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로 역대급 재능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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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bob17
작품등록일 :
2024.08.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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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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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로 역대급 재능 개화

DUMMY

18화.




전생 때, 한시언은 망나니였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팔라딘 길드에는 망나니가 둘 있었다.

한 명은 경멸의 의미로, 다른 한 명은 공포의 대상으로서 망나니였다.


둘 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건 같았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잘못 걸리면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조금 달랐다.


“아아, 제가 또 실수했네요!”


시험장에 펼쳐진 열대 우림 한 가운데,

안색이 창백해진 응시생이 벌벌 떨고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산산조각이 난 베리어가 흩뿌려져 있었다.


“아아. 하마타면 또 엄한 사람 조질 뻔했습니다! 하...... 정말. 이게 몇 번 째인지......”


응시생 앞, 생글생글 웃는 사내는 키가 족히 180cm를 넘어 보였다.

자신보다 큰 장검을 어깨에 걸쳐 메고, 사내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90도로. 예의바르게. 깍듯이.


“미안하게 됐슴다! 응시생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제법 마력이 높아서, 당신이 한사라 팀장님이 말씀하신 남자인 줄 알았어요!”


문득 사내는 고개를 갸웃했다.


“음...... 그만큼 당신이 강해보였다는 뜻이니까, 좋은 일이죠? 아닌가? 결국 나 때문에 시험에서 떨어지니까, 안 좋은 건가? 음......!”


사내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응시생은 여전히 벌벌 떨고 있었지만, 사내는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한번 고개를 휙- 숙였다.


“여튼 미안하게 됐슴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사내는 한 걸음에 정글 속으로 사라졌다.

그제야 응시생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털석-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블루 스톤의 베리어가 박살이 났어?’


좀 전의 감정은 뭐랄까,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기분이었다.


‘이 시험 뭐야......?’


응시생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만할래. 무서워......’


***


사내의 검은 기괴했다.

한 쪽 면에는 예리한 검날, 그 반대편에는 가시들이 얼기설기 불규칙적으로 박혀있었다.

정글을 종횡무진하며, 팔라딘 3팀 소속의 ‘이비연’이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카가각-!


그때마다, 응시생들의 블루 스톤 베리어가 갈려나갔다.


“실례합니다!”


이비연은 매번 응시생을 냅다 코너에 몰아넣고, 얼굴을 확인했다.


“음......”


난데없이 꽂힌 일격에 응시생들은 하나같이 혼이 빠져나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비연은 응시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사...... 살려주세...”

“죄송함다! 사람 잘못 봤슴다!”


이비연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진짜 안 되는데? 한사라 팀장님이 말씀한 남자, 어디 있는 거야?’


아까부터 마나의 기척을 느끼며 정글을 날아다니던 이비연이었다.

마나의 기척이 세게 느껴지는 곳부터 말이다.


‘아아?’


순간, 이비연의 눈이 빛났다.


‘설마 마나의 기척을 숨기고 있는 겁니까!? 머리 좀 썼네, 썼어. 조용히 시험이 끝날 때까지 숨어 있으려고 그러는 겁니까!?’


이비연이 키득 거렸다.

어깨가 떨릴 정도였다.


‘이렇게 된 이상, 일단 마나가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닥치는 대로 가서 조져봐야겠슴다!’


그때였다.


‘아?’


생글 웃는 이비연의 시선이 가늘게 떠졌다.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재빠르게 뒤를 돌았다.


‘아아!’


뒤를 돌아본 이비연의 시야에 수 십 개의 화살이 들어왔다.

검은 화살이었다.


콰가가광-!


검은 화살들이 이비연을 덮치며, 연달아 폭발했다.


***


화살의 폭발 속으로, 나는 몸을 날렸다.


휘잉-!


검을 들어, 몸 뒤로 보냈다.

마지막으로 근육에 힘을 실고, 반동을 주며......


화악-!


칠흑빛 마나를 머금은 검이 반원을 그리며, 연기 속을 갈랐다.


