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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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작품등록일 :
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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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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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화

DUMMY

오프리언 레테 공작은 방금 도착한 서신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번에도 난 탁월한 선택을 했군.”


특별한 가문에서 온 특별한 연락. 이것은 오프리언의 입가에 미소를 만든다.


기쁨에 잠긴 오프리언의 미소가 사라질 때였다. 그의 앞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나더니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다녀왔습니다.”


“어떻게 되었느냐? 알프레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그런 하찮은 것들을 없애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


“맞습니다.”


짧은 보고를 끝낸 집사 알프레도는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할 말이 있는 표정이군.”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리처드 경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상태가 어떻더냐?”


“창백하게 말랐으나, 힘을 회복한 상태였습니다.”


“으음. 그렇군.”


“검귀가 가주께 적개심을 품는 경우를 대비하셔야 합니다.”


“나는 이 나라의 재상이다. 조심은 언제나 내가 할 일이 아니지.”


“그렇군요.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데, 제가 없는 동안 즐거운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오프리언 공작은 손에 쥐어진 서신을 집사 알프레도에게 내밀었다. 내용을 확인하는 알프레도.


“축하드립니다. 가주님.”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너는 이제부터 프리시아의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



나는 창가에 서서 찬란하게 떠오르는 해를 지켜보는 중이다.


지금은 해가 일찍 뜨는 시기인데도, 그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하루를 열심히 준비하는 분주한 자들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겼다.


‘소중한 인연을 악연으로 만든 건 제가 아닙니다.’


파혼 이후에 발생한 불쾌한 소문은 레테 가문의 소행이었다. 그럴 거라는 짐작이 있었음에도, 나의 기분은 썩 좋지가 않다.


‘사람들이 왜 검귀를 적으로 만들지 말라고 하는지 제가 직접 보여드리죠.’


이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일이다. 먼저 당했다면 반드시 돌려줄 필요가 있다.


‘적은 강하고, 나는 아직 부족한 상태. 제대로 준비하자.’


해가 아무리 일찍 떠도 어둠과 함께 부지런히 아침을 여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한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생겼고, 부지런해져야 할 필요도 있기에 미리 준비한 배낭을 챙기고는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섰다.



중앙 광장의 시계탑에 도착하니 대리석으로 된 돌 위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펠릭스가 보인다.


나는 그의 어깨를 툭 쳤다.


“...형. 언제 왔어?”


졸려서 힘겹게 눈을 뜨며 나를 알아보는 펠릭스.


“방금. 넌 언제 왔냐?”


“나? 한참 됐지. 자다가 중간에 깼는데 못 일어날까봐 여기로 와서 졸았거든.”


나는 그에게 배낭을 던져주며 몸을 돌려 나아갔다.


“잘 했다. 이제 가자.”


“우리 멀리가? 가방이 제법 묵직하네.”


“멀지. 서둘러야 할 만큼.”


“거긴 어디야?”


“부르세크다.”


“부르세크라면... 대장장이들의 땅이잖아. 왜 그렇게 먼 곳까지 가? 추모의 날에 맞춰서 돌아오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일정이 빡세네.”


“가보면 아니까 그냥 따라와.”


“가면 재미난 일은 있겠지?”


“아마도?”


“좋다. 믿고 간다.”


부르세크 지역은 제국의 수도인 비잔티아와 가깝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제국의 서쪽을 중심으로 북부까지 이어지는 오리스톨 산맥의 끝자락에 자리한 땅이라 가는 길이 순탄하지도 않다. 거기다 추모의 날이 돌아오기 전까지 수도로 복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에 서두를 필요도 있었다.


나는 펠릭스와 함께 서쪽 성문으로 향했다. 수도의 크기는 상당하여 여기까지 오니 이미 해가 쨍쨍하게 떴다.



나는 도착하자마자 서쪽 성문 인근의 상가들을 둘러보았다. 간판이 커서 금방 나의 목적지가 보인다.


“저기 있군.”


나는 손으로 가리키며 나아갔다.


“모험가 협회는 왜?”


“길이 멀다. 시간은 촉박하고. 이럴 땐 전문가를 고용해야지.”


