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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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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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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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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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화

DUMMY

제국의 수도인 비잔티아는 광활한 대륙 안에서도 가장 화려한 번영을 자랑한다. 오랜 역사에 어울리는 찬란한 유적과 발전한 문화로 가득한 이 도시는 신의 축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나 안타깝게도 모두에게 훌륭한 땅은 아니었다.


나는 펠릭스와 함께 비잔티아의 북쪽으로 향했다.


“절망이 낳은 땅은 오랜만이네. 예전엔 형들과 함께 여기도 꽤나 왔는데.”


제국의 북쪽 땅 커즈톤. 이곳 일대는 신의 축복이 사라져 ‘저주만 남은 땅’ 또는 ‘절망이 낳은 땅’으로 불리곤 한다. 제국의 번영과 함께 도시가 팽창하는 과정에서 가난한 자들이 척박한 이곳으로 몰려든 탓이다.


나는 미리 준비한 동으로 된 가면과 얇은 로브를 꺼내 펠릭스에게 하나를 건넸다.


“오- 반가운 물건이다.”


내가 준 로브는 가볍고 얇으나 보온성이 좋다. 그걸 제외하면 별다른 특징은 없다. 하지만, 동으로 된 가면은 다르다. 가면의 안쪽에 마법의 술식이 새겨져 있어 음성이 변조되어 나온다.


“예전에 마법 술식을 장난으로 지웠다가 예르나 누나한테 새벽까지 혼나고 그랬는데... 이젠 그 시절이 그립다.”


“예르나가 부대장하면서 많이 예민해지긴 했지. 말이 나오니까 보고 싶어지네.”


“야솝산에서 못 만났어?”


“거기로 날 찾으러 왔어? 예르나가?”


“응. 바쁜지 서두르던데?”


“그래? 엇갈렸거나 중간에 일이 생겼나 보다.”


“그러게.”


아무래도 야솝산을 오를 때와 다른 길로 내려와 엇갈렸나 보다. 그러다 예르나에게 임무가 생겼고.


“토라진 건 풀린 것 같아 보였어?”


나는 가장 중요한 걸 펠릭스에게 물었다.


“완전히는 아닌데 몇 대 맞으면 풀리겠더라.”


“그럼 맞아야지. 네가 대신.”


“뭐?”


나는 가면을 쓰고 후드를 올리며 답했다.


“이제 쓰자. 커즈톤의 검문소가 보인다.”


빈틈이 보이면 어떻게든 건물을 우겨넣기라도 한 듯 다닥다닥 붙은 작은 집들로 가득한 땅. 그 땅의 입구가 바로 앞에 있다.


‘여긴 진짜 답이 없나?’


빈민이 많은 지역인 커즈톤은 당연하게도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도의 인구는 점점 늘고 있어 이곳의 인구도 팽창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치안은 갈수록 엉망이 되었고, 이제는 관리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몇 년 사이에 더 느슨해졌어.’


나와 펠릭스는 검문소를 통과했다. 병사가 슬쩍 쳐다만 보고 어떠한 절차도 진행하지 않아서, 아주 쉽게 커즈톤의 땅으로 들어왔다.


“아무리 여기가 커즈톤이라도 이건 아니지 않아?”


“여기만의 사정이 있겠지.”


커즈톤 검문소는 원래부터 출장은 까다롭고 입장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러다 이제는 입장을 터치하지도 않는 지경이 되었다. 관리가 마음에 들지는 않으나 사정을 모르고 말하는 건 조심스러워 별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진짜 한결같은 땅이군.’


검문소를 통과한 나의 시야로 낡고 엉성한 상점과 노점이 끝도 없이 길게 늘어선 시장이 나타난다. 그곳에는 낡고 허름한 옷을 입은 노파와 손주. 장사를 하는 여러 어른들로 북적였다.


이러한 광경은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커즈톤의 모습과 거의 흡사해서 시간에 따른 변화를 찾기가 어렵다.


“여긴 어떻게 된 동네가 삼사년 전과 비교해도 달라진 게 없을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펠릭스.


“돈이 돌아야 변화가 찾아오지.”


“그럴 가능성은 있을까?”


“아마도 없을 거야. 이제 해가 지겠다. 슬슬 서두르자.”


오는 동안 시간이 흘러 해가 지고 있다. 나는 조금 서둘렀다.


“형,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찾을 거야?”


외부 사람이 커즈톤에서 누군가를 찾는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병사들을 동원하지 않고 둘이서 찾을 경우 위치를 알아도 그곳을 찾기가 어렵고, 상대가 눈치를 채고 도주해도 막을 방법도 딱히 없다.


