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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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작품등록일 :
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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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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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화

DUMMY

어린 아이는 손이 퉁퉁 부었고 손가락이 까져 피가 흐르는데도, 검을 휘두르는 걸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휘두르면 뭐가 느껴지더냐?”


“아직은 없어요. 그래서 더 휘둘러보려고요.”


아이의 아버지는 아들의 집요함이 대견하여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아들은 언젠가 이 제국을 대표하는 기사가 되겠구나.”


“그럼요. 전 닐슨 가문의 영광을 위해 최강의 칭호를 가진 기사가 될 거예요.”


아들은 언제나 꿈꿨다. 아버지보다 더 강한 기사가 되기를. 그것이 가르친 자를 위한 최고의 보답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자상하게 물었다.


“리처드. 검을 배우는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지?”


“어떻게 포장해도 검의 본질은 생명을 멸하는 능력이 아닐까요?”


어린아이가 할 말은 아니었으나, 꽤나 현실적인 사고이다. 하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이번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리처드 명심해라. 검은 지키기 위해, 살기 위해, 살리기 위해서 드는 거다. 생을 구하는 위대한 일이 아닌 생을 멸하고자 하는 간악한 마음을 품는다면 너는 이 아비를 영원히 이길 수 없다. 그러면 네가 꿈꾸는 제국을 대표하는 기사가 되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거다.”


“왜 그렇죠? 저는 이해가 어려워요. 아버지.”


“지키고자 하는 힘. 지켜야만 하는 힘이 결국 더 잘 죽이기 위한 힘보다 더 강한 것이 이 세상의 이치란다.”


“모르겠어요. 아버지의 말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요.”


“이 아비도 너를 낳고 깨달았다. 리처드. 넌 아직 한참이나 멀었구나.”


“뭔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 말을 생각하며 검을 휘두르긴 할게요.”


“역시 내 아들. 장하구나.”



흔들리는 마차에서 잠깐 졸았다. 신기하게도, 어린 시절을 꿈에서 보았다.


‘지키기 위한 힘이라. 왜 이런 꿈을 꿨을까?’


패악의 군주 바루디스와 싸우다 목숨을 잃기 직전에 얻은 깨달음. 이 깨달음의 힘은 나를 승리로 이끌었다.


‘기억이 선명하지 않아.’


분명 지금의 꿈도, 그때의 깨달음과 연관이 있다. 그건 알겠는데, 나는 그때 느꼈던 그 지고한 경지에 대한 실마리를 계속해서 잡지 못하는 중이다.


‘조바심을 가지지 말자. 우연히 되더라도 기회는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 그때 다시 잡으면 그만이야.’


나는 검에 관한 고민을 조금은 줄이기로 했다.


“이제부터가 관광으로 유명한 부루나스 지역입니다. 주변을 둘러보시면 탁 트인 절경이 주는 편안함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마차를 모는 알토스의 말이 들려온다. 나는 흙바람이 불어와 닫아둔 마차의 문을 활짝 열었다.


거대한 루이든 강을 옆에 끼고 마차가 달리고 있다. 형형색색으로 각각이 빛나는 드넓은 자연을 바라보니 답답하게 막혔던 기분이 뻥 뚫리며 좋아진다.


“수도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형은 알고 있었어?”


“나도 모르지.”


“하긴, 여긴 우리가 올 분위기의 땅이 아니긴 해.”


평화로운 땅이다. 가까운 마을은 풍요와 여유가 넘쳐 치안도 잘 이뤄지기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 어려운 땅. 나와 펠릭스가 여기를 방문할 일은 없었다.


마차는 강이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자리한 마을로 들어갔다.


“상가가 즐비하군.”


잘 꾸며진 다양한 형태의 상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마을. 여기는 거주가 목적이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받기 위한 관광의 마을이다.


“돈 쓰러 오는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 표정들이 즐거워 보인다. 형”


“여긴 기분을 내려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바가지가 좀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도 그러려니 하셔야 합니다.”


“필요하면 기꺼이 내야지. 알토스.”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리처드 님은 나쁘게 말하면... 아, 아닙니다.”


