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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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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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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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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 03

DUMMY

3.


고된 인내와 기다림은 지루하지만, 이를 만회할 보상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해가 다 지고서야 우문고비로 돌아간 나는 샤르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동이 트도록 잠에 들지 못했다.


‘아르메니아 대륙’이라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에닉스토의 말이 내 심장을 뛰게 한 것이다.


경계선에서 에닉스토와 만난 이후로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내 백성들이 사라진 장소를 찾아다녔다.


샤르가 잔소리 하기 전에 눈을 뜨면 곧바로 우문고비를 순찰하고는 곧바로 새로이 나타날 차원문을 기다렸다.


“지루해요. 사라발 님.”

“산책 갔다와.”

“혼자는 재미 없는걸요.”

“끙.”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이정도면 우넥 치고는 많이 인내한 거다.


나야 샤르가 잔소리만 안하면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같은 자리에 누워 드르렁- 코를 골 수 있지만, 우넥처럼 어리고 참을성 없는 어린 여우는 그러기 쉽지 않다.


특히,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는 순수 환수계 여우라면 더더욱.


“산책? 산책! 신난다! 야호!”

“순찰 겸해서 가는 거야.”

“그래도 좋아요!”


좋다고 풍성한 꼬리를 마구 흔드는 우넥이었다.


한 이틀 정도 지났나. 하루는 샤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날을 샜는데도 얌전히 순찰을 나섰고, 오늘은 늘어지게 자고 ‘소환문’ 혹은 ‘차원문’이 열린 곳으로 추정되는 위치에서 꼬박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한 바와는 다르게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 같은 건 열리지 않았다.


그냥 매일 보는 풀들. 나무들. 꽃들. 이리저리 장난치고 꼬리잡기 놀이를 하고 있는 우문고비의 백성들만 귀찮게 내 주변을 왔다갔다 할 뿐이다.


그렇게 적당히 우문고비를 순찰하고(어흥! 하는 약간의 장난도 곁들인) 마지막으로 경계지대로 가니 오늘따라 날개를 더 뜨겁게 달군 에닉스토가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느냐! 기다렸단 말이다!”

“에닉스토? 여긴 왜 또 왔어?”

“왜냐니. 사라발. 그대가 차원문? 이 열리면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


다른 사신수의 영토에 멋대로 들어가는 건 환수계의 균형을 어지럽히는 일이지만, 고연한 가르침이 떠오를리가 없었다.


긴박한 와중에 에닉스토의 허락을 받아 그녀가 다스리는 영토 ‘홉스골’로 향했다.


불새인 에닉스토답게 그녀는 불에 타지 않을 돌산에 제 궁전을 만들어놓았는데, 보통의 환수들은 그녀의 궁전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우문고비에 항상 물이 넘치는 것이 내 사신수로서의 능력 때문이듯, 홉스골이 후끈후끈한 사우나를 항시 유지하는 건 그녀의 능력 때문이었다.


“사라발 님! 저도요! 아 뜨거!”

“홉스골에 가면 위험한데··· 어쩔 수 없지.”

“히히.”


작은 꼬마 여우 한마리 정도는 내 권능으로 어떻게든 된다.


홉스골의 타오르는 불꽃 산맥(에닉스토는 자신의 궁전이라고 자랑하지만 내가 볼땐 영 아니올시다다)을 평범한 환수인 우넥이 들어가려면 내 보호가 절실했다.


나는 권능을 끌어올려 나와 우넥을 타오르는 불길로부터 보호했다. 그래도 열기 때문에 달구어진 공기는 숨 쉬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어서 가자!”

“어? 어. 그래.”


먼저 달려다가 정신을 차리고 에닉스토에게 ‘차원문’이 열린 곳으로 안내하라고 재촉했다.


그녀는 그렇게 어영부영 다른 사신수인 나를 자신의 ‘궁전’까지 안내했다. 활활 타오르는 게 아주 장관이라 산 정상에서 볼 때는 좋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제발 좀 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고는 들지 않는다.


으, 얘는 대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는 거람? 안 타나? 아, 맞다. 얘 때문에 홉스골이 이렇게 된 거지.


‘큰일이네.’


자꾸 ‘사람’답지 않고, 환수계의 멍청하고 띨빵한 환수들을 닮아가는 것 같다.


이렇게 몇 년 지나면 진짜 내가 전생에 사람이었는지도 까먹는 게 아닐까?


