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로 역대급 재능 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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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bob17
작품등록일 :
2024.08.25 22:22
최근연재일 :
2024.09.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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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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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로 역대급 재능 개화

DUMMY

이상과 현실.

그 차이가 날 괴롭게 만들 때가 있었다.


‘왜 난 각성조차 못 하는 거지?’


어느 날 갑자기 게이트가 열리고, 세상이 뒤집혔다.

사람들 사이에서 각성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 중 강한 이들은 ‘헌터’가 돼 미지의 땅으로 사냥을 나섰다. 특수한 광물과 신비로운 영약들, 그 모든 것이 사냥의 전리품이었다.


부와 명예, 그 중심에 헌터들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헌터를 선망하고, 꿈꿨다.


‘부와 명예라.’


다 좋다.


‘하지만 내가 헌터가 되고 싶던 이유는 따로 있었지.’


그것은 11살 때의 일이었다.

평화롭던 어느 날, 게이트가 열리고 괴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르르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꺄악-!”

“살려줘······!”


사방에서 무고한 죽음이 낭자했다.

나와 가족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도망······쳐······.”


결국, 함께 도망치던 부모님과 여동생은 무참히 당해버렸다.


“안 돼······!”


아무런 힘도 없던 난 그저 멍하니, 다가오는 괴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르르르······.


자연재해에는 감정이 없다.

그것은 분명 비극적인 일이지만, 악의가 담긴 ‘행동’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난 ‘게이트’가 자연재해 같은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우득- 우드득-


하지만 내게 다가오는 괴수의 눈을 보며 깨달았다.


녀석에겐 의지가 있었다.

녀석에겐 악의가 있었다.


파충류의 눈을 한 녀석은 분명 웃고 있었다.

살아남으라며 필사적으로 날 밀어줬던 어머니의 팔, 그것을 질겅질겅 씹어 먹어대며 말이다.


“······.”


나는 돌을 집어 들었다.

온몸을 휘감는 분노에 치가 떨렸다.


‘죽여버릴 거야.’


하지만 발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로는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나의 죽음을 말이다.


‘젠장······! 젠장······!!!’


돌을 쥔 팔이 하염없이 떨렸다.

내겐 저 녀석을 이길 힘이 없었다.

나는 약자였고, 녀석은 강자였다.


그때였다.


‘퍼어억-!!’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검붉은 피가 낭자했다.

터진 것은 나의 머리가 아니었다. 놈의 대가리였다.


“살아 있나?”


한 사내가 녀석의 머리에서 망치를 들어 올리며, 내게 말했다.

하얀색 기운으로 온몸을 두르고 있는 사내였다.


“······.”


나는 피를 뒤집어쓴 채,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무서워서?

안도해서?

그것도 아니면 나약했던 내가 화가 나서?


“끄으윽······.”


그저 일어서지 않는 내 가족들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이 차오를 뿐이었다.

나를 감싸며 차례대로 죽어간 그들을 보며, 분노할 뿐이었다.


“아아악!!!!!!”


나는 녀석의 시체에 달려들었다.


퍽-! 퍽-!


나는 괴성을 지르며, 녀석의 머리를 돌로 내려쳤다.


“흐으윽······ 흐윽······!!”


그리고 난 결국 주저앉았다.

하염없이 울었다.


“······ 살아 있군.”


사내의 말이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그는 그 말만을 남긴 채, 묵묵히 게이트로 향했다.


그날, 그의 말대로 나는 살아남았다.


아니.

어떻게든 살아남기로 했다.


‘헌터가 되겠어.’


내 손에 복수의 칼날이 쥐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게이트 너머에서 넘어오는 괴수들을 직접 도륙 내기를 꿈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끝내 각성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흘렀다.


***


‘꽤 오랜 시간이 흘렀네.’


부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의 최상층.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선명한 기억을 곱씹으며, 눈을 떴다.


“지금부터 수여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비서관이 임명장을 건네기 시작했다. 신입 길드원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됐다. 내 순서는 마지막이었다.


