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 아카데미의 소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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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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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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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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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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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른 아카데미 01

DUMMY

1.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내고. 발더 교수는 급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브리시카는 걱정 속에서 여자 기숙사로 향했다.


“이게 좀 끼는군. 좀 밀어보겠나? 브리시카. 아무래도 양껏 먹어서 그런지 잘 들어가지지가··· 아.”


팅! 소른 아카데미의 여자 기숙사. 약간의 과장을 보태 작은 마차도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큰 정문이 우그러졌다.


“아, 아아······!!”


예상했던 일이 일어났다. 브리시카는 기숙사로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큰 자신의 ‘소환수’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발만 동동 굴릴뿐이었다.


‘어떡해. 사라발이 너무 커서 기숙사 정문을 통과해도 내 방에서는 지낼 수 없을 텐데··· 실망해서 환수계로 돌아간다고 하면 어떡해!’


식당은 어떻게 들어갔는데?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백 명이나 되는 소른 아카데미의 학생과 교수진들, 그리고 소른 아카데미에서 근무하는 일반인들까지 드나드는 식당문은 크다. 마차가 드나들 정도로.


하지만 기숙사는 그렇지 않다.


남녀를 구분해 지어두었기도 하지만 엄연히 ‘사람’과 ‘사람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의 소환수를 상정해 지은 건물이기에, 브리시카가 세 번만에 소환 의식에 성공해 계약한 소환수. 호랑이 사라발이 들어가기엔 정문을 비롯한 기숙사 건물 자체가 지나치게 좁았다.


“문이 좀 좁군. 브리시카. 네 집이 너무 작구나.”

“···집이 아니라 기숙사에요. 이 건물이 다 제가 사용하는 공간이 아닌걸요······.”

“뭐라!”


어떻게든 ‘정문’으로 들어가보려고 낑낑거리던 사라발이 놀라 소리쳤다.


우직-! 여자 기숙사 ‘정문’이 호랑이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더 심하게 찌그러졌다. 브리시카는 애써 무시했다. 아름답고, 웅장해 보이기까지 하던 정문의 풍경은 오우거가 들이닥친 것처럼 변해버렸지만.


소른 아카데미도 별 거 아니었네. 동부왕국연합에서 그렇게 비싸고 귀한 것들로만 채워 넣었다더니 고작 이정도에··· 현실 도피는 그만해야지? 브리시카. 이거 기숙사감님께서 보시면 곧바로 기숙사에서 퇴출될텐데······.


소른 아카데미의 신입생. 가난한 브리시카는 울고 싶어졌다.


‘절대 안 돼.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 기숙사 아니면 지낼 곳도 없는 처지야. 영약 구매한다고 비상금까지 다 털었는데. 여관비로 쓸 비상금의 비상금마저 써버렸다고. 치안 문제를 떠나서 아카데미 식당 아니면 쫄쫄 굶어야 해. ······아!’


절체절명이었다. 브리시카는 일단 머리를 들이밀던 사라발을 정문 밖으로 빼냈다.


비좁은 기숙사 방을 사라발이 만족할지는 몰라도, 일단 거대 호랑이에게는 비좁은 정문을 통과할 방법이 있었다.


“사, 사라발 님. 저희 소환사들에게는 소환수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아공간이 따로 있거든요? 거기 잠시만 들어가 계시면, 제 방에 들어가서 바로 꺼내드릴테니······.”


자기 소환수에게 ‘님’까지 써가며 부탁하는 굴욕을 맛보았지만, 브리시카는 소른 아카데미를 무사히 졸업하기 위해선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자신이 있었다.


정문에 낀 몸을 부비며(그 과정에 다시 망가진 입구가 더 심하게 엉망이 되었지만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빠져나온 사라발이 말했다.


“뭐? 그런 기능도 있어? 이거 완전 포X몬스터 아냐?”

“포X몬스터가 뭔지는 몰라도 여기, 이 카드 안에 잠시만 들어가시겠어요? 진짜, 바로 꺼내드릴게요!”


정령들은 몰라도, 환수들은 비좁은 ‘아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대체로 싫어한다는 것 정도는 브리시카도 알았다. 그래도 당장은 이것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싫다!”

