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생

뇌경색 - 1

뇌경색 - 1

홍은 1938년 생이다. 일제시대에 태어났고, 6·25 때 피난도 겪었다. 홍은 충청도가 고향으로 집에서 금강이 가까웠다. 9남매 중에 셋째딸로 태어나 여자인 탓에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다. 배움에 욕심이 많았지만, 여자라는 장벽에 어려움이 컸다. 한창때 미용사가 되려 기술이라도 배워볼까 도심으로 나왔었는데, 이도 홍의 아버지로 해서 다시금 고향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결혼은 중매로 했다. 중매하는 이가 대학교 졸업자라 소개한 이는 알고 보니 대학 중퇴였다. 홍의 혼례를 얼마 앞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리 시작된 결혼생활은 여러모로 평탄치 않았다.

홍은 얼마 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근 들어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종종 했었다. 며칠 전 노인 주간 돌봄 센터에서 갑작스레 쓰러져 병원에 이송되었고, 몸 반편이 마비다. 홍이 그리 가기 싫다던 요양원에 입소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남편은 2002년에 세상을 떠났고 장성한 딸은 직장에 다닌다. 1차 검사에 따른 의사 소견은 홍을 너무 놀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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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으로 혈압이 올라 마비 증상이 왔음. 재활치료 필요. 재활의학과 대기 중으로 재활이 빠를수록 회복이 좋음. 침상에 있을 때 팔다리 주무르고 수동으로 부드럽게 움직여주는 운동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임.

홍이 쓰러졌다고 연락을 받은 딸은 병원으로 달려오면서 아마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한 번쯤 떠올렸을 것이다. 그것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어찌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을 것이다. 막상 닥치면 덤덤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