“전문가를 써보니까 편하기는 하더라. 우리도 필요하면 외부 인력을 팍팍 써야지.”


나와 펠릭스는 수도의 서쪽에 자리한 모험가 협회를 찾았다.


접수처로 가니 친절한 여직원이 과장된 표정과 함께 묻는다.


“반갑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부르세크 지역의 지리에 능통한 마차꾼을 찾는다.”


부르세크까지는 거대한 숲이 여럿 나오고 복잡한 길도 제법 많이 나온다. 천천히 떠나면 문제될 부분은 없으나 시간을 줄여야만 하기에 전문가의 안내는 필수이다.


“부르세크는 찾는 분이 적어서 그곳 땅에 능한 마차꾼은 수가 적답니다. 하지만! 저희가 누군가요? 당연히 있습니다. 의뢰인이 원하는 마차꾼은 항상 존재한답니다.”


“그는 어디 있지?”


“알려드리기 전에 고객님이 먼저 아셔야 하는 부분이 있답니다.”


“뭐지?”


“알토스 씨가 이곳 일대에선 최고의 부르세크 전문가랍니다. 다만, 소소한 문제가 있답니다.”


“어떤 문제지?”


“알토스 씨는 한번 일을 떠났다가 돌아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은 업무를 받지 않는답니다. 애석하게도 지금은 딱 오일이 지나고 말았어요. 어쩌죠?”


부르세크 지역의 전문가인 알토스는 복귀 후 일주일은 업무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은 오일이 지났고.


“이틀을 허비하며 기다릴 순 없다. 알토스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면 내가 알아서 해결하지.”


“이층 휴게 공간으로 올라가셔서 오른쪽 구석으로 가면 술 냄새를 풍기는 남자가 있답니다. 그를 찾아가세요.”


“마차꾼이 술을 마신다고?”


펠릭스가 안내원을 보며 따지듯 묻는다.


“그, 그게 음주긴 한데 아직은 무사고에요. 무엇보다 마차를 몰 땐 거의 마시지 않아요. 지금은 업무를 받는 기간이 아니라서 아주 살짝 마셨답니다.”


“보고 결정하지. 올라가자.”


내가 몸을 돌려 올라가려 할 때였다. 일어서서 나의 손을 잡는 안내원.


“요금을 정산하지 않으셨답니다.”


“아. 깜빡했군.”


나는 안내원의 뒤에 크게 붙어 있는 소개비의 요금표를 보며 합당한 가격의 은화를 꺼내어서 창구 위에 올렸다.


“이용 감사합니다.”


나는 모험가들의 휴게 공간인 2층으로 올라와 알토스를 찾았다. 가볍게 약주를 걸친 것으로 추정되는 알토스는 세상 편한 자세로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내 시야에 잡히는 책의 내용을 보면 음란소설이 아닌가 싶다.


나는 뜨거운 독서에 푹 빠진 그의 옆에 섰다.


“부르세크의 길에 능하다고 들었다.”


“부르세크라면 제대로 찾아오셨습니다. 근데 이틀 후에 오셔야 합니다. 제가 휴식을 가지는 기간이라 일을 받지 않습니다.”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답하는 알토스는 배를 벅벅 긁기마저 했다.


“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제대로 푹 쉬는 건 매우 좋은 자세지. 하지만 금화 열이라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나의 말에 알토스의 눈은 커졌고 눈빛은 미약하게 떨렸다.


“저, 저는... 제, 제가 정한 원칙을 절대로 어기지 않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금화 스물로 하지.”


“스, 스물이요? 그, 그런 농담은 하는 거 아닙니다.”


“난 업무를 가지고 농담을 하지 않는다. 못 믿겠다면 선불로 지급하지.”


“마차꾼을 하면서 한 번에 금화 스물을 받는 날이 올진 몰랐으나 이 알토스는 거절입니다. 저는 원칙을 지키는 사나이. 제 신념은 돈으로 꺾을 수 없습...”


“금화 사십. 마지막 제안이다.”


“원하는 곳까지 가장 빠르고 신속하게 이 알토스가 모시겠습니다.”


