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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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작품등록일 :
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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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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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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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화

DUMMY

팡. 팡. 팡.


쇠가 부딪히는 일정한 소리가 조용한 대장간을 가득 채운다.


망치를 휘두르는 로저 영감의 굵은 팔은 핏줄이 튀어나올 듯이 솟아오른 상태였다. 그의 몸은 용광로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흘러내린 땀으로 가득했으나, 매서운 두 눈은 달궈진 쇠를 더욱 뜨겁게 노려볼 뿐이다.


팡. 팡. 팡.


이른 시간부터 시작한 작업은 해가 저문 이후까지 이어졌다. 로저 영감이 묵묵하게 쇠에 집념을 불어넣은 시간이었다.


드디어 해야 할 작업을 모두 끝낸 로저 영감은 마무리로 대장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매일 이 좁은 공간에서 쇠나 두드리는 삶이 아버지는 지겹지도 않습니까?”


모루 작업대에 놓인 여러 도구를 제자리에 놓으려던 로저 영감은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술을 마셨구나.”


“네. 제가 기분이 좋아서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아들의 눈빛은 사뭇 비장하다. 로저 영감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무슨 일로 기분이 좋았더냐?”


“린스크 성에서 공보를 붙였습니다. 마적단을 토벌할 경비대를 뽑는다고 하더군요.”


“그런 일이 있었구나. 들어가서 쉬어라.”


로저 영감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외면하며 정리를 다시 이어갔다.


“왜 모르는 척 하는 겁니까? 듣지 않은 척하면 뭐가 달라진다고 여기는 겁니까?”


“...”


“아버지가 이렇게 나와도 기사가 되겠다는 저의 꿈은 꺾이지 않습니다!”


“너 설마... 경비대에 지원할 셈이냐?”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 아들은 경비대를 시작으로 레인저스를 거쳐 기사단까지 승승장구할 겁니다.”


손으로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감을 드러내는 아들.


“넌 대장장이다. 나도, 네 할아버지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모두 대장장이란 말이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겁니다. 그만큼 했으면 이제 쇠질은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 집구석도 변화를 좀 받아들이자 이겁니다.”


“쇠만큼 정직하고 재미난 놈은 없다. 너는 왜 이 길을 외면하는 거냐?”


“아버지. 대장장이는 아무리 잘나도 쇠보다 못합니다. 근데 기사는 다릅니다. 쇠를 다스리는 자니까요. 우리는 그런 기사가 부리는 하수인에 불과하다 이겁니다.”


“시끄럽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거다. 이놈아.”


“그 역할 좀 바꾸자고 이러는 겁니다.”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넌 망치를 쥘 운명이지 검을 쥘 운명이 아니다.”


“그만-!!! 제발 좀 그만하세요. 아버지는 그 고집을 장인의 신념이라 말하지만 제가 볼 땐 뒤처진 사람의 헛된 자부심에 불과합니다. 아버지가 옳은 아비라면 이 아들이 기사로 성공하게 응원이나 하세요.”


쾅-!!!

로저 영감의 아들은 자리를 박차고 대장간을 떠났다.


‘어릴 땐 그렇게 대장간을 좋아하던 놈인데. 어쩌다가...’





**





“여긴 건물만 딱 봐도 대장장이들이 바글바글하겠다. 형.”


제국에 존재하는 여러 대장장이 마을 중 장인이 많아서 명성이 드높은 아티슨 마을. 체계화된 거대한 대장간은 없으나 각각의 개성이 또렷한 대장간 건물들이 즐비하여 전문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부르세크 전문인 이 알토스가 리처드 님께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뭐지?”


“아티슨 마을은 색깔별로 전문이 다르답니다.”


“그래?”


알토스의 말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건물의 색깔이 블랙이면 무기를. 레드면 생활 도구를. 브라운이면 특별한 장치를 제작하는 곳입니다.”


알토스의 말을 듣고 보니, 여기 대장간 건물들은 모두 세 가지의 색으로만 지어져 있다.


“여길 찾는 방문자의 입장에서는 꽤나 효율적인 선택이군.”


“리처드 님이 어딜 찾는지 모르나 제가 있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식사부터 먼저 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래보여도 솜씨가 좋은 식당이 제법 있는 마을입니다.”


