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후 천재 코치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유리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7 10:17
최근연재일 :
2024.09.23 13:2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72,917
추천수 :
3,813
글자수 :
164,387

작성
24.09.23 13:20
조회
3,017
추천
124
글자
12쪽

나비의 날갯짓 (1)

DUMMY

“수고들 했다.”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숙소.

김 코치님이 집합해 있는 선수들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이긴 분위기에서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이제 시작인 거야. 당장 다음 주 수요일부터 황금사자기 본선 들어가는 거 알지?”

““예!!””

“어느 팀과 붙게 될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빠르면 수요일, 늦어도 목요일엔 시합하게 될 테니 이번 주말은 집에서 푹 쉬어. 괜히 나가서 놀다가 다치지 말고. 알았어?”

““예!!””

“좋아. 그럼 해산.”

“차렷. 코치님께 인사.”

““감사합니다!””


선수들의 인사를 뒤로 한 채 나와 윤철이 형은 코치실로 돌아왔다.


“아이고 좋다. 이게 얼마 만에 조 1위 해보는 거냐.”


윤철이 형이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그 또한 긴장이 풀린 건지, 당장이라도 잠에 빠질 것만 같은 얼굴.


“마지막 조 1위가 언제였는데요?”

“언제였더라··· 2년 전이었나? 그마저도 전반기 후반기 다 포함한 거야.”


이번에 진행한 전반기 주말 리그가 황금사자기의 예선이라면, 다음 주 주말부터 시작될 후반기 주말 리그 같은 경우는 청룡기의 예선이었다.


“확실히 꽤 되긴 했네요.”

“오래되기만 했을까. 그 이후론 조 50% 안에 든 게 딱 한 번밖에 없어서 황금사자기, 청룡기랑은 담쌓고 살기까지 했어.”


달리 말해 고교 야구 4대 메이저 대회 중 2개를 날려버리고 있던 셈.

아니지. 3개 구나.

여름에 진행될 대통령배 전국 대회 같은 경우도 주말 리그 성적으로 보니까.

참가 조건이 주말 리그 후반기 권역별 1위 팀과 황금사자기 청룡기 8강 진출팀이었지 아마?

괜히 올해 성적을 내지 못하면 감독을 바꿀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느끼는 건데. 네가 기운이 좋은가 봐. 어떻게 딱 오자마자 조 1위를 하냐.”

“운이 좋았죠.”

“또또 겸손은. 자기가 애들 잘 가르친 거면서. 됐고.”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물었다.


“너 오늘도 펑고 연습할 거냐?”

“당연히 해야죠.”

“언제 끝나. 애들 없어서 금방 마무리 할 거지?”

“네.”

“좋다. 그럼 오랜만에 술이나 실컷 마셔보자. 조만간 월급날이기도 하고, 어차피 내일 쉬잖아?”

“음··· 저도 그러고 싶은데 내일 일정이 있어서요.”

“엥? 무슨 일정?”

“이천이요. 드래곤즈 2군 들릴 거거든요. 권형진 감독님이랑 다른 코치님들께 인사도 드릴 겸.”

“아 그래?”

“형도 같이 가실래요?”


윤철이 형도 같이 간다는 얘기는 안 하긴 했는데, 어차피 형도 드래곤즈 출신이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애초에 권 감독님이 제자들 보는 거 좋아하시기도 하고.


“좋지. 안 그래도 연락 드린 지 오래됐는데 이참에 직접 인사드리러 가지 뭐.”


다행히 그 또한 괜찮은 듯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수락하는 모습.


“그럼 감독님께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형도 같이 간다고.”

“그래. 맞다, 내가 이걸 깜빡하고 말 안 해줬네.”


윤철이 형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뒷머리를 북북 긁었다.


“감독님이 애들 집합 끝나면 감독실로 좀 오래. 할 얘기 있다면서.”

“할 얘기요?”


그게 뭐지.

