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로 역대급 재능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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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bob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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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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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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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로 역대급 재능 개화

DUMMY

2화.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죽음에서 깨어난 지 1시간째.

어느새 새벽의 어스름이 서서히 걷히고, 눈 부신 햇살이 창문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울이 있는 침실.

족히 15평은 돼 보이는 넓은 방이었다.


“끄응······.”


나는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몸을 천천히 일으켜, 거울부터 확인했다.


‘어디 보자······’


거울 속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많이 쳐줘도 20살 정도로 보였다.


‘잠깐,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


퀭한 다크서클.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검은 머리.

골격 덕에 넓었지만, 마른 어깨.


“······?”


그리고 낯익은 날카로운 눈매.


‘······아.’


평소엔 잘 쓰지도 않던 욕이 튀어 나올 뻔했다.

부정할 여지 따윈 없었다.


‘한시언이잖아?’


혼란스러웠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한참 동안 방을 서성였지만,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설마 꿈?”


케케묵은 연극 대본에나 나올법한 얘긴 줄 알았건만, 볼을 세게 꼬집어 보았다.

아프다.


“꿈은 아닌 것 같군.”


당황하니까 괜히 혼잣말도 많아지는 것 같았다.


‘진정하자. 이러는 건 나답지 않아.’


나는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시언의 몸으로 빙의한 것 같군. 날짜를 보니, 8년 전의 한시언한테 말이다.’


눈동자가 작게 떨렸다.


‘전생의 나는 죽었다.’


또렷이 살아 있는 의식으로,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얼굴 인식으로 켜진 한시언의 핸드폰으로 ‘김정우’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아무것도 없네.’


연락처는 없는 번호로 떴다.

SNS는 원래도 안 했으니 찾아볼 것도 없었다.


‘혹시.’


문득 11살 때, 나와 내 가족을 덮쳤던 게이트 사태가 떠올랐다.


‘찾아볼까?’


어쩌면 이번 세계에서는 나의 가족들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떠올랐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들춰보는 데에는 생각보다 꽤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나는 조심스레 그때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찾았다.’


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여기 있네.’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동생의 이름이었다.


전생과 같았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그리고 똑같은 비극.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그 어디에도 원래 나의 존재만이 없단 것뿐이었다.


‘······많이 죽었구나.’


가족들의 이름 외에도, 수많은 이름이 보였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모른다.

사연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안다.

그날 그 자리에서, 누구도 그렇게 죽을 이유는 없었다.


‘괜히 찾아봤나.’


그때의 비명소리와 잔혹한 광경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까득-


나는 이를 갈았다.

문득, 전생의 날 죽인 놈이 한 말을 떠올렸다.


- 아들놈만 죽인다. 그게 문을 닫아 놓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거울을 마주 보았다.


‘한시언을 죽이는 게 문을 닫아 놓을 유일한 방법이라······’


거울 안의 내 눈이 번뜩였다.


‘바꿔서 말하면, 이 몸으로 문을 열 수 있다는 뜻인가?’


날카로운 미소가 지어졌다.


‘회장님 말이 맞았어. 확실히 그 문 너머에는 뭔가가 있다.’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게 뭐든, 이번에야말로 다 박살을 내주마.’


***


“훈련장으로 안내해.”


수행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나는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굳어있었다.


잔뜩 긴장하거나...


‘경멸하는 눈치로군. 하긴. 그럴만 해.’


지랄맞은 망나니, 한심한 한시언.

녀석은 분명 그렇게 불렸다.


‘어렸을 때부터 녀석의 방에서는 고함과 물건 집어던지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고 했지.’


놈의 패악질 때문에 담당 수행원들 사이에서 부상자가 나왔단 소문까지 있었다.


‘다행히 아직 약에는 손대지 않았나 보군.’


조금 피로감이 있긴 했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팔뚝에 더러운 바늘 자국도 없었다.


‘하지만 이미 평판은 시궁창이겠지.’


지금 나이 정도면, 이미 망나니짓을 잔뜩 해놓고 다녔을 터였다.


‘20살이라...’


