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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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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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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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화

DUMMY

살육이 끝난 현장에 선 디아드는 죽은 자들을 바라보았다.


거짓된 소문을 퍼트리는 자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들이다. 제국 어디에서 만나도 이상하지 않은 그저 흔하디흔한 사람들.


일반적이고, 평범하고. 무난한 자.

이것이 주는 익숙함은 소문을 퍼트리는 가장 쉬운 장치이다.


‘괜히 기분이 더러워지네.’


평범한 모습을 한 약자들의 죽음. 이를 바라보는 건 착잡한 감정을 불렀다.


‘이것들이 죽어도 싸기는 한데,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잔혹하게 죽였어야 하냐?’


추잡한 소문을 의뢰한 자는 작은 단서조차 남기고 싶지 않은가 보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에 자리한 꼬리를 서둘러서 잘랐다.


‘너희가 억울할 건 없겠지만, 검귀에게 자세히 알려주마. 그가 응징할 테니 말이다.’


디아드는 현장을 살피며 도움이 될 무언가가 있는지 본격적으로 살폈다.


‘이건 학살이야. 학살.’


딱 봐도 전문가의 솜씨이다. 명령 혹은 의뢰를 받고 이런 일을 진행하는 대단히 뛰어난 전문가의 소행.


‘두려움이 생길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군.’


디아드는 암살 길드에서 일했던 과거가 있다. 그렇기에 현장을 이렇게 만든 자의 솜씨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냉혹함. 고통을 주지 않고 죽일 수 있음에도 고통스럽게 죽이는 잔혹함. 이런 자는 정말로 위험하다.


‘찾았다.’


디아드는 시체의 움켜쥔 주먹이 수상하여 손을 펼쳤고, 작은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건 잘 했다.’


디아드가 죽은 자들이 남긴 신호를 찾았을 때였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들려오는 차가운 죽음의 소리.


“뭐야? 그 사이에 쥐새끼 하나가 더 들어왔네?”


디아드는 바로 알아차렸다.


‘이 자가 살인귀야. 주변을 마저 정리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거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여유로운 짝귀 디아드. 그는 잔뜩 살기를 뿌리며 말했다.


“네놈 짓이냐?”


“수고를 좀 했지.”


“감히 내 구역에서 살인이라니! 네놈은 죽어줘야 하겠다. 내가 지금 몹시 화가 나거든.”


멈추지 않고 살기를 방출하는 디아드. 그는 적을 뒤에 두고서 스르릉 검을 뽑았다.


“호오- 용기가 제법 가상한데? 특별히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크크. 약자들을 괴롭히며 얻은 승리로 강한 척이라니! 진짜 실력이 무엇인지 내가 직접 보여주마. 받아라-!!!”


디아드의 몸에서 어두운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 연기는 그의 분노처럼 느껴졌다.


“하찮은 놈아. 미천한 실력으로 어디 재롱이나 부려보아라. 내 잠시 놀아주마.”


어둠이 사방으로 뿌려져 건물의 내부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시발! 존나게 튀자.’


디아드는 이곳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실히 깨달았다. 저 살인귀의 실력이 자신보다 월등함을.


이길 수 없는 강자와의 조우. 생존의 확률을 올리는 건 도주가 유일하다.


‘오러를 방출하기 전에 도주해야 한다. 최대한 서둘러야 해.’


디아드는 여기로 오기 전에 검귀 리처드 닐슨과 싸웠다. 이 과정에서 그는 깨달았다. 제대로 된 실력자가 본격적으로 오러를 사용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허세를 부리며 상대에게 작은 흥미를 유발한 디아드는 뒤를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최대한 이곳과 멀어지게 도주했다.


‘검귀, 검귀를 만나야 해. 그가 내 유일한 구명줄이야.’


조금 전까지 그는 검귀에게 혼났다. 그런 그를 이제는 반드시 만나야만 한다. 저 위험한 자로부터 자신을 구해줄 존재는 검귀가 유일하니까.




**




나와 펠릭스는 짝귀 디아드가 제공한 거처에 머무르는 중이다.


“형 말이 맞았어. 번거롭게 찾아다닐 필요가 없네.”


“이제 알겠지? 내가 왜 형이고 네가 왜 동생인지.”


“그건 인정. 근데 기분이 너무 나쁘네.”


“뭐가?”


“디아드 말이야. 생각보다 너무 부자 아니야? 성실한 나는 여유가 없는데 이런 땅에서 이런 호사라니. 부조화가 세게 오네.”


