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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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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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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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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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화

DUMMY

바람의 언덕은 수도 비잔티아가 내려다보이는 고개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길게 이어지는 대나무 숲이 나오는 이곳은 경치가 빼어나나 길이 심하게 굽어져 있어 찾는 사람은 적었다.


나는 일반인이라면 오르기 힘든 가파른 능선을 타고 움직여 빠르게 대나무 숲에 도착했다.


‘저기 있군.’


대나무와 죽순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작은 마을에 들렀다가 나오는 레테 가문의 집사 알프레도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조용히 그의 주변에 맴돌며 뒤따랐다.


‘지금이 나서기에 제격이군.’


이제부터의 길은 한동안 인적이 없다. 나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고는 오러를 실어 손가락으로 튕겼다.


팅-!

내 손톱과 부딪히며 빠르게 날아가는 작은 돌멩이. 그것은 알프레도의 이마를 노렸다.


퍽-!


‘뭐 하자는 거지?’


알프레도가 고개를 틀어 돌을 피한다고 예상했다. 내가 돌을 날린 이유가 움직임을 멈추라는 신호를 주기 위함이니까. 유령처럼 움직이는 그가 이걸 피하지 못한다는 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으윽!”


이마를 타고 피가 조금 흐른다. 알프레도는 자신의 손으로 피가 흐르는 머리를 부여잡았고, 얼굴은 고통으로 인하여 심하게 일그러졌다.


나는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다시 만난다는 건 알고 있었겠지?”


“리, 리처드 님이 여긴 어떻게...?”


“이봐. 알프레도. 내가 얼마나 많은 군상들을 상대했는지 알아?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난 널 죽이니까 괜히 피곤하게 연기하진 말자.”


“지난번에도 제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시더니...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굉장히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알프레도. 그는 연기에 소질이 있었다.


“끝까지 이렇게 나온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반격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죽여주마.”


스르릉.


나는 알프레도가 최선을 다하여 일전에 선보인 유령의 검을 펼쳤으면 한다. 나는 그 검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그는 싸우다 죽어야 원통함이 없으니.


“혹시... 아가씨 때문에 이러시는 겁니까?”


“뭔 황당한 소리야. 네놈의 그 잔혹한 짓을 단죄하는 거다.”


말과 행동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담긴다. 이렇듯, 검에도 그 사람의 실체가 담긴다.


똑같이 검으로 사람을 베어도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린 검과 어떻게든 생명을 멸하고자 하는 죽음의 검은 움직임의 결이 다르다.



잔혹함이 가득한 검. 내가 경험한 알프레도의 검은 이런 사악함이 담겼다. 그가 명령을 받고 사는 처지이나 죽어 마땅한 이유다.


“제게 잘못이 있다면 반성하겠습니다. 부디 살려주세요. 리처드 경은 제국을 빛내는 존재가 아닙니까. 저 같은 하찮은 늙은이의 목숨은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나를 끝까지 속여보기로 작정한 모양인데... 잘못된 선택이다. 내 검은 판단이 내려진 일을 행할 때 물러지는 법이 없거든. 이제 그만 죽어라!”


쉬이잉-!


나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끝까지 연기를 하겠다면,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은 빠른 죽음. 이것은 최선이자 최대의 자비이다.



팅-!


내 검을 막아서는 검이 나타났다.



나는 이렇게 쉽게 알프레도가 죽는다고 생각하진 않았기에 검이 튕겨지는 건 예상한 범위였다. 그렇지만, 내 검을 막아내는 자가 알프레도가 아니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나의 검을 막아내기 위해 빛처럼 빠르게 나타난 자.


나는 그 대상을 바라봤다.


하얀색의 제복과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백금색의 인상적인 투구를 쓴 자.


나는 이 차림을 보자, 모험가 알토스에게 들었던 존재가 떠올랐다.


‘백색의 기사.’


소문이 자자한 이 기사는 유령의 검을 쓰던 알프레도보다 더욱 빠르고 부드럽게 나타나 나의 검을 막아냈다.


둑. 둑. 둑.

나의 심장이 빠르게 요동을 친다. 이건 강한 기사를 만난 즐거움의 박동이었다.



“누군지 모르나, 참견하지 마라.”


나는 검을 위로 올린 후 원의 궤적을 그리며 알프레도의 목을 그어버리려 했다. 내 움직임을 짐작했다는 듯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검을 막아내는 백색의 기사.


