 와봤어요. 얼굴도 익힐 겸.”


자신의 의도를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꺼낸다. 뭘 아는 사람이다.


나에게는 안 통하는 걸 이미 파악했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가능자들 어떻게 찾을 건데요? 아니 어떻게 찾을지는 예상이 가요. 그런데 쉽지는 않을 텐데.”


궁금하다는 듯 다시 물어본다.


그 말은 가능자 후보들이 와도 내가 그들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다른 사람들이 발로 뛰어 부른 가능자들이다.


그들이 여기까지 찾아온다고 한들 박철, 내 이름으로 낚아챌 수 있겠냐는 물음이다.


조금 힌트를 주기로 했다.


“가능자들도 사람이겠죠. 모두 고민을 갖고 있을 겁니다. 모든 사람처럼. 저는 그 점을 이용할 겁니다.”


“음... 어떻게요?”


“저는 촉이 좋거든요.”


주머니 속 방울을 손에 들고 흔들어 보인다.


딸랑딸랑-


씨익 웃는 미소에 그녀는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뭐, 무당행세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보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진지한 내 대답에 웃음을 띠고 고개를 끄덕인다.


“쇼맨십도 중요하죠. 요원이라면.”


그녀는 손에 쥔 방울에 시선을 둔다.


“한번 보고 싶네요. 가짜 무당은 어떻게 하는지.”


“지금 보실래요? 마침 저기 오네요. 가능자 후보.”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한 시선.


그곳에는 문을 열고 걸어오는 체격이 다부진 중년 남성이 있었다.


편한 카라티 차림과 면바지지만 얼굴은 익숙하다. 모두가 아는 사람이니까.


“한세그룹 회장이네요.”

“그렇죠.”


시가총액 1위 기업, 한세그룹 정건우 회장이 혼자 이능국까지 출두했다.


두리번거리며 걸어오는 회장과 나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번갈아 보더니 그녀는 입을 열었다.


“어디 한 번 보여줘 봐요. 가짜 무당.”


딸랑딸랑-

그 말에 답하듯 종을 흔들었다.


“안내데스크 여기입니다. 회장님.”

쇼타임 시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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