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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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작품등록일 :
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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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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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화

DUMMY

약혼녀,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그녀와의 관계 정리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짧았다.


‘돌아서서 헤어지는 건 한순간이구나.’


결국 우린 허무한 만남이 되었다. 나는 요동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태연한 모습을 하고서 검술학원으로 돌아왔다.


“바로 퇴근하라니까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설마 싸운 건 아니지?”


“펠릭스. 난 수석교관이고, 수업은 언제나 중요하다.”


“형. 이렇게 원칙이란 원칙은 다 지키면서 살다가는 형수한테 차일지도 몰라. 모처럼 찾아왔는데 이건 너무했어.”


“너무하긴 뭘 너무해.”


“어허. 사람이 적당히 융통성도 있어야 하는 거 몰라? 같이 야간근무 설 땐 몰래 한잔씩 즐기기도 했잖아. 그때의 형이 그립다. 그리워.”


펠릭스는 나와 프리시아가 잘 되길 바라며 응원하고 도왔다. 아무래도 파혼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려야 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펠릭스.”


“왜?”


“나 말이다.”


“갑자기 왜 분위기를 잡고 그래. 괜히 불안하게시리.”


“오늘... 프리시아와 헤어졌다.”


“내, 내가 지금 뭘 잘못들은 거 같은데?”


“아마도 제대로 들었을 거다.”


“혀, 형. 어, 어쩌다 그렇게 됐어?”


“네가 차이면 어떻게 하냐고 입방정을 떨어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네.”


“그으래? 내, 내가 괜한 말을 했구나. 미안. 지, 진짜 미안.”


내 파혼 소식에 나보다 더 당황한 펠리스. 그는 허둥거리며 어쩔 줄을 모른다.


“방금 말은 농담이고, 이 리처드 닐슨이 더 이상 검귀가 아니라서 헤어지자고 하더라.”


나는 최대한 가벼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미소를 지으며 헤어짐의 이유를 전했다.


“우와-! 명문가인 레테 공작가의 수준이 고작 그것 밖에 안 되는 거야? 진짜 너무하네. 잘 나갈 땐 그렇게 사위삼고 싶어 했으면서. 에이. 이건 아니다. 진짜 아니다!”


펠릭스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는지 점점 분노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이럴 땐 동지가 있어서 좋네.’


나는 슬픈 일에 공감하여 주는 펠릭스의 분노와 화가 고마웠다.


잔뜩 흥분해서 씩씩거린 펠릭스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고요함이 느껴질 무렵, 펠릭스가 무거운 입을 연다.


“형 괜찮아?”


“괜찮지. 파혼이 뭐 대수라고.”


“다행이다. 근데 형?”


“또 왜?”


“우리가, 그리고 떠난 우리의 동료가, 제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대가가 고작 이런 결과를 위함이었을까?”


“펠릭스.”


“...”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기사답지 못하다.”


“아니! 난 하고 싶어. 그래야 갑갑함이 조금은 사라질 것 같네.”


“난 참으라고 했다.”


“형!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로 모르겠어.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야!”


“네가 만약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면 너는 검을 잡지 않을 테냐? 마족을 앞에 두고 네 안위만 챙길 거냔 말이다.”


“그, 그게...”


“우린 우리가 가진 신념을 위해 싸웠다. 그 힘으로 이 땅을 지켜냈지. 그거면 된 거다. 결과까진 우리의 몫이 아니야.”


“하아-. 알겠어. 알겠다고. 형. 근데 기분은 참- 더럽다. 젠장!”


팔이 잘렸을 때에도 별거 아니라며 호탕한 웃음을 짓던 펠릭스이다. 그런 펠릭스의 눈시울이 뜨겁게 변했다. 나는 격앙된 동생의 어깨를 토닥인 후,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모두 집합! 오후 훈련을 시작한다.”



“우우우. 오늘 퇴근하셨다고 들었는데 아니었습니까?”

“약혼녀보다 교육이라니. 이건 너무 합니다.”





**




하루의 일정을 모두 끝낸 나는 침대에 누웠다.


