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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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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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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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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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화

DUMMY

똑똑똑.


“아버지 저에요. 프리시아.”


프리시아 레테는 아버지인 오프리언 레테 공작의 집무실을 찾았다.


“들어오너라.”


그녀는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잔뜩 쌓인 서류를 만지던 오프리언 공작은 잠시 펜을 놓았다.


“그래.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왔느냐?”


프리시아는 아버지 오프리언의 깐깐하고 예민한 성격을 알아서 업무를 보는 시간에는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프리언은 딸의 방문 이유가 궁금했다.


“해야 할 말이 있어요.”


“표정을 보아하니 중요한가 보구나. 일단 앉아라.”


오프리언은 편안함을 부르는 자상한 표정을 지었다.


‘난 할 수 있어.’


중요한 대화를 나눌 때 온화한 미소를 먼저 보이는 건 아버지의 특징이다. 하지만 저런 표정을 가졌다고 해서 아버지가 원하는 걸 들어주는 건 아니다. 딸인 프리시아는 아버지를 잘 알기에 긴장을 놓지 않으려 했다.


“어디 들어보자꾸나.”


“......리처드 말이에요.”


조심히 리처드를 언급하는 프리시아.


“그는 이제 남이지 않느냐.”


남이라는 아버지의 말. 이건 관계를 명확하게 긋는 선언이다. 프리사아는 준비한 생각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두고 갈등이 생겼다.


‘난 이제 아이가 아니야. 여기까지 왔으면 할 말은 하고 나가야 해!’


아버지의 태도에서 쉽지 않은 잠시 후가 그려지나, 그녀는 밀어붙이기로 했다.


“맞아요. 이젠 남이 되어버린 사람이에요.”


“그와 너 사이에 무슨 할 말이 남았는지 도통 모르겠구나.”


“저도 끝이라 여겼는데 소문을 들었어요. 그와 관련한 질이 나쁜 소문이요.”


“소문이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나돌지 않는단다. 네가 무슨 소문을 들었는지 이 아비는 모르지만 이야기가 여럿의 입을 타고 돌고 있다면 그건 리처드의 행실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있을 거다.”


‘이런 상황. 너무 싫어.’


프리시아는 아버지와 마주하고 대치하는 상황이 언제나 싫었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오프리언 공작이기에 조금만 의견이 달라도 늘 답답하고 피곤하다.


“그 소문 말이에요. 아버지가 퍼트렸나요?”


프리시아는 쉽게 나오지 않는 말을 결국 했다.


“이 아비는 내 딸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구나.”


‘아마도 아버지가 지시한 일일 테니까요.’


프리사아는 평소와 달리 아버지를 제대로 바라봤다. 그녀의 아버지 오프리언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태연함을 유지하며 답한다.


“아버지를 그렇게 생각하다니. 불쾌하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가 유일해요. 이런 일은 아버지가 아니면 없어요.”


“그렇다고 치자. 그것이 네가 이 아비에게 따지러 올 이유가 된다고 판단되었더냐?”


“아버지. 리처드는 이미 저와 헤어진 사람이에요. 저는 그와의 관계를 이대로 끝내고 싶어요. 그러니 조용히 무탈하게 넘어가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세요.”


“멍청한 것! 너의 이런 잘못된 선택이 삼년이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했다. 벌써 잊었느냐?”


“허, 허비라니요?”


“귀족영애로 태어나면 가치가 가장 좋을 때 가장 빛나는 남자를 품어야 한다. 넌 그 시기를 삼년이나 헛되게 흘려보낸 어리석은 가문의 딸이지.”


프리시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렇게 계산적인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은 무겁고 슬퍼진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일도 일어나는 법이에요. 아버지는 큰일을 하시는 분이니 더 잘 아시잖아요.”


“시끄럽다. 네가 더 지켜보자는 요청만 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길게 허비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저는 지금도 헷갈려요. 아버지의 말을 따른 제 선택이 옳았는지 정말로 모르겠어요,”


쾅-!!!

평소와 달리 프리시아가 지지 않고 말을 받는다. 오프리언 공작은 온화한 표정을 일그러진 얼굴로 바꾸며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쳤다.