디아드가 우리에게 제공한 장소는 굉장히 잘 꾸며져 있었고, 그가 주고 간 간식과 차도 대단히 고가의 기호식품으로 여유가 있는 귀족들만 이용하는 제품들이다. 펠릭스는 커즈톤에서 이런 대접을 받아서 의아한가 보다.


“커즈톤도 부자는 있지. 디아드도 그 중의 하나고.”


“북쪽이라고 전부 못 살지는 않는구나. 하긴, 나도 집의 위치는 좋지. 내가 거지라서 그렇지.”


“그러니까 술 좀 적당히 마셔.”


“형이 할 소리는 아닌 듯.”


나는 가면과 로브를 벗은 편한 상태에서 다양한 견과류과 간식을 먹어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너 안 먹어? 이거 꽤 맛있는데.”


“하아- 내가 형을 볼 때마다 괜히 애잔해져서 먹질 못하겠네. 실컷 먹어. 내 몫까지.”


“후회하지 마라.”


“후회는 무슨! 제발 많이 먹고 추모의 날까지 정상으로 돌아와. 형.”


“...그래야지.”


올해도 어김없이 추모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펠릭스의 말처럼 그날이 오기 전에 체중을 정상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런 초라한 모습을 떠난 동료들에게 보이기는 싫으니까.


나는 디아드가 주고 간 간식을 홀로 다 해치웠다. 양이 상당해서 포만감도 상당하다.


“자-! 이것도 더 먹자.”


펠릭스는 디아드의 집을 뒤져 다양한 간식거리를 가져왔다.


“나 배부른데?”


“제발 좀 더 먹어. 약쟁이 소리 듣기 싫으면.”


긁힌다. 약쟁이라는 말이.


나는 배가 부르지만 다시 간식을 들었다.



억지로 초콜릿을 입에 우겨넣으려는 순간이었다.



“이제 왔군.”


쉬이이익.


문이 열리고 어두운 연기가 안으로 들어오며 디아드가 돌아왔다.


“헉. 헉. 헉. 아이고 힘들어라. 헉. 뒤지는 줄 알았네. 헉. 헉. 헉.”


짝귀 디아드는 내 앞에 도착하자마자 바닥에 드러눕더니 거친 숨을 마구 내쉬었다.


툭. 툭.

펠릭스가 다가가 그의 몸을 가볍게 툭툭 차면서 묻는다.


“너 뭐냐? 꼭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도망친 놈의 꼴이야.”


“마,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펠릭스 경.”


나와 펠릭스는 지금 가면을 쓰고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디아드는 실명을 언급하며 답했다. 나는 어차피 알려진 부분이라 따로 숨길 마음도 없어서 뭐라 하진 않았다.



“북쪽의 왕이라는 놈이 자기 땅에서 도망을 친 거야?”


호흡이 조금 돌아왔는지 몸을 일으켜 바닥에 앉는 디아드.


“그럼 어떻게 합니까. 실력이 후달리는데.”


“그건 그렇지. 그래서, 누가 쫓아오는데?”


나는 물었다. 그를 도주하게 만든 자가 누구인지.


“그... 소, 소문을 퍼트린 자들을 모두 죽인 놈입니다.”


“꼬리 자르기?”


“맞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나는 재빨리 일어서서 디아드의 어깨를 발로 찼다. 그는 옆으로 철퍼덕하면서 나뒹군다.


“왜 사람을 차고 그러십...”


쉬잉. 팍!

소리가 거의 없는 무음의 검이 날아왔다. 디아드의 심장을 정확하게 노리고서.


“펠릭스. 디아드를 지켜라.”


“나만 믿으라고!”


펠릭스가 검을 뽑으며 디아드의 앞에 섰다.


나는 그의 안전이 확보됨을 확인하고는 존재를 숨긴 자가 있는 지붕을 향해 힘차게 도약했다.


파아악!

지붕을 무너트리며 위로 올라왔다.


위에 있던 암살자는 뒤로 물러나며 나의 검을 피했다.


“내 기운을 이리도 쉽게 포착하다니. 소문처럼 대단하군. 검귀.”


복면을 쓰고 기이한 목소리로 말하는 걸 보니 음성을 바꾼 모양이다. 나는 내가 아는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혈향이 진동하는데 내가 모를 리 없잖아.”


“비쩍 마르더니 개코가 되었나 보군.”