보통 이렇게 따로 부르는 일은 잘 없으신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도중, 어느새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는 윤철이 형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갑자기 왜 웃어요?”

“아니 그냥.”


그냥은 무슨.

필시 무언가 아는 게 있는 것일 터였다.


“뭐예요. 숨기는 거 있죠?”

“숨기긴 뭘 숨겨 우리 사이에. 어서 가 봐. 감독님 기다리시겠다.”

“아, 분명 뭐 있는데. 진짜 안 알려주실 겁니까?”

“사실 그게··· 음. 아니다. 안 알려줄래. 아니 몰라.”


어차피 감독실에 가면 알게 될 일이긴 하나, 오늘 야구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괜히 기분이 나쁘다.

아깐 속마음을 읽힌 것 같고 지금은 농락당하는 느낌이랄까?

왜 굳이 말을 하다 말아서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건지···.


“···형이 먼저 시작한 겁니다.”

“?”


나는 그렇게만 말하곤 바로 옆 코치실로 넘어가 문을 두들겼다.


“김 코치님. 성우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최 코치님이 오늘 술 마시자고 하시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


벌컥!


윤철이 형이 날 말릴 틈도 없이 문이 열리고 환한 미소를 장착한 김 코치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조건 되지! 우리 최 코치가 마시자는데 안 되도 되게 해야지. 안 그래? 애들도 다 갔는데 지금 바로 가자.”

“아 저는 감독님 면담이랑 펑고 연습이 좀 있어서 조금 늦게 합류해도 괜찮습니까?”

“그런 거야 뭐 당연히 괜찮지! 오늘도 우리 최 코치랑 같이 마시고 있지 뭐.”


그는 익숙하다는 듯 말하며, 그대로 굳어 있는 윤철이 형을 끄집어냈다.


“자. 어서 가자고. 박 코치 이번에도 장소는 따로 알려줄게.”

“예 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대꾸하곤 질질 끌려가는 윤철이 형을 바라봤다.

그가 입 모양으로 말했다


내가 미안해. 제발 살려줘.


형님. 그러니까 그냥 알려주시지 그랬습니까.



***



똑똑.


“감독님, 박성우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어! 어서 들어와 박 코치.


문을 열고 감독실을 들어가자, 신 감독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를 반겼다.


“코치 생활은 어때. 좀 할 만해?”


그가 손짓으로 자리에 앉으라 권하며 물었다.

나는 신 감독님 맞은 편 소파에 앉으며 답했다.


“예, 감독님이나 다른 코치님들이 잘 챙겨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애들도 잘 따라와 주고 있고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신 감독님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 박 코치가 봐준 애들이 눈에 띄게 활약한 덕분에 뿌듯하기도 하겠어?”

“뿌듯하기만 할 뿐이겠습니까?”


내가 직접 시합을 뛰는 것도 아닌데도 애들이 잘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꼭 내가 많이 봐준 애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박 코치 말하는 거 보면 아주 천생 코치야. 최 코치가 자리 소개 안 해줬으면 어쩔 뻔했어?”

“그러니까 말입니다.”


요즘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다 보니 종종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진짜 코치 안 했으면 지금쯤 뭐 하고 있었을까 하는.

그 당시 워낙 많이 고민한 탓에 내가 무슨 일을 골랐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뭘 했어도 지금보다 낫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새삼 윤철이 형한테 고맙네.

앞으로 형한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부터.


“어쨌거나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내가 박 코치만 따로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야.”


신 감독님은 내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조금 부담스러운 요구일 수 있는데··· 다음 주부터 최 코치랑 같이 투수들 좀 봐줄 수 있을까?”

“···투수 코치로 보직을 변경하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물론 완전히 바꾸는 건 아니고 일단 후반기 주말 리그 끝날 때까지만.”


윤철이 형이 왜 웃나 했더니 이래서 그런 거였구만.