“여긴 누굴 찾아서 잡기가 곤란하지. 넌 전제가 틀렸다. 펠릭스.”


“뭔 말인지 모르겠어. 형.”


“괜한 고생은 집어치우고 현지 전문가에게 맡기면 끝이란 소리다.”


“전문가? 아는 사람이 있어?”


“당연히 있지.”


“역시 형이야!”


나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나아갔다. 그러다 시장의 길가 중간에서 돼지를 도축하는 백정을 발견하고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오른손의 손가락이 두 개가 없고, 얼굴에는 긴 흉터가 여럿이 있어서 대단히 거친 인상의 소유자이다.


‘이 흉측한 얼굴은 그때와 똑같군.’


예전에 만난 경험이 있는 자다. 나는 굉장히 험한 인상과 마주함에도 반가움의 미소가 지어졌다.


팍-!!!

두꺼운 식칼이 오래된 나무도마를 내려쳐 절단된 돼지를 반으로 가른다. 내가 다가와서 멈추자 위협을 주고 싶은 모양이다.


팍! 팍! 팍!

신경질의 감정이 느껴지는 백정의 살벌한 칼질. 그는 한참이나 말없이 작업을 이어가다 마무리로 도마에 칼을 꽂았다.


팍-!!!


“무슨 일로 왔소?”


“디아드를 만나러 왔다.”


디아드라는 말에 백정이 흠칫한다. 하지만, 금방 평정심을 찾은 그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나는 그가 주변을 경계하는 동안 품에서 은화 하나를 깨내 손가락으로 튕겼다. 은화는 그렇게 백정의 도마 위에 놓여졌다.


서둘러서 은화를 품에 챙기는 백정. 그는 목소리를 깔며 말한다.


“따라오쇼.”


백정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없이 이동했다. 나와 펠릭스는 그를 따라서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시장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주변을 거니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인적이 거의 사라질 무렵, 나는 펠릭스를 슬쩍 쳐다봤다. 그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군.’


이제 인적은 모두 사라졌다. 가난한 자들의 집은 주변에 널리고 널렸으나 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싸늘한 지경이다.



척. 드디어 움직임을 멈추는 백정.


그가 썩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 나이프와 낫을 든 자들이 그의 옆에 나타나 우리와 마주하며 섰다.


“돈 받고 이러면 곤란한데...”


“형도 고생 좀 하더니 많이 착해졌네. 예전이면 주먹부터 나갔을 건데.”


인정한다. 나는 많이 온순해졌다. 이렇게 제압부터 하지 않고 자비를 베푸는 걸 보면.


“이것들이 건방을 떠네. 검을 찼다고 겁을 상실한 거야?”


백정의 말에 나는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짧게 흔들었다. 하지 말라는 마지막 자비이다.


“이것들이 진짜! 아우들아. 일단 패자!”


“예! 형님.”


백정의 말에 나타난 남자들이 덤벼든다.


그와 동시에 펠릭스가 앞으로 나섰다.


“이것들은 전부 내 차지야. 형은 구경만 해.”


“죽이진 마라.”


“노력은 할게.”


“방금 말은 취소. 팔과 다리도 자르지 마라.”


“...어. 그것도 노, 노력할게.”


“이 외팔이 새끼가 아주 제대로 미쳤네. 내가 아픈 사람 패는 게 전문이야. 이 새끼야.”

“나도 약자 전문이니 너는 좀 맞자.”


다들 펠릭스를 얕잡아보고 깔보며 다가간다.



그때, 펠릭스의 검이 뽑혔다.


그리고, 섬전처럼 빠른 움직임이 시작된다.


슁. 슁. 슁. 슁. 슁.


“앗 따가!”

“아얏!”

“이, 이게 뭐야.”


빈민가의 악당들은 자신들의 눈으로는 쫓기도 어려운 빠른 검에 의해 순식간에 무기를 든 팔과 허벅지를 그였다. 이제 악당들은 무기를 놓치고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한다.


“어때? 내 실력.”


“나쁘지 않다.”


나는 펠릭스를 칭찬하며 앞으로 걸어갔다. 이 과정에서 주저앉은 자들의 머리를 발로 찼다.


퍽. 퍽. 퍽.

그들은 강한 충격에 의해 그대로 쓰러졌다.


믿었던 아우들이 순식간에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백정. 그는 다가오는 나를 지켜보며 벌벌 떨었다.