“사내가 말을 했으면 끝까지 해야 하지 않겠나?”


“뭐라 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주시면 말하겠습니다.”


“내가 자네에게 뭐라 할 일이 있겠는가. 어서 하게.”


“그... 하, 한 번씩 보면 리처드 님은 호, 호구가 아닌가 합니다.”


“호구? 내가? 화끈하다는 말을 잘못 말한 거 아닌가?”


“그 화끈하다가 조금만 틀어지면 호, 호구가 됩니다.”


“으음.”


“화, 화가 나신 건 아니죠?”


“이봐 알토스. 형한테 호구라고 해놓고 화가 안 나길 바라는 건 너무 비양심적인 희망이 아닐까?”


“제가 그래서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입이 문제라서 그만... 죄송합니다.”


“뭘 죄송하다고 말하는가. 필요하면 호구라도 기꺼이 해야지.”


“역시 리처드 님은 대인의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알토스. 검귀 전문가인 내가 말하는데 형이 하는 말 믿지마. 뒤끝이 장난이 아닌 남자야.”


“그, 그렇습니까?”


“그럼. 자기를 건드리면 어떻게든 기어코 응징하는 게 검귀야. 오죽하면 검귀를 건드리고 잠이 오냐는 말이 수도에서 유행했겠냐고. 옆에서 본 나는 누구보다 잘 알지.”


“저, 저기에 오늘 가실 식당이 있습니다. 제가 아무런 사심도 없이 그냥 사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알토스! 자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돈은 이 호구가 내야 제 맛이지.”


“제발. 제발요.”




**




강을 낀 절벽에 지어진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이곳은 가격이 다소 비싸다 해도 이 경치로 인해 한번 정도는 기꺼이 와볼만한 장소였다.


바가지가 있는 동네답게 돈을 더 지불하기로 하고 창가에 앉은 우리는 주문을 받는 직원이 오길 기다렸다.


“여기가 가격이 비싸긴 해도 맛은 정말로 일품입니다.”


“이런 풍경을 보며 먹으면 뭘 먹어도 맛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니야?”


“오- 펠릭스 님은 은근 예리하시군요. 다른 식당들은 그 말이 맞으나. 여기 이 레스토랑은 유일하게 예외입니다. 비싸도 돈값은 확실하게 합니다.”


“뭐가 제일 맛있지?”


들어오고부터 후각을 자극하는 달콤한 고기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다. 나는 이곳의 대표 요리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놀라지 마세요. 여긴 돼지의 앞다리를 삶아서 팝니다.”


“다리를?”


나는 조금 의아했다.


“저도 처음엔 발톱도 있는 부위를 삶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했는데... 먹어보니까 그런 생각은 쏵 사라졌습니다.”


“그렇군.”


“직원들 말로는 사장이 새벽에 나와서 오후가 될 때까지 돼지다리에 온갖 것들을 넣어서 삶는다고 합니다.”


없던 기대도 생기는 알토스의 설명이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던 레스토랑의 직원이 우리의 테이블로 왔다.


“족발 가장 큰 사이즈로 두 개만 먼저 주세요.”


“알겠습니다. 저의 도움이 필요하면 이 펫말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직원은 숫자 3이 적힌 작은 팻말 하나를 두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잠깐.”


나는 그를 멈춰 세웠다.


“필요한 것이 더 있습니까?”


“마을 여기저기에 방어용으로 보이는 나무판이 세워져 있던데... 무슨 일이지?”


나는 오면서 의아하게 여겼던 부분을 직원에게 물었다.


“며칠 전부터 거대한 곤충들이 발견되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인근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물인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마물토벌대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이곳 일대의 안전은 확인을 했고, 근시일내로 마물토벌대와 조사단이 도착하니 걱정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마물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보단 먼저 발견이 되는 때가 더 많다. 여긴 탁 트인 곳이라 위협적인 마물이 보인다면 금방 발견이 될 터. 웨이터의 말처럼 당장의 위험은 없지 않을까 싶다.


얼마 후, 알토스가 극찬한 족발이라는 음식이 나왔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것이 중독성이 있다. 나는 알토스에게 엄직척을 해주고는 즐겁게 식사에 임했다.


