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 아카데미의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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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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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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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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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른 아카데미 08

DUMMY

8.


“내 말이 맞지 않느냐? 브리시카. 역시 몸보신에는 고기만한 것이 없다!”


사라발이 제가 차려주기라도 한 것처럼 고기죽을 먹고 있는 브리시카에게 소리쳤다.


그 옆에서 손님 겸 일일 주방장으로 온 브리시카와 같은 신입생. 안나는 사라발의 머리를 거침없이 쓰다듬었다.


언행이 방정맞긴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눈쌀 찌뿌려지기도, 혹은 귀엽다고 손이 자꾸 가기도 한다. 사라발은 후자였다. 적어도, 이렇게 ‘작아진’ 상태에서는 그렇다.


“얘 진짜 귀엽다. 브리시카라고 했지? 강의 들을 때 몇 번 봤었는데. 내 이름 알아?”

“그게······.”

“나는 안나야!”


낯을 가리는 브리시카에게, 안나는 성큼 다가왔다.


마력 탈진에 이어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어버버- 하고 있지만, 브리시카도 내심 그런 안나가 싫지 않았다.


어쨌거나, 자기 일도 아닌데 방실방실 웃으면서 학생회장을 따라와서는 죽(사라발이 좋아하는 고기가 다량으로 들어간)을 끓여주고, 먼저 물꼬도 트니 싫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안나는 지금까지 소환 의식을 실패하기만 한 브리시카에게 아카데미에서 사귄 첫 친구라 할 수 있었다.


“브리시카? 식욕이 없느냐? 그렇다면 소환수인 내가······.”


촵촵. 사라발은 ‘새끼 호랑이’가 먹기에는 지나치게 큰 죽을 단순에 해치우고는 제 주인의 몫까지 넘보고 있었다.


그런 사라발을 말린 건 브리시카도, 카밀라도 아닌 안나였다. 그녀는 사라발을 뒤집어서는 배와 옆구리를 마구마구 간지럽혔다.


“가, 간지럽다! 만지지 마라!”

“이 배는 다 뭘까요? 뭘 먹고 이렇게 배가 출렁거릴까아?”

“으히히, 가, 간지러··· 흐헤헤헤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브리시카의 소환수가 아닌, 안나의 소환수인 것처럼 착각하기에 적절한 장면이었다.


브리시카는 입학 삼주 만에 겨우 통성명을 한 안나가 자기보다 사라발을 더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고는 묘한 감상에 빠져들었다.


사라발은, 주인을 잘못 정한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하지만 그런 생각은 사라발의 구조 요청에 사라졌다.


“살려다오! 브리시카! 너는 내 주인이지 않느냐!”

“세상에, 얘 너무 귀엽다. 브리시카, 얘 뱃살 좀 봐. 완전 출렁거려!”

“···응.”


괜한 생각이었다. 식사를 끝낸 브리시카에게 안나는 미련없이 사라발을 건넸다. 쌀알은 적고, 고기가 배는 많은 죽은 맛있었다.


“언제 소환한 거야? 지금까지 못봤는데. 난 지금까지 브리시카가 정령 소환사인 줄 알았거든. 정령들은 필요할 때만 부를 수 있으니까.”

“그게··· 추가 소환 의식에서 계약했어.”

“추가? 추가면··· 세 번째에? 대단하다!”

“대단한 건가?”

“당연하지! 선배님들이 얘기해주셨는데, 3번째 소환 의식에는 정령석도 엄청 작은 걸로 준다고 하더라. 진짜 그렇게 작았어? 정령석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부스러기를 준다던데. 그쯤 되면 재능이 없다나? 그런데도 브리시카는 이런 귀여운 환수랑 계약한 거잖아. 엄청 대단한 거지!”

“대단······.”


아카데미 입학 이래. 이런 직설적인 칭찬 세례에 브리시카는 얼굴을 붉혔다.


모친이 죽고, 홀로 남게 된 그녀는 ‘어른’처럼 굴려 안팎으로 노력하고 있었으나 아직도 칭찬이 고픈, 타인의 관심이 고픈 소녀인 것이다.


브리시카는 가만히만 있어도 생기의 반짝임을 보이는 안나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사라발’의 ‘주인’으로서 같이 배를 만지고, 식탐을 그만 부리도록 장난 겸 교육을 했다.


그렇게 두 신입생은 빠르게 친해졌다.



* * *



카밀라가 물었다.


“안나라고 했지? 어디 출신이라고?”