“최 코치한테는 이미 말해 봤는데, 아주 쌍수 들고 환영하더라고. 그러니까 박 코치는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결정해 주면 돼.”


역시.

동시에 감독님께서 왜 이런 제안을 해줬는지도 바로 파악이 됐다.


‘호연이가 갑자기 전력에서 이탈한 게 크겠지.’


하루아침에 최소 5이닝은 맡아줄 수 있는 투수가 사라졌으니.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답은 고민할 것도 없었다.


“예, 하겠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팀을 위한 일이다.

그렇다고 투수를 가르칠 능력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해야지.

선수 때도 늘 팀에 도움 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코치가 됐다고 다를까.


물론 갑자기 야수조에서 빠지게 된 건 마음에 걸리긴 하나, 이 부분은 개인 훈련 시간을 통해 해소하면 될 것이었다.

본훈련 만큼 긴 시간은 아니지만 핵심적인 건 다 짚어줄 수 있을 테니.


“갑작스러운 부탁이었을 텐데 고마워 박 코치.”

“별 말씀을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그렇게 말해주니 내 마음이 조금 편하네.”


신 감독님은 그렇게 말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이내 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이게··· 뭡니까?”

“박 코치 월급. 원래는 며칠 남긴 했는데, 이왕이면 첫 월급은 내가 직접 건네주고 싶어서 말이야. 이렇게 기회 있을 때 줘야지.”

“아,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봉투를 받았다.

그런데··· 직접 잡아보니 보기보다 더 두꺼운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살짝 열린 틈으로 액수를 확인한 나는 그 자리에서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 이거··· 제대로 넣어주신 거 맞습니까?”


아니, 얼핏 보기에도 내가 원래 받기로 한 금액보다 두 배 가까이는 되어 보인다.


“당연히 맞지. 내가 설마 현금 넣으면서 제대로 확인도 안 했을까 봐?”


반면, 그는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한 게 있는데 그 정도는 받아야지 안 그래? 거기다 이번 조 1위 보너스도 있는 거야.”

“아.”

“앞으로도 잘 해보자고. 박 코치랑은 같이 오래 일하고 싶으니까.”



***



“난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은데···.”


나는 반쯤 죽은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는 윤철이 형을 바라봤다.

가만히 있다가도 연신 헛구역질하며 몸을 움찔거린다.


“뭐, 어쩔 수 없죠.”


그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어제 감독님과의 면담을 마치고 술자리에 가니 윤철이 형이나 김 코치님이나 이미 만취 상태더라고.

나중에 들어보니 간만에 조 1위도 하고, 보너스 받을 생각에 살짝 달렸다가 그만 흥이 올라 버렸단다.


“성우야. 권 감독님한테 내 안부 잘 전해드··· 우욱!”

“···형 상태 보면 안부 전할 수가 없겠는데요?”


병문안 가야 한다는 말이라면 모를까.

이런 마당에 김 코치님은 또 멀쩡하시다.

아까 나갈 준비하면서 잠깐 만났는데 어제 술 마신 사람처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잠을 푹 자서 개운한 보이는 모습.

나도 김 코치님과 같이 술 마시면서 느낀 거지만 주량이 보통이 아니긴 하다.

대체 소주를 글라스에 따라서 몇 병을 마시는 건지···.


“그럼 쉬고 계세요. 다녀올게요.”


나는 미리 사 온 숙취해소제를 옆에다 두고는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 잠시 뒤 도착한 이천의 드래곤즈 2군 야구장.


“형님!”


미리 마중 나와 있던 강경진이 나를 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길 다 알아서 안 나와도 된다니까.”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선배님 오시는데 어찌 그럽니까.”

“그럴 시간에 훈련을 더 해. 너 내 핑계로 쉬고 싶어서 나온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티 납니까?”

“그럼 안 나겠냐.”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훈련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야.

나는 그렇게 덧붙이며 녀석의 머리에 꿀밤을 날려주었다.


