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 아카데미의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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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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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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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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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른 아카데미 06

DUMMY

6.


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윌리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익숙한 뇌조(번개 정령)가 윌리엄을 노려보고 있었다. 새로이 학생회에 들어온 신입생 몇몇은 강력한 뇌기를 띄고 있는 번개 정령을 보고는 헉소리를 내었다.


“무슨 일이지?”

“삐이.”


뇌조는 A랭크의 소환수다. 정령이지만, 물리력을 보유하고 육체도 지녔기 때문.


소른 아카데미에서 뇌조를 다루는 소환사는 단 둘. 부총창 카밀라 크루그먼과 학생회장 윌리엄 크루그먼뿐이었다.


학생회실로 들어온 뇌조가 목걸이처럼 달아둔 통을 내밀었다. 편지다. 누님이 쓴.


“···알았다. 금방 가지.”

“삐이.”


윌리엄은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는지, 창가에 놓아둔 상자에서 간식을 꺼내 뇌조에게 건냈다. 별 건 아니고, 말린 청어 따위다. 뇌조는 세 마리를 연속으로 삼켰다.


신입생들은 왜 냄새나는 생선 따위를 자꾸 창가에 놓는지, 오늘로서 처음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일이 생겼다. 여기서 음식 할 줄 아는 사람 있나? 죽이든, 뭐든, 아무래도 좋다. 환자가 먹을 만한 걸 만들 줄만 알면 된다.”


‘부총장’의 뇌조를 돌려보낸 윌리엄이 주말임에도 학생회실에 모인 이들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귀족 가문의 영식. 나이가 찬 학생회의 여학생들은 ‘신부 수업’ 내지는 크루그먼 못지 않은 대가문에 속한 영애들이었기에 주말에는 저마다의 일들로 바빴다.


윌리엄은 한숨을 내쉬곤, 뇌조를 통해 급히 호출한 장소로 가려 했다.


“저··· 죽이라면 어머니를 도와서 몇 번 만든 적이 있어요.”


손을 들고 일어난 건 신입생이었다.


안나, 라는 이름이었나? 윌리엄은 성적우수자로 학생회에 들어온, 저 멀리 ‘종족연합’이라는 곳에서 왔다는 신입생을 보았다.


안나는 짧게 친 머리를 한 검은머리의 소녀였다.


예쁘다면 예쁜, 하지만 크루그먼 같은 대귀족의 후예가 보기엔 ‘조금 아쉬운’ 미모를 지닌 소녀였다.


그래, 소녀. ‘레이디’나 ‘영애’ 같은 소리를 듣기엔 뭔가 수수하고, 크게 돋보이는 모습이 없는. 안나는 그 나잇대의 여자아이라면 누구나가 지니고 있는 환히 빛나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갖췄을 뿐, 크게 돋보이는 건 달리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환자가 먹을만한 ‘죽’을 만들 수 있느냐다. 정략결혼이나 남자를 홀리게 할 그런 반짝이는 미모 따위는 이번 일에 하등 필요치 않았다.


“안나? 미안하지만 도와줄 수 있겠나? 급한 환자가 생겼다는군.”

“얼마든지요. 전 괜찮아요!”

“고맙군. 나중에 반드시 사례하겠다.”

“사례까지야··· 급한 일인가요?”

“최대한 빨리 와달라는군.”

“네.”


안나는 쾌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금요일인가에 들어온 학생회의 뉴페이스는 방실방실 웃으며 윌리엄의 뒤를 따랐다.




* * *



“그러니까, 내가 힘을 너무 과다하게 쓰면 브리시카에게 가는 부담이 커진다는 뜻인가?”


재차 확인하는 사라발의 말에 카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군. 난 내 소환사에게서 어떠한 힘을 끌어다 쓰지 않았다. 내가 지닌 힘을 사용했을 뿐이지. 환수계에 널리 퍼져있는 영력이 이곳엔 상대적으로 적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크게 힘을 사용하지도 않았어. 그런데도, 브리시카는 카밀라. 그대가 말하는 ‘마력 탈진’에 빠졌다. 뭔가 설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군.”

“···정확해요.”


카밀라는 내심 놀랐다.


환수계에서 소환된 환수들은 그리 똑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눈앞의 새끼 호랑이, 아니 우문고비의 ‘산군’은 역시 산군이란 것인가? 어지간한 학생들보다 빠른 이해력,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찔러 들어오는 질문은 부총장 자리에 더불어 아카데미 정교수 직을 역임하고 있는 카밀라로 하여금 흥미를 동하게끔 했다.


강의를 들을 때 계약한 소환수가 학생들 옆을 지키고 있는 건 같지만, 실제로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가는 별개. 하지만 사라발은 소환수이면서도 진정 배우는 학생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말에 강의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설명해다오. 난 내가 지닌 힘의 지극히 일부만 사용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브리시카는 쓰러졌지. 다시 이런 이을 겪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그대들의 세계에서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도 알아야겠다.”

“복잡해요. 특히, 두 번째는요.”

“세상에 쉬운 일이 있기는 하더냐? 난 각오가 되어 있다. 브리시카가 없으면 그 지루한 환수계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다. 샤르도 찾아야 하고, 이 ‘아르메니아 대륙’이라는 곳을 더 보고 즐기고 싶다.”