‘헌터 경험이 없는 비(非)각성자 출신. 그랬던 내가 이제 곧 정식 길드원이 된다.’


비록 헌터가 아니라, ‘헌터 매니저’의 자리였지만 말이다.


‘그조차 쉬운 길은 아니었지.’


헌터 매니저란 말 그대로 헌터의 활동을 다방면에서 지원하는 전문직이었다.

매니저 사이에서도 아이템 정비, 게이트 분석 등 특화된 분야가 달랐다.

내 특기는 훈련 보조 쪽이었다.


‘오늘로써 나도 정식 길드원이다.’


수십 번의 낙방.

애초에 마력을 느끼지 못하는 비각성자가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해냈다.’


그것은 길고 긴 인고 끝에 얻어낸 성취였다.


‘남들보다 덜 쉬고, 남들보다 덜 잤다. 필사적으로 노력했지.’


“······이에 김정우를 헌터 매니저로 임명한다. 이상.”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한국 최강의 헌터 중 한 명인 한태무 회장이 신입들에게 차례대로 악수를 건넸다.


“흐음.”


회장이 내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비각성자가 매니저로 뽑힌 건 세계 최초라고 들었는데, 맞나?”

“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재밌군.”


그는 두꺼운 손으로 내 어깨를 두들겼다.

그날 밤, 기념 촬영과 함께 나는 오래간만에 웃었다.

하지만 그것은 행복감에서 온 웃음은 아니었다.


‘헌터가 못 돼도 상관없다. 나만의 방법으로, 나만의 칼날을 갈겠어.’


그날, 나는 기어코 ‘복수의 칼날’을 손에 쥐었다.


***


당시 팔라딘 길드는 부산에서 제일 유명했지만, 그 규모 때문에 한국 top10에는 못 들었다.

하지만 굳건했던 서열에 지각변동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손을 거쳐 간 헌터들의 성장세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들었어? 만년 C급 헌터 권 대리 얘기. 이번에 B급 판정받았대.”

“또? 이게 몇 명 째야 대체?”

“대단하네······!”


어느새 헌터들 사이에선 ‘김정우 각성을 해라’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호들갑 떠는 것도 이해는 됐다.


‘B급 판정. 대단한 일이긴 하지.’


그것은 상위 20%의 강자로 인정받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C등급 헌터만 돼도, 평범한 사람들에겐 선망의 대상인데 말이지.’


C등급 헌터가 건실한 길드에만 들어가면, 웬만한 사(師)자 직업보다 높은 수입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참고로 C등급은 상위 33%의 헌터들에게 부여되는 등급이었다.

참고로 최하 등급은 F였다. 그 위로 알파벳 순서대로 E, D, C등급 헌터가 있었다.

등급이 낮다고 결코 무시해선 안 됐다. 정식 헌터로 분류된 이상, 그들은 이미 초인이었다.


“감사합니다, 김 매니저님! 정말 감사합니다!”


눈물까지 흘리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 권 대리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헌터 대련에서 가까스로 승리해 B등급을 쟁취한 케이스였다.

그처럼 내가 등급을 올려준 헌터만 수십 명에 달했다.


“들었어? 요즘 다들 그 김 매니저한테 코칭 받으려고 아주 눈에 불을 키고 벼르고 있다더라고.”

“평소에 매니저 무시하던 기고만장한 헌터들까지 줄을 설 정도니, 말 다 했지 뭐.”


내 명성은 나날이 높아졌다.


“매니저님······! 하루, 아니 반나절만 시간 좀 내주세요.”

“이번에 저희 팀에서 레이드를 나갑니다. 바쁘신 건 알지만······!”

“김 매니저, 내가 원래 이런 부탁 잘 안 하는 스타일인데······.”

“딱 30분만요! 30분만 마나 교정이라도 봐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명성이 쌓일수록, 날 찾는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A급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헌터들까지 내게 조언받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다.


“얼마든지 도와드리죠.”


A급 헌터들을 도울 때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S급의 싹을 찾으려 노력했다.


‘훌륭한 인재들이 많군. 역시 A급 헌터는 B급과 차원이 다른 강자들이야. 하지만······’


나는 성심껏 그들을 도우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을 지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S급 잠재성을 가진 재목은 없어 보이네.’