팅.

검이 부딪힌 두 번째 소리. 나는 이번에도 알프레도를 죽이는 일에 실패했다.


“나를 막는다?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나는 검을 뒤로 뺀 이후 알프레도의 심장을 노리며 힘차게 내질렀다. 이번 공격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런데도 백색의 기사는 검을 재빨리 아래로 내렸다가 위로 올리며 나의 검을 튕겨냈다.


“이건 어려울 거다.”


나는 튕겨지는 상황까지 고려해서 검을 휘둘렀다. 위로 올려쳐지는 힘마저 이용하며 알프레도의 가슴에서 머리로 방향을 변경한다.


슁. 슁. 슁.


튕겨지던 검을 백색 기사의 검이 회전하며 따라잡더니 그 반동으로 나의 검을 밀어낸다.


나는 그의 훌륭한 방의로 인해 이번에도 알프레도를 찌르지 못했다.


‘슬슬 달아오르네.’


내 안에 잠든 승부욕이 깨어난다. 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네가 살리려는 그자는 내게 빚이 있다. 타인의 은원에 끼어들겠다는 건 그만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겠지?”


나는 먼저 전달했다. 끼어들려면 그만한 각오가 있어야 하는 사안임을.


“사, 살려주세요. 저, 전 리처드 경께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이건 진실입니다.”


백색의 기사를 향해 간절한 구원을 요청하는 알프레도. 그의 뻔뻔한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알아차렸다.


‘이런 재미난 함정을 파고서 나를 기다렸구나. 알프레도.’


느닷없이 이 바람의 언덕으로 온 것부터가 이미 수상했다. 거기다 반항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무언가가 있다는 걸 의미했고. 결국 그의 목적은 백색의 기사와 나를 충돌하게 만들려는 수작이었다.


‘이런 수작이라면 오히려 좋지.’


“잘잘못은 추후에도 가릴 수 있으나, 목숨이 사라지면 다시 살릴 수가 없습니다.”


투구에서 변조된 음성이 나왔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너는 일단 막아서겠다는 거네?”


대답 대신 내게 머리를 꾸벅하는 백색의 기사.


“막을 수 있다면 어디 막아 보던가.”


“저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건 당연한 소리지.”


예의를 갖추며 나를 방해하겠다고 선언하는 백색의 기사.


나는 그의 검을 밀쳐내며 알프레도에게 내 검을 선물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우웅.

나의 검으로 오러가 들어간다. 이제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였다.


“어서 자리를 피하세요.”


백색의 기사는 알프레도에게 여기를 떠나라고 했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알프레도는 평범한 노인처럼 느린 움직임을 보이며 내게서 멀어지려 한다.


나는 앞으로 내달리며 그의 등을 노렸다.


몸을 틀어 나의 검을 향해 팔을 내미는 백색의 기사.


‘이럴 줄 알았다.’


나는 두 다리로 지면을 박차며 앞으로 크게 점프하였다. 공중에서 한 번을 구르며 속도와 힘을 키운 나는 그대로 검을 휘두르며 알프레도의 뒤를 노린다.


슥. 슥. 슥.


두 다리가 공중에 붕 떠있기라도 하는지, 부드럽지만 굉장히 빠른 뒷걸음을 보이는 백색의 기사. 그는 이번에도 검을 위로 들며 내 공격을 막아냈다.


“성가시군.”


팅.

빠르게 왼쪽 옆구리를 노려도 실패했다.


팅.

검을 튕겨내며 최단으로 찌르려 해도 실패이다.


쉭. 쉭. 팅.

몸을 고속으로 회전하며 위치를 바꾸려 해도 방위를 점하며 막아내어 유효한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나는 백색의 기사와 빠르게 검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백색의 기사는 모든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는 엄청난 실력을 보였다.


‘마치 나의 검로를 훤히 꿰뚫고 있는 자의 움직임 같군.’



팅. 팅. 팅.


나는 연이은 실패에도 계속해서 알프레도를 노리며 공격을 이어갔다. 그럴 때마다 번번히 백색의 기사는 나의 검을 막아냈다.



일련의 과정에서 나는 상대의 실력을 더욱 냉정하게 바라봤다.