전생 때 들었던 바에 따르면, 한시언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망가지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술과 약에 취해 맨정신으로 깨어있던 걸 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것이 내가 한시언에 대해 아는 거의 전부였다.


‘아직 이 몸에 대해 모르는 게 많네. 녀석을 맡기로 한 날에 바로 죽어버렸으니까.’


결국 내가 한시언에 대해 아는 정보는 전생 때 프로필로 본 게 전부였다.


‘F등급 각성자라······’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괜찮아. 지금 어떤 등급인지는 상관없어.’


전생의 난 헌터를 코칭 해오던 전문가였다.

그것도 꽤 이름 날리며 말이다.


‘성장에 문제 있는 헌터를 더 높은 등급으로 이끌어주는 게 내 전문 분야였다. 지금은 약하지만, 앞으로 잘 성장하면 이 몸도 달라질 수 있어.’


훈련장 앞에 도착한 나는 수행원들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홀로 입장했다.


훈련장 안에는 연습용 무기들이 몇 개 진열돼 있었다.

그 앞에는 투명한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마네킹 하나가 세워져있었다.


‘어디 한 번 볼까.’


나는 무기들을 쭉 둘러보다가, 훈련용 철제 검 하나를 잡아 들었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마침 샌드백으로 쓸 것도 딱 있군.’


나는 검을 가볍게 휘두른 뒤,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연습용 마네킹을 겨누었다.


투명한 크리스털이 조명의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부숴 질 것처럼 맑고 투명했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었다.


‘마나 크리스털. 일명, 충격을 흡수하는 마광물.’


마나 크리스털은 게이트 안에서 나오는 수많은 자원 중 하나였다.


‘경도(硬度) 자체는 방탄유리보다도 약한 수준이지. 하지만 충격을 가하려 하면, 방어막이 펼쳐진다는 성질이 있다.’


덕분에 웬만한 충격으로는 마나 크리스털에 실금조차 내기 어려웠다.

그래서 주로 국방부 청사처럼 보안상 중요한 건물 외벽에 쓰였다.

그리고 지금처럼 헌터들 훈련장에 놓는 연습용 마네킹의 재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마나 크리스털이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름 그대로 ‘마나가 깃들어 있는 광물’이란 점이다.


‘헌터나 괴수도 아닌 게 마나를 품고 있단 말이지. 비록 그 양이 많지는 않지만.’


굴지의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세계 여러 국가가 주도적으로 상용화 연구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크리스털에 담긴 마나를 꺼내 써보려고 연구해왔다.

만약 인류가 크리스털 안의 마나를 상용화시킬 방법만 찾아냈다면,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다 실패했지. 애초에 다른 대상에 깃들어 있는 마나를 빼내 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나는 가볍게 마네킹을 몇 번 때려봤다.

그런 다음 나름 있는 힘껏 힘을 실어 검을 휘둘렀다.


캉-!


찰나의 순간, 투명한 크리스털 안에 푸른 빛이 요동쳤다. 마나였다.

곧바로 푸른색 막이 펼쳐지며, 충격을 말끔히 흡수했다.


‘역시, 크리스털에는 흠조차 나지 않는군.’


나는 검을 고쳐 잡았다.


“준비물은 다 있는 것 같고,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단전(丹田)에 집중해 보았다.


“······.”


내 몸 안 깊은 곳에서, 난생처음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나가 단전에서 서서히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것이 마나의 힘······ 이렇게 직접 느껴보니 감회가 새롭군.’


잠시 뒤, 나는 단전에 새어 나오는 마나를 검으로 흘려보냈다.


스으으-


느껴지는 마나의 양 자체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그래도 마나가 검날 위로 얇게 입혀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평범한 푸른색의 마나였다.


‘좋아. 그럼 내 능력이 뭔지, 이제 제대로 확인해볼까? 무슨 색이 나올지 기대되네.’


마나는 기본적으로 투명한 푸른색을 띄었다.

하지만 각성자가 마나 에너지로 능력을 발동시키려고 하면, 그 색이 변한다.

각성자의 고유 능력과 속성에 따라 다양한 빛깔로 변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음 타입의 각성자가 기술을 쓰면, 각성자의 마나는 좀 더 차가운 푸른색으로 변했다.