최상위 강자를 뜻하는 S등급 헌터, 그것은 여러모로 베일에 가려져 있는 자리였다.

선정 방법부터, 몇 명을 뽑는지까지 온통 미스터리였다.

그저 협회를 통해, 헌터계의 신성(神聖)이 새로이 탄생했단 사실만이 간간이 공표될 뿐이었다.


비록 S급 헌터의 재목을 발견할 순 없었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왔다.

지난날 도서관에 처박혀 갈고닦은 마력학(魔力學) 지식을 총동원해서 말이다.


마력학.

그것은 마력의 작동 원리부터, 수련법, 그리고 마나의 타입별 활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장기인 마력학을 응용해 코칭이 끝나면, 난 꼭 한 가지 부탁을 덧붙였다.


“게이트에 들어가시면, 한 마리도 남김없이 도륙 내주세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1등 비서관이 찾아왔다.


***


똑똑-


“들어오게.”


나는 문을 열고 회장실에 들어섰다.


“용건부터 말하지. 자네한테 자리 하날 줄까 해.”

“네?”

“길드의 인사 총책(總責).”

“아······!”


놀라서 뭐라 답하기도 전에, 한태무 회장은 말을 이었다.


“필요한 권한은 다 줄 테니, 쓸만한 놈들을 골라 잘 키워봐.”


그는 지긋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떤가? 자네 대답은?”


난 격식 있게 묵례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좋은 대답이야.”


회장은 두꺼운 시거를 입에 물었다.


‘탁-’


거친 연기가 뿜어나왔다.

그의 두꺼운 팔 위로, 영광의 상처들이 이곳저곳 새겨져 있었다.


“내가 자넬 지켜봐 왔다는 걸 아나?”

“네. 비각성자인 절 뽑아주신 것도······.”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날 제 목숨을 살려주신 것도 회장님이셨으니까요.”


자욱한 연기와 함께, 정적이 방을 메웠다.


“······잘 살아남았군.”

“덕분입니다. 그땐 감사했습니다.”


회장은 시거를 문 채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뭔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잠시 뒤, 결심이 선 듯 그는 서류뭉치 하나를 꺼내 건넸다.


“이게 뭡니까.”

“자네의 목표.”


회장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내 목표다.”


나는 서류를 하나씩 넘겨보며, 회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요즘 사람들은 게이트가 기회의 땅이라고 말하더군. A급 게이트가 새로 발견되면 마치 금광이라도 발견한 것마냥 사람들은 환호하고, 언론에는 대서특필이 돼.”


회장이 씁쓸하게 웃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사람의 목숨이 달린 재난이었는데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그야 게이트에서 나오는 귀중한 자원들의 가치는 어마어마했으니까.

그리고 그 가치는 게이트의 등급마다 달랐다.


헌터에 등급이 있듯, 게이트에도 등급이 있다.

등급이 붙는 원리는 간단했다.

30명의 A급 헌터가 달려들어 공략이 가능하다고 추정되면, A급 게이트로 분류되는 식이었다.


등급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보상의 값어치는 통상 3~5배씩 높아지는 정도였다.

그리고 B등급 게이트만 돼도 길드 간 분쟁이 날 정도로,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과 에너지의 값어치는 어마어마했다.

어느새 게이트 너머로의 진격은 대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중요한 산업이 돼버렸다.


“금광이라······ 요즘 같은 시대에 잘 맞는 말이군요, 회장님.”


나는 씁쓸히 웃었다.

게이트 사태 초기 때 죽어간 수많은 사람과 내 가족을 떠올리며 말이다.


회장은 그런 내 표정을 살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 그건 어떻게 보면 축복이자 저주야. 어떻게 보면 지금 당장은 평화의 시대가 찾아온 것 같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회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물론 게이트 사태 이후 헌터들이 성장하면서, 세상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언제까지 이 평화가 지속될지,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게이트 너머의 존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강해지고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서를 계속 펼쳐 넘겼다.

