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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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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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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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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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화

DUMMY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야. 난 차라리 싸우겠어.’


표범의 모습을 한 마물이 나타났다. 가축을 키워 생계를 유지하는 작은 마을은 키우는 가축이 잡아먹히면 살아갈 방도가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겨 놓은 소를 잡아먹는 마물의 모습에 분노가 치민 클레어는 저 위험한 마물과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사용했다는 녹슨 검을 두 손으로 쥐고서 마물에게 접근했다.



“크르르르.”


그녀의 기운을 느꼈는지, 마물은 식사를 멈추고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덤벼!”


클레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빠르게 달려드는 표범 마물.


‘저기 잡초를 지날 때 도약하고 앞쪽 왼발을 내밀어서 나를 짓누르려 할 거야.’


클레어의 눈에는 훤히 보였다.


표범 마물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그리고 그녀는 훌륭한 대응책마저 떠올랐다.


‘앞으로 달려들다 몸을 눕혀야 해. 그리곤 연약한 뱃가죽을 노려야만 해.’



“크아아아앙.”


위협적인 소리와 함께 빠르게 달려드는 표범 마물. 클레어는 자신이 정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두려움과 싸우며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이야.’


그녀가 짐작했던 잡초 앞에 마물이 도달할 때, 그녀는 앞으로 내달렸다. 놀랍게도, 클레어의 짐작처럼 표범 마물은 정확하게 그 자리에서 도약을 한다.


클레어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슬라이딩을 했고, 아슬아슬하게 표범 마물의 발톱은 그녀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갔다.


‘받아라!’


그녀는 검으로 표범 마물의 배를 찔렀다.


혈흔이 그어졌으나 안타깝게도 그것이 전부다. 클레어가 가진 힘으로는 얇은 뱃가죽조차 뚫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분해. 분하다고.’


자신이 가진 힘은 많이 약했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상황이 몹시 분했다.


‘눈이나 귀가 아니면 엉덩이를 노려야만 해.’


적은 힘으로 마물에게 치명타를 가해야만 한다. 방법은 배보다 더 약한 부위를 공격하는 것이 유일하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공격은 실패였으나, 마물의 배를 검이 제대로 그었다.


표범 마물의 본능이 클레어가 위험하다는 걸 알렸는지 주변을 맴돌며 신중한 움직임을 보인다.


‘피하는 건 자신이 있어. 하지만... 죽이긴 어려워.’


표범 마물의 공격을 피하는 건 가능했다. 그렇지만, 귀와 눈을 공격할 틈을 만들기란 요원했다.


‘기다리자. 기다리면 기회가 올 거야.’


클레어는 인내력을 가지기로 했다.


그때였다.


“클레어 누나. 엄마가 이걸 가져다 주... 아아악!”


주변에 사는 꼬마가 심부름을 왔다.


표범 마물은 아이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어, 어쩌지?’


표범의 움직임이 짐작된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어떻게 해도 클레어는 표범 마물을 처지할 방법이 없었다.


‘일단 구한다.’


클레어는 유일한 무기인 자신의 검을 던졌다. 정확하게 날아간 검은 표범 마물의 얼굴을 건드렸고, 그로 인해 움직임이 틀어졌다.


클레어는 재빨리 달려가 꼬마를 안았고, 서둘러서 도주했다.


“헉. 헉. 헉.”


빠르게 달리던 클레어는 몸을 옆으로 굴렀다.


그와 동시에 표범 마물이 그녀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간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미치겠다. 혼자라면 어떻게든 하겠는데, 꼬마가 있으니 위기를 타파할 방도가 없다.


‘그래도 구할 거야. 다른 건 생각하지 말자.’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홀로 남겨진 클레어. 이 꼬마는 그녀를 딸처럼 챙겨주던 아버지의 친구 한스 아저씨 부부의 아들이다. 이번에도 자신에게 먹을 걸 주려고 왔다가 위기에 처했다. 클레어는 반드시 구한다고 다짐하며 내달렸다.



“크아아아앙.”