나를 도발하는 혈향을 잔뜩 풍기는 살인귀. 나는 그의 도발을 가볍게 무시했다.


“마치 유령처럼 움직이던데... 너 누구냐? 내가 아는 놈이야?”


부드럽지만 빠르고 그 속에 힘도 실을 줄 아는 실력자. 나는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검사를 모른다. 이 복면을 쓴 자의 정체가 궁금하다.


“흐흐. 알 필요는 없다.”


“말로 할 때 알려주면 서로 편하고 좋은데... 이거 아쉽네.”


나는 놈을 잡아서 듣기로 결심하고는 복면을 쓴 살인귀에게 달려갔다.


몸의 여기저기를 타고 도는 오러의 흐름을 더욱 빠르게 만든다. 그렇게 속도를 가속화 시켰다.


가속화에 의해 움직임이 기민해진 나는 순식간에 상대의 앞에 도착했다. 이제 검을 사선 아래로 휘두르며 살인귀를 베어낸다.


쉬이잉.

나의 빠른 검에 살인귀는 반으로 갈라진다.


‘잔상을 베었군.’


유령이 연기가 되어 사라지듯 살인귀는 잔상을 남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아래에 있는 펠릭스에게 외쳤다.


“너를 노리고 있다.”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살인귀는 처음부터 나와의 승부가 아닌 디아드를 죽이는 일에 중점을 두었다. 그렇기에 존재가 드러날 수 있는 범위까지 접근을 했고, 기꺼이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나와 대치하는 와중에도 잔상을 남기며 사라진 살인귀. 그는 결국 디아드를 노렸다.



쉬이익. 쉬이익.


아련한 잔상이 간헐적으로 생겨나며 디아드를 지키는 펠릭스를 노린다.


혼란을 부르는 움직임인데도 펠릭스는 부동이다.


쉬잉. 본체가 모습을 보이기도 전에 불쑥 튀어나오는 검.


팅. 팅. 팅.


펠릭스는 살인귀의 검을 비스듬하게 흘려내며 모조리 막아낸다.



이제 빠른 공방전이다. 둘은 모두 쾌검에 능숙하여 검을 주고받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이런 젠장!”


치열하게 승부를 펼치던 중, 살인귀가 뒤에 있는 디아드를 급습했다. 파도처럼 부드럽게 펠릭스를 타고 넘은 놈의 검은 정확하게 디아드의 심장을 겨냥한다.


펠릭스는 다급하게 몸을 뒤로 날리며 살인귀의 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틈이 생기고 말았다.


팔이 두 개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작은 틈이.


퍽-!!!


검은 막아냈으나, 손이 부족하여 얼굴을 겨냥한 주먹은 막지 못했다.


펠릭스는 일격을 허용하며 뒤로 밀려났고 입에서는 얕은 피가 흐른다.


“와아. 진짜 열 받네.”


나는 느꼈다. 펠릭스가 지금보다 더 열이 받게 될 것을.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니군. 이쯤하지.”


펑-!


살인귀는 디아드를 죽일 수 없다고 판단되자, 주저하지 않고 연기탄을 터트렸다. 시야가 상실되는 하얀색의 연기가 순식간에 피어났고, 살인귀는 유령처럼 존재하지 않은 듯 존재를 감추며 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지금은 못 잡아.’


나도 화가 나지만 당장은 어쩔 수가 없다. 오러의 30%만 사용이 가능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저 속도를 내가 따라잡을 수가 없고, 도주하는 자를 떨어트릴 확실한 수단도 없다.


‘다음에 만나면 그땐 이렇게 보내지 않는다.’


나는 다음을 기약하며 살인귀를 보냈다.


“형. 저 살인귀 내꺼야. 건드리지 마.”


단단히 열이 받은 펠릭스. 아무래도 저 놈은 펠릭스에게 양보해야 할 모양이다.


“이제 안전하다. 안심하라고. 디아드.”


나는 살아남은 디아드에게 위험이 사라졌음을 알리고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펠릭스의 보호를 받은 디아드는 무거운 얼굴을 하고서 내게 다가와 쪽지 하나를 건넨다.


“현장에서 발견한 망자가 남긴 메시지입니다.”


[레이디는 언제나, 테스트 한다.]


“이거 암호야?”


“저희가 흔하게 쓰는 방식인데. 다급하게 갈겨서 쓴 걸 보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앞글자만 보면 됩니다.”


“레. 테. 이렇게 보면 된다는 거지?”


“맞습니다. 그곳에서 의뢰를 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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