수십 장의 지도들이 연달아 보였다.

회장이 시거 연기를 삼켰다.


“잘 알고 있겠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S급 게이트가 수십 개는 된다는 걸. 말이 좋아 S급이지, 실제 난이도는 그 이상이다. 그리고 지금 인류는 그 입구만 겨우 막고 있는 현실이라고.”


문득, 그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근데······ 그 수가 최근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어느새 문서의 맨 뒷장이었다.

붉은 글씨로 ‘TOP SECRET’이라 적혀 있는 사진 하나가 보였다.


“이건······ ‘문’이군요.”


사진에 거대한 문 하나가 보였다.

족히 8M가 넘어 보이는 문 가운데에는 5개의 열쇠 홈이 나 있었다.

그리고 테두리에는 악마처럼 울부짖는 괴수들의 얼굴 장식이 새겨 있었다.


“여기가 어딥니까?”

“최초의 게이트.”


회장은 시거 연기를 뱉으며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어떤 빌어먹을 새끼가 계속 게이트를 여는진 몰라도, 저 문 너머에 진실이 있다고. 우리의 적이 있을 거라고.”


그가 일어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난 언젠간 저 너머로 갈 거다. 그러니 내게 힘을 다오.”


***


그날 이후, 회장은 날 물심양면 지원했다.


파격적인 상여금과 연봉도 주어졌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내겐 숙제가 있었다.

회장의 부탁은 간단했다.


- 앞으로 내 옆에서, 싹이 보이는 녀석들을 골라서 잘 키워줬으면 해. 저 문 너머로 진격할 헌터들을 말이야.


나는 본격적으로 헌터들을 육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싹이 보이는 인재들을 조사하고, 영입했다.

자연스레 팔라딘 길드의 순위도 나날이 높아져만 갔다.


모든 일이 순탄해 보였다.

딱 한 가지만 빼고.


“뭐야······ 넝······.”


꼬부라진 혀로 비틀거리는 저 놈의 이름은 한시언.

회장님의 막내아들이자, 악명 높은 망나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내가 풀어야 할 회장님의 숙제.’


어째 녀석을 맡은 첫날부터 영 느낌이 좋지 않았다.

겨우겨우 수소문해서 놈을 찾은 곳도 술집이었다.


‘후우······ 왜 다른 자식 다 놔두고 이 망나니를 내게 맡기셨을까?’


“첫날부터 고생이십니다, 총책님.”

“······괜찮습니다.”


운전기사와 함께, 리무진에 한시언을 겨우 욱여넣었다.

잠시 뒤, 리무진은 도시의 어둠을 가르며 부드럽게 나아갔다.


“하아······.”


술병을 손에 쥔 채, 곯아떨어진 한시언을 보며 한숨 쉬었다.


‘한심한 놈.’


소문에 의하면, 저놈도 꼴에 나름 각성자라고 했다.


하지만 확인해 본 프로파일에 의하면, 녀석의 재능은 거의 0에 가까웠다.

심지어 무슨 각성을 했는지도 기록이 없었다.


‘형편없네 정말.’


돈으로 떡칠한 엘리트 코스도 밟았지만, 성적은 늘 하위권.

졸업 후 녀석이 판정받은 헌터 등급은 무려 ‘F’였다.


F.

있으나 마나 한 각성의 힘.


‘탑은 고사하고, 게이트에 입장할 자격도 안 나오는 최하 등급······ 무능하면 성깔이라도 좋든가.’


솔직히,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헌터 육성하기도 바쁜데, 왜 이런 F급 망나니까지 챙기라고 하셨을까.’


경멸 섞인 감정과 함께, 나는 녀석을 내려보았다.


“······왜? 너도 나 죽이고 싶냐······?”

“······?”


취한 녀석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뭐라는 거야?’


그때였다.

1등 비서관한테서 전화가 왔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예?! 회장님 팀이 전원 실종이요?!”


나는 기사에게 서둘러 말했다.


“기사님, 지금 빨리 C9 게이트로 가주세요.”


촤악-!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양주가 내 얼굴에 뿌려졌다.


