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 아카데미의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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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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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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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른 아카데미 03

DUMMY

3.


소른 아카데미 여자 기숙사는 이중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정문’을 지나면 자그마한 정원이 나오는데 이곳을 지나면 진짜 보안 마법이 걸려 있는 ‘여자 기숙사’가 나오는 식이다.


발더 교수는 브리시카와 동행해 황금같은 주말에 당직 근무를 서는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코까지 골며 엎드려 자는 꼴을 보았더랬다.


“크루그먼 부총장님?”

“쓰읍··· 누구야······ 바, 바바바, 발더 교수님?!”


침까지 흘리며 주말 당직의 서러움을 달래고 있던 건 다름아닌 소른 아카데미의 부총장. 카밀라 크루그먼이었다.


그녀는 과거 A급 번개 정령과 계약해 소른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한 빼어난 학생이었다. 졸업 후에는 ‘전설’적인 업적을 이루었다. 현역에서 이른 은퇴 후 카밀라는 남들보다 오 년에서 십 년은 빠른 정교수에 이어 이제는 부총장 자리에 올랐다.


카밀라 크루그먼. 그녀는 그야말로 여장부였다.


하지만 평범한 소환사들이 부러워할만한 경력과 고속 승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카데미의 ‘짬’에 밀려 주말 기숙사 당직을 서야 했다.


말로는 ‘공평’한 제비 뽑기라지만, 기이할 정도로 주말 당직에 자주 걸리는 것을 발더 교수는 잘 알았다. 이미 몇 년이나 보았기 때문이다.


“자, 잠깐만요!”


쾅! 급히 유리창을 닫고 커튼까지 친 카밀라는 방금 전에 보였던 침 흘리며 엉망이었던 ‘맨얼굴’에서 풀메이크업을 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평일. 강의나 교직원 회의에서 보던 완전무장을 한 얼굴을 보자 발더는 식은땀을 흘렸다.


거의 잠옷이나 마찬가지인 파자마도 이 짧은 사이에 갈아입었는지 무릎을 살짝 가릴듯 말듯한 치마에 굽이 조금 있는 구두까지 신은 채였다.


발더는 뱀 앞에 선 기분이었다. 소른 아카데미의 젊은 부총장이 젊고 유능한 남자 교수를 좋아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다.


“하, 하하! 안녕하세요, 발더 교수님. 좋은 아침이죠?”

“저희 지금 점심 식사도 하고 왔습니다만······.”

“어머, 시간이 벌써!”

“······.”


‘늦게까지 팔리지 못한’ 노처녀의 애잔한 모습을 보며 발더 교수는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아무튼, 금남의 구역인 여자 기숙사에 온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퇴학 예정자’에서 한순간에 ‘우등 장학생’이 되어버린 브리시카의 이사를 돕기 위해서다.


사실 신입생의 뒤치다꺼리를 정교수씩이나 되는 발더가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발더는 ‘사라발 님’과 조금이라도 더 얘기를 나누고자 기꺼이 이 일을 자처했다.


총장 막시밀리앙 레드리프의 부탁 아닌 부탁도 있었지만, 그보단 ‘사신수’라는 환수계의 지배자와 대화를 나누고, 그동안 명성 높은 소른 아카데미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파헤치고픈 열망 때문이었다.


“옆에는··· 브리시카? 아, 오늘 세 번째 소환 의식이 있었죠. 브리시카? 안타깝지만 소환사가 되지 못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거나 하는 건 아니야. 소환에는 재능이 없어도, 마법에는 여러 갈래가 있으니까······.”

“부총장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브리시카는 소환에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굉장한 소환수로요.”

“···예?”


발더 교수는 카밀라 부총장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카밀라는 눈을 글썽이며 발더 교수의 뒤에서 가만히 있는 브리시카에게 가 손을 잡았다.


“세상에··· 신들이시여. 엘론께서 브리시카를 정말 아끼시는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세 번째 소환 의식에서 그런 대단한 소환수와 계약할 수 있었겠니? 물론, 브리시카가 소환사로서 정말 대단한 재능을 지녔으니 가능했겠지만. 정말 축하한다, 브리시카!”