“아악! 하지만 형 가고 훈련 분위기 많이 바뀌어서 그때처럼 도통 못하겠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나 때문에 분위기가 왜 바뀌어.”

“왜, 형 같은 사람이 딱 있어야 우리도 거기에 자극 받아서 더 열심히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 중에 형처럼 운동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확실히···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2군에 있을 때 나 따라서 같이 훈련하던 선수들이 여럿 있긴 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인마. 그렇다고 계속 안 할 건 아니잖아. 내가 방출된 지가 언젠데.”

“그건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녀석이 말끝을 흐리며 눈치를 보더니 내게 물었다.


“오늘 가기 전에 저 조금만 봐주시면 안 됩니까?”

“너를? 감독 코치님 멀쩡히 계시는데 왜?”

“오늘 권 감독님이 그러시던데요? 형 지금 알음알음 스카우터들 사이에서 선수 잘 키우는 코치로 말 나오고 있다고.”

“내가?”

“어라. 모르셨어요?”


몰랐지. 완전히 처음 듣는 얘기다.

그럼 설마··· 그때 정말 스카우터들이 현수가 아니라 날 본 건가?

어제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사이, 강경진이 앓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무튼 간에. 그래서 여쭤보는 거예요. 요즘 야구가 영 답답할 정도로 잘 안되다 보니 형한테 기운 좀 받아보고 싶어서.”


그렇군.

원래는 인사만 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얘가 이렇게 말하니 또 궁금하다.

내 능력이 프로선수들한테도 효과가 좋을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방출 후 천재 코치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4.09.19 2,907 0 -
» 나비의 날갯짓 (1) NEW +2 11시간 전 3,018 124 12쪽
28 멈춰야 할 때 (4) +2 24.09.22 4,724 145 13쪽
27 멈춰야 할 때 (3) +5 24.09.21 5,060 172 12쪽
26 멈춰야 할 때 (2) +6 24.09.20 5,430 170 13쪽
25 멈춰야 할 때 (1) +4 24.09.19 5,692 158 13쪽
24 마음가짐 (3) +4 24.09.18 5,732 155 12쪽
23 마음가짐 (2) +5 24.09.17 5,781 134 12쪽
22 마음가짐 (1) +5 24.09.16 5,827 141 12쪽
21 쉽게 쉽게 (3) +5 24.09.15 5,809 147 14쪽
20 쉽게 쉽게 (2) +3 24.09.14 5,822 136 12쪽
19 쉽게 쉽게 (1) +1 24.09.13 5,919 126 12쪽
18 종이 한 장 차이 (3) +7 24.09.12 5,940 118 12쪽
17 종이 한 장 차이 (2) +3 24.09.11 6,007 123 12쪽
16 종이 한 장 차이 (1) +5 24.09.10 6,071 131 13쪽
15 가능성 (3) +6 24.09.09 6,065 122 12쪽
14 가능성 (2) +1 24.09.08 6,057 125 13쪽
13 가능성 (1) +2 24.09.07 6,123 121 12쪽
12 검은색 (3) +2 24.09.06 6,217 122 13쪽
11 검은색 (2) +2 24.09.05 6,189 128 12쪽
10 검은색 (1) +4 24.09.04 6,236 123 13쪽
9 기회는 잡는 것 (3) +3 24.09.03 6,233 132 12쪽
8 기회는 잡는 것 (2) +5 24.09.02 6,324 121 14쪽
7 기회는 잡는 것 (1) +2 24.09.01 6,438 123 13쪽
6 빛 (3) +4 24.08.31 6,408 127 14쪽
5 빛 (2) +3 24.08.30 6,376 131 12쪽
4 빛 (1) +3 24.08.29 6,548 120 12쪽
3 제2의 인생 (3) +2 24.08.28 6,559 112 12쪽
2 제2의 인생 (2) +2 24.08.27 6,703 117 13쪽
1 제2의 인생 (1) +6 24.08.27 7,582 10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