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식구 - 1
시댁 식구 - 1
여자가 결혼을 하면 자연스레 연결되는 관계가 시댁 식구이다. 홍이 남편은 5남 1여로 육 남매의 장남이었다. 시아버지는 남편이 이십 대일 때 돌아가셨고 시어머니 혼자 계셨다. 예전에는 평범한 가정이었는데 사기를 당해 집안이 파산하면서 육 남매 학업은 멈추게 되었단다. 그 후, 대학생이던 남편과 고등학생이던 셋째 도련님은 산에 들어가 고시 공부를 몇 년 했었는데, 남편은 나중에 공무원 시험을 보았고 셋째 도련님은 서울로 상경했다. 셋째 도련님 말로는 둘이 공부하는데 너무 가난해서 죽이나마 한 그릇 더 형님 드시라고 그때 떠났다고 가끔 얘기했었다. 홍이가 막 결혼했을 때 막내 도련님은 아직 어렸는데, 친정 큰 조카와 엇비슷한 나이로 어려서 공장에 들어가 일을 배우고 있었다. 막내 도련님은 어려서부터 홍이를 형수 형수 부르며 곧잘 따랐다.
육 남매도 누구나 겪어내듯이 젊어서 질풍노드(疾風怒濤)의 시간을 보냈다. 그 뒷바라지를 시어머니가 하시다 힘에 부치면 장남인 홍이 남편 몫이 되었다. 집안에 일이 있을 때마다 그렇게 장남의 무게는 무거워져 갔다. 육 남매도 각기 인연을 맞나 가정을 갖고 서서히 독립을 해 나갔다. 그러다 홍이 큰딸이 초등학생일 때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장사를 하며 강하게 사셨다.
육 남매 중, 홍이 남편과 셋째 시동생은 유독 술을 즐겼다. 젊은 날 힘들 때 그 괴로움을 술로 달래서인지 모르겠으나, 두 사람은 병으로 크게 고생을 한다. 남편은 육십이 되기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게 되고, 셋째 시동생은 사십 대에 갑작스레 쓰러져 응급실을 찾게 된다. 남편은 병환을 결국 이기지 못하고 떠나갔지만, 셋째 시동생은 그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 독실한 기독교인이 되었다. 셋째 시동생이 세상을 떠난 것이 작년이다. 그 시동생이 젊어서는 사고를 치기도 했지만, 인생의 고비를 넘어서서는 참 여유를 가지고 살았다. 셋째 시동생은 큰형인 홍이 남편이 쓰러지고 나서 얼마 후부터 남편이 사망할 때까지 남편 통장으로 월 이십만 원씩 이체를 시켜주었다. 그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홍이도 안다. 그 돈으로 남편은 책도 사보고 약도 사고 운동기기 등도 구입했다. 둘째 딸이 대학 다닐 때부터 남편이 사망할 때까지 그 심부름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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