기회를 포착한 표범 마물은 빠르게 달려들었고, 쉬지 않고 맹렬히 공격했다. 그리고 이 공격은 결국 통하고 말았다.


체력이 소진되어 달려가다 앞발에 어깨가 그어진 클레어.



그녀는 이제 무너졌다.


“누, 누나. 나 무서워.”


클레어는 달려드는 표범 마물을 보며 꼬마를 꼭 안아서 보호하려 했다.



끝.


그녀가 끝이라 생각하며 절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였다.



“그렇게 찾으려 할 땐 없더니, 여기에 있었구나.”


뒤에서 들려오는 인자한 목소리.


클레어는 저 목소리가 들리자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표범 마물이 자신을 향해 힘차게 달려드는데도 말이다.


‘이, 이럴 수가!’


클레어는 보았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표범 마물이 날아온 검에 당해 머리가 터져버리는 광경을.


퍽!

그녀가 먼저 보고 난 이후 그 일은 현실이 되었다.



저벅저벅.


사람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다가온다. 클레어는 멀뚱하게 그를 쳐다봤다.


“너를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이 제국을 떠돌았단다.”





클레어는 자신의 스승이자, 양아버지인 이그리트 라이언과 처음 만났던 순간이 떠올랐다. 어느 날 우연히 찾아와 자신의 아버지가 되어 준 그는 한없이 자상했고 친절했으며 언제나 사랑으로 그녀를 대했다.


그녀는 그런 감사한 아버지의 곁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검을 배웠다.


“아버진 검성이잖아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긴 하지.”


“불패의 기사 검성. 아버진 누구도 두렵지 않죠?”


“그럴 리가. 두렵지만 두려움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한단다.”


“거짓말. 항상 본인이 다 이긴다고 생각하잖아요.”


“자부심과 두려움은 다른 거란다. 클레어.”


“치이. 또 잘난 척이야.”


“허허. 이 아비는 항상 딸에게 잘나 보이고 싶단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싸우면서 이 사람은 진짜 두려웠다 싶은 적은 없어요?”


“많았지. 아무리 자신이 있어도 작은 실수 하나면 모든 것이 끝이라 이 아버지도 두렵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런 말 말고, 이 사람은 진짜 두려웠다 없어요?”


“으음. 글쎄...”


“거봐요. 없잖아요. 아버진 위대한 검성. 두려운 자란 없는 최강의 기사에요.”


클레어는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늘그막에 얻은 딸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이제 질문을 바꿀게요. 언젠가는 아버지를 뛰어넘을 거란 생각이 든 기사는 있나요?”


클레어가 이 질문을 한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이라 말해주길 기대해서다.


“보자... 하나 있구나.”


‘나구나.’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알겠어요. 누군지.”


“오호. 그래? 어디 맞춰 보거라.”


클레어는 정답이라 확신하며 답했다.


“저요. 아버지의 딸인 이 클레어가 아버지를 뛰어넘을 미래의 검성이에요. 제 말이 맞죠?”


이그리트는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딸 클레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하구나. 딸아. 아니란다.”


“예에? 장난치지 마세요.”


“장난이 아니란다.”


“그럼... 누구에요?”


“있다. 검귀라고 아주 지독한 놈이 하나 있지.”


“검귀요?”


“너는 명심해야 한다. 검귀는 절대 적으로 삼으면 안 되는 기사라는 걸.”


“그가 나쁜 사람이면요?”


“그럴 리가. 과격하긴 해도 심성이 바른 놈이다. 동료로 삼으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놈이 바로 검귀지.”


“제 미래안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검귀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그럼. 이 아비는 검귀에게서 검신이 될 가능성을 보았다.”


“검신이요?”


“그래. 그 어떤 기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영광 검신. 그 가능성을 그 아이에게서 보았다.”


“치이. 아버진 틀렸어요.”


“왜 그러지?”


“검신은 이 클레어가 이룰 거예요. 검성의 딸이 검성을 능가하는 검신이 될 거라고요.”


“허허. 그래주면 나야 감사하지.”


검성 이그리트는 가문의 검술이 끊어지지 않게 이어준 클레어가 그저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그는 더 바라지 않았다.