“예에?!”


브리시카는 이제는 울고 싶어졌다.


“제발요. 사라발 님. 이대로는 정문은 물론이고 제 기숙사 방으로도 들어가지 못할 거예요!”

“음··· 싫다!”


이쯤 되면 천성이 착한 브리시카도 짜증이 난다.


소른 소환사 아카데미. 제대로 된 강의는 몇 번 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초적인 지식은 충분히 이해할 정도로 들었고 또 자체적으로도 공부했다.


겉으로 드러난 ‘소환사-소환수’의 계약은 대등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환사가 조금이라도 더 우위에 서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정령, 보통의 환수에게나 적용되는 일일 뿐.


엄연히 하나의 차원인 환수계를 네 개로 나누어 이를 지배하는 거대 호랑이. 우문고비의 산군 사라발에게는 통하지 않을 상식이었다.


무엇보다도, 사라발이 없으면 브리시카는 ‘추가 장학금’은 물론이고 소른 아카데미에서 ‘소환수 없는 소환사’라는 항변할 수 없는 이유로 퇴학당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라발의 기분을 달래고 소른 아카데미의 학칙과 아르메니아 대륙의 법칙을 익히게끔 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브리시카는 그간 계획한 ‘복수’는커녕 인생 자체가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질 것이었다.


“사, 사라발 님? 제가 진짜 사라발 님께 좋은 소환사가 되어드리고 싶거든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먼저 학점도 잘 따야 하고 추가 장학금이랑 성적 장학금도 놓치지 않고 받아야 하는데··· 제발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진짜, 진짜 잠깐만 들어가 계시면······.”

“브리시카.”

“···네?”


이번엔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계약’한지 아직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브리시카는 현재 소른 아카데미의 재학생과 교수진을 통틀어 소환수를 가장 못 다루는 소환사가 자신일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좋지 않았다.


소환수의 기분을 풀어주거나 사이가 좋아지는 건 기본적인 일이지만, 이 ‘산군’이라는 소환수는 오히려 역으로 소환사의 머리꼭대기에 오르려고 하고 있었다.


“난 이런 ‘다람쥐’나 사는 곳에서 웅크리고 지내고 싶지 않다. 그대가 썩 괜찮은 소환사고, 미인이긴 해도 이건 양보할 수 없다.”


‘미인’ 이라는 말에 브리시카는 움찔했지만, 그래도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브리시카는 소환수 기초 강의를 들으며 배웠던 ‘링크’를 통한 ‘강제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건 소환사가 본인의 소환수가 무슨 수를 써도 명령을 듣지 않고 오히려 소환사에게(그리고 소환수 본인에게도) 좋지 않은 나쁜 행동을 할 때만 쓰는 극히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는 극약처방이었다.


‘링크로 연결된 소환수에게 약간의 고통과 짜릿함을 느끼게 하는 마법이라고 배웠어. 하지만 이건, 소환사의 역량보다 더 강대한 소환수에게 사용하면 역으로 죽을 수 있다고도 했어······.’


바로 이게 문제였다.


브리시카는 아직 이제야 막 소린 아카데미에 들어온, 그것도 고작 1달도 채 지나지 않은 자신의 콩알만한 마력으로 소환수 사라발에게 ‘소환사의 매’를 들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사라발은 발더 교수마저 존재감만으로 움츠려들게 한 소환수다. 이런 소환수를 뜻대로 길들이고 훈육할 수 있는 건 아카데미의 교수진들도 벅찰 것이 분명했다.


‘진짜, 어떻게 해···?’


멀쩡한 기숙사를 앞두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허둥거리는 브리시카의 뒤에서 누군가 왔다.


“아, 여기 있군요. 브리시카 양. ···사라발 님이 기숙사 정문을 ‘조금’ 망가뜨렸군요. 이런 부분은 간단히 넘어가주시면 어떨까요? 총장님.”

“그러는 게 좋겠군. 소른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의 소환수가 납셨는데. 이정도는 간단히 넘어가야지. 그리고, 굳이 돈 들여서 수리할 필요는 없어. 그냥 이렇게 내버려둬도 기숙사 내에 방범 마법이 있지 않나? 적당히 하자고. 적당히.”