백색의 기사는,

유령의 검을 쓰는 알프레도보다 빠르고 부드러운 검의 소유자이고,

제국에서 가장 변칙적인 검을 쓴다는 나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는 태연함과 정확성을 지녔다.


‘가만!’


나는 이 둘을 하나로 모았다. 그러자 떠오르는 존재가 하나 있다.



“...너! 이그리트 영감님의 제자냐?”


“...”


백색의 기사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내겐 선명하게 전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무언의 동의.



“어쩐지 이상하더라. 너도 미래안을 타고났구나.”



이그리트 라이언.


상대의 검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읽어내는 신비로운 미래안을 가진 위대한 기사.


내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제국 최강의 불패 기사.


그 이름만으로도 기사의 상징이자 정점이 된 자.



바로 검성이다.




늙은 기사는 언제나 자신의 제자를 찾아다녔다. 그의 제자가 되려면 미래안을 가져야 하기에 이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사람이 없다고 한탄만 해대더니 드디어 찾아냈군요. 영감님.’



검성의 제자.

그 말은 다음 시대의 검성이 될 존재라는 뜻.


“이제부턴 전력을 다하지.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다.”


“저 역시 최선을 다합니다.”



나는 나의 투지를 상징하는 패기의 기운을 일으켰다. 이 기운은 주변 일대를 짓눌러 움직임에 제약을 초래하게 하는 힘이 있다.


슁. 슁. 슁.

공기를 가르며 더욱 빠르게 나아간다.


여전히 나의 제 1 목표는 레테 가문의 집사 알프레도였다.


내 패기로 인해 백색의 기사는 움직임이 다소 둔화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빠르다.


팅. 팅. 팅. 팅.


알프레도를 살리느냐 죽이느냐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간다.


나는 모든 힘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번번이 실패했다.


‘정말로 짜증이 치미는 능력이군.’


이런 말이 있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나는 이 말에 동의하나, 이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검성이다.


너무도 견고하여 다이아로 만든 성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검성의 절대방어.


미래안으로 만드는 이 무결한 벽을 뚫어내지 못한다면 검성을 상대로 승리란 없다.


내 아버지도 공격하고 또 공격했으나 결국 그를 뚫어내지 못하며 패배했다.



어린 시절의 나도 그렇게 같은 패배를 경험했고....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막혀가고 있다.




나의 그 어떤 투지도, 그 어떤 변칙적인 수단도, 모두 막아내는 백색의 기사.


이 기사는 검성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이그리트 영감이 자신 있게 세상에 내어놓을 훌륭한 실력이군.’



나는 검이 통하지 않고 있음에도 초조하지 않았다.


‘이런 일로 무너지기엔 내가 걸어온 길이 순탄하지 않다고.’



나는 불가능이라 여겨지던 무능의 저주를 이겨낸 자.



검성의 절대방어도, 작은 균열과 함께 뚫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팅. 팅. 팅. 팅.


검과 검을 더욱 빠르게 섞는다.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상대는 처음처럼 흐트러짐이 없다.


나는 그런 백색의 기사를 보며 점점 몰입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검에만 몰입할 때. 바로 그때였다.




그토록 다시 기억해내고 싶었던 패악의 군주 바루디스를 베어낼 때의 영역. 그 감각에 다시금 도달한다.



나의 머리가 공허로 변한다.


이건 타들어가서 지친 것이 아니었다.



이 공백은... 무아.


나는 의식한다는 생각을 잊은 상태에서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는 신비로운 감각을 느꼈다.



이 무아의 공간에는 나의 앞을 막아서는 빼곡한 흰색의 선이 가득했다. 거기에 더하여 내게서 멀어져가는 붉은 점이 있다.



나는 목표인 붉은 점을 향해 나아갔고, 그로 인해 내 움직임을 저지하려는 무수한 하얀 선과 마주하였다.



유려하다. 마치 춤을 추듯 유려하게 움직이는 하얀 선.


나는 그렇게 움직일 수 없어 선과 선의 간결함을 이용하며 나아갔다.




그 결과... 이제 내 앞에 남은 건 하얀 선이 모두 사라진 빨간 점 하나이다.




느리게 움직이며 멀어지던 빨간 점. 그것은 내가 하얀 선을 이겨내고 다가가자, 갑자기 속도를 크게 올렸다.



하지만,


“늦었다.”



쑥.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속도가 크게 오른 나의 검은 알프레도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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