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당한 소드마스터가 힘을 되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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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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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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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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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화

DUMMY

‘몸이 편하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어.’


펠릭스는 지난 며칠간 유달리 무료하고 따분한 시간을 보냈다. 수업을 하는 때에는 그나마 시간이 잘 흘러서 괜찮았으나, 나머지 시간에는 이유가 없는 갑갑함과 불편함이 조금씩 자리를 키워갔다.


‘이제 수업도 끝을 향하는데 형은 언제 돌아오는 거야! 흥미로운 일을 몰고 오지 않으면 뒤처리나 시킨 걸 그냥 두지 않을 거라고!’


리처드 닐슨이 대단히 유머러스한 인물은 아니었으나, 그와 있으면 지루하지가 않으며 언제든 검을 배울 수가 있다. 거기다 훈련을 두고 토론도 가능하기에 하루가 따분할 틈이 없다.


[중요한 일이 생겼다. 너를 믿고 자리를 비우니 돌아오는 순간까지 나의 부재를 채워라.]


리처드 형은 술에 잔뜩 취했던 다음날 쪽지 하나를 남기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천하의 검귀가 이렇게 무작정 떠났을까.’


이번 학기는 마무리 직전이다. 대부분의 교육은 이미 진행된 상태라 수석교관인 리처드가 없어도 큰 무리는 없다. 그렇지만, 그의 책임감을 고려하면 매듭은 반드시 스스로 해야만 옳다. 그게 검귀 리처드 닐슨이니까.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어.’


진탕 마시며 못 볼 꼬락서니도 보이고 나면 조금은 후련해지지 않을까 했었다. 펠릭스는 자신의 이러한 판단이 틀렸다고 여겨져 머리를 툭 치며 자책했다.


“난 이래서 안 된다니까!”


‘잘못되진 않았겠지? 아무리 형이라도 오러가 없으니 걱정이 생기네.’


리처드 닐슨이 떠나고 이제 9일의 시간이 흘렀다. 오러의 사용이 불가한 처지기에 불만을 품었던 자들로 인해 잘못되었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의 감정마저 생겨난다.


“다 큰 어른이 왜 걱정하게 만드는지 몰라.”


리처드가 맡긴 수업의 마무리에 전념하며 그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러면 된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지만 펠릭스의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고 갑갑했다.


‘내가 헤어질지 모른다고 입방정을 떨었더니 실제로 그렇게 됐잖아. 내 입이 문제니까 나쁜 생각은 가능하면 하지 말자.’


펠릭스가 혼잣말도 해가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기사단의 재롱둥이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네. 누구한테 맞았어?”


조금은 차갑게 들리기도 하는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 이 목소리는 너무도 귀에 익은 소리였다.


찌푸려졌던 얼굴을 금방 환하게 펴버린 펠릭스는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등에 활이 걸린 늘씬한 여자가 다가온다. 다부진 입술과 강인한 눈빛이 보통 성격은 아님을 증명하는 이 여자는 오른쪽 눈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턱까지 이어지는 긴 상처가 있어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었다.


“누나! 예르나 누나!”


예르나 스톤. 펠릭스가 리처드 닐슨 다음으로 존경하며 따르는 존재이다.


오랜만에 예르나를 만난 펠릭스는 반가운 마음에 힘차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성큼성큼 달려갔다.


펠릭스가 가까이로 다가오자, 예르나는 특유의 냉소적인 웃음인 오른쪽 입술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보고 싶었어. 누나! 진짜 보고 싶었다고.”


펠릭스는 남은 오른팔을 최대한 넓게 펼치며 예르나를 안으려 했다.


쉬익. 고개를 숙이며 오른쪽 사선 앞으로 나아간 예르나. 그녀는 펠릭스를 쉽게 피해냈다.



그리고,


“이게 어디서 징그럽게!”


퍽-!!!


적당히 힘이 실린 주먹으로 펠릭스의 복부를 가격했다.


“으윽!”


“오, 오랜만에 만났는데 배빵부터 먹이냐?”


“징그럽게 생긴 놈이 엉겨 붙으면 주먹이 나가는 거 몰라?”