“아, 네··· 고맙습니다. 부총장님.”

“호랑이 소환수라니. 그것도 말을 하는! 그정도면 최소 A랭크 소환수는 될 테지. S랭크 소환수는 몇 없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정말 굉장하네··· 아카데미 역사상 재학생이 A랭크 이상의 소환수와 계약한 학생은 몇 없단다?”

“그, 그런가요?”


브리시카는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소른 소환사 아카데미는 소환사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계약한 소환수의 랭크가 배는 더 중요하다. 물론, 소환수가 소환사의 말에 제대로 복종하고, 응한다는 전제 하에서.


그러나 ‘사라발’ 같은 경우는 브리시카의 말에 제대로 응하지 않더라도 ‘사신수’라는 것만으로 엄청난 매리트가 있었다.


‘환수계’와 ‘사신수’ 등 아직 밝히지 못한 비밀을 파헤치려면 사라발의 존재는 대체불가능하다.


아카데미의 교수들은 ‘사라발’이 슬쩍슬쩍 흘릴 환수계의 정보만으로도 군침을 흘릴 것이었다.


카밀라 크루그먼.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정교수에 이어 부총장까지 승승장구한 그녀는 아직 만나지도 않은 ‘사라발’이라는 호랑이 소환수의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단숨에 꿰뚫어보았다.


“그런데, ‘집’을 내어주신다니. 그건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안 되네요. 저희 기숙사가 ‘작긴’ 해도 어지간한 소환수와 같이 지내기엔 부족하지 않을 텐데요?”

“그것이······.”


발더 교수는 ‘사라발 님’이 해먹은 정문을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사실대로 토로했다.


“맙소사, 신들이시여. 그렇게 큰 호랑이하고 계약했다고? 믿기지가 않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식당에서 고기 재고를 전부 다 해치웠을 정도니까요. 소 한마리, 아니 두 마리는 앉은 자리에서 해치운 것으로 보입니다.”

“식비, 감당 가능하겠니? 브리시카.”

“아······.”


소환수들도 먹을 수 있는 식사를 내어주는 것이 소른 아카데미다. 하지만 그것도 ‘보통의’ 소환수들에게나 해주는 아카데미의 혜택일 뿐. 앉은 자리에서 소 두마리를 해치우는 집채만한 호랑이를 매일 배불리 먹일 수는 없다.


제아무리 동부왕국연합과 인류제국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들 이는 아카데미의 재정에 크나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뭐, 그건 잘나신 총장님께서 알아서 해결해주시겠죠. 신입생이면 짐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들어가시겠어요?”

“총장님께서 시키신 일인지라. 아무래도 그러는 편이 좋겠다 싶습니다.”

“알았어요. 하지만, 저도 같이 가요. 브리시카. 방에 이상한 거 두지는 않았겠지?”


브리시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거라니. 그야 물론, 금전적인 여유가 넘치는 귀족 가문의 영애들은 ‘불순한’ 물건을 기숙사에 들여놓기도 하지만 그것도 이 학년이나 교수들의 눈치를 덜 봐도 되는 삼 학년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일부 대귀족이나 왕족들은 애초 기숙사를 이용하지 않았기에 걸릴 일도 없었고.


그에 비해 브리시카는 지극히 가난했기에 ‘이상한 거’를 들여놓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런 거에 쓸 돈이 있다면, 차라리 구멍 뚫린 양말이라도 한 켤레 더 샀을 것이다.


“그러니까··· 103호실이었던가?”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기는. 너도 주말 당직만 몇 년 서면··· 아, 아니다.”

“······.”


브리시카는 잘난체를 하려다 급히 고개를 정면으로 향하는 카밀라 부총장을 보았다.


그녀는 무척 아름답고, 멋있는 여성으로 동부왕국에서 유명인사였지만 동시에 ‘안 팔린’ 애물단지 중고 매물이기도 했다.


너무 뛰어난 재능과 소환사로서의 실력이 역으로 독이 된 케이스였다.


