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 아카데미의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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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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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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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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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 01

DUMMY

1.


‘이번이 마지막이야.’


브리시카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소환의 제단 앞에 섰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은, 제국 소환사 아카데미인 소른(thorn) 아카데미에서 마지막으로 계약할 소환수를 불러올 의식을 치르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브리시카는 하프엘프답게 인간도, 엘프도 아닌 그 중간즘에 위치한 어중간한 귀가 움직이지 않게끔 모자를 쓰고는 제단 위에 올랐다.


제단에는 ‘마지막’까지 소환수와 계약하지 못한 학생을 위한 정령석이 놓여 있었다.


‘작아.’


브리시카는 제단에 놓인 정령석이 작다는 것을, 정말 새끼 손톱의 반의 반절조차 채 되지 않는 ‘찌꺼기’수준인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대놓고 교수와 소른 아카데미를 탓할 수는 없었다. 정령석은 새끼손톱만한 크기라 할지라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소환술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정령석은 무조건 그 효용을 다한다. 한번 소환하고 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소른 아카데미에 제국이 상당한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지만, ‘재능 없는’ 학생에게까지 정령석을 아낌없이 쏟아부울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다.


오히려, 성적과 재능에 따라 소른 아카데미 안에서 학생들이 받는 대우는 천차만별이다.


동부연합왕국의 높으신 분들, 그러니까 귀족과 간혹 왕족들도 입학하는 소른 아카데미에서는 ‘재능’에 대한 차별대우와 동시에 ‘신분’에 따른 차별대우가 공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소른 아카데미에 입학한지 고작 삼 주 만에 브리시카는 양쪽 세계에서 ‘최하위층’이 되었다.


이대로 ‘마지막’ 기회에도 정령이나 소환수를 불러오지 못한다면, 브리시카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아카데미를 떠나야 했다. 졸업까지 ‘최하위층’으로 지내며 버틸 수도 없는 것이다.


“무슨 문제 있나?”

“···아니요. 괜찮습니다. 발더 교수님.”


차원 너머에 있는 소환수를 유혹하기에는 정령석이 ‘너무’ 작다고 투덜거리기에, 브리시카는 앞서 해먹은 정령석의 크기가 상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프엘프. 브리시카는 하프엘프였다.

인간 어머니에 엘프 아버지를 둔.


일부 높으신 분들이나 순혈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잡종’이라 불리는 ‘천한’ 것이 바로 브리시카였다.


그녀는 다른 재학생과 신입생들이 자신을 ‘잡종’이라 부르는 것을 삼 주 만에 알았다. 왜 삼 주냐면, 소환의식을 하는데에는 최소 일주일의 텀을 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잡종’ 브리시카는 아카데미 부지를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정령 혹은 소환수들을 데리고 있는 다른 신입생들, 그리고 선배와 교수들이 부러웠다.


이번 ‘열등생’의 마지막 소환의식을 지켜보고 감독하고자 기꺼이 주말도 반납하고 온 발더 교수의 팔에는 그의 A급 소환수가 꾸물거리고 있었다.


초록의 밧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뱀 소환수다. 강력한 맹독을 지닌 데다가 의외로 주인에게 충성심이 깊어 한번 명령받은 일이라면 꼬리가 달아나도 반드시 지키는 충성스러운 소환수로 명성이 높았다.


“시작하도록. 브리시카.”

“예, 예···!”


브리시카는 발더 교수의 재촉에 제단 위에 섰다. 다른 신입생들은 한 번으로 끝냈을 소환 의식에 쓰이는 주문이 이제는 불안함 속에서도 저절로 나왔다.


“위대한 정령의 주인이여··· 세계의 수호자들이여··· 지금 이 자리에 소환사 브리시카가 원컨대 부디 당신을 위한 제물을 받으시어 이 땅에 강림하사······.”


지난 일주일 동안 정령과 소환수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온갖 미신적인 일은 물론이고, ‘정령력’ 혹은 ‘마력’에 좋아지는 음식이라면 진한 사기의 냄새가 나더라도 애써 무시하고 죄다 사들였다.


덕분에 배탈로 며칠 고생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아무도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기대와는 별개로 체내에 맴도는 좁쌀만한 마력은 콩알만큼 커지긴 했다.


이정도면, 그래도 하급 정령이나 전투에는 쓸모가 없지만 그래도 애완용이나 초보 소환사에게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하급 소환수들을 불러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이번에는 정령석이 작지만, 소환사의 기초적인 자질인 마력이 올라갔기에 브리시카는 애써 밝은 미래를 그렸다.


‘으으, 제발! 제발 나타나줘! 정령님!’


