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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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리베봄
그림/삽화
해피리베봄
작품등록일 :
2024.08.28 02:47
최근연재일 :
2024.09.13 09:44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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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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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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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火葬) - 1

DUMMY


화장(火葬) - 1



화장(火葬)에 대한 단순한 사전적 의미는 시체를 불에 살라 장사 지낸다는 것이다. 홍이가 어려서는 집안 어른이 돌아가시면 화장하기보다는 선산(先山)에 매장(埋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장례 절차도 지역마다 집안마다 조금은 달랐고 상여(喪輿)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사람이 위독해지면 아픈 이가 원하는 장례 형태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장례 절차는 어찌할지 집안 어른을 중심으로 의논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홍이가 사망하면, 화장할 것이다. 제사도 쉽지 않은 세상에, 매장을 해서 산소를 관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아마도 남편과 같은 납골당에 안치될 것이다. 홍이는 남편이 떠나던 날, 화장터에서 남편이 떠나던 날이, 아직도 가끔씩 생각난다. 누구나 가는 길이고, 누구나 가야 하는 길이다. 진시황도 불로장생(不老長生)의 꿈은 이루지 못했었다. 홍이도 얼굴에 생긴 검버섯을 볼 때면 이제 자신도 정말 노인이라는 사실을 보게 되곤 했었다. 지금은 뇌경색이 와 몸이 불편해지기까지 하니, 남편 떠나던 날이 더 선명해지기도 한다.

남편이 떠난 해는 2002년이었다. 그것도 그해 가을이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듯이 그해는 월드컵으로 나라 전체가 들썩이던 해였다. 병원 밖은 온통 붉은 물결에 환호성으로 시끄러울 때, 남편은 중환자실에서 호스피스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결국 사망했다. 14년 넘게 아픈 몸을 이끌고 살다가 갔다. 그날 화장터에서 남편 이름이 호명이 된 순간 홍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털썩 주저앉았었다. 남편을 만나 힘들었던 게 어디 한두 가지던가, 그런데 그 순간은 허망하게 불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한 사람만 보였다. 뭐라 한마디로 말할 수 없지만, 누군가 한 사람은 외마디 비명이라도 질러주어야 할 거 같았다. 그날 남편은 그렇게 불 속으로 들어가 납골당을 향했다. 홍이도 언젠가 사망한다면 홍이도 불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때 외마디 외침을 해줄 이가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홍이는 자신이 괜한 생각을 한다 싶다.

홍이는 딸 때문에 화장에 관한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딸이 강아지를 키웠는데, 열네 살이 돼서 죽었다. 이른 아침 동물병원에서 사망진단을 받고는 글쎄 딸년이 강아지 사체를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러더니 큼지막한 수납 박스에 아이스팩을 넣고 배변 패드 등을 깔고 그 위에 강아지 시체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멍히 그것을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홍이는 그런 딸년이 기가 막혔다. 죽은 동물시체를 집안으로 가지고 오다니, 쉬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 딸년에게 모질게 빨리 내가라고 호통을 쳤다. 딸은 하루 정도 집안에 둘 생각이었던 모양인데, 홍이가 호통을 치니 어쩔 수 없이 저녁에 강아지 화장터에 가 화장을 시켜 유골함을 들고 귀가했다. 강아지를 화장해 유골함에 담아 보관한다니, 홍이에게는 매우 낯선 풍경이었다. 아이들이 어려서 마당에서 강아지를 키우기는 했었다. 그때는 일 년 남짓 키우다, 그 개를 개장수에게 팔고는 했다. 요즘 반려인들처럼 잘 챙겨 먹인 것도 아니었다. 식구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주로 주었다. 강아지를 팔면 그 사실을 안 딸들은 며칠 동안 심통을 부리곤 했었다. 옛날에도 키우던 강아지가 죽으면 땅에 묻어주는 이는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골함까지 만들어 집안에 모셔 두다니, 홍이와 딸은 세대가 너무 다르다.

생명체가 죽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니, 사람이건 짐승이건 태어나고 죽는 자체가 뭐 크게 다르겠는가. 단지, 홍이는 사람이라서, 홍이가 살아온 세월 속에 만들어진, 홍이 안에 내재된 관념 탓에, 딸의 모습이 유난스럽게 보였을 뿐일 것이다. 딸에게 듣자니, 강아지도 납골당이 있단다. 생명체가 사망했으니, 화장을 했으니, 매장되거나 안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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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텃밭 농사 - 1 24.09.13 5 0 4쪽
» 화장(火葬) - 1 24.09.12 10 0 4쪽
17 육하원칙(六何原則) - 1 24.09.12 12 0 4쪽
16 새치, 뿌리염색 - 1 24.09.11 12 0 4쪽
15 새로운 동거 – 1 24.09.10 11 0 3쪽
14 재활병원 – 2 24.09.10 10 0 3쪽
13 남자아이 - 1 24.09.09 8 0 3쪽
12 재활병원 - 1 24.09.05 12 0 2쪽
11 명절 - 1 24.09.04 12 0 3쪽
10 금강산도 식후경 - 1 24.09.03 19 0 4쪽
9 간병인 – 1 24.09.02 16 0 2쪽
8 장기 요양 6등급 - 1 24.09.02 17 0 4쪽
7 동래 - 1 24.09.01 12 1 5쪽
6 시댁 식구 - 1 24.08.31 10 0 3쪽
5 나이 - 1 24.08.30 13 0 3쪽
4 이모 - 1 24.08.30 13 0 3쪽
3 딸 노릇 - 1 24.08.30 18 0 4쪽
2 뇌졸중 집중 치료실 - 1 24.08.29 12 0 3쪽
1 뇌경색 - 1 24.08.28 30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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