“여전하네. 이 지랄맞은 성질은.”


“그렇지. 나야 늘 여전하지. 넌 더 나약해졌지만.”


“뭐?”


“고작 배빵에 무너지는 건 아니지 않아?”


“그거야 방심해서 그렇지.”


“코어 훈련을 게을리 했다는 말은 듣기 싫은가 보네.”


“당연하지. 내가 리처드 형과 얼마나 열심히 단련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펠릭스의 대답에 예르나는 오른 주먹을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단련의 결과를 테스트하고 싶어지는데... 괜찮지?”


“그, 그만하자. 누나. 팔도 없는 동생을 때리는 건 아무래도 아니야.”


“펠릭스야. 팔이 없으니까 때리는 거야. 세상이 흉흉하니 더 강해지라고 말이야.”


“우와. 이 누나 큰일 낼 사람이네. 이러니까 여태 시집을 못 갔지.”


‘아차!’


펠릭스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펠릭스야. 아무래도 이 누나가 진짜 큰일을 내겠는데?”


예르나의 얼굴에 생긴 검상이 빛나고 있다고 느낀 펠릭스. 그는 손을 크게 흔들며 사과했다.


“내,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살아. 그, 그러니까 누나가 이해해. 알겠지?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시끄럽고, 따라와.”


만나자마자 몸을 돌리는 예르나.


“어, 어디 가는데?”


“뭐라도 좀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출동 나갔다가 바로 와서 배가 고프네.”


예르나가 풀렸음을 느낀 펠릭스는 재빨리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리처드 형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왔구나. 내 말이 맞지?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


퍽-!!!


예르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또다시 펠릭스의 복부를 가격했다.


“으윽! 또 기습이냐?”


“억울하면 대비했어야지.”


“너, 너무해.”




펠렉스와 예르나는 가까운 곳에 자리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오랜만에 만났으면 술이나 마시지 왜 밥을 먹어?”


“내가 지금 술이나 마실 기분이 아니야.”


예르나 스톤이 술 마실 기분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술을 먹으면 꼭지가 돌아버릴지도 모른다는 뜻. 스스로 자제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술이야 늘 마셔서 솔직히 지겹지. 요즘은 나도 밥이 더 좋더라.”


“어떻게 된 거야?”


“...”


말을 자르며 묻는 예르나. 그녀의 눈빛은 진지했다.


‘그래도 걱정되어 바로 달려왔네.’


흙이 여기저기에 붙은 몰골을 보니 파혼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온 모양이다. 다투고 난 이후로 잘 찾진 않았어도 이럴 때 한걸음에 달려오는 걸 보면 친구는 역시 친구다.


“파혼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야?”


“...어 그렇게 됐어.”


콰직! 예르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살벌한 안광의 발산과 함께.


“내가 레테 가문을 조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해도 듣질 않더니... 결국 이런 꼴을 당하네.”


“형답지 않게 후회할 행동을 하긴 했지.”


“그래도 후회는 하던가 보네.”


“형이 좀 변했어.”


“그 고집쟁이 리처드가 변했다는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진짜야. 자기는 누나 말을 듣지 않은 바보라고 자책도 엄청 했어.”


“리, 리처드가 그, 그런 말을 했다고?”


눈빛이 어느 때보다 빛나는 예르나.


“그럼. 막 울기도 했다니까.”


“자, 잠깐만! 그, 그러니까! 헤어지고 나서 나를 생각하며 펑펑 울었다는 거지? 이게 맞아?”


“말이 좀 이상하기는 한데, 헤어지기는 했고, 누나를 언급도 했지. 술을 마시다가 울기도 했고.”


“그렇단 말이지?”


“...어. 그, 그렇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거야?’


펠릭스는 뭔가 이상하게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이 부분은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이게 중요하지 않으니까.


“리처드는 지금 어디 있어? 학원에선 보이지 않던데.”


“그게... 나도 몰라.”


“뭐어?”


“쪽지 하나 달랑 남기고 사라졌어.”


“이 새끼 설마! 나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누나가 더 잘 알잖아.”