벌떡 일어난 알토스. 지금의 그는 알딸딸하게 술을 마신 자의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서둘러야 할 거다.”


나는 그가 최선을 다하길 바라며 금화를 선불로 지급하였다.



**



마차꾼 알토스는 사두마차를 모는 실력이 대단했다. 우리가 가는 길의 특성상 좁은 길이 많고, 중간에 끊어지는 길이 많은데도 이리저리 능숙하게 피해서 나아가는 걸 보면 실력 하나는 박수를 쳐줄만하다.


나는 그로 인해서 일정이 크게 단축되어 돈을 쓴 부분이 전혀 아쉽지 않다.


“형. 진짜 목적을 알려주지 않을 거야?”


“도착하면 알게 된다고 했지? 인내력도 키울 겸 가만히 기다려.”


나는 준비한 육포를 뜯어먹으며 펠릭스가 갑갑해 하는 모습을 즐겼다. 내가 보유한 육포는 맛이 없으나 계속 섭취를 해야만 한다. 오러를 이용해서 몸을 활성화시켜야 하기에 억지로 집어넣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나는 빠르게 근육 위주의 체중을 만들어가고 있다.


“괜히 사람 궁금하게 만드네. 치사하게. 맛있어 보이니까 나도 줘.”


펠릭스는 내가 멈추지 않고 먹는 육포가 맛있어 보이는지 일부를 가져갔다. 조금을 먹더니 슬며시 내려놓는 걸 보니 그의 입에도 이 육포의 맛은 별로인가 보다.


‘다 좋은데 따분하긴 하네.’


숲이거나 숲과 다를 바가 없는 길로만 달리는 중이다. 탑승자가 조금은 불편한 길이지만 모험가 알토스만이 아는 이 루트는 부르세크로 가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주기에 무조건 택해야만 했다. 어떤 일이건 변수가 발생하는 건 흔하기에 시간은 벌 수 있을 때 착실히 벌어두어야만 한다.


끼이이익!


마차가 아무런 통보도 없이 급하게 멈춘다.


“갑자기 멈춰서 죄송합니다. 다치지는 않았습니까?”


우리를 염려하는 알토스의 말이 들려온다.


“괜찮다. 무슨 일이지?”


나와 펠릭스는 균형을 잡는 일이 능숙해서 이런 수준의 흔들림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지금은 마차가 급하게 멈춘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아무래도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기는 생겼나 보다. 나는 즉시 마차에서 내렸다.


인적이 거의 없으나, 길로 사용이 가능하던 땅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여러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쓰러졌고 일부의 땅바닥은 심하게 파이거나 쓸려나간 곳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거대한 괴물이 여기를 지나갔나 봅니다.”


나도 알토스의 말에 동의한다. 해서, 고개를 끄덕여줬다. 내 생각은 있으나 이런 일은 알토스가 더 전문이라 그의 의견을 먼저 듣겠다.


“이곳 일대에 서식하는 커다란 동물들은 대체로 성격이 온순하여 공격성이 없습니다. 헌데, 바닥을 저렇게 쓸면서 무식하게 나아가는 놈은 저도 처음이라 솔직히 당황스럽습니다.”


“그렇군. 너는 어떻게 하길 원하지?”


내가 고용을 했으나, 이 길은 마차꾼이 전문가이다. 그의 생각을 듣고 판단하겠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우회하여 돌아갔으면 합니다.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우회하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리지?”


“넉넉하게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그럼 가려던 곳으로 가지. 금화 다섯을 더 주겠다.”


나는 위험수당이라 생각하며 금화를 더 주기로 했다.


“갑자기 제 안에 있던 도전의 정신이 마구 샘솟습니다. 이번 기회에 바르세크 숲에 나타난 새로운 괴물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알토스는 돈에 환장한 눈빛을 보이며 기꺼이 정면으로 돌파하는 길을 수락했다.


‘돈을 아꼈군.’


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더 주려던 마음도 있었기에 싸게 먹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체를 모르는 괴물과 마주할 수 있다는 걸 알고도 다시 출발하는 마차.


저녁이 될 무렵. 우리는 숲을 쓸고 간 괴물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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