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무당이 작두 말고 라인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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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니들
작품등록일 :
2024.08.20 22:31
최근연재일 :
2024.09.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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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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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위기를 기회로(2)

DUMMY

단상 위에서 설명을 들을수록 강민혁은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이번 일정은 자신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동기 중에 우뚝 설 기회다.


이능국에서는 쓸만한 사람을 찾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일정을 굳이 변경하고 선배들을 불러 모았겠는가.



어차피 아직 수습도 못 뗀 우리에게 많은 걸 바라겠는가.


아니다. 진짜 바라는 건 그중에 돋보이는 인재를 찾는 거겠지.


강민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가 특별하다는 걸 보여주마.’


그러기에 피해자 시위대를 막는 건 특별한 자신의 위치에 맞지 않는 저급한 일이었다.


‘그건 몸 쓰는 놈들이 하라고 하고.’


자신이 하는 건 이능자들과 함께 어울리며 눈도장을 찍는 거다.


이번 기회에 유명인들도 좀 알아놓고 파견지로 갈 곳도 물색할 셈이다.


하지만 동기들을 버린다는 인식이 심어진다면 안된다. 기껏 그동안 만들었던 인맥은 요원 생활에서 필요한 순간이 있을 테니까.


그럴 때는 나서는 척이 최고다.


“우리도 채팅 만들까요? 보니깐 선배들도 다 기수마다 채팅 만들었던데. 이번 총회 준비하면서 공유하면 좋잖아요. 나중에 교육 끝나고도 서로 정보 공유도 하고요.”


공지가 끝난 후 혼란스러운 동기들 사이에서 크게 외쳤다. 이끌어가는 모양새를 보여주면서 자신이 이렇게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는 걸 드러낸다.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약간 의문을 가지는 눈빛이 보였다. 특히 저 차해린은 자신이 하는 사사건건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어쩌라고.


선배들도 만들었다는 말에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럼 그렇지.


“수신기에서 제가 만들 테니 들어오세요. 13기 요원 방으로 검색하시고요. 입장해서는 실명으로 바꿔주세요.”


쓱 둘러보자 다들 허공에서 분주히 손가락을 놀렸다. 입장 인원이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걸 지켜보며 강민혁은 웃음을 지었다.


저 잘난체하는 박철조차 수신기를 끼고 허공을 보는 걸 보아서 제 말대로 한 모양이다.


이제 자신이 없어도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겠지.


문득 자신이 이제야 동기 중 대표가 된 모양새가 마음에 들었다.


원래부터 이랬어야 한다.


목적을 달성한 그는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나와 선배들 쪽으로 향했다.


**


“피해자 시위 어떻게 막죠?”


누군가 푸념하듯이 내뱉었다.

선배들이 제대로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걸 요원들도 알고 있었다.


“당장 내일이잖아요. 뭐 준비할 시간도 없는데요.”


그렇다. 선배들조차 총회에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할을 점검하느라 누구를 봐 줄 여유가 없었다.


“아까 옆에 선배한테 물어보니까 누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면 몸으로 막는 수밖에 없대요. 그냥 얻어맞으면서 배우라는데...참.”


이런저런 불만들이 점점 커지는 걸 나는 가만히 지켜봤다.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다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자 나는 입을 열었다.


“굳이 피해자 시위를 몸으로 막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같은 시간에 우리도 뭔가 해보죠.”


예상치 못한 발언에 다들 의문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차해린이 다시 되물었다.


“어떻게요? 애초에 그들은 이능자 총회를 방해하려고 오는 걸 텐데요.”


“번번이 이능자 총회를 방해하면서까지 그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이유가 뭘까요. 핵심은 피해자 모임이라는 겁니다. 그들은 생체실험으로 피해받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들어주기를 원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들어주면 됩니다.”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그냥 들어주기에는 너무 막연한데요.”



“천도재를 여는 겁니다.”


“천도재요?”


“네. 저번 미션에서 제가 무당 흉내를 내는 걸 본 사람들도 여기 있을 겁니다. 생체실험으로 죽은 피해자들의 영혼을 달래는 행사를 한다는데 싫어할 피해자들이 있을까요? 싫어하면 가짜 피해자겠죠.”


