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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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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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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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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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화

DUMMY

리처드는 나타난 마적단과 싸웠다.


팅. 팅. 팅.

상대의 공격을 살피며 적절하게 검을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서걱. 서걱.

하나씩 차분하게 베어나감을 멈추지 않는다.



대결의 마무리는 지켜보다 중간에 합류한 홀리필드의 차지였다.



퍽!

그의 철퇴는 귀가 하나 없던 마적의 얼굴을 뭉개버렸고, 상황은 그렇게 승리로 종료가 되었다.



‘흔한 마적이잖아.’


리처드는 최대한 힘을 빼고 싸웠다. 이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유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역시 이상해.’


이런 실력으로 성의 경비대와 싸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리처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이봐. 딘. 전장을 얼마나 구르면 그런 차가운 검을 가지게 되는 거냐?”


홀리필드는 딘의 군더더기가 없는 실전 검술에 크게 매료되어 감탄한 상태였다.


“지겨울 정도로 있긴 했지.”


“이제 슬슬 안착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아? 농담이 아니라 린스크 성이 은근 멋진 곳이라 추천하고 싶거든.”


“미안하게도 아직은 없다.”


“아쉽군. 자네 같은 자라면 얼마든 내 상관으로 환영인데 말이야. 나는 최대한 오래 살고 싶거든.”


마적을 만나 시간이 조금 지연되었으나, 신입 병사들을 태운 마차는 다시 목적지인 린스크 성으로 향했다.


이제 해가 지고 달이 지상을 비추는 시간이다.

세월을 알기가 어려운 오래된 돌들로 채워진 린스크 성은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투박하지만 고성 특유의 유려한 곡선이 살아 있어 꽤나 낭만적이다.


“다들 여기서 쉬고 있어라. 나는 위르겐 님을 뵙고 오겠다.”


성의 내부로 들어오자, 홀리필드는 이곳의 책임이자 자신의 상관인 위르겐을 만나러 떠났다.


‘다들 충격이 컸나 보군.’


갑작스레 마적을 만났던 일이 아직 마음에 남았나 보다. 신병들은 모두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조용히 있다.


리처드는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 사라진 유런의 곁으로 다가갔다.


“왜 이렇게 얼었어? 이제 시작인데.”


“저... 죄송해요. 딘 씨.”


“응? 뭐가 죄송한데?”


“제가 주제도 모르고 딘 씨에게 건방진 말을 함부로 했어요.”


“아- 그 압도적인 힘이면 다 된다는 거?”


“...네. 너무 창피하니까 제발 그 말들은 잊어주세요.”


“크게 보면 틀린 말도 아닌데?”


“그러지 말고 제발요. 부탁이니 꼭 잊어주세요.”


리처드는 위축된 유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전장에선 이기기 위해 필요한 건 뭐든 가져야 한다.”


“무슨... 말이에요?”


“헛된 자신감이라도 없는 것보단 훨씬 나은 거란 말이다.”


“그딴 것도 도움이 될까요?”


“믿어라. 내면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몸이 경직되면 아무것도 못하지.’


두려움에 잡아먹히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면 이길 승부도 패배하게 마련. 리처드는 불현 듯 찾아온 두려움에 잠식당한 유런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




‘홀리필드 이 자식!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주둥이가 많이 가볍군.’


조장인 홀리필드가 상관인 위르겐에게 어떻게 보고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신병들의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다급한 상황에 내려온 명령은 가급적이면 따지지 말아야 한다. 그저 해야 한다고 하니 알아서 해야 할 뿐이다.


‘오랜만에 속성으로 교육하네.’


제대로 가르치고 다듬을 여유는 없다. 주변 일대의 마적들을 모조리 굴복시킨 드록이란 놈이 린스크 성을 함락시키려 한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민간인이던 애송이들을 병사로 만들어야 했다.


“눈을 크게 뜨고, 정확하게 찔러라. 힘을 더하는 건 다음이다.”


지금은 복잡하게 가르치면 될 일도 망한다. 나는 병사들의 손에 쥐어진 창을 제대로 찌르게 만드는 것 하나만 집중해서 가르쳤다.


가장 기본의 동작들을 빠르게 가르쳤고, 이후 실전에서 꼭 필요한 개별 지도에 나선다.



근력이 대단하여 파공음을 만들며 창을 내지르는 유런. 나는 그의 앞에 섰다.


“나를 적이라 생각하고 찔러라.”


“예?”


그와 나의 거리는 상당히 가깝다. 유런은 당황하여 눈빛이 흔들렸다.


“뭘 꾸물거려. 어서 찔러!”


쉭!

나의 압박에 창을 앞으로 내지르는 유런.


