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 아카데미의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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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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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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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른 아카데미 05

DUMMY

5.


“엄청 크고 좋구나! 네가 지내던 기숙사에 다섯 배는 되는 것 같다!”


총장. 막시밀리앙 레드리프가 내어준 ‘별관’을 본 사라발이 소리쳤다.


‘별관’은 아카데미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여자 기숙사보다 아카데미에 더 가까웠다.


걸어서 십오분 정도 되려나. 거의 삼십 분은 빠른 걸음으로 오가야 했던 기숙사보다 통학이 더 편해진 것이다.


사라발은 연신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거주하게 될 ‘새 집’에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주인이자 소환사인 브리시카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소환수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소환사. 제아무리 격에 맞지 않는 강력한 소환수라고는 하나 제 소환수를 제 뜻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건 소환사 자격 미달이었다.


물론, 그 자격을 취득하고자 소른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신 별것 아닌 것에도 소리를 지르고! 컁컁거리고 멋대로 튀어나가는 사라발에 브리시카는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조용히 해줄래? 사라발.”

“싫다!”

“하아아······.”


차라리 계약에 실패해 퇴학을 당하는 게 나았을까? 바이올렛 마탑에서는 굳이 소환사가 아니더라도 기초적인 마법을 배울 수 있도록 강의 시스템이 과거와는 다르게 많이 나아졌다고 하던데······.


하지만 다 텅텅 비어버린 지갑을 생각하면 그 유명한 마탑의 ‘학비’는커녕 당장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부터가 문제였다.


당장은 ‘사라발’이 있어 이렇게 소른 아카데미에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소환수와 벌써 친해지다니. 브리시카는 좋은 소환사가 되겠군요.”


총장이 말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칭찬이었기에 브리시카의 얼굴이 붉어졌다. 칭찬이라니. 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이란 말인가?


“여기, 열쇠를 받으세요. 브리시카 양. 이 별관은 제게 주어진 것인제, 딱히 이곳에서 거주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일이 바쁘다보니 이 짧은 거리를 오가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브리시카 양이 받아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청소는··· 조금 해야 겠지만요.”


청소가 필요하다는 말. 그것도 ‘조금’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어 보였지만 그래도 기숙사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무엇보다도, 호랑이 환수인 사라발이 좋아한다.


워낙 영역을 넓게 가져가는 호랑이의 특성 상 기숙사. 그것도 건물 한 동을 다 쓰는 것이 아닌 ‘방 하나’로는 사고가 나도 단단히 났으리라.


“정말, 제가 이걸 받아도 되는 건가요?”

“그럼요. 소른 아카데미는 소환사를 위한 아카데미. 브리시카 양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새내기지만. 그래도 사라발처럼 강력한 소환수와 계약한 건 그만큼 당신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뜻이니까요. 교수들도 사라발처럼 강력한 소환수는 없습니다.”


총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일부만. 소환수만 놓고 비교한다면 사라발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소환수는 무척 드물 것이다.


하지만 소환수는 소환사와 한 몸. 둘이 합쳐 완성되는 존재이기에 ‘지금 당장’의 사라발은 그렇게까지 강하다고 할 수 없었다.


소환수의 능력을 온전히 끌어올리기 위해선, 그와 계약한 브리시카의 재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야 하리라.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소른 소환사 아카데미는 소환사의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진짜배기 소환사로 육성시키기 위한 교육기관이 아닌가. 군사적인 시설의 분위기가 더 짙지만.


천천히, 여유를 갖고 제대로 된 소환사로 육성하려면 고작 삼 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로 하겠으나 안타깝게도 동부왕국연합은 여유가 없었다.


소른 아카데미의 건립 목적은 차원 중첩을 해결하기 위해서지, 소환수와 소환사가 모두 행복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려는 ‘환상’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러한 이유로 소른 아카데미는 비교적 ‘저렴한’ 학비를 유지했다. 재능있는 소환사는, 차원중첩을 해결할 의무가 있다.


“주말동안 열심히 청소해야겠군요. 수업 진도도 따라가야 할 테고. 카밀라 부총장? 브리시카 양을 도와주시겠습니까?”

“네? 하지만 전 기숙사 당직을 서야 하는ㅡ”

“그런 건 아무나 시키면 그만입니다. 별관 청소도 하고, 소환사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상식을 알려주시죠. 발더 교수? 교수는 잠깐 말씀 좀 나누시죠.”

“예.”


총장은 그렇게 브리시카와 카밀라를 두고 떠났다. 발더 교수를 데리고.


