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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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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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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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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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화

DUMMY

제국의 수도에 위치한 샤이너 검술 학원.

이곳은 최초의 소드마스터인 샤이너 필립이 설립한 교육기관으로 소드마스터를 꿈꾸는 어린 기사들이 수련에 박차를 가하는 교육의 현장이다.


수석교관인 나는 구슬땀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외쳤다.


“몸이 검을 기억해야 진짜 기사가 된다. 만 번의 베기가 부족하다면 십만 번을. 이래도 부족하다면 백만 번을 더 하면 그만이다. 오늘은 백만을 휘둘러서 완성한 검을 꿈꾸며 가볍게 천 번을 추가하겠다.”


나는 늘 그랬듯 기본 동작인 베기를 반복하라는 말과 함께 오전 수업을 마무리하려 했다.


“우우우.”

“너무 합니다.”

“반복도 좋지만 우린 휴식이 필요하다고요.”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야유와 불만. 다들 귀여운 녀석들이라 나의 의욕은 증가했다.


“다들 힘이 넘쳐서 좋군. 특별히 두 배다. 다들 명심해라. 이천 번이다. 이천 번.”


“죄송합니다.”

“고작 천 번! 순식간에 끝내고 꿀처럼 달달한 식사를 즐기겠습니다.”


“기사를 꿈꾸는 놈들이 말이 많군. 당장 천 번을 실시하도록.”


“네!”


지친 상태에서 이천 번은 솔직히 무리이다. 나는 적당히 힘이 빠질 강도를 명령하고는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자세를 하나하나 지도하였다.


“팔을 조금만 더 들어라. 힘이 실리는 감각이 전해져야 그게 베기다.”

“다리를 더 모아. 그래야 전진할 때 더 크게 나아간다.”



‘별거 아니게 보여도 베기와 찌르기는 검술의 핵심. 이 지겨움이 너희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거다.’


검의 길은 결국 베기와 찌르기로 귀결된다. 이러한 기본이 탄탄한 기사라면 결국 강해지게 마련. 나는 그 누구보다 기본 교육에 진심으로 임한다.


‘오후엔 찌르기 이천 번으로 마무리 하자.’


수업을 끝내는 오후에는 학생들을 더 쥐어짜야 한다. 그래야 저녁에 피곤해서 엉뚱한 짓을 하지 않고 잠을 자게 되고, 지칠 때 쏟아낸 마지막 열정이 실력이라는 과실이 되어 돌아온다.


“형. 또 애들 굴릴 생각만 하고 있지? 아무리 즐거워도 밥은 먹고 하자. 이것도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잖아.”


후배 교관이자 친동생과 다름이 없는 펠릭스. 그가 평소처럼 호탕한 얼굴을 하고서 나에게로 다가온다. 아무렇게나 이리저리 흔들리는 왼팔과 함께.


펠릭스는 팔이 하나 없다. 제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팔을 희생한 탓이다.


‘내가 더 강했더라면 모두를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우울한 표정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나는 밝은 표정을 만들며 물었다.


“점심 뭐냐?”


“왜 맨 날 나한테 물어봐!”


“억울하면 네가 형을 했어야지.”


“젠장. 등심 스테이크와 특제 스프야.”


“오-! 인기가 터지는 날이군.”


샤이너 검술학원은 교육비가 높은 만큼 식사의 질이 훌륭하다. 그렇지만, 등심이 매일 나올 정도는 아니다.


“형은 음식만 받고 나가. 내가 모조리 먹을 테니까.”


“그게 뭔 소리냐?”


“형은 나가야 된다고.”


“누가 찾아왔어?”


내가 나가야 할 상황은 누군가가 나를 찾은 경우가 유일하다. 아무래도 학부모가 나를 찾아왔나 보다.


“형수가 왔어.”


“프리시아가?”


“응. 그러니까 마무리는 나한테 맡기고 어서 형수한테 가. 리처드 형.”


“펠릭스. 프리시아는 아직 형수가 아니다.”


“형은 프리시아 영애와 결혼 안할 거야?”


“그건 아니지.”


“그럼 형수 맞네. 꼭 결혼하지 않을 사람처럼 말하지 말라고. 형수가 들으면 실망하니까.”


“그럴 리가. 내가 프리시아를 얼마나 아끼고 위하는지 너도 알잖아.”


“알지. 너무도 잘 알지. 아마도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을 없을 거야.”


‘아차!’


나는 실언을 했음을 깨달았다.


‘저 주둥이는 말릴 수 없는데... 괜한 말을 했어.’


“아- 갑자기 과거가 떠오르네. 그날은 지금도 참 생생하단 말이야. 형이 형수의 이름을 외치며 바루디스의 목을 베던 그 영광의 순간 말이야.”


“하아. 그런 건 이제 좀 잊자. 그게 어렵냐?”