한편 마나가 그보다 더 진한 푸른색을 보이면, 각성자가 신체 강화 타입이란 걸 뜻했다.


이 외에도 붉은색, 보라색 마나 등 다양한 마나가 학계에 보고된 바 있었다.

세상에 수만 가지의 색이 있듯 마나의 종류도 무궁무진한 것이다.


‘자, 한시언. 넌 어떤 능력의 각성자냐.’


나는 마나에 집중했다.

검날에서 피어오르는 마나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드러나는 마나의 색이 내 몸에 깃든 각성 타입을 알려줄 터였다.


그때였다.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검은색이었다.

그것도 순도 높은 완전한 암흑(暗黑)의 색이었다.


‘검은 마나의 각성자······?’


검은 마나에 대해선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이 세상 모든 마나 타입을 줄줄 읊을 수 있는 나조차 처음 보는 색이었다.


순간, 심장을 죄는 한기가 내 몸을 감쌌다.


“윽······?!”


시야가 좁아지며, 현기증이 났다.


‘끼야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고막을 찔렀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얀색 대리석 벽이 검게 얼룩지기 시작했다.

그 위로, 괴기한 입과 거대한 눈이 생겼다.


“크흐흐······!!”


공포스러운 망자의 얼굴 같았다.


텅······! 텅!텅!텅!텅!텅!텅!


눈 깜짝할 새에 기이한 눈들이 수십에서 수백 개로 늘어났다.


‘텅-!!!’


시선이 일제히 나를 겨눴다.

기분 나쁘게 찢어진 입에서 비명과 함께 비웃음 소리가 폭발했다.


“키키키키키···!”

“죽어···!”

“죽으라고···!”


온몸이 식은땀 범벅이었다.


‘정신 차려.’


난 가까스로 집중력을 되찾았다.


파스스스-


손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좋지 않았다.


‘환각에 이어, 이젠 손까지 마나 색으로 물들고 있어.’


불길한 한 단어가 떠올랐다.


‘설마 마나 폭주?’


마나 폭주.

그것은 내재된 마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할 때 나타나는 기현상이었다.


‘마나학을 공부했을 때, 얼음 계열의 각성자가 동상으로 양 팔이 터져 나간 사고를 분석해본 적이 있지.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로군.’


순식간에 팔의 동맥이 터질 듯 부풀었다.

피부 전체가 괴사하는 것처럼 검게 물들고 있었다.

마나 폭주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맹렬한 통증이 뇌를 흔들어댔다.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겠어. 검은 마나의 고유 능력을 확인하는 건 그다음이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마나폭주를 해결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일단 증상이 시작되면, 최소한 신체 한 부분이 조각조각 폭발해서 잘려 나가야 끝이 났다.

심한 경우, 온몸이 터져나가면서 죽는 거였고 말이다.


다시 죽는 건 사양하고 싶다.

팔이 조각조각 터져버리는 것도 원치 않았다.


‘침착해. 방법이 있을 거야.’


촌각을 다투던 그때, 다행히 머릿속에 한 가지 실마리가 떠올랐다.


‘좋아. 이거면 해볼 만하다.’


동시에 나는 미소 지었다.

아니,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난 F급 판정을 받은 각성자인데 말이야. 재미있군.’


마나폭주는 최소한 B급 헌터 이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애초에 등급이 낮은 헌터들은 폭주를 걱정할 만큼 마나 에너지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마나폭주가 나타난 걸까.’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

검에 드러난 마나의 양은 육안으로만 봐서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겨우 검날의 반 정도를 간신히 덮는 수준이니까.


‘그렇단 말은······’


남은 답은 하나였다.

농도였다.


마나의 총 에너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딱 두 가지였다. 양과 그 농도다.

대부분 전자로 결정되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정체불명의 검은 마나는 좀 특별한 경우인 것 같다.


‘고작 이정도 양으로 마나 폭주가 일어나다니. 그만큼 이 마나에 담긴 에너지 농도가 높다는 건가?’


점점 검게 물드는 팔을 보며, 나는 오히려 만족스럽게 웃었다.


‘기대되는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마나 폭주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자 그럼, 하나씩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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