긴장했고, 속도는 많이 느렸다. 나는 그가 휘두르는 창을 손으로 잡으며 호통을 쳤다.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고, 힘도 실리지 않았잖아. 네 팔에 덕지덕지 붙은 그 근육은 어디다 쓸 거야!”


“죄,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다시 찔러라. 나를 죽인다는 마음으로.”


“그, 그래도...”


“너한테 죽을 정도면 여기 있지도 않아. 걱정 말고 당장 찔러!”


“...네.”


쉭!


‘그렇다고 이런 기습은 아니지.’


착. 나는 조금 전보다는 간결해진 유런의 창을 이번에도 여유롭게 잡아냈다.


“다시!”


쉭.


착!


“방금 느낀 이 감각을 기억하며 계속 휘둘러라.”


나는 유런을 시작으로 하나씩 찌르기를 가르쳐 나갔다.


시간은 부족한 자에겐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흐른다. 이제야 꼭 필요한 내용 하나를 가르친 나는 잠깐이라도 신병들을 쉬게 했다.


“자네가 딘이군.”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였다.


나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최대한 가리며 몸을 돌렸다.


“인사하게. 딘. 린스크 성의 책임자이신 위르겐 슈트 님이다.”


멋지게 자란 턱수염과 각진 얼굴 그리고 단련된 탄탄한 몸. 전형적인 기사이다.


‘이곳의 책임자가 슈트 가문의 아들이었군.’


슈트 가문은 오랜 기사의 가문으로 우리 닐슨 가문과도 친분이 조금 있다. 나는 슈트 가문의 여러 인물들을 전장에서 몇 차례 만난 기억도 있었다.


“자, 자네...?”


‘알아보는 건가?’


나를 보자 위르겐의 눈이 혼란스러워진다.


“딘입니다.”


알아봐도 딱히 상관은 없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숨기고 싶기는 하다. 이곳에 들러 새로운 무기를 만들었다는 정보를 당분간은 비밀로 두고 싶으니까.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는가?”


아무래도 살이 빠진 나를 검귀로 판단하긴 어려운가 보다. 수도에 사는 검귀가 여기로 나타나는 상황도 납득이 어려우니 이렇게 판단해도 이상하진 않다.


“제가 하도 전장을 많이 떠돌아서 어딘가에서 만났을지도 모릅니다.”


“으음. 그렇기도 하겠군. 자네의 몸을 보니 몇 년은 쉬었던 모양인데 마적들을 상대로 괜찮겠나?”


‘쉬기는! 살이 빠져서 그렇다.’


“싸우다보면 몸의 기억이 슬슬 나오지 않겠습니까.”


“아주 훌륭하군. 그런 의미에서 내 부탁 하나만 하지.”


“부탁이요?”


“자네가 이 린스크 성을 지켜주게.”


“예에?”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위르겐이 대뜸 성을 지키라고 말할 줄은 몰라서다.


“어디서 긁어모았는지 모를 수많은 마적들이 성 바깥에서 집결하고 있다네. 아마도 이 린스크 성이 목표겠지.”


“수성하지 않고 먼저 나가서 박살내겠다는 겁니까?”


“그렇다네. 어차피 드록만 잡으면 끝나는 승부야. 무리한 계획은 아닐세.”


“승부에 자신이 있습니까?”


현재의 위치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굉장히 무례한 일이다. 홀리필드는 상관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나에게 눈치를 줬다.


내 질문에 표정이 어두워지며 고개를 흔드는 위르겐 슈트.


“이게 최선이라 시도할 뿐이라네. 지난번엔 비록 밀렸어도 내 검을 끝까지 믿어야 하지 않겠나.”


“저는 어제 왔는데 믿어도 되는 겁니까?”


“가르치는 걸 보니 없던 믿음도 생기더군. 그러니 잘 부탁하네. 지금은 복잡하게 생각할 시기가 아니야.”


“이렇게까지 부탁한다면 최선을 다하여 보겠습니다.”


“고맙네. 딘.”


얼마 후, 위르겐 슈트는 부상자와 신병을 제외한 모든 경비대를 데리고 성을 떠났다. 집결지를 급습하여 마적단의 리더인 드록을 잡기 위함이다.


‘전장에서 발생하는 희생은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지.’




**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임시로 성을 관리하게 된 나는 순환 방식으로 병사들을 교육하며 성벽을 지키는 임무도 부여했다.


“한 사람이 뚫리는 순간! 전체가 끝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자신의 성벽을 사수해야만 한다. 다들 알겠지?”


“네-!!!”


창에 대한 기본을 가르친 나는 성벽을 지키는 교육 하나만 진행했다. 그렇게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이틀의 시간이 흘렀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성벽의 바깥에서 모레바람을 일으키며 경비대가 돌아온다. 그들은 딱 봐도 몹시 다급해 보인다.