“리처드 님은 백색의 기사를 알고 계십니까?”


알토스가 흥미로운 말을 꺼냈다.


“어? 나 들은 것도 같은데?”


펠릭스가 어딘가에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나 보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처음 듣는 말이다.”


“그러면 곤란합니다.”


“곤란하다고? 왜 그러지?”


“시작은 아마도 작년이었을 겁니다. 백색의 기사가 북부에서 모습을 드러낸 시기가 말입니다.”


유명세를 떨치는 새로운 기사가 나타난 모양이다.


“실력자가 나타났나보군.”


“맞습니다. 백색의 옷을 입고 백색의 투구를 쓰고 다니며 승부를 겨루는 탓에 사람들이 백색의 기사라 부릅니다.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직까지 무패라고 하더군요.”


“그래?”


나는 관심이 생겼다. 어디서 저런 기사가 나타났나 하는 흥미와 어떤 검을 쓰는가 하는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스스로 패배를 찾아서 다닌다고 말하고 있으나, 번번이 승리하여 오만의 기사라며 싫어하는 자들도 더러 있습니다.”


“캬아- 패배를 찾는다? 제법 낭만이 있는 친구군. 여기 비잔티아로도 온데?”


족발을 입에 넣으며 펠릭스가 묻는다.


“최종 목적지가 비잔티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네. 사람들이 말하길 백색의 기사가 도전할 마지막 기사는 검제라고 합니다.”


“오- 매력적인 대결이 벌어지겠군.”


나는 그런 대결이 발생한다면 구경하고 싶어졌다.


“마냥 흥미롭게만 생각하실 일이 아닙니다.”


“왜?”


싸움 구경은 최고의 구경이다. 내가 마냥 흥미롭지 않을 이유는 없다.


“제 친구 놈 하나가 백색의 기사가 결투하는 장소에 있어서 실제로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친구가 분명히 들었다고 하더군요. 자신은 검귀를 향하여 나아간다고.”


“나? 난 소문으론 폐인인데?”


“그래서 검제가 최종 종착지가 될 거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알토스 네 말은... 내가 부상을 극복했다는 소식을 백색의 기사가 들으면 나와 승부를 펼치기 위해 비잔티아로 올 거라는 거지?”


“맞습니다. 사람은 원래 처음에 정한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않으니까요.”


나는 알토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백색의 기사가 최종 목표를 나로 정하고 승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면, 부상에서 회복한 나를 찾아오지 않을 리 없다. 나라도 그렇게 할 테니까.


“말리고 싶네.”


“왜 그런 말을 하십니까? 펠릭스 님.”


“리처드 형의 별명 중에는 이런 것도 있는데 들어 봤을라나 모르겠네.”


“뭔지 궁금합니다.”


“새싹 짓밟기.”


“예에?”


“형이 사람이 좋아보여도 후배들 후려치는 일은 도가 튼 사람이야.”


“그, 그렇습니까?”


“내가! 바로 이 펠릭스 우드가! 산 증인이야. 그러니까 더는 묻지 마라.”


“알겠습니다. 저 벌써 다 이해했습니다.”



둑. 둑. 둑.


도전과 승부. 이 말을 듣고 있으니 내 안에 잠들었던 기사의 열정들이 다시 요동을 친다.


‘백색의 기사. 네가 누군지는 몰라도 나를 목표로 했다면, 꼭 찾아와라.’


나는 그가 어떤 검을 쓰는 존재일지 궁금하여 알아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으나, 그래서 더 꾹 참고 묻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위해 참고 기다리지.’



내 마음이 훌륭한 음식과 흥미로운 이야기로 인해 잔뜩 즐거워지던 때였다.




“리처드! 당신을 여기서 다시 만나는군요.”



펠릭스이 눈이 커졌다. 나와 마주 앉은 그가 먼저 목소리의 주인을 보게 된 탓이다.


나는 보지 않아도 알았다. 저 목소리의 주인이 프리시아 레테라는 걸.


목소리까지 잊기엔 파혼을 통보받은 날이 그렇게 오래 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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