아카데미로 돌아가는 총장과 발더 교수를 뒤로한 채 카밀라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무슨 얘기를 하시려고? 하지만 당장은 총장의 명령 아닌 명령에 따라야 했다.


카밀라는 총장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브리시카’ 혹은 ‘사라발’, 그게 아니라면 둘 모두를 곁에서 지켜보며 감시하라는 뜻임을 이해했다.


그도 그럴것이, 당장 ‘작아지기’는 했으나 사라발은 환수계에 단 넷뿐인 사신수의 일각이다. 당장 아카데미 부지를 뛰어다니며 동네방네 소문을 내기엔 여러모로 불안한 요소가 많았다.


“뭐, 할 것도 없이 기숙사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지. 브리시카? 전쟁을 치를 준비는 됐니?”

“어··· 아마도요?”

“졸업하고 현장에 투입되면 청소도 중요하답니다?”


카밀라는 소매를 걷었다. 오래도록 방치된 총장의 별관은 묶은 먼지는 물론이고 야생 동물, 혹은 이곳을 비밀 기지로 삼은 야생 동물 따위가 드나든 흔적으로 가득했다.


별관 청소는 ‘전쟁’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 * *



청소함에서 대걸레를 가져오던 브리시카는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맞닥뜨렸다.


“청소? 그런 걸 왜 하는 거지?”


‘새 집’을 살피고 온 사라발이 질문을 해온 것이다.


사라발이 걸을 때마다 아기 호랑이의 발자국이 복도에 남았다. 귀염뽀짝한 아기 호랑이의 천역덕스러운 물음에 브리시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아니 ‘사람’이 사는 공간을 늘 청결히 유지한다는 것이 왜 필요한지 이해시킬지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도 그럴것이, 사라발은 호랑이지 않나.


아카데미의 다른 학생이나 교수들이 계약한 소환수는 절반 이상이 정령이고, 나머지 절반은 환수나 차원 중첩으로 넘어온 야생 짐승이다.


여기서도 또 절반은 사람에게 친화적이고 상대적으로 자기 주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 그냥 주인이 시키면 그런가보다~ 하고 좋다고 같이 행동하는 편이다.


때문에 이러한 ‘개성’ 혹은 ‘자기주장’이 강한 소환수는 다루기가 어렵다.


소환수 본인이 납득해야지만 소환사의 뜻을 따르기 때문인데, 이는 자체적인 능력이 약한 소환사. 즉 막 아카데미에 입학한 새내기들에게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그야··· 우리가 하는 장소가 더러우면 병에 걸리기 쉬우니까? 아플 수도 있고.”


브리시카는 어설프게 사라발을 이해시키려 했다.


“청결의 필요성은 알고 있다. 하지만 굳이 왜 그런 번거로운 걸레질을 하냐고 물은 것이다.”

“걸레질이 번거롭다고?”

“그래. 어차피 먼지를 털어내는 게 목적이라면 내게 부탁하면 되는 것 아닌가?”


사라발은 그리 말하며 영력을 끌어올렸다.


사신수의 일각. 우문고비를 다스리는 산군의 권능은 ‘바람’이었다. 돌과 바위. 타오르는 불길만이 가득하던 에닉스토의 ‘궁전’에서 우넥을 보호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바람을 다스리는 권능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라발이 꼬리로 복도 바닥을 탕 치자 바람이 일었고, 그건 복도에 쌓인 흙먼지와 창틀, 사람 손이 닿기 힘든 구석진 곳까지 바람이 불며 온갖 더러운 것들이 한데 뭉쳐 작은 공처럼 되었다.


“보아라. 브리시카. 이것이 바로 그대가 계약한 사신수. 우문고비의 산군 사라발 님의 권능이시다. 청소를 할 거라면 그렇게 번거롭게 걸레질을 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 윽!”

“···브리시카?”


브리시카는 비틀거리며 넘어지듯 바닥에 쓰러졌다. 사라발이 급히 몸을 던져 어디 크게 다치지 않게 보호했다.


무거워···! 새끼 강아지처럼 정말 작아진 몸. 이미 다 자란 브리시카의 몸을 받히느라 사라발은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브리시카? 사라발? 무슨 소리가··· 어머!”


근처에 있던 카밀라가 급히 달려와 제 소환사에게 깔려 호떡이 되고 있는 사라발을 빼냈다.


깨끗해진 복도 주변. 별관의 절반 가까이를 감싼 바람과 환수 특유의 영력이 일렁인 것을 보고 카밀라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바로 이해했다.