“가긴 어딜 가아아아!”


망나니, 한시언이었다.

다짜고짜 놈의 손이 올라갔다.


턱-


“많이 취하셨나 봅니다.”


나는 놈의 손목을 붙잡았다.


“적당히 하시죠.”


퍽-!


머리에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놈이 술병을 휘두른 것이다. 가까스로 피한 덕에 비껴 맞았으나, 이마에선 기어코 피가 흘러내렸다.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참지 못하고 주먹에 힘이 들어가던 그때.


카앙-!!!!!


고막을 찢는 굉음이 우리를 덮쳤다.


끼이이익-!


두 동강이 난 리무진이 스파크를 튀기며 도로를 미끄려졌다.

나와 한시언이 도로에 나뒹굴고,


쿠웅-!!


리무진은 전봇대에 부딪혀 폭발했다.


쏴아아-


비가 도로를 때렸다.

차가운 빗물에 가까스로 정신 차릴 수 있었다.


“······?!”


고개를 드니, 로브를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두 사람이 거대한 장검을 들고 서 있었다.


‘죽는다.’


나는 직감했다.


스릉-


검이 들려지고,


사아아······


검날을 뒤덮은 얇은 마나 막(膜)이 빗방울을 튕겨내고 있었다.


‘엄청난 기운이다.’


한눈에 봐도 엄청난 경지였다.


‘저렇게 흐트러짐 없는 마나는 처음 보는군.’


헛웃음이 나왔다.


‘안정성뿐만 아니라, 그 밀도와 위력까지도 차원이 다르다. A등급 안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놈인가?’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아니야. 설마 저게 말로만 듣던 S급 위용이란 건가?’


“그냥 둘 다 죽이면 안 돼?”

“아니. 아들놈만 죽인다. 그게······.”


둘 중 구부정한 자세의 녀석이 로브 안에서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문을 닫아 놓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문이라고······?’


나는 놈을 노려보며 입을 뗐다.


“누구냐.”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넌 인간이 아니군.”


로브 속에서 번뜩이는 눈빛······

익숙하다.


‘20년 전, 내 가족을 공격했던 괴수 녀석의 눈과 닮았다.’


로브 속에서, 녀석이 뾰족한 이빨을 드러냈다. 그리고 기다란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마치 입맛을 다시듯 말이다.


“냄새만 좋은 게 아니라 눈치도 좋네, 고깃덩어리 주제에?”


그때였다.


“으으······!”


망나니 한시언이었다.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갔지만, 아직 살아 있었다.


‘저들이 노리는 건, 내가 아니라 이 녀석인가······?’


“야······.”


나는 침착하게 읊조렸다.


“뛰어.”

“어······ 어······.?”


공포심에 절여진 눈동자가 껌뻑껌뻑 나를 쳐다봤다.


“뛰라고!!!”


널브러진 그를 일으켜, 가망 없는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휘잉-


검을 휘두르는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콰과가가강!


날카로운 검기가 아스팔트 도로를 가르며 빠르게 다가왔다.


“······!!!”


검은 화염이 그를 덮치는 순간, 나는 몸을 날렸다.


“크아아아악!”


불꽃이 몸에 붙었다.

비가 거셌지만, 꺼지지 않았다.


전신이 타는 고통을 느끼던 그때, 아직 불이 안 붙은 망나니와 눈이 마주쳤다.


“도망······ 쳐······.”


놈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시야가 흐려지며, 결국 녀석이 어떻게 됐는진 보지 못했다.


꺼져가는 의식 속에, 그저 놈이 살아남았길 빌었다.


‘문을 닫아 놓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죽음으로 빠져드는 중에,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저 망나니가?’


비록 내가 죽더라도, 저들의 계획이 틀어지길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언젠간 한태무 회장이 문을 따고 들어가, 내 인생을 망쳐놓은 놈의 대가리에 망치를 꽂아 넣길 빌었다.


‘······’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난 죽었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변이 온통 까맸다.


무(無)로 빠져들던 내 의식에,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그리고 난 다시 깨어났다.


망나니 한시언의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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