카앙-!!!


‘막혔다.’


검을 쥔 손에서 묵직한 충격이 느껴졌다.

검의 휘두름에 연기가 걷히며, 광기에 물든 이비연의 얼굴이 드러났다.


“와! 진짜 놀랐슴다!”


이비연이 싱글싱글 웃었다.


키이익-!!!


긴 장검과 나의 검이 마찰을 일으켰다.


“하마타면 당할 뻔 했슴다!?”


나는 놈의 시선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익숙한 얼굴이다.


‘이비연, 팔라딘의 미친 개.’


헌터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 솔직히 대부분의 헌터가 여기에 속한다.


둘, 복수나 대의명분으로 헌터가 된 자들. 나를 포함한 소수의 헌터가 여기에 속했다.

한태무 회장, 그리고 예상컨대 전생의 한사라도 이쪽에 속했다.


셋, 그저 순수하게 사냥을 즐기기 위해 헌터가 된 자들.

목숨을 건 전투, 그리고 거기서 오는 아찔한 도파민으로 움직이는 또라이들이 여기에 속했다.


‘대표적으로 이비연이 세 번째 과에 속했지.’


천재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문제는 이비연, 이 또라이는 전투를 즐기는 천재란 점이다.


전생 때 팔라딘 길드, 아니 대한민국의 헌터라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가 지닌 어마어마한 마나 양. 정교하지 않지만 변칙적인 검술. 전투광이라는 소문에 걸맞은 전투력까지.

여러모로 ‘대단한‘ 미친 개였다.


‘전생 때, S급 재목인지 꼭 확인해보고 싶은 헌터 중 한명이었는데...... 내가 코치로서 유명해지고 난 뒤에 접근했는데도, 말이 통하지 않던 사내였다. 코칭이니 등급이니 그런 건 관심 없다 했지.’


“당신이 한시언 맞죠!?!?”


이비연이 싱글싱글 웃었다.


“미안하게 됐슴다! 당신을 조져야, 한사라 팀장님이 나중에 절 데려가 준댔거든요. B5 게이트로!!!”


카앙-!


서로의 검이 서로의 검을 튕겨냈다.


“악감정은 없슴다!”


녀석이 윙크했다.

이미 놈의 검에는 엄청난 양의 마나가 서려있었다.


“악감정? 그건 나도 그래.”


나도 재빠르게 단전을 열었다.

마나가 폭발하며 흘러나왔다.


“우와아아!? 미쳤네, 진짜!?!?”


이비연이 감탄했다. 왠지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마나라니! 역시! 기척을 숨기고 있었슴까? 이번 전투는 그래도 좀 기대가 됩니다!”

“기대할 거 없어.”


카앙-!


검을 튕겨냈다.


“금방 끝날 거니까.”


파앗-


나는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한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마나홀.”

“예? 뭔 홀이요?”


사아아-


정글 곳곳에서 마나들이 흘러들어왔다.

소환수들이 소환물에 주입시켰던 마나였다.

이미 사냥한지 오래 돼서 소환물이 작동할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일격을 날리기엔 충분한 양이다.’


싱글싱글 웃던 이비연의 표정이 바뀌었다.


“와아. 이건 좀 위험하겟슴다!”


나는 흡수한 마나를 그대로 검날로 보냈다.

그리고.


“그래. 네 말이 맞다.”


검을 휘둘렀다.

검날에 서려있던 두꺼운 마나가 대기를 갈랐다. 검격이 이비연에게 날아갔다.


“아아...?”


콰가가가강-!!!!!!


돌풍이 불며, 이비연이 검은 폭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검격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그의 뒤편에 있던 나무들까지 파괴하며 전진해갔다.


쿠우우웅...!!


“헉...... 헉...”


삐이이이이-


귀에서 이명이 들렸다.

방금 전의 일격, 그동안 내가 날린 그 어떠한 공격보다 강력한 한방이었다.

그만큼 무리를 해서 마나를 사용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부작용이 찾아왔다.


‘이런.’