“흐흐. 그걸 어떻게 잊어? 사랑의 힘으로 마왕군 최강의 전투력을 무찔렀는데 말이야.”


지겹도록 같은 일로 나를 놀리는 펠릭스는 이번에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나는 손을 이마에 가져가며 고개를 흔들어야 했다.


“내가 미쳤지. 그때 그러는 게 아닌데.”


“이거 왜 이러실까? 난 형을 놀리지 않았어. 그저 존나 멋있다고 생각할 뿐이야. 크크.”


“네 그 역겨운 웃음은 뭐냐?”


“조, 존경이야. 존경. 푸흐흐흣.”


말주변이 부족한 나는 펠릭스를 당해내지 못한다. 웃는 그를 두고는 정문을 향해 나아갔다.


“마무리를 부탁할게. 오후에 보자.”


“그거야 당연한 거지! 오후 수업도 내가 진행하니까 형은 이대로 퇴근이나 해.”


“무슨 소리야. 찌르기는 직접 시켜야지.”


“그러다 형수한테 차이면 어쩌려고 이렇게 열정적이실까?”


“내가 누군데! 설마 차이겠냐?”


“그건 모르지. 형이나 난 이제 한물간 기사라고.”


“음. 그거야 그렇지.”


나는 슬픈 말을 농담처럼 언급하는 펠릭스를 두고는 프리시아가 기다리고 있을 학원의 입구로 향했다.


순백의 하얀 원피스를 곱게 차려입고 화려한 문양이 돋보이는 하얀 양산을 든 아름다운 여자가 보인다. 프리시아는 흐트러지지 않는 기품을 유지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만나는 건 오랜만이네.’


예전에는 약혼녀인 프리시아가 수시로 나를 찾아오곤 했었다. 그땐 그러한 일들이 당연하게 여겨졌는데, 지금은 어색하다는 감정도 있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요.”


프리시아 레테.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 여자는 레테 공작가의 딸로 나의 약혼녀이다.


우리는 4년 전 운명처럼 만나 사랑을 나누며 약혼을 했고, 지금은 식을 올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날이 참 좋다. 어디 가고 싶은 곳은 없어?”


이렇게 화창한 날에 나를 찾아준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주변에 새로 생긴 커피하우스가 있던데... 그곳으로 가요.”


카페에 가자는 말과 다소 무거운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가 보다.


“그러지.”


평일 오후라 그런 탓인지 수도에 크게 지어진 커피하우스의 내부는 무척이나 한산했다. 이곳 주인에겐 미안하지만 나와 프리시아가 대화를 나누기엔 좋은 환경이다.


우리는 제국의 북부에서 재배하는 트릭샨 품종의 커피를 시키고는 커피하우스의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먼저 찾아갔어야 하는데, 이렇게 찾아오게 만들어서 미안해.”


“아니에요. 필요한 사람이 먼저 찾는 게 이치에 맞아요.”


“필요한 사람? 나한테 할 말이 있구나.”


나는 다소 급해서 본론을 먼저 말하는 성격이다. 프리시아가 할 말이 있어 보여 먼저 말을 꺼냈다.


“네. 리처드. 전 당신께 꼭 전할 말이 있어요.”


프리시아의 표정이 무척이나 진지하다. 나는 그녀의 투명한 눈을 바라보며 테이블 위에 놓인 손을 잡으려 했다. 내가 손을 내밀어 하얀 실크 장갑을 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할 때, 프리시아가 매정하게 손을 뒤로 뺀다.


“...”


“중요한 말이에요.”


“...어. 펴, 편하게 말해.”


“이걸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지... 쉽지가 않군요.”


“편하게 말하라니까. 우리 사이에 못할 말이 어디 있어.”


“후우- 알겠어요. 단도직입적으로 전하죠.”


바로 말하겠다는 프리시아. 그녀가 보이는 표정과 분위기가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저는 리처드 경과 파혼하고 싶어요.”


쿵-!

물리적인 충격은 분명 아니었으나, 저주로 인하여 심장의 떨림이 이상해진 내가 요동치는 감정을 느낄 정도로 감정의 충격이 크다.



“그... 그... 이유를 물어도 될까?”


“지난 삼년간 저희 레테 가문은 리처드와의 혼인을 줄곧 미뤄왔어요.”


“그, 그랬나?”


“리처드. 당신은 왜 이렇게 눈치가 없죠? 평생 알아차리지 못할 것 같아서 제가 이렇게 직접 말하는 거예요.”


나는 표독하게 보이는 프리시아의 눈빛에서 그녀의 아버지인 오프리언 레테 공작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 부상의 회복이 가장 우선이지. 결혼은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생각하세나.

- 프리시아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지 않나.

- 딸을 가진 아비의 심정을 자네는 모를 걸세.


온갖 핑계를 말하며 식을 미루기 바빴던 레테 공작은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나를 만나주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생각하면 저들이 먼저 나를 피해서 나도 찾질 않게 되었던 거야.’