마력탈진.


소환사와 링크로 이어진 소환수가 너무 ‘많은’ 양의 힘을 사용하면 탈진으로 쓰러지는 것이다.


심할 경우에는 빈사, 혹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카밀라의 눈이 예리해지며 사라발을 노려보았다.


새끼 호랑이는 낑낑거리며 방금까지 제 주인에게 깔려 헥헥거리던 것도 잊었는지 거의 기절하다시피 한 브리시카의 얼굴을 계속 핥았다.


“인간 여자! 브리시카가 쓰러졌다! 갑자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해 보이네. 둘 모두.”


카밀라는 마력탈진으로 겨우 숨만 헐떡이고 있는 브리시카를 등에 업었다.


청소하기 전에 ‘총장’이 방치하던 별관을 한번 둘러본 것이 다행이었다. 그녀는 앞으로 브리시카와 사라발이 같이 쓸 가장 큰 안방 침대로 브리시카를 옮겼다.


‘내 숙소보다 크네······.’


총장한테 빌면, 남는 ‘별관’이라도 내어줄까? 어쩌면 늘 고생하는 부총장에게 선뜻 내어줄지도. 어쨌거나 당장 카밀라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마력탈진으로 쓰러진 브리시카가 쉴 수 있게 해주는 것. 크게 대단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전력질주를 해 숨을 헐떡이는 것보다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터이니, 그냥 쉬게 해주면 된다. 물하고, 기력을 보충할 식사를 하게 해주면 그만이다. 고기 위주의.


“···내가, 크게 잘못한 것이더냐?”


낑···. 사라발이 그 작은 몸으로 폴짝 뛰어 브리시카가 누운 침대에 올랐다.


풀이 죽은 것이, 자기가 잘못했다는 사실은 인지한 듯했다.


카밀라는 앞으로의 브리시카가, 그리고 사신수와 계약한 새내기 소환사의 성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사라발은 분명 자기주장이 강하고 개성이 독특한 소환수다. 하지만 ‘억지로’ 계약이 맺어진 소환수들과는 달랐다.


사라발은 제 주인으로 브리시카를 선택했고, 그렇기 때문인지 브리시카를 무척 아꼈다.


‘귀여워···.’


풀 죽은 사라발은 그대로 끌어안아 쓰다듬어주고, 여기저기 뽀뽀해주고 싶을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그래도 카밀라는 정신을 집중해 당장 해야 할 일을 했다.


너무 강력한 소환수와 계약한 소환사가 위험한 데에는 단지 주도권이 소환수에게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링크로 연결된 소환사를 소환수가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문의 강력한 소환수를 이어받은 후계자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능력 부족으로 사망한 전례가 종종 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이러한 ‘사고’가 상당부분 줄어들었지만, 과거에는 빈번했었다.


“사라발. 이번에는 네가 잘못했어. 갑자기 힘을 사용했으니, 당연히 너와 링크로 연결된 브리시카가 쓰러지지. 이건 마력 탈진 현상이야.”

“마력탈진?”

“그래.”


카밀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발은 사고 친 강아지처럼 눈을 글썽이고 있었다.


마음 약해지게··· 하지만 한번 잘못했을 때는 단단히 혼을 내야 한다. 그게 소환사와 대등, 혹은 그 이상의 지적 능력을 지닌 소환수라 할지라도.


“네 힘은 바람을 다스리는 것과 관계가 있겠지. 자연속성이고. 그런 자연속성은 네 고향 차원. 환수계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여기서는 그러면 안돼. 링크로 연결되어 있는 한, 네가 아무리 강하고 지닌 영력이 많아도 그렇데 한순간에 힘을 사용하면 소환사에게 부담을 지우니까. 만약 조금만 더 강한 힘을 사용했더라면 브리시카는··· 죽었을지도 몰라.”

“죽는다고!”


사라발은 놀라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새끼 호랑이는 제 주인인 브리시카의 얼굴을 침범벅으로 만들었다. 풋···! 주인을 생각하는 행동에 카밀라는 참지 못하고 그만 웃고 말았다.


“안 죽어. 브리시카는 괜찮으니까, 조금 쉬게 해두자. 응? 사라발. 내가 몇 가지 주의할 점을 알려줄게······.”


어느새 ‘녹아내린’ 목소리로 말하는 카밀라는 사라발을 품에 안은 채 쓰다듬고 있었다. 그릉그릉. 사람의 손길에 녹아내리는 털뭉치가 얌전히 품에 안겨 골골송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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