진지하게 말하는 내 의견에 모두 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차해린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니까 이능자 총회와 같은 시간에 천도재를 열자는 말이네요. 그럼 자연스럽게 피해자들의 관심을 옮길 수 있겠네요. 우리도 굳이 힘쓸 필요도 없고요.”


“네. 이능국의 이미지도 좋아질 겁니다. 피해자들까지 포용하는 이능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그러면 이능자협회와 우리는 분명 비교가 될 겁니다.”


“오... 그렇겠네요. 이능자협회쪽은 피해자 시위 막기 급급할 테니까요.”


“그렇죠. 그러면 확실히 이능국 이미지가 좋아질 겁니다. 피해자들에게도, 이능자들에게도요.”


“이능자들이요?”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이능자들도 일종의 부채 의식이 있을 겁니다. 없다고 할 수 없죠. 자신들의 뛰어난 능력은 피해자들의 생체실험으로 이룬 결과거든요. 천도재가 열리면 총회에 참석하려고 오는 이능자들도 보고 마음이 좀 편해질 거고요. 이능국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겠죠.”


“아...”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다는 탄성이다. 피해자들의 시위를 막을 생각에서 벗어나 위에서 넓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야기를 들으니 눈앞에서 내일 해야 할 큰 그림이 그려지는 듯했다.


하지만 사실 속으로 내가 또 노리는 사람은 한 명 더 있었다.


이능자협회장 오형수 사장.

그의 타격이 내일 가장 핵심이다.


이번 천도재는 시작이다.

오형수를 서서히 말려 죽이는 계획의 시작.


천천히 괴롭게 만드는 게 바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걸 알고 있다. 오형수 덕분에.


이번 총회에서 단 한명의 이능자도 협회로 넘어가는 일은 없을 거다.


내가 막을 테니까.


“저는 피해자 시위 대표를 만나보려고요.”

“저도 같이 갈게요.”


방금까지 대화한 차해린이 손을 들었다.


원래 같았으면 혼자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녀라면 믿을 수 있다. 내 감이 말해준다.


“네. 그러죠. 그럼 나머지 분들은 조를 짜서 내일 천도재 준비해 주세요. 필요한 건 강민혁씨에게 정리해 드릴게요. 강민혁씨?”


강민혁이 이미 선배들한테 붙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도 알 건 알아야지.


불러도 대답이 들리지 않자 사람들은 주위를 쳐다봤다.


“아, 안 계신가 보네요. 그러면 홍성구씨가 대신 맡아주세요.”


내 말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홍성구 주위로 모여 상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갑시다. 시간이 없어요.”


**


피해자 시위 대표가 사는 곳은 내가 익히 아는 동네다. 바로 내가 사는 곳.


전형적인 슬럼가의 풍경이 나타나자 차해린은 긴장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피해자 대표가 이런 곳에 산다고요? 지원금 받아서 잘살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바닥에는 쓰레기가 굴러다녔고 건물 벽에는 알 수 없는 낙서들이 쓰여있었다.


“그건 가짜 시위 대표고 진짜는 여기 삽니다.”


“그래요? 그나저나 박철 요원에게는 여기가 익숙해 보이네요.”

“제가 종종 다니는 곳이니까요.”


골목을 지나 발걸음을 멈췄다.


“대표님, 저 박철입니다.”

허름한 문을 두드리자 그녀가 묻는다.


“서로 아시는 사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삐쩍 마르고 피로에 찌든 중년의 남성이 나오고 나는 바로 용건을 말했다.


“잘 지내셨어요? 대표님. 하나 물어보려고 하는데 요즘에 피해자 모임에 새로 들어오거나 갑자기 주변에 보이는 인간 본 적 있으세요? 이것저것 캐묻고 다니고, 외형은 깔끔해 보이는.”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박철이가 부탁하는데 한 번 알아봐야지. 잠깐 기다려봐 연락 좀 돌리고 올게.”


나는 의문에 가득 쌓인 차해린을 보며 말했다.