이젠 아버지와 검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이 빠르게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검귀. 아버지가 인정한 유일무이한 검신의 후보. 이 클레어의 목표.’



그녀는 언제나 검귀와의 승부를 꿈꿨다.


그의 부상 소식은 그녀를 슬프게 했으나, 아버지의 말처럼 검신이 될 재목인지 결국 이겨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와 대치하는 중이다.


팅. 팅. 팅. 팅. 팅.


보인다. 검귀의 검이. 그렇기에 막아내는 건 어렵지가 않다.


‘아버지. 어쩌면 아버지의 판단은 틀렸을지도 몰라요.’


검귀는 분명 대단한 기사이다. 하지만, 검성이 인정할 정도로 특별한지는 모르겠다.


“이제부턴 전력을 다하지.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다.”


검귀의 눈이 하얀 빛을 뿜는다.


닐슨 가문에서도 특별한 존재에게만 발현된다는 압도의 패기.


검귀는 패기를 사용하며 클레어를 압박했다.


몸이 무거워지고, 마음도 짓눌러진다. 그렇지만 이것이 클레어를 굴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팅. 팅. 팅.


더 힘들어지고 더 치열해졌다.


그렇지만, 클레어의 미래안은 깨지지 않았다.


‘충분히 대단하다는 건 알겠어요. 아버지. 하지만, 그게 전부에요. 전 아버지의 판단을 인정하지 못하겠어요.’


검귀가 대단한 것은 분명하다. 그의 검에 담긴 열정과 변화는 놀라우니까.


하지만, 그 어떤 변화도 미래안을 넘어서진 못했다. 그렇기에 클레어는 생각했다.


‘검신이 될 가능성은 검귀 당신이 아닌 저의 것이에요.’



클레어의 입가에서 승리라는 미소가 지어지려 할 때였다.


그녀는 보았다. 검귀의 눈이 투명하게 변하는 걸.


‘몰입?’


저건 무언가에 완벽하게 몰입했다는 뜻.


클레어의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본능이 경고를 보내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보았던 검귀의 실체는 이거였어.’


그녀는 자신이 오판하고 있었음을 느끼며 잔뜩 긴장했다.


슁. 슁. 슁.


팅. 팅. 팅.


검귀가 공격한다. 기존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결과가 다르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검귀의 공격은 여전히 훤히 보인다. 어떤 변수로 어떤 혼선을 주려고 하는지 모두 보인다.


보이는데... 분명 보이는데... 그것이 미래안을 역으로 잡아먹기 시작한다.


검귀의 검은... 완벽.


미래를 본다고 해서 막을 수 없는 완벽함이 담겼다.


마치 퀸 하나를 더 가지고 승부에 임하는 체스처럼. 하나씩 주거니 받는 과정에서 항상 검귀의 검이 남게 된다.


클레어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모든 미래를 동원하며.



무수한 수고에도... 무너진다.



그녀가 보는 어떠한 경우의 수도 검귀의 검은 결국 이겨낼 뿐이다.




팅-!!!!!


결국 마지막 수마저 무너졌다.


그녀는 밀려나갔고, 그는 목표한 자를 죽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도주하던 노인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갑자기 속도를 올린다. 저 모습만 봐도 그가 교활하게 자신을 이용했다는 걸 알겠다.


클레어는 그럴 수도 있다는 걸 이미 알면서도 검귀와 싸웠다. 자신이 잘못했다면 저자를 자신이 직접 죽여주면 그만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쑥-!


아쉽게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검귀는 클레어의 미래안을 무너트리며 목표한 바를 이뤘다.




이제 클레어는 인정해야만 한다.


‘졌다.’


자신의 패배를.



오러를 더 많이 사용하면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르나, 이건 검귀의 오러에 문제가 있어서 가능한 일.


순수한 검의 실력은 검귀가 위다.


미래안을 깨트린 그의 검은 얼마나 높은 단계인지 클레어는 짐작이 어려웠다.




‘아버지가 이제야 보기 시작했다는 그 지고의 단계에 검귀는 이미 발을 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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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20화 24.09.09 74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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