“후후, 이 에닉스토님의 궁전에 온 것을 환영하다. 사라발, 그대가 이 몸의 궁전에 처음 온 손님··· 아앗! 아직 말도 안끝났는데! 들어가지 말아라!”

“돌덩이랑 불밖에 없구만. 그나마 여기는 좀 낫네. 아, 이거야? 차원문이라는 게?”

“···다음엔 절대 초대 안할 거다.”


날개를 접고는 고개를 돌린 게, 딱 봐도 ‘나 삐졌쪄 흥!’ 하는 어린애다. 애새끼라고 부르지 않는 건 그래도 나랑 같은, 동등한 사신수니까 그나마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


“그만 삐지고. 이거 맞냐고. 여기로 너희 얘들이 넘어갔다가 돌아왔다며?”

“그렇다.”


그래도 적당히 머리 비비고 꼬리로 애교 좀 떨어주니 바로 기분이 풀어지더라.


역시 새대가리. 에닉스토는 자기 궁전 안에서 차원문이 나타난 게 그렇게도 자랑스러운지 고개를 뻣뻣이 펴고 아주 부리가 승천할 것처럼 자세를 취했다.


앞이 보이긴 하냐?


“이 에닉스토의 궁전이 차원문이 열리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저 차원의 인간 놈들은 판단한 모양이지. 후후··· 이렇게 공물도 들어오지 않았느냐?”

“어? 진짜네.”


에닉스토의 궁전. 아니, 불꽃에 휩싸인 돌산 꼭대기에는 정말로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기이한 문이 열려 있었다.


아니, 그 흔적이 남았다고나 해야 할까. 우리 환수계에 있는 환수를 불러들이기 위해 ‘미끼’가 그대로 쌓여 있었던 것이다. 에닉스토는 볼품 없는 가슴을 활짝 펴고는 으스댔다.


“후후, 이 미천한 살덩이들이 에닉스토님의 찬란한 휘광에 감화된 모양이지. 이렇게나 반짝이는 돌들을 바치다니. 이것이야말로, 환수계의 진정한 여왕이 누구인지 드러난 것이 아니겠느냐?”

“우와, 대단해요! 에닉스토 님!”


환수 아니랄까봐, 우넥이 별 것도 아닌 돌멩이를 두고 대단하다고 칭송했다. 곁에서 보는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 몸의 위대함을 알아보는구나. 우넥이라고 했던가? 여기 돌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가져가도 좋다.”

“음, 저는 괜찮아요. 돌멩이는 우문고비에도 많거든요. 먹을 수도 없고.”


우넥이 단번에 거절했지만 에닉스토는 여전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으스대며 ‘너희 영지에는 이런 거 없지? 나처럼 반짝거리는 돌들이 없지?’ 하며 자랑했지만 나는 가만히 반짝이는 돌들을 바라보았다.


뭔가, 기이한 것이 그냥 평범한 돌멩이는 단연코 아니었다.


‘가져가서 제대로 살펴봐야겠어.’


곧 있으면 해가 질 시간이다. 샤르가 왜 내가 집(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동굴이지만)으로 돌아오지 않냐고 찾을 것이다.


숨기고 싶다고 숨길 수 없는, 강력한 사신수의 기운으로 여기까지 쫓아오겠지. 그러면 가엾은 늙은 올빼미는 잘 구워진 통닭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기에, 나는 급히 꾀를 내어 에닉스토에게 말했다.


“이거, 하나 주면 내가 내일 돌아가서 이거보다 더 큰 돌 열 개 줄게.”

“열개나! 좋다! 가져가거라! 오늘 만난 장소에서 기다릴 터이니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임이야!”

“알았어, 알았다고. 걱정 마.”


샤르도 기다리겠다, 밤이 깊을수록 더 뜨거워지는 홉스골의 불을 우넥이 견디기엔 무리가 있어 우넥에게 돌을 집게 하고 그대로 우넥을 등에 업었다. 단단히 잡아. 이제 집에 갈 거니까.


“와, 사라발 님. 이거 자세히 보니까 예뻐요. 제가 가져도 될까요?”

“내가 먼저 좀 보고. 어떻게 쓸지 확인만 하면 네가 가지고 놀든 팔아치우든 알아서 해.”

“신난다!”