나는 단순하고 우직하게 신의를 믿으며 살았기에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일들을 이제야 깨달았다.


상황이 정리되니 감정이 빠르게 차분해진다. 이럴 땐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정을 통제하도록 훈련한 노력이 고맙게 여겨졌다.


“지금까지 혼인식을 차일피일 미뤘던 이유가 황실과 제국의 눈치를 봐서 그랬던 거야?”


나는 차갑게 말했다.


“맞아요. 리처드가 저희 레테 가문을 탐욕에 찬 기회주의라 욕해도 받아들이겠어요.”


“그런 말이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지?”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저는 감사해요.”


“하나만 묻지.”


“표정을 보아하니 묻지 말라고 하고 싶군요.”


“그래도 물을게. 프리시아. 너에게 난 어떤 의미야?”


“하아-”


나의 물음에 프리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나를 정면에서 응시하며 분명하게 답한다.


“제가 처음 리처드를 만났을 때가 떠오르는군요. 그때의 당신은 검귀라 불리던 아주 멋진 사내였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가 사랑하던 검귀 리처드는 여명의 기사단과 함께 사라졌어요. 당신은 제가 흠모하고 존경하던 검귀 리처드가 아닌 평범한 강사 리처드에 불과해요.”


비수가 심장을 찌른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은 충격이 나의 몸을 휘감는다.


나의 장인이 된다고 믿었던 따스한 성품의 공작.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여 주리라 확신한 열정의 약혼녀. 이들은 인간 리처드가 아닌 검귀 리처드를 원했다.


‘이제 오러를 사용할 수 없게 된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지?’


레테 가문은 제국을 구한 영웅을 버렸다는 오명을 피하고 싶어, 삼 년이나 결혼을 미뤘다. 철저하게 나를 기만하면서 말이다.


고작 3년이지만, 무언가를 망각하기엔 부족하지 않은 시간.


사람들은 이제 오러를 잃은 나에게 더 이상 열광하지 않는다. 황실 역시 나를 배려하여 얻는 실익이 없다.


이제 나는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져 가는 과거의 영웅. 저주를 해방하지 않는 이상 다시 비상할 가능성은 사라진 초라한 과거의 영웅에 불과하다.



문득, 프리시아 영애와의 사랑을 회의적으로 보던 친구 예리나의 말이 떠오른다.


[리처드. 너의 검은 한없이 날카롭고 매서운데, 여자를 보는 눈은 왜 이렇게 형편이 없을까?]


친구의 충고에 나는 약혼녀를 모욕하지 말라며 크게 화를 냈고, 그 탓에 그녀와의 사이는 소원해졌다.


‘자업자득이구나.’


친구의 말을 듣지 않았던 무지한 나는 이제야 후회라는 결과를 받았다.


알아차려야 하는 중요한 일을 알아차리지 못한 멍청한 나. 따지면 자업자득이다.


“내가 너한테 어떤 말을 해도 모두 구차하게 들리겠지?”


“리처드. 우리 깔끔하게 헤어져요. 그러면 당신은 구질하지 않았던 남자로 제 가슴에 남을 거예요.”


“...”


냉랭한 분위기 이어지고 있을 때, 커피를 가진 직원이 도착했다. 그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아무런 말도 없이 커피를 내려놓은 후 빠르게 카운터로 돌아갔다.


나는 주문한 뜨거운 커피를 벌컥 마셨다. 충격이 너무 커서 감각이 이상해졌는지 뜨겁다는 생각조차 들지가 않는다.


“리처드. 공식적으론 당신이 제게 파혼을 통보한 걸로 하세요.”


“왜 그래야 하지?”


“저희 레테 공작가는 제국의 영웅에게 파혼을 요청하는 무례를 범하고 싶지 않아요.”


“너는 참으로 비정한 여자구나.”


“이 제안은 당신의 자존심을 지켜주죠. 그러니 나쁘게 생각할 건 없어요.”


“싫다면?”


“어차피 우린 헤어질 사이에요. 괜한 일로 후회할 일을 만드는 건 서로에게 좋지 않겠죠? 저희가 이렇게 배려를 할 때 그렇게 하세요.”


“후회할 일이라... 이거 협박이야?”


“후후. 듣는 사람이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긴 하죠.”


“대단히 역겹군.”


나의 말에 프리시아의 눈썹이 치켜세워진다. 나는 화가 난 얼굴의 그녀에게 말했다.


“너의 요청을 받아들여 파혼을 허락한다. 프리시아 레테.”


“고마워요. 리처드. 영웅답게 마지막은 깔끔해서 좋군요.”


더는 할 말이 없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마지막인데 악수라도 하고 헤어질까요?”


나는 프리시아가 내미는 손을 차갑게 외면하며 돌아섰다.



“이제 우린 남이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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