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 아카데미의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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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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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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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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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른 아카데미 02

DUMMY

2.


브리시카가 생각하는 ‘사고’가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는 몰라도, 나는 진심으로 ‘사고’를 낼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식당에서 조리사가 정성을 들여 만든 100% 고기 식단으로 배를 불렸는데 이곳에서 ‘사고’를 치게 된다면 곤란한 건 다름아닌 나다.


다시는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나? 나만, 환수계에서 ‘내 백성’들을 사냥할 수 없는 손해다.


첫인상이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데, 이 ‘소른 아카데미’의 첫인상은 맛있는 고기도 아낌없이 주고 군말 안하는 아주 ‘착한’ 곳이었다. 음. 그렇고말고.


‘링크라는 거, 되게 신기하네. 브리시카가 강하게 생각하는 것도 나한테 전해져 와.’


생각한 것처럼 ‘계약’이라는 것이 가볍지만은 않을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르고 다시 우문고비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순찰! 순찰 돌아야 합니다! 끼에에에에엑!’ 잔소리를 할 샤르를 찾으러 이 정체모를 세계. 아르메니아 대륙’에 온 것이지 않나.


나 하나 없다고 어머님을 비롯한 선조들이 거듭 유지해온 사신수의 축복이 당장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도 순찰을 돌지 않아도 우문고비는 지극히 우문고비다운 형상을 유지하려는 기이한 모습을 보였었다.


‘환수계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당분간은. 이 ‘당분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혹은 급히 중단될지는 이곳 아르메니아 대륙, 더 자세히 들어가면 소른 ‘소환사’ 아카데미가 얼마나 괜찮은지에 따라 달려 있었다.


일단, 첫 시작은 나쁘지 않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고기를 양껏 먹기 힘든 환수계보다는 낫다는 것을 한 번의 식사로 알게 해주지 않았나.


“그래서, 저희 아카데미는 마음에 드십니까?”


총장. 막시밀리앙 레드리프가 말했다. 보통의 호랑이였더라면 고개를 들어야만 눈높이가 맞았겠지만, 기숙사 정문조차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거체인 이 몸께서는 역으로 내려다본다.


총장은 생각보다 나이가 있는 듯했다. 의외로 등이 굽어 있는 것이 적잖아 나이를 먹은 것 같았다. ‘레드리프’라는 성처럼 붉은 빛을 띄는 머리칼과 수염과는 별개로.


이곳의 인간과 지구에서의 인간을 결코 동일한 종으로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엇비슷해 보이는 건 틀림없는 사실. 이 ‘미세한’ 차이가 뜻하지 않게 나를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다.


최대한 ‘백지’에 새겨넣듯 이 세계를 배우고 익혀야 함이 옳았다.


“뭐, 나쁘지는 않더군.”

“소 한마리를 해치우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너는 이곳 아카데미의 총장이라고 했지. 내가 먹은 값을 청구할 셈인가?”

“청구라··· 환수계에는 돈이나 금전적인 개념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라발 님은 저희의 금융 개념을 잘 아시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


이런 스벌. 뭐가 이렇게 예리해?


“하하, 표정 펴십시오. 위대한 사신수의 일각. 우문고비의 산군께서 노하시면 저희 아카데미가 남아나지 않을 겁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뭘 원하는 거냐.”

“별 것 아닙니다. 브리시카 양. 이번에 들어온 신입생이죠. 귀엽고, 예쁘고, 심성도 참 착합니다. 단점이라면··· 금전적인 여유가 많이 없다는 것 정도? 산군께서 계약한 소환사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산군께서도 곤란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보고 언행에 주의하라? 내 목에 목줄을 채우겠다? 너희 인간 놈들이 길들여 가축으로 만든 짐승들처럼?”


나는 ‘약하게’ 으르렁- 거렸다. 하지만 이런 가벼운 ‘위협’에도 이 늙은 인간은 조금도 겁을 먹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재밌군요. 전에 보았던 다른 사신수와는 다르게, 사라발 님께서는 저희 ‘인간’과 그 문명에 대해 퍽 익숙한 것처럼 보입니다. 아닙니까?”

“부정은 않으마.”


보통 눈치가 아니다. 이것이 연륜인가? 식당부터 해서 수천명이 상주하고 있는 ‘작은 도시’의 정점이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대놓고 ‘멍청한 환수’ 행동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거다.