집, 아니 동굴로 돌아온 우넥은 밤이 깊을 때까지 내가 지켜보는 앞에서 반짝거리는 돌멩이를 가지고 놀았다.


잠이 들었을 땐, 샤르가 순찰을 마치고 동굴로 돌아왔을 때였다.



* * *



눈을 떴을 때, 샤르가 없었다. 우넥이 가지고 놀던 돌멩이도.


“샤르님? 샤르님!”

“말도 없이 사라질 올빼미가 아닌데······.”


우문고비를 샅샅이 뒤지고 다녀도 샤르는 보이지 않았다.


우넥은 보기 드물게 우울해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군침 흘리며 ‘사냥놀이’를 하고는 했지만 그건 지루한 환수계에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유흥이지, 진심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흘이 지나도 일주일이 지나도 샤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결국 에닉스토와 상의하게 되었다.


“샤르가 없어졌다고? 그 말 많은 올빼미?”

“어떻게 잘 아네.”

“알다마다. 원래 샤르는 우리 홉스골의 주민이었잖느냐.”

“뭐?”


‘어머님’한테도, 샤르 본인한테도 그런 말은 듣지 못했었는데?


아무튼, 수상할 정도로 아는 게 많은 올빼미의 과거보단 그녀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는 게 우선이었다.


‘샤르가 없으면 안되는데.’


나야 그냥 ‘어흥!’하고 무게만 잡는 행동대장일뿐, 진짜 우문고비의 지도자라고 하면 모두가 샤르인 줄 안다.


실세라고나 할까. 그렇게 다시 영역 경계선에서 만난 에닉스토와 우리(우넥도 따라왔다)는 끝없는 마라톤 회의 끝에 샤르가 ‘아르메니아 대륙’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에닉스토. 미안해. 원래 살펴만 본 다음에 다시 돌려주려고 했는데, 받아간 그 돌도 사라졌어. 샤르랑 같이.”

“괜찮다. 홉스골의 여왕은 고작 그런 것따위에 연연하지 않느니라. 그런 돌멩이는 더 많다.”

“많다고?”

“그래. 하등한 살덩이··· 왜 으르렁대는 거지? 인간이라고? 알았다. 인간 놈들이 위대하신 이 에닉스토를 찬양하며 비슷한 돌멩이를 계속 진상하더군.”

“그거다!”


에닉스토를 설득해 다시 그녀의 ‘궁전’으로 향했다.


돌멩이와 샤르가 같이 사라졌다. 그말인 즉, 돌멩이를 소유한 환수는 높은 확률로 ‘소환’당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샤르가 직접 차원 너머로 사라진 것을 본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데이터가 쌓일 정도로 많이 일어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직감이라는 게 있다.


한번 와봤기 때문일까. 에닉스토의 안내 없이도 불산을 빠르게 올랐다. 우넥이 그만 내 등에서 떨어질뻔하다 꼬리에 매달렸다.


“이 돌들로 어쩌게? 지난 번에 네가 준 돌들은 그저 그랬어.”

“그럴리가 없어요. 제가 계곡 아래서 열심히 고른 예쁜 돌들만 모아서 드린 거였다구요.”

“예쁘긴 한데, 봐봐. 이것들처럼 음··· 잘 모르겠네. 기운? 에너지? 사라발. 똑똑한 네가 대신 설명해.”

“그거 맞아. 기운도 맞고, 에너지도 맞고. 아무튼 우리랑 비슷한데 조금 다른 기운을 품고 있는 돌멩이가 우리를 ‘다른 차원’으로 통하게 해주는 것 같아. 에닉스토, 이것들 좀 빌릴게.”

“아앗!”


상황이 급했다. 새답게 ‘둥지’를 모아 자기 알처럼 쌓아둔 기이한 기운을 품고 있는 돌멩이를 단번에 쏟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우웅- 하고는 땅, 아니 공기가 떨리는 소리가 나더니 신호가 왔다.


“이거야! 인간들이 내게 돌멩이를 또 주려고 하는 거야! 이번엔 더 예쁘고 좋아 보이는 걸로 줬으면 좋겠는데!”


에닉스토가 불로 이루어진 날개를 펄럭거리며 좋아했다. 나는 조용히 ‘차원 너머’로 보이는 흐릿한 환영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위대한 정령이여. 성스러운 환수여. 지금, 차원의 틈을 넘어 나 브리시카의 부름에 응하라!”


흐릿한 형상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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