“종족연합에서 왔다고 하더라고.”

“고?”

“···요. 누나, 사석에선 그냥 편하게 말하면 안 될까?”


나이차가 거의 두 배는 나는 어린 동생. 윌리엄의 말에 카밀라 부총장은 눈을 부라렸지만 이윽고 거두어들였다.


윌리엄도 삼학년. 곧있으면 현장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미 크루그먼 가문에서도 차기 가주로 정해진 지금. ‘부총장’이니 ‘누나’니 하는 위치를 핑계로 존댓말을 강요하기에는 너무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카밀라는 아카데미 입학 이후로 빠르게 키가 크고, 순식간에 사내다워진 윌리엄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이복남매긴 해도, 후계자 경쟁 따위를 치르며 모르는 사이보다 못한 사이인 다른 귀족 가문과는 달랐다.


카밀라는 크루그먼 가문의 가주가 된다거나, 가문을 이끌고 갈 생각 따위는 애당초 한 적이 없었다.


그런 귀찮고 번거로운 자리. 준대도 이쪽에서 거절하겠지··· 카밀라는 작년까지만 해도 조금은 남아 있었던 앳된, 소년의 어리숙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동생을 보았다.


윌리엄은 날이 갈수록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었다.


잡티 한 점 없는 고운 피부에 태양처럼 반짝이는 금색의 선연한 머리카락은 숫사자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잘생긴 내 동생. 누가 데려갈까 정말 부럽네.


카밀라는 윌리엄이 데리고 온 ‘안나’라는 신입생이 순식간에 끓인 고기죽을 윌리엄에게 내밀었다.


“이것도 먹어.”

“···난 애가 아니야. 기억 안나? 성인식도 치렀는걸.”

“그래도, 누나 눈에는 여전히 애인걸.”

“진짜, 남들 앞에선 그런 소리 하지 말아줘.”

“흐흥.”


아카데미에서, 사람들이 보는 ‘밖’에서는 당연히 부총장으로서 위엄을 지킨다.


가족이라고 해서, 동생이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하지는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석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 일. 카밀라는 ‘학생회’와 가문의 일, 그리고 날을 가리지 않고 일이 벌어지면 현장으로 지원을 나가는 윌리엄이 식사하는 것을 가만 지켜보았다.


그것이 제 몫의 고기죽을 먹고 있는 동생에게는 퍽 부담스러운 애정임을 알면서도.


어쨌든, 카밀라는 십여년 전 윌리엄이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짝사랑해왔다.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동생으로서. 내리사랑인 것이다.


그런 ‘누나’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윌리엄은 한 가지 꺼내지 않으려던 주제를 꺼냈다.


“누나.”

“왜?”

“아버지가 그러시는데, 결혼할 사람은 언제 데려오냐고 하시더라.”

“······.”


카밀라 부총장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


팔방미인이라 할 수 있는 카밀라 부총장에게도 약점은 있었다. 미혼이라는 것.


윌리엄과는 달리 카밀라는 모계의 특별한 혈통으로 인해 노화가 느리긴 해도, 진짜 ‘장생종’인 엘프들처럼 오래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보통의 귀족 가문에서는 열살이 채 지나기 전에 가문끼리 정해진 약혼자가 있고, 일부는 성인식을 치르기도 전에 부부의 연을 맺기도 한다.


그런데 카밀라 부총장의 올해 나이는 33세. 다른 귀족 가문의 영애라면 애를 셋에서 넷은 낳았을 시기임을 생각한다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그, 그게에··· 나도 아빠한테 사위를 데려가고 싶기는 한데······.”

“···알았어. 아버지한텐 내가 잘 말해볼게. 그래도, 너무 끌면 곤란해. 올해도 소식이 없으면 아버지가 미리 알아본 사람이 있다니까, 강제로라도 결혼을 시킬 생각인 것 같더라.”

“아니! 나 아직 젊거든? 한창 때야!”


닥쳐온 현실에 기겁하는 이복누이에게 윌리엄은 치명타를 가했다.


“누나, 눈가에 잔주름 생겼어.”

“거짓말!”


급히 손거울을 꺼내든 카밀라는 눈가를 살폈다. 윌리엄의 말대로였다. 어,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파르르- 떨리는 길고 고운 속눈썹이 애처롭게 떨렸다.



* * *



‘짐승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군. 이 계집.’


안나, 라고 했던가? 첫만남에서부터 손맛(때찌때찌)이 보통이 아니더라니, 짐승 다루는 손길이 능숙했다. 나도 모르게 잘못했다고 소리를 지르게 만들 정도였으니.