“그렇긴 해도 요즘 변했다며? 믿긴 해도 괜히 걱정되네.”


“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믿고 기다리자.”


“됐고, 어떻게 사라졌는지 자세히 말해.”


예르나는 리처드가 어떻게 떠났는지를 자세히 알고 싶어 했고, 펠릭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상세히 설명했다.


“상황을 종합하면 목적이 생겨서 떠났고 봐야 해. 그것도 갑자기 우발적으로 생긴 목적. 여기서 책임감 강한 놈이 자기가 해야 할 일마저 네게 맡기고 떠났다는 것도 추가하면 그림은 나오지.”


“항상 느끼지만 누난 진짜 예리하다.”


“그만! 너한테 칭찬 듣고 싶진 않네.”


“왜?”


“넌 늘 생각이 없잖아.”


“누나가 있으면 내가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그러는데?”


“이게 확!”


예르나는 손을 들었다. 펠릭스는 남은 팔 하나를 머리 위로 들어 막으려 했고.


이상하게 싸늘하다.

예르나는 주변을 살폈고, 자신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껴야 했다.


‘뭐야? 내가 아픈 사람을 괴롭히는 광경이 되었잖아.’


“손 내려라.”


예르나는 자신의 손을 먼저 거두며 말했다.


“싫어. 내리면 바로 때릴 거잖아.”


“아니니까 내려.”


“아 싫다고.”


“이게 확!”


팍!

예르나는 결국 주변의 시선을 외면하며 한 대를 때렸다.



다들 놀라서 조용해진 레스토랑의 분위기. 예르나는 이 고요함 속에서 핵심이 될 무언가를 찾기 위해 궁리했다.


“아무리 봐도 수련이 목적으로 보인단 말이야. 수련이 맞다고 가정하면 리처드는 어디로 갈까?”


“수련? 형이? 그럼 빤하잖아.”


“아-!”


“야솝산!”

“야솝산!”


펠릭스와 예르나는 거의 동시에 같은 결론을 내렸다.


“너와 내 생각이 일치한 걸 보면 야솝산이 분명하네.”


예르나의 말에 펠릭스는 동의한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야솝산이라는 추론의 결과가 나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예르나.


“더 안 먹어?”


“입맛이 없네.”


“지금 당장 야솝산에 가려는 거지?”


고개를 끄덕이는 예르나.


‘급한 건 여전하네.’


“너도 갈래?”


“난 수업이 있어서 못 가.”


“어쩔 수 없지. 나 먼저 나가니까 넌 천천히 먹어.”


마음이 급한지 즉시 자리를 떠나려는 예르나이다.


“누나. 형 때리진 마라. 폭력은 나 하나로 충분해.”


“이게 진짜!”




**




야솝산은 내가 수련을 위해 종종 찾았던 산이다.


나는 산의 깊은 곳에 지어진 방치된 오두막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이제부터 오직 오러 하나만 생각하자.’


생각이 복잡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곤 한다. 지금부턴 나는 무능의 저주를 이겨내는 것 하나만 생각하겠다.



나는 두 손을 들어 양손으로 오러가 방출되도록 했다.


치지지지직. 치-직. 치이이익.


‘불규칙하고 연속성이 없어. 기운 자체도 미약하고.’


잠시 나왔다가 금방 힘이 빠지며 사라지는 오러.

나는 오러가 어떻게 나오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 힘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특징을 살폈다.


‘조금만 더 하면 알 것도 같아.’


나는 오러의 힘이 끊어질 때까지 이 힘을 멈추지 않고 사용하는 행동을 반복해서 했다.


‘알겠다. 어떻게 해서 오러가 방출되는지!’


나는 기뻤다. 이 현상의 이유를 드디어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건 일종의 누수야.’


나의 심장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오러가 나오고 있다. 무능의 저주에 미약한 균열이 생긴 것이다.


‘작은 틈으로 나온 오러라 힘이 약하고 일정하지도 않았어.’


현상을 바탕으로 원인을 파악했다.


그렇다면,


‘어디가 뚫렸는지 찾아내야 한다. 반드시!’


미약한 틈. 이제부터 그 틈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면... 검귀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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