“리처드는 끝났다. 그는 허울뿐인 제국의 영웅. 껍데기만 남은 남자일 뿐이다. 레테 가문의 딸이 그런 자와 미래를 꿈꾸다니! 내가 너를 단단히 잘못 키웠구나.”


“아니에요. 비록 그가 저주에 걸리긴 했어도, 우리가 자식을 낳으면 다시 비상할 거예요. 아주 특별한 아이일 테니까요.”


“크하하핫. 곱게 자란 넌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아버지. 그게 무슨 말인가요?”


“너도 알거다. 이 아비가 얼마나 많은 고아들을 상대하는지.”


오프리언 공작은 재상이다. 그는 수도의 고아원을 관리하는 직책도 가지고 있다.


“바닥에서 태어난 아이는 재능이 있어도 빛을 보는 아이가 없다. 설사 있다고 해도 아주 작은 빛에 불과하지.”


“아버지가 나서서 손자가 제국의 빛이 되도록 이끌면 되잖아요.”


“그런 불확실한 일에 미래를 건다는 건 대단히 어리석은 자들이나 행하는 아주 멍청한 짓이란다.”


“그, 그런...”


프리시아는 아버지의 화가 담긴 눈빛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녀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똑똑똑.

고요를 깨트리는 소리였다.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들어와라.”


레테 공작가에서 수십 년을 넘게 일한 늙은 집사 알프레도가 들어온다. 그는 프리사아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오프리언 공작에게 다가가 가져온 쪽지를 조용히 내밀었다.


[리처드 닐슨이 마물을 토벌했다는 정보가 방금 입수되었습니다. 어쩌면 오러를 회복했을지도 모릅니다.]


오프리언 공작은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숙련된 집사 알프레도가 펜과 종이를 그에게 내밀었다.


딸인 프리시아의 시선을 피해서 글을 적는 오프리언 공작. 그는 자신의 명령이 담긴 메모지를 집사 알프레도에게 건넸다.


[지금껏 진행한 일은 중단하고, 꼬리를 잘라라.]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유령처럼 자리를 떠나가는 집사 알프레도. 이제 집무실에는 아버지와 딸만 남았다.


“중요한 보고를 받았더니 바빠지는구나. 프리시아야.”


더 할 말이 없으면 이제 나가라는 뜻이다.


“전 저의 뜻을 분명히 전달했어요. 그러니 더는 그를 힘들게 하지 마세요.”


프리시아는 자신이 이곳을 찾은 이유를 다시 전했다.


“이 아비도 분명히 말하는데, 그런 일을 지시한 적은 없다. 너는 유일한 혈육인 이 아버지를 믿어야 한다.”


“저, 정말인가요?”


재차 강조하며 말하자, 눈빛이 흔들리는 프리시아.


오프리언 공작은 그런 딸을 향해 자상한 모습과 말투로 답했다.


“아비는 이 제국의 재상이다. 그럴 필요가 없는 위치이고, 그런 짓을 명령할 정도로 치졸한 사람도 아니란다. 내 딸아.”


“믿어 볼게요. 아버지.”


프리시아는 집무실을 떠났다. 들어오는 때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얼굴로.


딸이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오프리언 공작.


“넌 아직도 무르구나.”





**



오늘은 샤이너 검술 학원으로 출근하는 마지막 날이다.


교관인 펠릭스는 정문 앞에 서서 연신 주변을 살폈다.


‘오늘은 올 줄 알았는데. 정말로 무슨 일이 생겼나?’


검귀와 관련해서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내용은 약을 하고 문란을 생활을 즐기다 파혼을 했다는 것. 대단히 저급한 거짓말인데 수상할 정도로 여기저기에 골고루 퍼졌다.


- 수석 교관님은 약물 중독으로 인해 출근을 못한다고 하던데 이게 맞나요?

- 여길 그만두는 이유도 약이 원인이라고 들었어요. 아니죠? 그럴 분이 아니잖아요.


해명하고 멀쩡함을 증명해야 할 사람이 보이질 않으니 개도 믿지 않을 소문이 확산되어 갑갑하다.


‘형. 어서 빨리 돌아와서 그 창백한 약쟁이 소문을 사리지게 만들자!’