억누르고 외면한 상념들. 그것들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려 온다. 나는 결국 인상을 찌푸려야만 했다.


‘왜 하필 이런 순간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거야.’


나는 잊고 싶은데도 잊히지가 않는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은 주기적으로 나의 머리에 불현 듯 나타난다. 그날을 잊으면 곤란하다고.



추수를 앞둔 가을이었다.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마왕의 군대. 그들은 모두의 예상을 능가하는 강력한 힘을 지녔었다.


- 제국의 수도가 불바다가 되기 직전입니다.

- 어서, 어서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폐하.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전설의 마왕을 측근에서 보좌한다고 알려진 최강의 마족들 사천왕. 그들 중 하나가 포함된 마왕군의 선발대는 몹시도 강맹했다. 그리고 놀랍도록 대담하고 빨랐다.


제국에서 사천왕과 대적할 실력을 보유한 기사는 오직 둘로 그들은 검제와 검성으로 불린다. 이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수도와 멀어진 상태였고, 이 시기를 이용한 마왕군은 과감하게 정면승부를 시도했다.


허를 찔린 제국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돌격하는 저들을 막아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자신들의 진격이 절호의 기회라는 걸 파악한 마왕의 군대는 황궁을 목표로 폭풍처럼 진군했고, 들려오는 정보는 방어선이 빠르게 함락되고 있다는 패배의 비보가 유일하다.


- 나는 황실의 자부심인 황궁과 수도의 백성을 버린 군주로 기억되지 않을 테다. 너희는 황태자와 함께 자리를 피하여 미래를 도모하여라. 나는 천녀의 수도에서 군주의 위엄을 지키며 끝까지 싸우겠다.



황제는 수도를 버릴 마음이 없었다. 그는 최후를 각오하며 최후의 결사대를 꾸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 짐과 함께 수도를 지킬 위대한 기사들이여. 홀연히 일어서서 제국의 근본을 지켜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최후의 결사대 ‘여명의 기사단’


- 리처드 닐슨. 그대는 이 영광스러운 임무의 적임자. 이 검으로 제국과 백성을 위해 싸워라. 짐은 나의 기사인 그대에게 패배를 허락하지 않으니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나 리처드 닐슨은 영광스럽게도 제국을 지키는 결사대의 대장이 되었다. 이제 우리가 무너지면 무수한 백성들이 거주하는 수도는 불바다가 되고, 제국의 기둥인 황제 또한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나와 나의 동료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우리 여명의 기사단은 그렇게 목숨을 등한시하며 마왕군과 수도의 방어를 두고 치열한 최후의 격전을 벌였다.



팅. 팅. 팅. 팅. 팅.


초저녁에 시작된 전투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그 끝이 보였다.


애석하게도 나는 사천왕의 한 자리를 차지한 패악의 군주 바루디스를 이길 실력이 없었다. 강자였던 놈은 시간이 지체되어 수도의 함락이 어려워졌음을 깨닫자 나를 가지고 놀았다. 코너에 몰리게 된 나는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발악했고, 이 과정에 검이 나아가야하는 새로운 길을 깨달았다.


- 사랑한다. 프리시아!


마지막 힘을 쥐어짠 나는 사랑하는 그녀의 이름을 외치며 최후의 검을 휘둘렀다.


새로운 깨달음이 알려준 검로를 따르며 남은 오러를 오직 하나의 점으로 응축하여 폭발시킨다.


승리를 확신하며 방심하던 패악의 군주 바루디스. 그는 달라진 나의 마지막 일검에 놀라 혼비백산하며 막아내려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늦었다.


서걱!

마침내 승패를 뒤집는 순간은 찾아왔다.



나는 결국 적장의 목을 베었다. 기적의 승리가 일어난 것이다.



쑤욱!


‘지, 지독한 놈!’


패악의 군주 바루디스는 목이 잘린 최후의 순간까지도 강력했다.


놈은 머리가 없는 상태에서도 기어코 손을 내밀어 나의 심장을 찌르는 저력을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죽음을 가까스로 피해갔다. 그렇지만, 죽음만이 나를 피해갔을 뿐이다.