카밀라 크루그먼은 크루그먼 백작 가문의 명성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이제는 ‘대체 언제 결혼해? 아니, 결혼할 상대가 있기는 해?’ 하는 말이나 듣는 안타까운 노처녀였다.


‘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브리시카는 다짐했다. 철컥. 103호. 기숙사 문이 열리자 브리시카의 홀쭉한 지갑처럼 챙길 것도 거의 없는 방이 그대로 보였다.


“복도에서 있을 테니. 힘 쓸 일 있으면 부르거라.”

“딱히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이네요. 발더 교수님? 정문에서 기다리시면 금방 정리하고 나갈게요.”

“그래도 될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부총장님.”

“···카밀라라고 불러주셔도 되는데······.”

“······.”


발더 교수는 부총장의 마지막 말을 애써 못들은 척하며 급히 정문으로 빠져나갔다. 분명 걷고 있었지만, 달리는 것처럼 빠른 속도였다.



* * *



사신수. 환수계를 다수리는 가장 강력한 네 환수들. 이번에 소른 아카데미에 입학한 신입생 브리시카와 계약한 호랑이 ‘사라발’은 환수계의 일부를 다스리는 사신수의 일각이었다.


그런 강력한 환수를, 발더 교수는 여태 본 적이 없었다.


소른 아카데미가 생기고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드러난 적 없는 ‘사신수’와 만남은 발더 교수를 ‘근무 중’으로 바꿔놓았다. 그는 황금같은 주말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브리시카의 핏줄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건······.’


금남. 여자 기숙사에 온 건 다른 표면적인 이유들이 몇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그러했다.


식당에서 브리시카와 ‘사라발 님’과 식사를 한 뒤. 발더는 곧바로 총장에게 가 보고를 한 것이 아니었다.


아카데미 정교수의 권한은 생각한 것보다 커서, 해당 년도에 입학한 신입생의 이름과 기본적인 가족관계 따위가 적힌 서류를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천재’ 카밀라 크루그먼이 아니었더라면 다음 부총장은 따 놓은 당상이었던 발더에게는 그다지 어려울 것 없었다.


‘편모 가정에, 가문 이름은 누락되어있다? 평민이라도 아카데미에 입학할 정도라면 성이 없을 수는 없는데··· 뭐지?’


수상쩍었다. 문제는, 모든 ‘신입생’의 가문이나 가정 형편 따위는 모두 ‘총장’이 일일이 확인하고 입학을 허가한다는 점이다.


부총장인 카밀라 크루그먼도 어쩌면 알 수도. 하지만 오랜 교수 생활로 얻은 눈치는 부총장은 적어도 ‘브리시카’의 미심쩍은 입학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발더는 급히 서류를 원래 자리로 집어넣고 총장을 찾았다. 어찌됐든, ‘사라발’은 지체없이 보고가 올라가야 할 소환수였으니까.


“아, 저게 ‘사라발’인가? 브리시카 양은 내 따로 지낼 수 있게 짐 정리해서 들고 오게나. 내 ‘별장’을 내어주면 되겠군. 사신수라··· 이게 몇년만인지······.”

‘!!’


틀림없었다. 총장. 막시밀리앙 레드리프는 발더를 비롯한 아카데미의 다른 정교수들조차 알지 못하는 ‘사신수’를 알고 있었다.


발더는 그런 총장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일단은, 아버지를 비롯한 가문이 공란으로 되어있는 이 기이한 신입생과 사라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였다.


‘시간은 많아. 아카데미를 졸업할때까지는 삼 년. 사신수 정도 되는 소환수가 있으니 기준 미달로 퇴학은 없을 테고. 총장은 뭔가 알고 있어. 환수를 지닌 소환사들도 지나치게 적은 걸 보면, 뭔가 비밀이 있다.’


발더 교수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사실에 묘한 떨림을 느꼈다. 이건, 오래전에 두고 떠나온 소년기의 두근거리는 모험심일 거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무슨 비밀인지는 몰라도, 이게 아카데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거라면······.’


그땐, 발더 본인도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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