브리시카는 ‘잡종’ 소리를 듣는 하프엘프였지만, 그럼에도 마력과 정령력에 친화력이 높은 엘프의 피를 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보통의 재능을 가진 인간 신입생들보다도 못난 마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인지는 모른다. ‘잡종’이라고 해서 더 잘난 후대가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메아리 같은 말만을 되풀이해 들을 뿐.


그녀는 ‘콩알’ 만해진 심장의 마력을 전부 쥐어짜내 소화의식에 온 집중을 다했다. 지켜보던 발더 교수는 ‘이번에도인가······.’ 같은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자세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손톱’보다도 작은 크기의 정령석을 내어준 것은 빤했다. 정령석이 작은 이유는 소른 아카데미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이지 브리시카가 ‘마지막’에라도 정령이나 소환수를 불러올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아아ㅡㅡ······.


‘콩알’만한 브리시카가 만들어낸 소환문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손톱의 반절의 반절도 채 안되는 정력석도 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소환의 의식은, ‘이번에도’ 실패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 브리시카는 포기할 수 없었다.

아니,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가문을 일으켜 세워야 할 책임이 있었다. 브리시카 로세이어(Brissica Roseae). 그녀는 로세이어 가문을 다시 부흥할 것임을 약속했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그리고 복수도. 브리시카는 자신은 몰라도, 적어도 어머니는 두고 떠난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 엘프를 찾아가 그 죗값을 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소른 아카데미를 불명예스러운 방법으로 퇴학당하게 된다면, 가문의 부흥도 복수도 모두 타고 남은 재처럼 의미를 잃게 되리라.


브리시카는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소환문을 유지시켰다. 제발, 제발 나타나줘. 가장 약하고 볼품없는 혼래빗 같은 거라도 좋으니까······!


그런 브리시카의 간절한 기도에도, 한 줌조차 되지 않는 재능은 냉혹했다. 사아아······. 차원문이 작아지더니, 기어이 점이 되고는 본래의 고요하고 적막한 제단실로 돌아갔다.


척. 발더 교수가 쓰러진 브리시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소른 소환사 아카데미가 동부 왕국연합에 설립된 이래 소환술에 재능이 없어 낙제한 학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대개 이런 경우에는 학생들은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처럼 절망에 휩싸이지만, 세상에는 반드시 ‘소환사’가 되지 않아도 잘나가는 이들이 있다.


발더는 무뚝뚝하고 칼 같은 성격의 교수지만 그래도 무려 ‘세 번’이나 소환의식에 실패한 학생을 다독일 정도의 연민은 갖고 있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다른 교수들은 대학원생에게 일을 맡기고 편히 쉬는 주말에 자진하여 ‘낙제생’을 위해 제단실로 출근했겠는가.


“브리시카. 너무 낙담할 것 없다. 소환사가 되지 않아도 세상에는 여러 길들이 있으니까. 학원을 나가더라도 배울 수 있는 건 세상에 여럿 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소개장이라도 써주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우으··· 네······.”


브리시카의 얼굴은 당연히 엉망이었다.


‘마지막’ 기회. 첫 번째와 두 번째만 하더라도 엄지 손가락 한마디 정도는 되는 크기의 정령석을 사용했다.


앞선 두 번의 의식에서도 소환수를 불러오지 못했는데, 세 번째라고 해서 불러올 수가······.


“···어?”


묘한 기척에, 발더 교수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팔에 사슬처럼 얽혀 있던 뱀돌이도 놀라 샤아아- 혀를 떨었다. 그는 이미 닫힌 소환문이, 분명 ‘아무것도’ 없어야 할 제단의 위에 무언가가 서 있는 것을 눈치챘다.


‘이건···?’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소환의식에서 간혹 재능이 뛰어난 소환사들은 아카데미에서 준비한 ‘저급한’ 정령석으로도 A등급의 소환수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브리시카의 재능은 아카데미 재학생 가운데 최하, ‘밑바닥’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이 압도적인 기세는···!!’


소환 의식이 잘못되어, 너무나도 강하거나 ‘위험’한 소환수가 간혹 소환사를 해치거나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고 본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하지만 이곳은 소른 아카데미. 소환 의식을 가장 안전하게, 그리고 위험하지 않은 종류의 소환수만 불러올 수 있도록 돈지랄을 해서 만든 제단일진대··· 발더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교수인 자신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소환수를 마주했다.


그리고.


3번의 기회를 모두 허비한 끝에 나타난 소환수가 말했다.


“비켜라, 인간 남성. 네놈은 내 계약자가 아니다.”


제단실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의문이 들 정도로 거대한 호랑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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