“특정 직업에 특화된 마을은 요리를 사먹는 경우가 많아서 음식이 괜찮다고 하던데, 여기도 그런가 보네.”


“맞습니다. 펠릭스 경. 이 알토스가 현지인들이 인정하는 식당에서 두 분을 대접할 테니, 저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마차꾼이 점심을 산다고?”


“예. 마차꾼이 의뢰인에게 밥을 사는 것이 뭐 어때서요?”


나는 모험가 협회에서 고용한 마차꾼이 식사를 대접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없다. 사더라도 고용인인 내가 사야 하지 않나 싶으나 알토스의 눈이 정말로 대접하고 싶은 자의 눈이라 거절을 하긴 어려웠다.


“기대하며 가도록 하지.”


나와 일행은 알토스의 안내를 받아서 채광이 좋은 식당으로 들어왔다. 주인장이 유쾌한지 내부가 밝고 화사하게 꾸며져 있어 괜히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식당이다.


“제가 여기 음식은 모두 먹어봤으니 알아서 시키겠습니다.”


“그러게.”


알토스는 내가 체중을 증가시키려 함을 아는지 음식을 상당히 많이 시켰다.


하나씩 나오기 시작한 음식은 맛이 제법 훌륭했으나, 주문한 양이 많아서 상당한 포만감과 함께 식사를 이어간다. 이런 나와 달리 벌써 식사를 끝낸 펠릭스는 주변을 둘러보다 나를 툭 쳤다.


“형. 저기 봐. 재미난 일이 발생할 분위기야.”


펠릭스가 가리킨 식당의 입구를 보니, 풍채가 좋고 두 팔뚝이 유달리 굵은 청년이 붉은 장미로 가득한 꽃다발을 들고 입장한 모습이 보인다.


그는 우수한 체구만큼이나 목소리가 크고 씩씩하다.


“여러분! 이 유런 스미스가 이곳에서 아리따운 숙녀분께 저의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모두들 제게 용사와 같은 용기를 주세요.”


“야! 유런! 하, 하지마. 이런 거 창피하니까 제발 하, 하지 말라고!”


중간 자리에 앉은 앳된 숙녀가 얼굴이 심하게 붉어진 상태로 유런 스미스의 행동을 말리고 싶어한다.


- 참 좋을 때다.

- 사나이 중에 사나이구만.

- 나도 예전엔 저런 낭만이 있었지. 클클.

- 고백해! 고백해! 고백해! 고백해! 고백해!


숙녀의 타들어가는 마음을 모르는 체 이곳 식당에 모인 남자들은 유런 스미스의 고백을 화끈하게 응원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함께 ‘고백해!’를 외치는 알토스와 펠릭스도 있다.


‘저런 시기가 행복한 시절이지.’


모두의 시선이 유런에게 집중되었다. 나는 음식을 먹어가며 그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호탕하게 외쳤으나, 그의 몸은 숙녀에게 다가갈수록 점점 더 떨렸다.


몸이 경직되어 다소 어색하게 숙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위로 내미는 유런 스미스.


“엘리. 나, 난... 네가 좋다! 어릴 때부터 쭉 네가 좋았어.”


엘리는 유런의 투박한 고백이 마냥 싫지가 않은지 얼굴은 붉어졌어도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다.


“너도 내가 좋으면 이 꽃을 받아줘. 아니다. 꼭 받아줘야만 해. 난 너 없으면 안 되니까! 내 마음 알지?”


- 어서 받아줘라.

- 이건 일단 받아줘야 옳은 사회지.

- 받아줘! 받아줘! 받아줘! 받아줘! 받아줘!


이젠 받아주라는 분위기로 식당의 내부가 뜨거워진다.


“유런. 이게... 전부야?”


“...어?”


엘리의 말에 유런이 당황한다. 솔직히 나도 당황했다. 전부가 아니면 뭐가 남았는지 몰라서.


“고백만 하고 끝이냐고! 청혼은?”


성년이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 고백만 하는 유런이 엘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누구 집 딸인지 몰라도 아가씨가 아주 야무집니다.”