“이번 시위에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놈들이 보일 것 같거든요. 아마 협회 쪽에서 보낸 놈들일 텐데... 대표님이 없다고 하면 없는거 여서 확인해보려고요.”


차해린은 소리 없이 입을 벌렸다. 정말 무당이 아닐지 약간의 의심이 들기도 했다.


피해자 시늉하는 놈까지 생각하는 치밀함이라니.


얼마 후 다시 나온 대표는 사람 이름과 지역을 말해주었다.


“여긴 없고, 의심 가는 놈이 있다고 하네요. 지역은 강남. 그쪽으로 이동해서 알아보시죠.”


척척 이뤄지는 빠른 일 처리에 차해린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아까와는 대조되는 동네 분위기.


강남은 어스름한 저녁인데도 조명으로 반짝거린다.


나는 눈으로 근처를 훑는다.


복잡한 거리에 서서 감각을 모두 열어 사람들의 흔적을 샅샅이 뒤진다.


그리고


“....여기네요. 빙고!”


높다란 빌딩 중 한 곳에서 그들의 흔적이 보였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그 흔적도 다르다.


그 흔적은 길게는 일주일 동안 지속된다.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고 입었는지 다 남는다.


“맞아요? 여기?”

“네, 흔적이 있네요.”


“피해자 흉내를 내면서 이런 곳에 산다고요?”


“한 명이 아니에요. 여러 명이 왔다 간 흔적이 있어요.”


“여러 명이요?”


“네. 들어가 보죠.”


빌딩 5층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곳에서 나는 잠시 멈춰 손을 들어 올렸다.


옆에 있던 그녀는 멈추라는 뜻을 눈치채고 눈빛을 교환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생각보다 보안이 빡세게 걸려있었다.


눈에 보이는 CCTV뿐만 아니라 사방에 녹음기와 방어막이 어지럽게 감겨있었다.


내 동공은 그 층을 쭉 훑었다. 하나씩 파악하려는 거다. 그리고 사람의 흔적을 찾고자 한다.


그런데.


“눈치챘네요.”

“...네?!”


이미 누군가 올 걸 알아채고 튄 모양.

여러 명의 흔적이 제각기 퍼져나간 게 보인다.


계획을 변경한다. 한 명을 잡아서 족치기로.


저쪽 구석에 남아있는 한 명.

어둠 속에서 벌벌 떨고 있다.


도망도 못 간 조무래기로 보이지만 상관없다.


내일 피해자 시위에 무슨 일을 벌일 건지, 주동자는 누구인지만 알면 된다.


뚜벅뚜벅-


거침없이 한 곳으로 향한다.


들켰다는 걸 알아챘는지 남자는 어둠속에서 재빨리 튀어나온다.


손에 든 흉기를 내지른다.


하지만 어림없다. 이미 알아채고 반격한다.


“컥”


찰나 옆으로 피해 옆구리를 노린다. 쓰러진 남자는 흉기를 떨어뜨렸지만 아직 힘이 남았는지 이내 다시 돌진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소용이 없다.

급소 공격은 피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슈욱-


다시 피하고 오른손을 뻗는다. 민감한 감각으로 그자의 급소를 정확하게 겨냥한다.


쉭!


“으악!”


급소를 압박당하는 순간 남자는 몸속에 힘이 쭉 빠지는 걸 느꼈다.


동시에 혈관에서 시작되는 고통이 몸을 타고 휘감아왔다.


“아니! 저 사람... 괜찮은 거 맞아요? 죽은 거 아니에요?”


옆에서 모든 광경을 목격한 차해린이 다급히 묻는다.


“그냥 혈자리를 눌러준 겁니다. 지금은 무척 고통스럽겠지만 5분이면 다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거예요. 오히려 저한테 나중에 고마워할걸요. 혈자리 뚫어줘서 몸이 개운해졌다고.”


내가 종종 급할 때 애용하는 방법이다.


그사이 쓰러진 남자는 몸을 떨면서 노려본다.



급소공격의 고통 지속시간은 5분.

나는 그 시간 안에 심문을 마칠 계획이다.


무방비해진 남자 앞에서 나는 씩 웃었다.

“가짜 피해자 하니까 재밌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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