“실력의 격차를 느끼고 도주하지 않는 걸 보니 아주 멍청하진 않군.”


“제, 제가 과거에 도주하다 제대로 당한 적이 있어서요.”


백정은 조금 전과 달리 매우 공손해졌다.


나는 눈치가 빠른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가면을 슬쩍 들었다.


“그때 배운 경험으론 아무래도 부족했지?”


나를 쳐다보는 백정. 그는 금방 나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거, 검...”


“쉿! 더 말하면 손가락 하나를 바쳐야 한다.”


“헉!”


콰직!

나는 놀라서 아무런 말도 못하는 그의 엄지손가락을 잡은 후 그대로 부러트렸다.


“크아아악!”


“시끄럽게 굴면 자른다.”


“윽!”


자신의 주먹을 입에 넣어 소리를 삼키는 백정. 나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이번 경험은 평생 기억해야 한다. 다음엔 목이니까. 알겠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백정. 그는 과도하게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그만 끄덕이고 이제 안내나 해. 돈을 받았으면 값을 하라고.”


“그, 그럼요. 저, 저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거... 아, 아닙니다.”


나와 펠릭스는 공손한 백정을 따라서 시장의 바깥에 위치한 어느 낡은 건물의 앞에 도착했다.


“바로 저곳입니다. 저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어 여기서 물러나겠습니다.”


안내를 끝낸 백정은 서둘러서 자리를 피하려 했다.


“잠깐!”


펠릭스는 황급히 떠나려는 백정을 멈춰 세웠다.


“왜, 왜 그러십니까?”


당당하게 손바닥을 펼쳐서 내미는 펠릭스.


“이, 이게 뭡니까?”


“뭐긴! 나와 형의 목숨값을 달라는 정당한 요구지. 추가로 너와 네 부하들을 살려준 값도 함께 내야 한다.”


“...”


팍!

나는 두꺼운 백정의 뒤통수를 갈겼다.


“우리가 사람이 착해서 너를 살려줬겠냐? 멍청하게 있다가 손가락 다시 잘리지 말고 어서 성의를 보여.”


“서, 성의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멍청해진 백정. 그의 모습이 갑갑한지 펠릭스가 검을 뽑으려 한다.


스르릉.


“아이쿠야. 드, 드려야지요. 당장 드려야지요. 저는 다만 얼마를 드려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했을 뿐입니다.”


차가운 금속을 보니 바로 이성이 돌아온 모양이다.


“원래 성의란 주는 사람의 마음이지. 참고로 난 많이 주는 사람이 좋긴 좋더라.”


나는 백정의 어깨를 털어주며 친절히 성의를 설명했다.


“검 더 뽑힌다. 어서 서둘러라.”


펠릭스는 지켜보다 백정이 주머니를 품에서 꺼낼 때 검을 더 뽑으며 재촉했다.


“여, 여기 있습니다.”


백정은 머리가 하얗게 변했는지 주머니 통째로 나에게 건넸다.


나는 그것을 받은 후 가치가 떨어지는 동화를 제외한 은화 이상만 따로 챙겼다.


“돈이 왜 이렇게 많아? 요즘은 백정도 살만한가 보네.”


“그러게. 기사보다 더 좋네. 부럽다야.”


“돈도 드렸으니 저는 이만 가도 되겠습니까? 아우들을 챙겨야 해서요.”


“가 봐. 이건 챙기고.”


나는 동화만 남은 주머니를 백정의 손에 쥐어주었다.


“형은 너무 착해서 탈이야.”


“나도 양심이 있지 어떻게 다 받아.”


“저는 진짜 가보겠습니다.”


“앞으론 이딴 장난은 치지 마라.”


“....아. 예.”


백정은 입을 삐쭉이며 황급히 사라졌다.


“일 끝나면 거하게 달리자. 오늘은 이 형이 쏜다.”


나는 두둑해진 주머니를 품에 넣으며 말했다.


“수익은 반으로 나눠야지. 왜 형이 쏘는 걸로 때워?”


“펠릭스야.”


“왜?”


“넌 아직 반을 받을 위치가 아니야.”


“내가 일은 다 했는데?”


“시끄러! 억울하면 네가 형을 하던가.”




**





나와 펠릭스는 백정이 가르쳐 준 디아드가 머문다는 건물로 들어갔다.


아담하게 보이던 건물의 내부는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크고 넓었으며 상당히 깔끔하기마저 하여 묘한 이질감을 제공한다.



“너흰 누군데 이 디아드 님을 찾았느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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