“당장 성문을 열어라. 어서!”


나는 명령했다. 성문을 관리하는 병사는 다급하게 문을 열었고, 마적단을 소탕하러 나갔던 병사들은 우르르 성벽으로 들어왔다.



그날 저녁.

무사히 돌아온 홀리필드가 나를 찾았다.


“위르겐 님이 성을 잘 지켜줘서 고맙다고 전하라 하더군.”


이번 기습 작전은 말하지 않아도 실패다. 나는 구태여 묻지 않았다.


“위르겐 님의 상태는 어때? 들어올 때 보니까 심상치 않던데.”


“크게 다치셔서 당분간은 무리할 수 없는 상황이야.”


‘슈트 가문의 아들답군.’


나는 위르겐을 따라서 마적단을 기습하는 일에 동참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이러면 드록을 잡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아쉽다. 기껏 모인 저 많은 마적을 일시에 소탕하는 기회를 놓치게 되니까. 그래서 위르겐을 믿고 그냥 두었다.


‘피해를 최소화 시켜줘서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하겠어.’


비록 기습은 실패했으나, 최대한 빨리 후퇴하는 선택을 한 덕분에 피해는 경미하다. 마적들은 이번 승리로 자신감이 충만해졌을 터. 그들답지 않게 당당히 진격도 할 거다.


“길면 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았겠군.”


“어라?”


홀리필드가 내 말에 반응한다.


“왜?”


“위르겐 님과 같은 말을 해서 좀 놀랐어.”


마적의 두목인 드록은 일부러 도주를 허락했을 확률이 높다. 경비대가 패배하여 성으로 도망가는 모습을 부하들에게 보여 사기를 올리기 위함이다. 거기에 더하여 마적에게 둘러싸여 잔뜩 겁을 먹게 만들면 성을 함락하는 일은 더욱 쉬워진다. 3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의 감정은 영구히 이어지지 않는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공포마저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공포가 가장 커지고 판단이 흐려지는 시기인 3일을 최대한 활용하게 마련이다.


‘드록이 멍청한 두목이 아니라면 3일차에 총공세를 펼친다.’




**



비록 임시이지만 경비대에 합류한 유런 스미스.


그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난 한심한 놈이야. 싸우기도 전에 겁부터 먹고 있잖아.’


마적단과 마주한 경험은 고작 한번이다. 지금은 성을 둘러싸는 많은 수의 마적단을 성벽에서 내려다보며 겁을 먹고 있는 처지이고.


‘용기를 내고 싶지만 쉽지가 않아.’


죽음을 불사하며 멋지게 싸우고 싶다. 자신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여겼는데, 그러기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런 넌 이미 훌륭하다.”


딘 씨의 말은 고맙지만 유런에겐 이러한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팡. 팡. 팡.


망치 소리가 들린다.


근무가 끝나 숙소로 쉬러 가려던 유런은 무언가에 홀린 듯 망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일부의 선임 병사들이 분주하게 검을 갈고, 틀어진 갑옷을 보수하는 현장. 그곳은 굉장히 분주하고 바쁘다.



유런은 그들의 작업을 멍하니 지켜봤다.


“야! 너 뭐야? 방해되니까 저리가!”


입구에 서서 멀뚱히 바라보자, 선임 병사가 유런을 혼낸다.


유런은 그에게 외쳤다.


“그렇게 하는 거 아닙니다!”


“뭐어?”


유런은 자신도 모르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선임 병사의 망치를 빼앗아버렸다.


“그렇게 틈을 매우면 조금만 움직여도 다시 벌어집니다. 망치를 이렇게 바깥에서 안으로 쳐야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팡. 팡. 팡.

유런은 망치를 들어 상태가 나빠진 갑옷 하나를 순식간에 고쳐냈다.



하나의 수리가 끝나자 바로 시선을 돌리는 유런.


그는 검을 갈고 있는 선임에게 말했다.


“그렇게 갈면 날의 예리함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이 검은 왼손잡이용이라 날을 세우는 방향도 틀렸습니다.”


“그, 그래?”


“이리 줘보세요. 제가 가르쳐 줄 테니까 이렇게만 하면 되는 겁니다.”


슥. 슥. 슥.


빠르게 칼을 갈아 금방 예리함을 살려내는 유런. 그는 몹시 바빴다.


얼마나 바빴냐 하면 다음 근무가 다가온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정도이다.



“이, 이런! 저는 근무가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척. 선임 병사 하나가 그의 팔을 잡는다.



“가긴 어딜 가. 여기가 네 근무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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