이건 나 자신을 숨겨 잠재적인 적들에게 나 자신을 숨기는 ‘사회적 보호색’을 벗어던지게 하지만, 역으로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과도 같다. 양면처럼 한 몸인 것이다. 이건 취하고, 저건 취하지 않는다-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역으로 묻겠다. 막시밀리앙 레드리프. 너는 마치 환수계에 와보기라도 한 것처럼 자세히 알고 있군. 내가 브리시카를 보기 전부터 내 백성들이 말도 없이 사라졌었지. 이 ‘소른 소환사 아카데미’와 내 백성들이 행방불명된 것에 관계가 있나?”

“어려운 질문이군요. 답변을 드리자면···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 발 걸치고 있다?”

“예, 그렇습니다. 사라발 전하.”

“그런 인간들의 존칭 따위는 불필요하다. 사라발이면 충분해. 그냥 ‘님’정도 붙이면 된다. 발더 교수처럼.”

“그러지요. 사라발 님.”


서로를 부르는 호칭에 대한 건 간단히 정리했다. 나야 그때그때 편한대로 부르고, 총장은 ‘사라발 님’ 부르는 것으로.


“그래서, 내 백성들을 멋대로 이 차원으로 소환하는 건 어찌 된 일이지?”

“환수계의 ‘백성’을 멋대로 ‘납치’했다고 하신다면, 저희의 잘못입니다. 소른 아카데미의 교수진과 학생들을 대신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마냥 ‘강압적인’ 방법으로 환수들과 계약한 것은 아닙니다. 사라발 님께서도 브리시카 양의 부름에 응하셨듯, 그들 또한 저마다의 의지로 소환사를 선택해 계약한 것이니까요.”

“영악하군.”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칭찬 맞다. 내 ‘백성’이라고는 하나, 나 또한 그들 하나하나에 목줄을 채워 멋대로 부리지는 않으니. 어디로 가든, 무엇을 하든, 어떤 소환사의 부름에 응하건 말건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보통 ‘영악하다’고 타인을 표현하면 비하하거나 멸칭하는 기분이 더 짙게 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악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지혜롭다’라는 것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특히, 다른 이들의 위에 선 이들. 무지한 ‘양떼’를 이끌고 나아가야만 하는 무리의 대장은 반드시 ‘영악’해야만 한다. 이는 지혜롭기만 해서는 결코 자신의 무리, 즉 양떼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곳 소른 소환사 아카데미가 무슨 목적으로 설립된 것인지는 몰라도 총장은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엄연히 양떼의 리더. 오밤중에 멋대로 목장 밖으로 나가 위험 속으로 스스로를 투신하는 ‘어린 양’들을 보호하려면 단순 지혜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이 선과 악이 공존하듯, 지혜로움(혹은 현명함)과 영악함 또한 공존하는 것이다.


“사라발 님은 참으로 관대하시군요.”

“관대하기는. 말만 ‘산군’이지, 물려받은 자리에 지나지 않는다. 나 또한 다른 환수들과 크게 다를 것 없어.”

“겸손하기까지. 그냥 평범한 ‘소환수’라고 볼 수는 없겠군요. 애초부터 그럴 수 없는 분이셨지만요.”

“서두가 길군. 그래서, 원하는 바가 무엇이냐?”

“별 것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사라발 님께서는 저희 세계. ‘아르메니아 대륙’에서 계속해서 계시기 위해서는 계약을 유지할 소환사가 필요하지요.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든 적어도 저희의 세계에는 저희만의 규칙과 규범이 있습니다. ‘몰랐다’ 하고 넘어가기엔 묵시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는 것만 알아두신다면, 크게 바라는 건 없습니다.”

“거짓말이군.”

“하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이번엔 칭찬 아닌데. 하지만 총장은 내 ‘칭찬이 아닌’ 진의조차 알고서 한 말일 것이다.


이거 참, 사람 말 하고 집채만한(진짜로 집채만한) 호랑이로 다시 태어난 것도 웃길 일인데, 이렇게 만만치 않은 세계로 넘어오게 될 줄이야.


앞으로의 ‘소환수’ 노릇이 마냥 평탄하지는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내가 주의해야 할 것들을 말해다오. ‘실수’로 망가뜨리거나 무너뜨리거나 혹은 건드리면 특히 위험한 인물들에 대해서. 그냥 ‘알아서’ 조심하고 다니라는 건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아, 그 전에··· 먼저 이것부터 익히시는 편이 좋겠군요. 지금 사라발 님은 너무 큽니다. 영혼이나 정신의 상태가 범인들보다 크다는 비유의 의미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특히 소른 아카데미에서 지내시기에 너무 육신이 크다는 뜻입니다.”