말해 무엇하랴. 우문고비의 산군을 순식간에 제압한 여자? 풍기는 냄새도 그렇고, 뭔가 특별한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짐승’의 본능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이제, 진짜 배 안 고프지? 더 달라고 해도 없어. 다 먹었잖아.”

“나를 돼지로 아는 거냐? 브리시카. 나는 우문고비의 산군. 환수계를 다스리는 위대한 사신수의 일각······.”

“네에 네에. 우리 대단하신 사라발 님. 지금은 이렇게 반항 못하는 어린 호랑이가 아닌가요? 소환사의 말을 잘 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돼지가 아니면 너무 먹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건 어떻게 설명하려나?”


브리시카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나를 제법 능숙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브리시카, 아무래도 친구를 잘못 사귄 것 같다. 아카데미에 학생들은 많으니, 다른 친구를 알아보는 편이······.”

“때찌한다?”

“안나는 정말 좋은 친구다! 학생회장 윌리엄도 그렇고! 카밀라 부총장도 멋지다!”

“옳지. 착하다.”


안나의 조언에 따라 브리시카는 약간의 ‘소환수 행동 교정’을 했다.


물론, 대상은 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사람의 손’은 본인들은 모르나 엄청나게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모든 털 달린, 귀엽다고 생각하는 생명체라면 쓰다듬고자 하는 사람의 본능은 나 같은 환수에게도 그 힘이 그대로 통했다.


소환사와 연결된 링크 때문일까? 브리시카가 내 머리를 만지거나 얼굴에 대고 비비는 등의 행위를 하면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해도 그럴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굳이 안나처럼 내 엉덩이를 ‘때찌때찌’할 필요도 없이 브리시카가 ‘안 돼’ ‘하지마’ ‘사라발, 혼날래?’ ‘스읍···!’ 같은 말한마디만 하면 나도 모르게 몸이 얼어붙었다. 심장이 철렁이고, 자연스레 브리시카의 눈치를 보았다.


이게, 링크의 효과? 본래라면 우문고비의 산군인 이 몸을 이런 여리여리한 인간 계집이 쉽사리 다루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나, 이미 늦었다.


“기다렸지! 브리시카네 집 엄청 넓더라! 이불이랑 배개도 엄청 많고! 가장 좋아 보이는 걸로 가져왔어!”


쾅!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안나였다.


막시밀리앙 총장이 브리시카에게 내어준 ‘별관’에는 정말 방이 많았다.


안나는 마치 모험을 하듯 별관을 돌아다니며 이불과 배개를 사냥해 온 것이다.


그래, 사냥. 나는 안나의 행동들이 능숙한 사냥꾼처럼 보였다. 혹은, 들판과 산을 오가는 맹수 따위로.


“기숙사 말고 여기서 계속 있고 싶다. 완전 좋아! 이렇게 넓은 집은 처음이야!”


이제 안나는 스스럼없이 브리시카에게 장난을 쳤다. 아직도 ‘마력 탈진’의 휴우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 주인. 브리시카는 안나가 던진 이불에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그래봐야 푹신한 침대에 누운 것에 지나지 않지만. 안나는 고양잇과 맹수처럼 순식간에 질주해 침대 위로 날아들었다. 착지한 곳은, 브리시카의 옆이었다.


“기숙사에는 위아래로 엄청 시끄러웠는데. 여긴 엄청 조용해. 브리시카, 완전 부럽다. 총장님이 이 별관을 주셨다고?”

“아, 응. 나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사라발이 기숙사는 싫다고 해서······.”

“나도 여기서 살고 싶어!”


안나가 소리쳤다. 나는 브리시카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꿈도 꾸지 마. 여긴 ‘내’ 집이야.


하지만 ‘링크’를 통한 내 의지에 브리시카는 심드렁했다.


“우리 귀여운 사라발! 같이 잘까?”

“우웁!”


안나가 나를 집어 브리시카와 본인 사이에 끼웠다. 낌낌. 기낌이 낌낌 낌서 낌낌낌낌. 내가 무슨 인형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무자비하게 자기네들 가슴팍에 끼워놓고 압착하는데, 숨쉬기 힘든데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언니나 여동생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렇게 친구랑 같이 자게 될 줄은 몰랐어. 좋다. 히히-.”


안나가 웃었다. 해맑은 그 미소에 내 주인. 브리시카도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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