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 1
명절 - 1
추석이 2주도 남지 않았다. 홍이에게도 어려서 명절은 마냥 좋은 날이었고, 결혼 후에는 남편이 장남이 탓에 신경 쓸 일도 많고 오가는 이들도 많아 마냥 분주한 날이었다. 남편은 명절 며칠 전부터 딸들에게 집안 대청소를 시키고는 했다. 딸들 기억에 어려서 명절은 새옷이 생기고 용돈이 생기는 날이기도 했지만, 청소하고 할 일 많은 날이었을 것이다. 남편 형제들이 모이면 사는 얘기, 자라는 아이들 얘기, 그리고 요즘 세태 얘기 등 할 얘기는 끝이 없었다. 형제들은 큰형 집에서 명절을 지낸 후, 매번 꼭 이모네 집에 들렀다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여동생, 딸들에게는 이모할머니가 되시는 분 집에 다들 그렇게 서둘러 몰려갔다. 또 한 차례 이모네 집에서 짧게나마 대화방이 열리고, 그 후에야 성묘를 다른 도시로 떠났다. 추석이면 손수 다 같이 송편 만들던 모습과 막내 서방님이 풍선을 한 판을 사와 하나씩 입으로 불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던 모습이 기억난다. 어려서 아이들은 명절이면 막내 서방님의 풍선을 기다리고는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집에서 송편을 만드는 데는 솔잎이 필요했고 중요한 재료 중 하나였다. 그래, 아는 누가 어디 솔잎이 좋다고 하면 딸을 시켜 따오게 시키기도 했었다. 요즘 아이들은 경험하기 힘든 명절 풍경이다 싶다. 송편을 언제부터인가 떡집에서 맞춰 오기 시작했는데, 정확히 그 시작점이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남편이 쓰러진 후, 슈퍼마켓을 시작하면서 명절이면 딸들의 역할은 분담되었는데, 슈퍼마켓 점원은 둘째 딸이 담당이었다. 명절 전날 밤과 명절 당일 이른 아침, 둘째가 점원을 했었다. 다른 딸들은 집에서 홍이와 같이 명절을 준비했다.
남편 살아생전에는 다들 명절이나 제사면, 홍이네 집으로 다들 모였다. 그러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홍이는 딸뿐인지라 아들이 있는 작은집으로 제사가 넘어갔다. 그 후에는 명절이 되면 홍이 집에는 딸들이 왔다. 그러다 가게를 접고 상경한 후에는 큰딸 집으로 모였다.
지금은 병실에 누워있으니, 명절 상에 올리는 음식 때문에 딸과 티격태격할 것도 없다 싶어, 괜히 눈물인지 웃음인지가 난다. 아직도 딸이 올리는 음식이 한두 가지는 영 마음에 안 찼는데, 이제 간섭도 못 하겠다 싶다. 명절인데 병상에 누워있으려니, 멀리 떨어져 있는 일가친척 생각도 나고, 딸들도 어찌 이번 명절을 보내나 마음이 앞서가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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