황금같은 주말에 기숙사 당직, 총장 소유의 별관 청소, 마력 탈진으로 기절하듯 잠든 신입생의 간호까지 하게 된 카밀라는 의외의 ‘강의’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쨌거나, 열의를 지닌 학생이 배우겠다고 하는데 ‘귀찮아’ 하고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의 촛불이 다 타버린 늙은 교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라발은 시체처럼 잠든 제 주인. 브리시카의 옆에서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아카데미 교수로 일하고서, 소환수가 학생이 된 건 처음이네요. 하지만 사라발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것 같고··· 이렇게 의욕있는 학생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니까요. 브리시카도 사라발처럼만 열의가 있으면 좋을 텐데.”

“걱정하지 말라. 부족하면 내가 깨물어서라도 공부시킬 것이니.”

“후훗.”


으쓱하는 사라발의 턱 아래를 손가락으로 쓸은 카밀라는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사라발은 환수계를 다스리는 사신수의 일각이라고 했죠? 환수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네 환수요.”

“그렇다.”


카밀라는 깊이 잠든 브리시카의 머리를 쓸었다. 어찌나 머릿결이 고운지. 어떻게 관리하는지 깨면 묻고 싶을 정도였다.


찰랑이는 금발이 드워프 장인이 만든 금색 실처럼 길고 고왔다.


“일단, 시간만 충분히 지나면 아까처럼 사라발이 쓴 ‘간단한’ 바람 정도는 써도 브리시카가 마력 탈진을 일으키거나 하지는 않을 거예요.”

“왜지?”

“지금은 링크가 견고하지 않거든요.”

“링크가 견고하지 않다? 나와 브리시카 사이에 이어진 이 실이 언제라도 끊길 수 있다는 뜻인가?”

“그래요.”


정답이었다. 카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발은 똑똑한 학생이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천재는 아닐지언정, 하나를 가르치면 이어지는 둘, 셋은 추측하는 지혜로운 학생.


“소환사와 소환수는 한몸이다.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듣는 소리죠. 하지만 진짜로 소환사와 소환수는 한몸처럼 가까운 사이일까요? 처음부터? 노부부도 처음부터 서로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완벽한 한 쌍이었을까요?”

“무슨 뜻인지 알겠군. 나도, 브리시카도 모든 것이 처음이다. 어설프고, 어색하지. 모르는 것들 투성이고. 링크가 가늘고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튼튼하지 못한 건 우리가 아직 ‘처음’이기 때문인 것이야. 그걸 말하고 싶은 건가? 카밀라 부총장?”

“맞아요. 이 링크가 여기서 더 가늘어지는가, 그게 아니면 노부부처럼 끈끈해지고 서로가 없으면 절대 안 될 정도로 끈끈해지는가는 사라발에게, 그리고 브리시카에게 달렸어요. 소환사와 소환수가 진정으로 ‘한몸’이 되려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믿어야 하니까요.”

“이해했다. 당장 내가 브리시카와 계약한 건 대단찮은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지. 생각보다 일이 귀찮게 되었군··· 하지만 나쁘지 않아.”

“······.”


그리 말하는 사라발의 시선이 향한 건 카밀라에게는 없는 브리시카의 거대한 모성애였다.


카밀라는 사람도 아닌, 짐승까지 여인의 가슴 크기를 보고 거르는 행태에 탄식했다.


“분명, 어머님은 크셨는데. 왜 나는······.”

“뭔지는 몰라도 좌절할 것 없다. 카밀라 부총장. 그대는 아직 ‘성장기’가 아니더냐?”

“!!”


‘성장기’라는 말에 카밀라는 식겁했다. 설마, 알아차린 건가? 내 혈통을?


하지만 사라발은 부총장이 혈통의 비밀이 들통난 것인지 걱정하는 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서두는 이만하면 되었다. 왜 내 권능을 조금만 사용했음에도 브리시카가 마력 탈진으로 쓰러진 것인지도 이해했고. 앞으로 이 세계에서 편히 지내려면 링크가 견고해져야 하는데, 아카데미에서 교수들 데려다가 학생들 가르치는 것으로 보아 단기간에 링크를 강하게 만들고, 나 같은 다른 차원에서 소환된 소환수들이 적응하는 방법에 잘 알고 있겠지.”

“···정말, 사라발은 똑똑하네요. 겨우 졸업하는 못난이들이 반이라도 닮았으면 좋을 정도로요.”

“당연하지.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우문고비의 산군이지 않더냐? 이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라 할 수 있지.”

“떡? 그건 뭐죠?”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게 있어.”

“흐응.”


카밀라는 일단 사라발이 넘어가자는 대로 순순히 넘어갔다.


‘떡’이 뭔지는 뭘라도, 환수계에 있는 중요한 것일 수도 있었다.


이렇게 사람 말을 알아듣고, 강의 내용에 추측까지 하는 똑똑한 환수이니 내뱉는 말 하나도 허투루 흘려 들을 수 없었다.


‘···이 세계에는 떡이 없나 보네? 관용어를 쓸 때 주의해야겠다.’


정작, 사라발이 말한 ‘떡’은 환수계에도 없는 것이지만.


당연히 이를 알 리 없는 카밀라는 어떻게든 브리시카와 사라발을 달래 이런저런 정보를 빼낼 생각에 우후후 웃었다.


“이야기가 조금 샜군. 그래서, 방법이 뭐가 있지? 이왕이면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이면 좋겠다. 나도 브리시카도 돈은 많지 않으니.”

“돈이 있으면 링크가 더 빨리, 더 끈끈하게 강화되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돈이 없어도 방법은 많아요.”

“예를 들면?”

“늘 같이 지내는 것 정도? 매일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고. 어딜 가더라도 같이 다니는 거죠.”

“대성하는 길에는 지름길은 없다는 소리구나.”


한껏 실망한 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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