펠릭스는 그를 기다리다 마지막 수업을 위해 검술 학원으로 입장하려 했다.


“펠릭스.”


분명 기다리고 있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펠릭스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는 펠릭스. 그는 당황했다.


‘내가 환청을 들었나?’


그의 주변에는 창백한 안색의 남자만 홀로 있을 뿐, 기다리던 리처드 형은 없었다.


“야. 어딜 그렇게 둘러보냐?”


다시 들린 리처드의 목소리.


펠릭스는 몸을 떨며 창백한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형?”


“그래 인마. 형이다. 반갑지?”


“바, 반갑기는 한데. 이, 이게 지, 지금 어떻게 된 꼬락서니야?”


“발버둥을 좀 쳤더니 이렇게 됐다.”


“발버둥? 하면서 좋았겠네?”


“좋겠냐? 괴롭지.”


“그래서 여자들도 부른 거야?”


“뭔 소리야. 인마. 내가 여자를 왜 불러. 조용히 혼자 있었다.”


“혼자서 조용히 한 거구나. 그래도 조금은 틀렸네. 이게 다행인가?”


“실없는 소리를 하기는. 너 맞을래?”


“어. 나 맞을래. 때려.”


짧은 시간에 약쟁이가 되어서 돌아온 리처드 닐슨. 펠릭스는 이런 앙상한 남자에겐 맞아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치고 뼈가 부러지면 어쩌나 했다.


“진심이냐?”


“어. 힘껏 때려. 얼마나 망가지고 돌아왔는지 몸으로 느껴보자.”


“후회하지 마라.”


“후회는 무슨! 때린 팔이 부러질까 걱정이구만.”


리처드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더니 눈에 힘을 주고 주먹을 쥐었다.


그의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 든다.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감각과 냉철한 본능을 소유한 펠릭스의 몸이 털을 곤두세우며 다급하게 위험을 경고한다.


“자, 자, 잠깐ㅁ...”


“뭔 말을 하려는지 알겠는데, 늦었어.”


퍽-!!!


훌륭한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진 리처드 닐슨의 주먹. 마치 묵직한 쇠가 엄청난 힘으로 올려치는 기분을 전한다.


펠릭스는 몸이 공중에 붕 떴다가 아래로 가라앉았고, 강한 통증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했다.


“커어억!”


배를 부여잡고 고통을 견디려는 펠릭스.


“이제 정신이 들어?”


“응. 와, 완전 제대로 돌아왔어. 그나저나 존나게 아프네. 근데 난 왜 쳐맞고 기쁠까?”


펠릭스는 리처드의 일격에서 알아차렸다. 이 힘은 그가, 검귀가, 다시 돌아왔음을 알리는 신호임을.


“너 우냐? 나이가 몇인데 한 대 맞았다고 울고 그래.”


눈가에 눈물이 고인 펠릭스를 놀리는 리처드.


“그, 그... 아파서 우는 거 아니야.”


“그럼 뭔데?”


“아 몰라. 그냥 아픈 걸로 하자. 그래도 기분은 좋으니까.”


리처드는 검술학원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눈빛이 조금 불순하지만 어린 기사들을 혼낼 수는 없다. 그는 평소와 달리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까지 빡세게 훈련을 시켰다.


“학원장은 얄미워도, 제자들은 그리울 거야.”


펠렉스는 이제 어린 기사들을 못 만나서 씁쓸한 모양이다. 이건 리처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현역에 있으면 다 자란 진짜 기사가 되어 다시 만나겠지.”


“그건 상상만 해도 좋은데? 여기선 학생이라 꾹 참았는데, 기사단에선 어림도 없다고.”


펠릭스는 자신이 막내일 때 리처드와 예르나에게 혹독하게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젠 자신의 차례라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너 표정이 불쾌하다? 더 맞고 정신을 다시 차릴래?”


“됐거든! 근데 형.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참 빨리도 묻는다. 내 소문은 들었지?”


“그 개소리? 어느 개가 짖었는지 몰라도 잡히면 참교육 들어갈 거야.”


“자세가 좋군. 어서 가자. 개 잡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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