“내 몸이 큰 건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기숙사 정문을 망가뜨린 건 내 기분이 좋기도 하고 부러 장난친 것이긴 하다만, 이 거구를 뜻대로 줄이고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가능합니다.”

“뭐라?”


이번엔 진짜로 놀랐다. 총장은 외투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안에서 꼬물거리는 작은 털뭉치를 꺼냈다.


솜을 집어넣고 다니는 기행이나 저지르는 정신이상자였나? 했지만 아니었다. 쥐처럼 보이지만, 사실 토끼에 더 가까운 귀여운 동물 피카(pika)였다.


“제 환수입니다. 보시다시피 이렇게 주머니에 들어가서 낮잠을 자는 게 취미인 귀여운 녀석이죠.”

“안다. 쥐처럼 보이지만 사실 토끼에 더 가까운 생물이라는 것도.”

“박학다식하군요. 역시 우문고비의 산군이십니다. 비록 산군께서 다스리는 우문고비의 백성 가운데 하나인 작고 연약한 환수지만, 이번에는 산군께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막시밀리앙. 그대는 서두가 너무 길다.”


총장을 채근했다.


그의 손바닥에 올라탄 작은 피카는 제 ‘소환사’를 전적으로 신용하는지 우문고비였다면 바로 꽁지가 빠져라 도망갔을 것을 잠자코 있었다. 그냥, 잠이 덜 깬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밤송아. 여기 계신 사라발 님처럼 크게 변해주겠니?”

“이!”


지금 피카가 외친 ‘이!’ 하는 소리는 사람이 말하는 ‘이’도 아니었고, ‘E’도 아니었으며, ‘YEE'도 아니었다.


하여간 짐승이 내는 소리는 인간의 발성기관과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지 않나. 듣기 나쁜 소리는 아니고, 생긴대로 귀여운 소리였다.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점점 ‘커지는’ 밤송이를 지켜보았다.


“어? 어어?”

“이!”

“어어어?”


이! 하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밤송이의 덩치도.


커져봐야 얼마나 커지겠어 하는 내 예측을 단숨에 초월해서.


요 앙큼하고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아담한 검갈색 털뭉치는 순식간에 커져 정말로 ‘집채만한’ 나와 엇비슷, 아니 그 이상으로 커졌다.


“이!”


조금이기는 해도, 나보다 커진 막시밀리앙의 피카가 울었다.


최대한 사내답게, 모든 피카 암컷들이 달려들고 싶을 정도로 우렁차게 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아무리 들어도 귀엽기만 하다.


“커서 그런가 더 귀엽네. 푹신푹신하고··· 아니, 그 전에. 어떻게 한 거야? 이걸 나도 할 수 있다고? 여기서 더 크게?”

“원하신다면 더 크게 몸집을 불리시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지간하면 참아주시길 바랍니다. 원래도 사라발 님은 크시니까요. 반대로, 사라발 님은 제 밤송이처럼은 아니어도 다른 소환수들처럼 ‘작아지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늘을 이불 삼아 지내셔도 좋겠지만, 이왕 소환수가 되기로 계약하셨으니 소환사와 같이 지낼 수 있게 크기를 조절하시는 편이 아무래도 저희 세계에 적응하시는 데 더 낫지 않겠습니까?”

“오······.”


환수계를 다스리는 사신수의 일각 우문고비의 산군. 위대한 호랑이 사라발. 그동안은 이 집채만한 거구가 내 위엄과 위대함을 돋보이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를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총장의 말대로 이곳 소른 아카데미에서 내 소환사와 잘 지내고, 이곳 세계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몸집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고.


‘브리시카랑 같이 자면··· 기분 좋겠지!’


이곳에 넘어오기로 한 이유는 샤르를 찾아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일렁이는 반투명한 환영으로도 보인 브리시카의 거대한 ‘여성성’ 때문이기도 했다.


호랑이도 고양잇과에 속하니까. 꾹꾹이를 한다고 잘못한 게 되는 건 아니다!


“바로 시작할까요?”

“그러는 편이 좋겠군.”


그렇게 소른 아카데미의 총장. 막시밀리앙 레드리프가 속성으로 가리키는 ‘작아지는’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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