“그러게. 지금이 딱 반지를 꺼낼 타임인데 말이야. 유런 저거 엉성하군.”


알토스와 펠릭스는 유런의 고백을 평가하며 지켜봤다.


“그... 청혼은 말이야. 몇 달 후에 할 거야.”


“몇 달이나 뒤에? 왜?”


엘리는 누구보다 궁금한 눈빛이었다.


“나 사실... 경비대에 지원했거든. 내가 얼마나 강한 남자인지 네게 꼭 보여주고 싶어. 그래서 마적들을 물리치고 돌아와 멋지게 청혼할 거야! 이건 나의 꿈이야. 엘리.”


“겨, 경비대? 거긴 위험...하잖아.”


엘리의 몸이 걱정으로 인해 심하게 떨린다. 그녀의 마음이 전해진 탓에 식당의 내부는 빠르게 차분해졌다.


“엘리. 잘 들어. 난 기사가 될 운명이야.”


“유, 유련. 난 기사는 필요 없어. 난 그저... 네가 항상 내 곁에 있어줬으면 할 뿐이야.”


위험한 경비대에 지원했다는 말에 엘리는 결국 눈물을 떨어트렸다. 그런 그녀를 일어서서 안아주는 유런 스미스.


“꼭 돌아와서 네게 청혼할 테니까 그때까지만 기다려줘. 네가 그 사이에 다른 남자를 만나면 어쩌나 걱정이라 오늘 이렇게 고백하는 거야.”


“무사히 내 품으로 돌아온다고 약속하는 거지? 정말이지?”


“응! 그렇다니까. 나를 믿어.”


나는 다소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으나, 유런의 기사 도전이 성공하길 바라며 박수를 보냈다.




**




작은 구경거리가 발생한 식당에서 나온 나와 일행은 브라운 색상으로 지어진 마을 중심의 대장간 앞에 섰다.


“여기가 찾으시던 클리우스 대장간입니다.”


“브라운이면 특수 장치를 만드는 대장간이라고 했지?”


“맞습니다. 펠릭스 경.”


“클리우스는 뭐가 주력이지?”


알토스는 왜 모르냐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의수제작입니다.”


“의, 의수제작?”


“네.”


펠릭스는 감동한 눈빛이 되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하나 남은 팔을 벌리며 내게로 다가왔다.


“혀, 혀어엉-!!!”


“엉기면 맞는다.”


나는 주먹을 슬쩍 들었다. 특별히 오러도 실었다.


“...어, 엉기긴! 내가 애냐.”


급격하게 감동이 사그라지는 펠릭스.



일행과 함께 의수제작으로 명성이 드높은 클리우스의 대장간으로 들어왔다.


깐깐하게 생긴 대장장이 클리우스는 펠릭스를 보자마자 흥미로운 얼굴이 되었다. 나는 그에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담긴 설계도를 줬다.


“오- 엄청난 의수를 원하시는군요.”


“반드시 돌격과 방어에 특화된 의수여야 한다. 세세한 건 당사자와 의논해라.”


“이런 의수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영광입니다. 헌데...”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다. 팔을 내밀어 펠릭스가 메고 있던 배낭에서 주머니를 꺼낸다.


턱-!


“아낌없이 마음껏 써라. 돈은 중요하지 않다.”


대장장이 클리우스가 주머니를 슬쩍 열어본다.


그는 안에 담긴 백금화를 발견하고는 입이 찢어질 듯 크게 벌어졌다.


“아낌없이 다 때려 넣어서 제작할 기회는 정말로 흔하지 않습니다. 제 자부심을 걸고 최고의 의수를 제작하겠습니다.”


“부탁하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펠릭스가 또다시 감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너 진짜 맞는다.”


“...어. 미, 미안. 오버해서.”


돌격과 방어를 위한 의수의 설계도와 제작비를 넘기면서 여기서 내가 할 일은 끝났다. 나는 대장장이 클리우스와 나눠야 할 말이 많은 펠릭스를 두고는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차례지.’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리처드 님.”


알토스가 언제나처럼 씩씩하게 묻는다.


“로저 스미스. 그를 만나고 싶다.”


“오- 역시! 리처드 님은 로저 영감의 명성을 알고 계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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