주변이 검게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집중해.’


나는 비틀 거리는 몸을 검으로 지탱했다. 겨우 자세를 바로 세웠다.


‘당황하지 마. 집중해.’


마나의 출력을 서서히 줄이면서,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사아아......


다행히 부작용은 더 심해지지 않았다.

주변을 검게 물들이던 검은 물결이 썰물처럼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무리를 좀 했군.’


나는 이비연이 서있던 곳을 보았다. 나무는 물론이고, 땅까지 깊게 패어있었다.


“재밌슴다!”


‘뭐?’


스릉-!


서늘하게 다가오는 검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황급히 마나의 출력을 높였다.


“하지만 이제 끝임다!”


카앙-!!!


마나를 머금은 검으로 이비연의 첫 번째 검을 가까스로 막아내고.


후우우웅-!!


묵직하게 휘둘러지는 두 번째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크윽.’


일격을 날리느라 무리했던 상태였다. 그런데 또 다급하게 마나의 출력을 올린 탓일까.


사아아-


수풀 너머로 사라지던 검은 물결이 다시 흘러들기 시작했다.

검은 물결에서 검은 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물결이 좁혀 들어오며, 나의 공간을 잠식해갔다.


‘죽어-!’


알 수 없는 존재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나는 인상을 썼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대로 당할까보냐.’


온 힘을 다해, 왼손을 들어올렸다. 근육이 찢어지고, 뼈마디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느껴졌다.


“아아. 지금인가? 한시언 씨, 혹시 지금 ‘검은 것들’이 보이는 겁니까!?”

“......!?”


나는 이비연을 노려보았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엥? 안다니요? 전 모릅니다!”


이비연이 싱글싱글 웃으며, 거대한 장검을 내게 겨누었다.


“당신을 코너에 몰아넣으면 한사라 팀장님이 꼭 물어보라 하시더군요!”


한발 한발, 놈이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날처럼, 검은 그림자들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겠냐고요!”


‘그날처럼?’


한사라의 의중이 뭔지 아직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대충 퍼즐은 맞춰진다.

한사라가 말한 ‘그날’, 검은 그림자 때문에 나는 무언가 해야 할 것을 못했다.

그리고 그게, 지금껏 한사라가 날 증오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쯤되니 짐작이 가는 일이 하나 있다만......’


“여튼 당신은 헌터가 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럼......”


순식간에 이비연의 검에 마나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여기까지입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사아아-


어쨌거나 계산 실패다.

이 지역 소환물들에 남아있던 마나까지 끌어 모았건만, 나의 일격으로 이비연을 날려버릴 순 없었다.


그때였다.

조용히 들어 올렸던 왼팔에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서늘하다 못해 시리고, 시리다 못해 아린 감촉이었다.

그 고통이 온 신경을 타고 흘렀다.

하지만 그제야 나는 웃을 수 있었다.


‘닿았다. 예상대로군.’


사방에서 거의 균일한 속도로 다가오던 검은 존재들.

그런데 내 왼쪽만이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마나홀을 발동시킨 왼쪽에 말이다.


사아아-


오른편에서는 아직도 검은 물결이 넘실거리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데 말이다.

그 말인 즉,


‘마나홀에 반응해서, 왼쪽에서 다가오던 검은 기운들이 더 빨리 빨려들러왔다. 그렇다면 이 검은 기운들은......’


나는 조용히 웃었다.


‘마나다.’


환각. 환청. 통증.

그 모든 부작용이 격렬해졌다.

날 정신적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키키킥-!’

‘죽어-!!!’


그래.

죽여보든가.


“한사라가 궁금해 했다고 했지? 내 눈에 보이는 검은 것들이 두렵냐고.”


무너져가던 자세를 바로 세웠다.

정신이 혼미하고, 몸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똑똑히 전해. 궁금하면 직접 물러보라고.”


나는 조용히 양 손을 옆으로 뻗었다.


“마나홀.”


그러자 눈에 보이던 검은 것들이 파도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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