“···총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조금 곤란합니다만······.”

“그래도 돼. 황제 폐하께서 나를 임명하신 것 아닌가. 학생들이 젊은 혈기에 조금 ‘사고’를 칠 수도 있는 거고. 안 그런가? 발더 교수.”

“아, 예. 뭐, 그럴 수도 있죠.”


발더 교수와 소른 아카데미의 총장이었다.


돌아선 브리시카는 자신이 잘못했음을, 자신의 소환수가 멋대로 여자 기숙사 정문을 ‘망가뜨린’ 것을 손해배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발더 교수님하고, 하, 총장님···? 아, 안녕하세요! 브리시카라고 합니다!”

“하하, 그렇게 고개 숙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브리시카 양.”


소른 소환사 아카데미의 총장.

막시밀리앙 레드리프.


그는 무려 인류제국의 황제가 소린 소환사 아카데미에 임명한 진짜배기 귀족이었다.


과거에는 서쪽의 대영지, 모술을 수호하는 변경백을 역임한 역전의 용사이자 엘론 교단의 고위 사제이기도 했다.


숱한 전공과 더불어 ‘총장’ 하나만으로는 설명이 불충분할 정도로 많은 칭호들. 그리고 제국의 황제가 신임하는 ‘비교적’ 젊은 대귀족이라는 점에서 브리시카 같은 기댈 가문 하나 없는 평민 가문의 여식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었다.


발더 교수도 귀족 가문의 자제긴 하지만, 그는 서자이기도 하고 세습이 불가능한 명예직인터라 비교하기가 그렇다.


“뭐야. 발더? 이 늙은이는 또 누구야? 총장? 높은 사람인가? 나처럼?”

“우문고비의 산군. 사라발 님. 이분은 막시밀리앙 레드리프 총장님이십니다. 인류제국의 황제 폐하께서 임명하신 대귀족······.”

“길다. 그래서, 뭘 하러 온 거지? 난 지금부터 브리시카와 ‘새 집’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 바삐 움직여야 하니 시간을 뺏지 않아줬으면 좋겠군.”

“새 집이라면 내가 해결해줌세.”

“?”


막시밀리앙의 말에 브리시카는 물론이고, 사라발도 고개를 갸웃했다.


‘새 기숙사 방’을 배정해준다는 것도 아니고, ‘새 집’을 덜컥 해결해준다는 총장의 발언에 둘은 방금 들은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감도 잡지 못했다.


“발더 교수나 다른 학부생들의 소환수들처럼 이런 ‘작은 기숙사’에서는 지내기 부족한 감이 있겠군. 브리시카는 발더 교수하고 같이 짐 챙겨서 나오게나. 어차피 신입생 짐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되겠지. 우문고비의 산군 사라발이라고 하였나? 잠깐 같이 걷는 게 어떻겠나?”

“음··· 그러도록 하지.”

“앗, 어디로 가시는지 말씀이라도ㅡ”

“괜찮네. 브리시카 양. 링크로 소환수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아··· 네!”


붉은 색이 다 빠지지 않은 수염을 쓸며 막시밀리앙 레드리프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브리시카는 기초 중의 기초인 ‘링크’를 통해 소환사는 소환수를, 소환수는 소환사가 어디에 있는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 부끄러웠다.


그녀는 발더 교수와 함께 기숙사 입구로 들어갔다.


그, 정말 괜찮을까? 총장님께서는 분명 대단하신 분이고 엄청나게 높은 대귀족이신 건 확실하지만, 직접 싸우는 건 잼병이라고 들었는데······.


“어서 가지요. 총장님께서 브리시카 양하고 사라발 님이 정말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이렇게 ‘새 집’까지 내어주신다고 하실 줄은 미처 몰랐는데 말이죠.”

“아하하··· 그러게요.”


발더 교수의 말에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하면서, 브리시카는 고개를 돌렸다.


호랑이 환수. 무려 환수계의 우문고비를 다스리는 산군. 사라발과 소른 아카데미의 총장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제발, 사라발. 부탁해. 이상한 사고 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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