그날, 리처드 닐슨은 살아남았으나 결사대의 대장 검귀는 전사하였다.




힘겨운 승리를 거둔 후, 부상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패악의 군주가 나의 심장을 찌르며 오러를 활성화시킬 수 없는 무능의 저주를 남겼음을.



이 저주는 생명에 지장을 주진 않으나, 나를 오러가 없는 무능한 기사로 만들었다.


‘이 끔찍한 저주!’



무능의 저주. 어떻게 해도 풀리지 않는 지독하게 끔찍한 저주.


나는 이 저주로 인해서 결국 파혼까지 당했다.


‘너는 목을 벤 나에게 제대로 복수한 모양이다. 바루디스. 결과적으론 네가 나를 이겼다.’


콰직!

나는 분노를 삼키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부디 끝이 아니기를.’




**




갑작스런 호출이다. 나는 수업을 잠시 중단하고는 학원장실에 들렀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앉게나.”


위대한 기사라 불린 샤이너 필립의 후손답지 않은 원장 드리온 필립은 특유의 움츠린 자세를 하고는 나의 앞에 자리했다.


“무슨 일입니까?”


“요즘 수시로 오는 연락이 있다네.”


“어떤 연락입니까?”


“자네에 대한 불만일세.”


“타당한 불만이면 제가 고치겠습니다.”


“자네는 반복 훈련만 시킨다고 하더군.”


“가장 중요하니까요.”


“다들 기사 가문의 자식들일세. 기본은 탄탄하다네.”


“아무리 아버지가 기사라도 부족한 건 부족한 겁니다. 어릴 때 어떻게든 탄탄하게 잡아둬야지요.”


“바로 그걸세.”


“예에?”


“자네의 이런 태도가 싫다는 걸세.”


“처음부터 이 부분은 합의하고 여기로 왔습니다. 벌써 잊으신 겁니까?”


“다들 검귀의 검술을 배우고 싶어 한다네. 예측하기 어려운 그 자유로운 검 말일세.”


“기본이 탄탄하면 변칙적인 검로는 얼마든지 만든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내가 안다고 무슨 소용이 있나! 학부모들이 그걸 이해하지 못하겠다는데. 사람들은 자네가 비기를 아끼려고 수업을 대충한다고 여긴다네.”


“벌써 잔기술을 가르치면 버릇만 나쁘게 잡힙니다. 전장에 투입될 기사들을 사지로 내몰고 싶습니까?”


“그만! 그만하세나. 난 늙고 힘없는 학원장이라 더는 압박을 견디기가 어렵다네. 해서, 자네와 필릭스 경의 계약은 이번 학기까지만 유지하겠네.”


드리온 학원장은 샤이너 검술학원의 주인이다. 그가 나가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소심해도 선택을 번복하는 사람은 아니니.’


나는 드리온 학원장이 제국의 미래를 위해 제발 함께하자며 간청해서 여기로 왔다. 그의 변덕은 기분이 나쁘나 내 위치가 주인이 아니기에 받아들여야 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어쩌다보니 학원장의 책상으로 시선이 가게 되어 거기에 떡하니 놓인 서신을 보게 되었다.


날개가 달린 검은색의 말 문양.


‘저건! 레테 공작가의 상징이잖아.’


“나가지 않고 왜 서 있는 건가?”


“이번 사안. 레테 공작가와 연관이 있습니까?”


“서신을 보고 그리 생각하는 겐가?”


“저 보란 듯이 놓여 있더군요.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빙빙 돌리지 않고 말하지. 난 서신을 받자마자 자네를 불렀다네.”


“학원장님은 선택이 꽤나 빠르군요.”


“뭐든 주저하면 얻는 게 적은 세상 아닌가. 늙으면 판단이 빨라야 한다네.”


그는 레테 공작가의 서신을 받자마자 내가 아닌 공작가를 택했다. 이런 자와는 더 할 말이 없다.


나는 일어서서 몸을 돌렸다.


“이번 일은 결코 잊지 않습니다.”


“허허. 자네가 아직도 검귀인 줄 아나? 제발 좀 잊지 말게나. 난 하나도 두렵지 않으니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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